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소설 쓰고 앉아있네 (교관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하루키 좋아하는 동네 삼촌</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Fri, 28 Aug 2026 07:49:49 +0900</lastBuildDate><image><title>교관</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7369991603238771.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교관</description></image><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바닷가에서</category><title>아버지와 사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74861</link><pubDate>Thu, 27 Aug 2026 12:1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74861</guid><description><![CDATA[오전에 사과를 하나 먹었다. 사과는 오전에 먹어야 좋다지만, 나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다만 과일에 대한 불만이 하나 있다. 늘 하는 말이지만 요즘 과일은 너무 맛이 난다. 당도가 너무 높다. 사과가 꼭 이렇게까지 달아야 하나 싶다.​사과는 아버지의 과일이었다.​아버지가 다른 과일을 드시는 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사과만큼은 무척 좋아하셨다. 손재주가 좋았던 아버지는 회사에서 직접 만든 작은 과도를 하나 가지고 계셨다. 날이 추워지면 사과를 매일 드셨다. 한 손에는 사과를 들고, 다른 손에는 그 작은 과도를 들고.​나는 어릴 때 사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동생은 아버지를 닮았는지 사과를 좋아했다. 아버지가 사과를 깎기 시작하면 어느새 옆에 붙어 있었다. 아버지가 깎은 사과를 받아먹고, 또 받아먹고.​두 사람은 사과 하나를 놓고 아주 야무지게도 붙어 있었다. 밥은 안 먹어도 사과는 먹을 것 같았다. 사과가 없는 세상은 생각하기도 싫다는 사람들처럼.​기억 속 아버지는 늘 비슷한 모습이다. 한 손에는 사과, 다른 한 손에는 직접 만든 작은 과도. 사과 껍질을 길게 벗겨내고, 잘라서 여동생에게 건네주던 모습.​오늘 사과 하나를 먹다가 그 모습이 생각났다.​사과가 아버지의 과일이었다는 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27/pimg_639234297814874989.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74861</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바닷가에서</category><title>쭈쭈바의 맛</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72789</link><pubDate>Wed, 26 Aug 2026 11:4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72789</guid><description><![CDATA[오늘도 덥다. 어릴 때 이렇게 더운 날이면 쭈쭈바를 하나씩 먹었다. 그냥 이름이 쭈쭈바였던 것 같다. 딸기물을 얼려놓은 것 같은 맛. 그걸 하나 들고 꼭 따리를 입으로 잡아당겨 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것도 아닌데 그때는 그게 그렇게 맛있었다. 사람은 둘인데 쭈쭈바를 하나밖에 못 사면 중간을 빙빙 돌렸다. 그러다 반으로 똑 끊어서 하나씩 나눠 먹었다. 쭈쭈바 하나를 가지고도 그렇게 먹을 수 있었다. 그러다 약국집 딸내미 성희네 집에 놀러 가면 가끔 걔 엄마가 냉동실에서 샤베트처럼 얼려놓은 아이스크림을 꺼내 주었다. 쭈쭈바하고는 맛이 달랐다. 뭐랄까. 부자의 맛이었다. “더 먹어.” 그렇게 말해도 이상하게 하나밖에 못 먹었다. 너무 맛있는데 마음껏 먹을 수는 없는 맛이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쭈쭈바를 먹었던 기억은 선명한데 막상 그 맛을 말해보라고 하면 잘 모르겠다. 딸기 맛이라고 하기엔 딸기 같지도 않고, 단맛이라고 하기엔 뭔가 빠져 있다. 살얼음이 조금 남아 있을 때 입에 털어 넣고 먹는 맛이 있었다. 혀에 차갑게 달라붙고, 얼음이 사각사각 씹히던 맛. 불량식품의 맛. 그래서 더 맛있었던 쭈쭈바.]]></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26/pimg_639233416566848826.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72789</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영화 이야기</category><title>어펙션</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70533</link><pubDate>Tue, 25 Aug 2026 12: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70533</guid><description><![CDATA[이 영화는 등장인물이 총 세 명이다. 끝까지 세 명이 전부다. 그중 한 명은 아이라서 사실상 두 사람이 영화를 끌고 간다. 