리메이크 작품으로 설정이 약간 바뀌었다. 집으로 불러들인 보모에게 남편도 아이들도 야금야금 빼앗기는 스릴러 이야기다. 당신이 보모로 불러 놓고 당신이 의심하고 내쫓으려 하면 어떡해?라고 분위기가 바뀐다. 아내는 먹는 약도 있어서 모두가 아내가 지나치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걷지 못하는 막내가 아프고, 10살인 첫째는 보모와 몇 시간씩 붙어있고 엄마와 감정 대립을 하다가 엄마에게 소리를 지르며 세상에서 가장 싫다고까지 한다. 그렇게 된 이유는 보모가 10살짜리에게 동성 간의 사랑과 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면서 붉어진다.

이미 오래전 데스티네이션 시리즈 3편에 주인공으로 나왔고, 다이하드 4편에서 존 맥클레인의 성깔 있는 딸로 나오면서 떴다. 기억에 남는 역할은 클로버필드 10번지인가, 거기서는 나오는 인물이 몇 안 되니 연기력이 바탕이 되어야 했는데 꽤 잘 했다.

파고 시리즈에도 나왔다. 아무튼 이전 영화나 시리즈에 나올 때의 얼굴과는 달라진 얼굴로 이번 영화에 나왔다. 그러니까 연출인지 얼굴에 나이가 확 들었다. 재미있는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봐서 그런지 답답하다. 이 영화에 나오는 남자들은 - 남편과 친구는 정말 스테레오 타입이다.

아내가 뭐라고 할 때마다 믿지 않다가 나중에야 내가 잘 못했네, 널 믿지 못해서, 같은 말이나 하고. 남편의 친구이자 아내의 친구인 남자도 상 등신 같은 모습으로 당한다. 이 영화는 원작을 보는 게 훨씬 낫다. 리메이크를 하면 원작보다 못 한건 둘째치고 왜 재미없게 만드냐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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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11-30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베카 드 모네이 만큼의 서늘함은 없더군요. 저도 원작에 한 표!

교관 2025-11-30 14:56   좋아요 0 | URL
윈스테드에 대해서 쓴 단락이 날아가버렸네요 ㅎㅎ 원작에 비해 좀 그렇네요
 



울산 역전시장의 예전모습과 어제 찍은 현재 모습이다. 나는 역전시장 근처에 있는 함월초 나왔는데, 아이들 대부분 학교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살았다.

아직 외할머니가 살아계셨을 적 외할머니가 교관아~하며 집에 오시면 할머니 손잡고 역전시장에 가서 겨울장갑도 사고, 감기 걸려 권소아과에서 주사 맞고 울고 나오면 할머니와 함께 순대를 먹었다. 요즘처럼 장에 찍어 먹지 않고 붉은 소금에 찍어 먹었다. 아주 맛났다.

추억의 절반은 맛이라서 그런지 역전시장에 가면 그런 기억이 떠오른다. 함월초 교가를 잊어버려 유튜브를 찾아서 들었는데, 반주 듣자마자 마술처럼 그냥 다 기억이 나면서 따라 부르게 된다. 울산을 지켜주는 함월산품에~~ 밝은 달 떠오르듯 희망도 차게~~ㅋㅋㅋ 학습과 훈련이란 도대체가.

시내로 오면 예전 주리원 백화점이 뉴코아아울렛으로 바뀌었다. 주리원 백화점이 생기고 울산에 백화점 시대가 열렸다고 대대적으로 알려졌지만, 주리원 백화점보다 일찍 문을 연 황태자백화점이 있었다. 하지만 훨씬 이전부터 울산 시내에는 백화점이 있었다. 성남동 시계탑 사거리가 보이고 지금 뉴코아 아울렛(구 주리원 백화점) 자리에 야마사이 백화점이 있었고, 맞은편에 마쓰시개 백화점이 있었다.

해방이 되면서 한국인의 손에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일본 이름이 사라졌다. 그러다가 80년대 황태자, 주리원 백화점이 본격적인 백화점 시대를 열었다. 주리원 백화점은 만남의 장소였다. 주말이면 이곳에서 많은 이들이 손을 호호 불며 친구와 연인을 기다렸다. 맞은편에 제일레코드샵이 있었는데 나는 그곳의 단골이었다.

꼬부랑 할아버지 같은 주인은 평론가보다 더 헤비메탈과 음악에 대해서 해박해서 앨범 하나 사러 가면 꼭 하나 더 사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필요도 없는 이영애 브로마이드 같은 걸 주었다. 레코드샵 앞에는 항상 음악이 나왔는데 겨울이면 캐럴의 향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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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 시리즈에는 항상 답답한 캐릭터가 나오는데, 이 시리즈에는 답답한 캐릭터가 나오지 않는다. 일단 보기 시작하면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몰입하게 된다.