그런데 미스터리 영화라면 인물이 많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적은 인물로 밀어붙이는 쪽이 잘만 만들면 훨씬 흥미로울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꽤 흥미롭다. 기억을 전혀 잃은 주인공이 눈을 뜬 곳은 처음 보는 집이다. 남편이라는 남자도, 딸이라는 아이도 낯설다. 자신을 부정하고 적대적으로 두 사람을 대한다. 그런데 집 안에는 자신의 흔적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 사진도 있고, 생활의 흔적도 있다. 특히 딸아이가 엄마를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이상한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문제는 자신의 정체다. 이름부터 자신이 알고 있던 것과 다르다. 남편이라는 남자는 기억에 전혀 없는데 분명 이 집에서 자신이 살았던 흔적은 있다. 게다가 외딴 농장 같은 곳에 있는 저택이라 주변에 도움을 청하기도 쉽지 않다. 세 사람만 덩그러니 남겨진 공간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궁금해진다. 초반은 그래서 좋다. 재미도 있다. 적어도 계속 다음 장면을 보게 만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영화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튄다. 복제 인간이 나오고, 인간의 의식을 디지털로 관리하고 옮기는 미래형 SF 스릴러가 되어버린다. 여기서부터 좀 이상해진다. 인간을 복제하고 의식을 디지털화해서 새로운 몸에 심는 정도의 기술이라면 엄청난 시설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남편이 창고 같은 곳에서 노트북 한 대를 놓고 그 엄청난 일을 벌인다. 이게 아무리 영화라고 해도 잘 와닿지 않는다. 기술의 규모와 공간의 규모가 너무 따로 논다. 남편의 집착도 마찬가지다. 잃어버린 가정을 되찾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광기로 변해가는 설정인데, 후반부에 복제된 아내를 무참하게 폭행하고 죽여버리는 장면에 이르면 ‘이건 또 뭐지?’ 싶은 생각이 든다. 오컬트가 나오다가 바디 호러가 되고, 스릴러와 미스터리가 섞이더니 미래형 SF까지 들어온다. 결국 중반을 넘어가면서 재미가 확 떨어진다. 그런데 묘하게 끝은 보고 싶다. 재미가 없는데 결말은 궁금하다. 이런 영화가 있다. 재미와 흥미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가는 건 아닌 모양이다. 주연은 [해피 데스데이]로 익숙한 제시카 로테다. 이전 작품인 [보이 킬스 월드]에서는 [그것]의 빌 스카스가드와 함께 말도 안 되는 액션을 몸으로 받아냈다. 공포 영화에서 자주 봐서인지 이런 장르에는 확실히 잘 어울린다. 다만 이번 영화에서는 배우가 아쉽다기보다 캐릭터와 이야기가 배우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느낌이 더 크다. 초반의 미스터리가 끝까지 유지됐다면 꽤 괜찮은 영화가 됐을 것 같은데, 중간부터 너무 많은 것을 집어넣으면서 오히려 힘을 잃었다. 그래도 결말이 궁금해서 끝까지 보게 되는 영화 [어펙션]이었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25/pimg_639232561228654951.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70533</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영화 이야기</category><title>기록의 중요성</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66758</link><pubDate>Sun, 23 Aug 2026 12: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66758</guid><description><![CDATA[기록은 중요하다. 요즘 유튜브 [오재나]를 보면 김재환 PD가 대패삼겹살을 백종원이 개발했다는 주장에 대해 하나씩 근거를 찾아 반박하는 영상이 올라온다. 그냥 말싸움이 아니다. 기록을 찾아간다. 오래된 기사와 자료를 뒤지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당시의 흔적을 확인한다. 결국 그 모든 걸 뒷받침하는 건 기록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더본코리아가 점주들과 함께 김재환 PD를 상대로 스무 건이 넘는 고소를 했고, 김재환 PD는 그때부터 자신이 문제를 제기한 주장들이 근거 없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말로 맞서는 게 아니라 기록으로 맞서는 셈이다. 김재환 PD는 원래 이런 일을 해온 사람이다. 여러 TV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는데, 나는 그의 영화를 거의 다 봤다. 재미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던 것을 붙잡고 끝까지 파고든다. 가장 유명한 작품 가운데 하나가 [트루맛쇼]다. TV 음식 프로그램들이 맛집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방송가의 음식점 소개가 얼마나 엉망으로 돌아가는지를 까발린 다큐멘터리다. 그런데 웃긴 건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떡볶이 맛집을 소개하면서 온갖 약재가 열 가지 넘게 들어간다는 식의 황당한 프로그램이 여전히 방송되고 있다. [쿼바디스]에서는 한국 교회를 들여다봤다. 미국에도 없고,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초대형 교회들이 한국에서는 왜 이렇게까지 커졌는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무엇인지 파고든 영화다. 내가 더 재미있게 본 건 [미스 프레지던트]다. 개봉 당시 박사모 사람들이 극장으로 엄청나게 몰려갔다. 그런데 여기서 제목의 ‘미스’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미세스, 미스가 아니다. 영화를 보면 안다. 제목부터 묘하게 사람을 낚는다. 김재환 PD는 [미각 스캔들]도 연출했다. 음식과 식당, 식재료의 진실을 파헤치는 프로그램이었다. 반응이 좋았다. 시청률도 잘 나왔고 방송국에서는 회차를 늘려 더 방송하자고 했다. 그런데 김재환 PD는 처음부터 정해놓은 분량이 있으니 거기까지만 하겠다고 했다. 방송국의 유혹을 뿌리치고 계획한 회차만 하고 끝냈다. 이런 사람이 지금 기록을 들고 다시 현장으로 나간 것이다. 요즘 그는 유튜브 [오재나]를 통해 기록을 따라 전국을 돌아다닌다. 거대한 자본을 가진 더본코리아와 백종원을 상대로 말이다. 누가 뭐라고 했느냐보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기록이 남아 있느냐를 찾아간다. 그래서 영상이 재미있다. 기록 하나가 기존의 이야기를 뒤집어버리는 순간이 있으니까. 기록은 남의 이야기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개인에게도 그렇다. 기록해 놓지 않으면 그때는 분명 중요했던 일이 어느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사라진다. 사진 한 장, 메모 한 줄, 오래된 영수증 하나가 나중에는 그 시절을 다시 불러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러니 기록하자. 아주 좋은 순간뿐만 아니라,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순간까지도. 어쩌면 그런 기록이 나중에는 가장 오래 남을지도 모른다. 설령 그것이 호러블한 기록이라 할지라도.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23/pimg_639230839067660508.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66758</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영화 이야기</category><title>인베이션 시리즈</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65377</link><pubDate>Sat, 22 Aug 2026 13: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65377</guid><description><![CDATA[<br>이 시리즈는 재미가 그리 썩 좋지 않은데 시즌 3까지 나왔다. 한 시즌에 10회씩. 마니아들도 있겠지만, 외계생명체가 지구를 삼키는 이야기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재미가 없다. 보다 보면 여기저기서 익숙한 작품들이 떠오른다. 외계종족과 텔레파시를 하거나 기술을 이용해 교신하는 설정은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가 생각나고, 지구 전체를 뒤덮은 위기 상황은 스티븐 킹의 [언더 더 돔] 같은 분위기가 있다. 뒤로 갈수록 [기묘한 이야기]도 떠오른다. 그 밖에도 외계생명체가 등장하는 여러 영화들이 조금씩 스쳐 지나간다. 내가 시즌 2까지 봤는데 재미가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캐릭터들이 전부 심각하다는 것이다. 등장인물이 진지한 건 괜찮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하나같이 심각하다. 진지함과 심각함은 정말 한 끗 차이인데, 이 시리즈는 철학적인 문제와 인간의 생각을 너무 많이 말하려고 한다. 그래서 이야기가 자꾸 무거워진다. 보다 보면 나까지 같이 근심걱정을 떠안은 기분이다. 미국 시리즈인데 의외로 열쇠를 쥔 인물은 일본 우주국의 시오리다. [데드풀]에서 유키오로 나왔던 일본 배우가 맡았다. 이 시리즈에는 외계종족과 직접 교신하거나 기술을 이용해 교신하는 사람들이 나오는데 시오리가 그중 한 명이고, 사실상 주인공에 가까운 역할이다. 그런데 시오리가 제일 심각하다. 온 지구인의 근심걱정을 혼자 짊어진 것처럼 계속 심각한 표정을 짓고, 심각한 생각에 심각한 말만 한다. 가장 심각한 건 정작 외계종족이다. 지구를 침공해서 인간사회를 지옥으로 만들어놓았는데, 시즌 1에서 보니 불태우면 죽는다. 사람을 죽이는 방법도 촉수 같은 걸로 찔러 죽이는 정도다. 그 밖에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화염병 만들어서 던지면 불타 죽을 것 같은데, 그런데도 군대가 멸망하고 지구 방위군이 몰살당한다. 더 웃긴 건 그렇게 무서운 외계종족이 나오는 장면 자체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늘 그렇듯 인간과 인간이 싸운다. 인간집단과 인간단체가 서로 총구를 겨누고 죽인다. 이것도 심각하다. 차라리 외계종족이 인간의 뇌를 조종해서 서로 죽이게 만든다면 이해라도 하겠다. 그런데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인간들이 서로 싸운다. 지구가 왜 망하는지도 정확히 이해가 안 된다. 그냥 망한다. 