학폭과 왕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면 한국에서는 먹어준다. 또야? 하는 생각을 접어 버리게 만들더니 백아진의 소름 돋는 일들이 매 회마다 펼쳐진다.

사패와 소패의 차이점이 있지만, 어디선가 소패도 사패에 속한다고 했다. 날 때부터 감정이 없는 인간과 어릴 때 받은 충격 같은 사회적 트라우마로 점점 감정이 결여되는 인간은 다르지만 같다.

영화 속에서 표현되는 사패는 인간을 죽이는데 망설임이 없고 그 재미로 살아간다. 소패는 사패와는 좀 다르지만 결국은 비슷하다.

그러나 여기 주인공 백아진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패를 던지고 수거를 한다. 하지만 몬스터의 요한처럼 완벽하지 않다. 계획이 틀어지고 백아진이 모르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감정이 없기에 거기에 동요되거나 결여된 감정을 보이지 않는다. 4화에 들어 괴물 같은 아버지에게 개 맞듯이 폭행을 당해 백아진의 얼굴은 완전 처키가 되었다.

맞을 때, 폭행을 당할 때 백아진은 잠시 감정이 드러난다. 백아진은 그 어떤 누구에게도 감정을 가지지 않는다.

개똘아이 백아진의 이야기가 재미있는 이유는 백아진을 둘러싼 많은 인간들 역시 정상이 없다는 것이다. 전부 사패이거나 그에 준하는 인물들이다.

스티븐 킹의 미스터 메르세데스 시즌 3을 보는 것처럼 재미있다. 등장하는 많은 인간들이 전부 제정신이 아니다. 그러니 재미있을 수밖에.

조각도시가 남자들의 세계를 말하는 액션물이라면, 친애하는 엑스는 백아진이 주인공인 만큼 여자가 주인공이다. 게다가 소시오패스가 주인공이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백아진의 눈빛, 손짓, 행동 하나하나가 전부 머릿속에서 나온 계획대로 하는 짓이라 소름 돋으면서 몹시 홍미롭다. 이런 캐릭터를 김유정이 잘도 소화해내고 있다.

4화에서 비 맞으면서 얼굴 처키 되는 장면에서는 탈진인가 정신을 잃었다는 거 같던데, 보면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감정 없는 백아진의 계획은 어디까지 갈까 기대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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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의 돌아버린 사이코패스의 눈빛이 너무 마음에 든다. 같은 화면 안에 있어도 미친 사이코패스 같은 이광수보다 확실하게 깊이 있는 절대악을 표현하는 눈빛이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영화 속에서 절대악을 분출하는 빌런을 훨씬 더 좋아했다. 미국인들의 영원한 사랑 스타워즈도 코스튬 축제를 하면 제다이들보다 다스베이더의 코스튬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만큼 악역이 매력적이면 그 영화나 시리즈가 재미가 있다. 조각도시도 도경수, 요한의 도른 눈빛이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 속 요한을 떠올리게 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요즘은 대체로 빌런이 사이코패스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들 역시 사이코패스에 달하는 사이코패스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친애하는 엑스에서도 초반에 반에서 개 사이코패스 심성희를 박살 내는 초초 소시오패스로 나오는 주인공 백아진을 봐도 그렇다.

사악함은 더 사악함으로 제압하는 구조가 요즘 유행처럼 흐른다. 느릿한 외국 드라마에 비해 한국 드라마들이 빠르고 강력하고 무섭고 현실이라 보는 재미가 훨씬 좋다.

조각도시에서 착하기만 해서 바보 같았던 지창욱의 눈빛도 확 돌아버린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람들이 조작된 도시의 티브이 버전이라 재미없다고들 하던데, 나는 재미있게 봤다.

이제 한국 드라마에서도 총도 나오고 판이 점점 커진다. 어제 유디티 우리 동네특공대에서도 총이 나오더니.

이번에 시즌 2가 나온 컬리들의 쇼핑몰에서도 총이 등장하여 가열차게 총질을 해댔다. 재미있었다. 킬러들의 쇼핑몰에서는 서현우가 빌런으로 제일 독하고 재미있었는데 죽어버려서 시즌 2에서는 누가 절대악을 할 것인가. 그것이 또 관심이기도 하다.