그 와중에 외계종족과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그것마저 너무 심각하게 그려낸다. 등장하는 지구의 기술력은 최첨단인데 결국 외계종족과 소통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텔레파시 같은 것이 나온다. 최첨단 과학기술의 시대에 결국 마음과 마음으로 통하는 게 제일 낫다는 식이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보고 있으면 좀 거참스럽다. 시즌 1에서 꼬마였던 아이들이 시즌 2에서는 엄청 커버린 것도 묘하다. 몇 년을 이런 상황에서 버텼다는 이야기인데, 성인들은 거의 그대로다. 아이들은 훌쩍 자랐는데 어른들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늘어뜨릴 필요가 있었나 싶다. 시즌 3을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여기까지 봤으니 결국 봐야겠지.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도대체 이 이야기를 어디까지 끌고 가는지 확인하고 싶어서라도 봐야 할 것 같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22/pimg_639230024878671905.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65377</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바닷가에서</category><title>리처 시즌 4</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63527</link><pubDate>Fri, 21 Aug 2026 13:0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63527</guid><description><![CDATA[리처 시즌 4는 내가 읽었던 리처 소설 ｢사라진 내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스핀오프인 니글리 시리즈가 먼저 나올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리처 시즌 4가 먼저 나왔다. 지금은 3화까지 공개됐고 매주 한 편씩 나오는 모양이다. 예고편을 보자마자 소설 내용이 확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야호!”가 나왔다. 이 이야기를 드디어 영상으로 보는구나 싶었다. 이번 시즌은 이전보다 판이 훨씬 커졌다. 시즌 3까지 리처가 상대했던 빌런들은 어느 정도 한정돼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CIA부터 연방 요원들, 정치인까지 줄줄이 상대해야 한다. 리처 하나를 잡겠다고 달려드는 세력이 만만치 않다. 이번에는 단순히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리처야 다들 알다시피 압도적인 신체 능력에 머리까지 잘 돌아가는 사람이다. ｢리처｣는 결국 액션 드라마라 액션이 중심인데, 시즌 4 초반에는 이상하게 리처가 많이 얻어맞는다. 일방적으로 당하는 장면도 꽤 나온다. 그게 오히려 이번 시즌의 리처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이번에는 주먹보다 머리를 더 많이 써야 하는 상황이다. 눈앞의 상대를 때려눕히는 것보다 누가 적인지, 누가 자신을 쫓고 있는지, 어떻게 빠져나갈지를 계산해야 한다. 리처의 전략가적인 면모가 훨씬 두드러질 것 같다. 시즌 3에서 리처는 정부 편에 서서 악당의 본거지에 언더커버 요원으로 잠입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다. 정부의 여러 기관과 정치인들에게 쫓기는 입장이 됐다. 상대가 너무 많다. 그래서 이번 시즌은 단순한 액션물보다는 정치 스릴러에 가까운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물론 리처가 나오는 이상 주먹질과 총격전이 빠질 리는 없겠지만, 그보다 이번에는 리처가 어떻게 이 거대한 판을 뒤집을지가 더 궁금하다. 8부작이라고 하니 매주 한 편씩 기다리면서 보는 재미도 꽤 있을 것 같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21/pimg_639229143362257903.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63527</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바닷가에서</category><title>초코파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61532</link><pubDate>Thu, 20 Aug 2026 12:1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61532</guid><description><![CDATA[초코파이는 꼭 시 같다. 중간에 초코파이를 배신한 적도 있다. 오예스에게 마음을 빼앗기기도 했고, 몽쉘통통이 더 맛있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까지 곁에 남아 있는 건 초코파이다. 어릴 때도 맛있게 먹었고, 지금도 여전히 맛있다. 참 이상하다. 이렇게 오래 먹었는데도 질리지 않는다. 그런 음식이 몇이나 있을까. 아마 누구에게나 초코파이에 관한 일화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오리온에서 초코파이 일화 공모전을 연다면 굉장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다. 특히 남자들, 그중에서도 군필자라면 더 그렇다. 훈련소에서 종교행사를 갔다. 기독교를 선택하면 초코파이를 줬다. 그 초코파이 하나를 먹겠다고 일요일 오전에 에이급 전투복을 차려입고 먼 길을 행군해서 교회에 갔다. 잠을 참아가며 설교를 듣고 나면 드디어 초코파이를 받는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때는 그게 그렇게 좋았다. 전투복 주머니에 초코파이 하나를 넣고 돌아오는 길은 괜히 마음이 든든했다. 나는 자주 두 개를 먹었다. 조교 한 명이 나와 같이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헤어질 때 자기 초코파이를 내게 줬다. 왜 줬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지만, 오는 동안 대화를 꽤 많이 했던 기억은 난다. ​그래서 퇴소할 때 그 조교를 불러 같이 밥을 먹었다. 그 조교도 조교 중에서 막내라 얼굴에 고생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막내 조교는 매일 늦은 시간까지 선임 조교에게 혼나면서 훈련받았다. 부모님이 싸 오신 닭고기는 아마 그 조교가 거의 다 먹었던 것 같다. ​그런데 자대배치를 받고 신병이 되자 초코파이가 갑자기 다른 얼굴로 변했다. 밥을 먹고 들어왔는데 고참이 나를 불렀다. “먹어.” 초코파이였다. 한 개. 두 개. 세 개. 우욱. 다 먹지 않고 틈이 보이면 군화로 머리를 한 대씩 처맞았다. 머리통은 맞아도 별로 표시가 나지 않았다. 그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신병 생활이 끝나고 막내로 지내던 어느 날, 새벽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 관물함을 열었는데 초코파이가 들어 있었다. 한두 개가 아니었다. 괴롭히던 고참이 새벽에도 잠을 안 자고 있다가 나를 불러내 초코파이를 먹였다. 우욱. 첫 외박을 나가기 전날에는 더 심했다. 밥을 먹고 들어온 나에게 초코파이 한 박스를 먹게 했다. 우욱. 웩. 결국 다 토했다. 그리고 신나게 맞고 첫 외박을 나갔다. <br>그 뒤로 초코파이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예스도 있고 몽쉘통통도 있었다. 그런데 참 기묘하다. 시간이 지나자 그때의 괴로운 기억이 조금씩 밀려났다. 초코파이를 다시 먹기 시작했다. 어느 날 무심코 한 입 베어 물었는데, 그 맛이 그대로였다.&nbsp;​군대에서는 생일이 되면 케이크 대신 초코파이를 쌓았다. 그 위에 요플레를 잔뜩 뿌리고 초를 꽂았다. 이상하게 그게 케이크보다 좋았다. 요플레가 묻은 초코파이는 정말 맛있었다. 나는 원래 간식을 거의 먹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도 가끔 초코파이를 먹는다. 한 입 먹으면 어린 시절도 떠오르고, 훈련소도 떠오르고, 그 조교도 생각나고, 초코파이를 억지로 먹던 그 고참도 생각난다. 맞았던 기억까지 따라온다. 그런데도 먹는다. ​초코파이는 꼭 시 같다. 한때 배신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고, 다시는 안 보겠다고 마음먹을 수도 있다. 그런데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문득 돌아보면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마지막까지 남아서 곁을 지키고 있는 것. 초코파이는 그런 시다. ​초코파이에 관한 시를 지어 보자. ​어릴 때 평상에 앉아 할머니와 함께 먹던 초코파이, 이제 할머니는 없고 초코파이만 옆에 남아 있네. 초코파이를 먹으면 아픈 배를 약손이라며 슬슬 문질러 주었던 할머니의 손이 생각나네.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20/pimg_639228250134309878.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61532</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영화 이야기</category><title>애비게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59467</link><pubDate>Wed, 19 Aug 2026 12: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59467</guid><description><![CDATA[2024년에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별로였다. 이게 무슨 재미야?’ 싶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오히려 처음 봤을 때보다 재미있게 봤다. 그때는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다. 설정도 꽤 재미있고, 곳곳에 코믹한 장면을 심어놓았다. 무엇보다 애비게일이 연기를 잘했다. 자기는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하는 뱀파이어의 표정. 그게 꽤 능글맞다. 특히 혼자서는 안 되니까 손을 내밀며 같이 힘을 합쳐서 처죽이자고, 파이팅까지 하는 장면은 웃겼다. 사람들을 가지고 노는 뱀파이어인데 하는 짓은 묘하게 귀엽다.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하나씩 코믹한 구석을 가지고 있다. 누가 특별히 웃기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캐릭터 자체에서 웃음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캐서린 뉴튼이 재미있었다. 