조각도시에서도 초반을 제외하고 핑크빛 러브 라인이 없어서 그게 좋다. 도경수가 얼마나 더 미쳐버릴지, 그런 도경수에 대항하려고 지창욱 역시 얼마나 돌아이가 되는지 후속 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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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엄마가 시장에 갔다 올게, 몇 시까지 올 테니까 동생 잘 보고 있어.라고 하고 시장에 갔던 적이 있었다. 나도 초등학교 저 학년이었고 동생은 더 어렸다. 점심시간까지 온다던 엄마는 오지 않고 계속 시간이 흘렀다. 동생은 방에서 재미있게 인형을 들고 놀고 있었고 나는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걱정이라는 게 어디에서 오는 건지 딱히 잘 모를 걱정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말 안 들으면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느니, 엄마가 놔두고 시장 가서 안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어른들이 했다. 주로 그렇게 말을 하는 사람은 엄마나 아버지가 아니라 동네 아주머니들이었다. 한 번 밖에 놀러 가면 날이 저물어서야 들어오는 나에게 그런 말을 자주 했다. 그래서였던지 엄마가 벌써 와야 했지만 오지 않아서 나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동생은 오빠, 배고파.라고 계속 말했다. 엄마는 아직 오지 않고 배고픈 동생 때문에 하릴없이 기다릴 수만은 없어서 밥을 챙겨줘야겠지만 뭘 해 먹을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다. 반찬통을 보니 김이 있었고 간장종지에 양념간장을 붓고, 밥솥에서 밥을 퍼서 김에 밥을 싸서 간장에 찍어서 동생을 먹였다. 마른 김이라 입천장에 달라붙는데 동생은 또 그게 재미있어서 까르르 거리며 맛있다고 했다. 동생이 마른김에 싼 밥을 맛있게 먹을수록 나의 불안은 점점 더 커져갔다.

도착해야 하는 시간이 훨씬 지나 한 시간이 넘어갔지만 엄마는 오지 않았다. 엄마는 말 안 듣는 내가 미워서 버리고 간 것일까. 다리 밑에서 주워 온 내가 아닌 진짜 아들을 찾으러 간 것일까. 그런 생각에 불안이 깊어지니 울고 싶어 졌다. 곧장 터져버릴 것 같았지만 동생이 옆에서 인형을 들고 김에 싼 밥을 다 먹고 또 달라고 했다. 눈물을 꾹 참고 마른 김에 밥을 말아서 간장에 찍어서 동생 밥상 앞에 몇 개를 놓았다. 동생은 하나를 집어 먹고 인형을 가지고 놀고, 또 하나를 집어 먹고 인형과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가 김이 목에 걸렸는지 동생이 기침을 했다. 콜록콜록. 나는 물을 떠서 동생을 먹였다. 마른 김에 밥을 먹을 때에는 늘 엄마가 된장국을 끓여줬는데 고작 김과 밥과 간장뿐인 밥상에서 동생이 맛있다고 먹고 있으니 불안을 누르고 서러움이 올라왔다. 아버지 회사에 전화를 해볼까, 엄마가 시장 가서 오지 않는다고 아버지에게 울면서 말하면 좀 나아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집을 둘러보니까 꼭 여기가 우리 집이 아니라 우리 집을 가장하고 있는 어떤 공연장 같은 세트처럼 느껴졌다. 잘못 와 있다. 우리가 있을 곳이 아니다. 우리가 있을 곳에는 고작 마른 김에 밥을 먹지는 않을 것이다. 오빠, 더 만들어줘.라는 동생의 소리에 눈물이 콱 터질 것 같았다.

그때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엄마는 배고팠구나, 라며 만두를 굽고 국을 만들어 동생을 먹였다. 제자리로 돌아왔다. 제자리라는 건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그 자리가 비록 지질하고 누추하고 마른 김에 밥 밖에 없을지라도. 사실 그 뒤로 마른 김이 밥상에 올라오면 잘 먹지 않았다. 조미김보다 맛도 없었다. 무엇보다 목을 콱 막히게 하거나 입천장에 달라붙는 기분이 동생을 챙겨 먹이기 전과 후로 나누어졌다.

그러다가 나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고 아버지와 동네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집으로 온 겨울의 어느 날 아버지가 마른 김에 밥을 싸서 간장에 찍어 나에게 먹였다. 씹고 있으면 아버지가 된장국을 한 숟가락 떠서 또 먹였다. 아아 참 맛있었다. 그 기억은 따뜻함으로 내내 남아있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흘러 영화 ‘괴물’에서 마지막 장면에 강두 역의 송강호가 죽은 현서 대신 아들로 들인 세주를 깨워서 밥을 먹일 때 김에 밥을 돌돌 말아서 먹는데 어릴 때 기억이 확 밀려왔다. 영화 속 그 장면의 계절도 겨울이었다. 매점 밖으로 눈이 펑펑 내리고 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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