까불까불하면서 자기 나름대로 상황을 잘 헤쳐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결국 애비게일에게 속내를 모조리 간파당한다. 그리고 뱀파이어에게 물려버린다. 그런데 뱀파이어가 된 모습이 참 웃긴다. 무섭다기보다 ‘큭큭’ 웃게 만든다. 캐서린 뉴튼이 원래 가지고 있던 그 까불거리는 느낌이 뱀파이어가 된 뒤에도 그대로 남아 있어서 더 그렇다. 그리고 딘 역의 앵거스 클라우드. 영화에서 약과 술에 찌들어 있다가 제일 먼저 목이 잘려 죽는 인물이다. 그런데 앵거스 클라우드는 이 영화가 개봉하기 전해인 2023년에 약물 과다 복용으로 세상을 떠났다. [유포리아] 에서도 마약상을 연기했던 배우다. 그 사실을 알고 보니 영화 속 모습이 묘하게 다르게 보였다. 배우의 실제 삶을 알고 영화를 다시 보는 일은 가끔 이런 기분을 준다. 영화 자체는 1936년에 나온 [뱀파이어의 딸]을 바탕으로 했다. 뱀파이어인 애비게일이 먹잇감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꼬드기고, 가지고 놀다가 하나씩 죽여버리는 이야기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반전도 하나 던진다. 처음 봤을 때는 그저 그런 공포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설정이 꽤 재미있었다. 요즘 공포영화가 워낙 가뭄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별 감흥이 없었던 영화가 오히려 지금 다시 보니 꽤 재미있는 공포영화가 되어 있었다. 공포영화라고 해서 사람을 계속 놀라게 하고 피가 철철 흐른다고 재미있는 것도 아니다. 고어가 심한 영화들을 보면 어느 순간부터 무섭다기보다 피곤해진다.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면 징그럽기만 하다. 그런 면에서 [애비게일]은 적당하다. 잔인한 장면이 없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역겹지는 않다. 피가 나오고 사람이 죽어나가는데도 영화가 지나치게 무겁지 않다. 중간중간 웃기는 장면이 끼어들고 배우들이 그걸 잘 받아낸다. 그래서였을까. 2024년의 나는 ‘이게 무슨 재미야?’ 하면서 봤는데, 2026년에 다시 본 나는 꽤 재미있게 봤다. 영화도 가끔은 보는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영화인데 내가 달라진 건지, 영화가 달라진 건지 모르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19/pimg_639227382828444378.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59467</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영화 이야기</category><title>사랑이 온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57547</link><pubDate>Tue, 18 Aug 2026 13:2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57547</guid><description><![CDATA[이 드라마는 리얼리티인 줄 알았는데 거의 초현실에 가깝다. 모든 게 전부 우연이다. 마침 그 자리에 있고, 마침 그 사람이었고, 마침 그 애가 거기에 있고, 마침 가는 곳이 거기고, 마침 인터넷에서 만나 개싸움 한 상대가 그 사람이고. 모든 게 초현실처럼 마침 거기에 그 사람이 있고 하필 그 사람이 나타난다. 또 대사 대부분이 복선이다ㅋㅋㅋ 초반에 볼 때 휴대폰 때문에 몇 년 전 배경인가? 싶었는데, 갑자기 8년 후가 되었고, 8살 아이가 나타나서 이 아이가 내 아이가? 그렇게 흘러간다. 게다가 등장인물 전부 좀 과하다. 오버가 흘러넘친다. 일단 규림이 동생 규영이가 사기 결혼을 하려는데 여기에 오버가 작렬한다. 규영이가 빌런 역이라 그런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오버가 심하다. 그리고 한결이는 너무 애어른 같아서 뭐야? 하게 된다. 이토록 과하고 우연에 우연이 겹치다 못해 초현실에 가까운 드라만데, 문제는 재미있다. 내가 이런 걸 재미있게 본다고? 욕하면서 보고 있다. 이제 펼쳐질 이야기를 예상하면 한결이를 두고 내 손자를 데려갈게, 쪽으로 흘러가서 더 막장이 될 것 같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막장 신데렐라 이야기는 재미있다. 하니, 안희연은 이 드라마를 통해 모든 걸 극복하고 다시 꿋꿋하게 일어나 드라마, 영화에서 종횡무진하길 바라며.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18/pimg_639226564864834320.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57547</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영화 이야기</category><title>프리티 우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55452</link><pubDate>Mon, 17 Aug 2026 11:4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55452</guid><description><![CDATA[나는 영화 [프리티 우먼]을 몹시 좋아한다. 못해도 열 번은 넘게 봤다.​간단하게 말하면 신분 상승을 다룬 신데렐라 이야기다. 그런데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에드워드가 비비안 덕분에 사랑을 알게 되는 과정에 있다. 처음부터 사랑 이야기를 만들려고 시작한 영화도 아니었다. 로이 오비슨의 [프리티 우먼]이라는 노래를 듣고 각본이 나오면서 영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지금 보면 아주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당시에는 19금 영화였다. 붕가붕가 장면이 나와서가 아니다. 대사가 꽤 매웠다.​처음 제목은 [3000]이었다. 에드워드가 비비안과 일주일을 보내는 대가로 3,000달러를 주기 때문이다. 원래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예쁘게 끝나지도 않았다. 매춘과 마약 중독의 현실을 다룬 상당히 어두운 영화였다. 마지막에 에드워드는 비비안에게 돈 봉투를 던지고 떠난다. 비비안은 그 돈을 들고 디즈니랜드로 간다. 거기서 끝이었다.​그런데 디즈니가 제작권을 가지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게리 마샬 감독에게 로맨틱 코미디로 고쳐달라는 주문이 들어갔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프리티 우먼]은 그렇게 만들어졌다.​비비안과 에드워드 역도 처음부터 줄리아 로버츠와 리처드 기어였던 게 아니다. 당시 줄리아 로버츠는 신인이었고 미셸 파이퍼, 킴 베이싱어 같은 톱 여배우들이 후보에 올랐다. 에드워드 역 역시 알 파치노, 워렌 비티, 케빈 코스트너에게 먼저 갔다. 모두 거절했다.​리처드 기어도 처음에는 에드워드가 너무 평범한 역할이라며 거절했다. 그런데 줄리아 로버츠가 메모지에 ‘Please say yes’라고 써서 그에게 건넸고, 결국 두 사람이 만나게 됐다.​영화에서 재미있는 장면이 하나 있다. 오페라 보거 전 보석함 상자를 열어주다 비비안이 손 대려 할 때 갑자기 뚜껑을 닫아 비비안이 큰 입으로 빵 터지는 장면은 리차드 기어의 애드리브이었는데 영화에 그대로 삽입되었다​그 목걸이도 그냥 그럴듯하게 만든 소품이 아니었다. 진짜 다이아몬드 목걸이였다. 당시 가격이 250만 달러. 덕분에 촬영 내내 보석상 측에서 파견한 무장 경호원이 항시 대기였다. ​그리고 록시트.​영화의 주제가를 부탁받았을 때 록시트는 별로 내키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투어 중이었고 이런 코미디 영화에 넣을 노래를 새로 만들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발표했던 [It Must Have Been Love]에 크리스마스[제목에도 러브 대신 크리스마스가 있었던 걸로 안다] 가사만 살짝 바꾸어서 영화를 위해 만들었고, 주제가가 되었다. 그런데 그 노래가 록시트의 가장 큰 히트곡 가운데 하나가 되어버렸다.​나는 학창 시절 록시트의 [Joyride]를 듣고 좋아해서 용돈이 생길 때마다 앨범을 한 장씩 샀다. 집에 록시트 앨범도 여러 장 있다. 마리에 프레드릭슨은 그때 정말 멋진 스타였다. 노래도 잘했고, 내가 보기에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여성 보컬 중 한 명이었다. https://youtu.be/kR6-FHgBVeY?si=bMk6AK5q-nNOpHvx<br>그런 그녀가 2002년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투병에 들어간다. ​노래를 얼마나 부르고 싶었으면 몸이 조금만 나아져도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시력이 악화되고 기억 장애까지 생겼다. 매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공연했다.​지팡이를 짚고 무대에 선 그녀의 모습을 보면 전성기의 마리에 프레드릭슨은 없다. 얼굴도 실제 나이보다 훨씬 늙어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전성기의 그녀보다 투병 중이던 2012년 산티아고 공연을 더 좋아한다.​유튜브에 그 공연 풀 영상이 있다.​그곳의 마리에 프레드릭슨은 예전과 다르다. 몸도 제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그런데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사람의 얼굴이 있다. 아니,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사람의 얼굴.​공연 중간에 [It Must Have Been Love]를 부른다. 객석의 사람들이 함께 따라 부른다. 무대에 선 마리에와 객석의 수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가 되는 순간이 있다. 그 장면은 볼 때마다 뭉클하다.​이후 지팡이를 짚는 모습이 점점 많아졌고, 결국 마리 프레드릭슨은 2019년에 세상을 떠났다.​그래서 나는 [프리티 우먼]을 볼 때마다 영화만 보는 게 아니다.​로이 오비슨의 노래가 떠오르고, 처음 제목이 [3000]이었던 시절의 어두운 이야기가 떠오르고, 줄리아 로버츠와 리처드 기어가 이 역할을 맡게 된 과정도 생각난다. 보석함 뚜껑이 닫히던 순간도 생각난다. 무엇보다 영화 속 비비안 그 내면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리고 록시트와 마리에 프레드릭슨.​전성기의 마리에가 노래하던 모습, 병을 얻고도 무대에 올라 노래하던 모습, 산티아고 공연에서 객석과 함께 [It Must Have Been Love]를 부르던 모습까지.​영화 한 편을 보고 있는데 그 뒤에 있던 시간들이 필름처럼 촤르르 흘러간다.​그래서 [프리티 우먼]은 질리지 않고 잘 도 계속 본다.  https://youtu.be/TKS5tUmTzdY?si=fxMjEvT3O5qCIaNw]]></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17/pimg_639225639752328711.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55452</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영화 이야기</category><title>대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53589</link><pubDate>Sun, 16 Aug 2026 12:2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53589</guid><description><![CDATA[<br>이 영화는 박훈정 감독의 영화다. 망친 영화지만, 당시를 생각하면 그래픽도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호랑이 대호를 응원하게 되는 영화였다. 일제강점기인 1925년. 일본 총독부는 조선의 기세를 꺾고 일본의 우월함을 보여주겠다며 거대한 애꾸눈 호랑이 대호를 잡으려 한다. 가죽을 벗겨 전리품으로 만들 생각이다. 포상금까지 걸리자 조선인 사냥꾼들도 달려든다. 무리의 리더 구경은 대호를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총을 들지 않고 살아가는 명포수 천만덕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지만 거절당한다. 그러자 대호를 끌어내려고 새끼와 암컷까지 죽인다. 하지만 대호는 만만한 짐승이 아니다. 신군처럼 여겨질 정도로 거대한 이 호랑이는 사냥꾼들을 몰아붙이고, 결국 그들은 전멸 위기에 처한다. 대호가 산속에서 사냥꾼들과 일본 군인들을 덮치는 장면은 정말 좋았다. 물어뜯고 내던지고 달려드는 호랑이의 모습에서 묘한 카타르시스가 생긴다. 이 영화에서는 사람이 아니라 호랑이 편에 서게 된다. 그리고 대호는 단순한 맹수가 아니다. 사냥꾼들에게 암컷과 새끼들을 잃은 놈이다. 엄청난 분노로 복수할 이유가 충분하다. 영화가 그 감정을 꽤 노골적으로 밀어붙이기 때문에 마지막에 사라져버린 대호의 이야기가 역사와 겹쳐지면서 비극적으로 다가온다. 최민식의 연기와 대호가 만나는 순간도 뭉클했다. 그래서 더 아쉽다. 조금만 더 잘 만들었으면 꽤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었다. 특히 대호의 움직임이 좀 더 현실적이었다면 훨씬 몰입했을 것이다. 그래픽이 영화의 발목을 잡은 부분이 분명히 있다. 좋은 이야기였다. 그런데 좋은 이야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그래서 보고 나면 재미보다 아쉬움이 조금 더 오래 남는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16/pimg_639224801263737834.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53589</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영화 이야기</category><title>리그레팅 유</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52002</link><pubDate>Sat, 15 Aug 2026 11:3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52002</guid><description><![CDATA[요즘 이런 설정의 이야기가 유행인가? 나의 아내와 너의 남편이 우리 몰래 만나고 있다가, 동반 여행 중 자동차 사고로 동시에 죽는다. 그 뒤에야 두 사람의 관계가 밝혀진다. 최근의 [티셔츠가 마를 때까지]도 그렇고, 허진호 감독의 [외출]도 비슷한 설정에서 출발한다. [리그레팅 유] 역시 그렇다. 반쪽을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내가 그렇게 사랑했던 아내가 나 몰래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도 다른 지역에서 같은 버스에 나란히 타고 가다가 사고를 당했다. 죽음과 배신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셈이다. [리그레팅 유]에서는 자매의 성격이 정반대다. 남자들도 서로 다른 성격의 여자들을 만난다. 그러니까 언니의 남편이 동생과 잘 맞고, 동생의 남편이 언니와 잘 맞는 성격이다. 하지만 결혼은 만나는 사람과 한다. 그리고 사고로 두 사람이 죽고 나서야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드러난다. 주인공은 언니의 딸로 나오는 맥케나 그레이스다. 엄마보다 이모를 더 따르는 아이. 아빠와 이모를 한꺼번에 잃고 슬픔에 허덕이던 아이가 그 시간을 지나가는 이야기다. 엄마 역의 앨리슨 윌리엄스는 엄마라고 하기엔 너무 젊어 보인다. 재미있는 건 이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이 대부분 다른 작품에서 워낙 강한 캐릭터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앨리슨 윌리엄스는 그 유명한 [겟 아웃]에서 정말 개지리는 빌런 연기를 했다. 특히 시리얼을 하나씩 먹으면서 우유를 따로 마시는 장면. ‘이걸 이렇게 표현한다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 남편 역의 데이브 프랑코는 모두가 아는 제임스 프랑코의 동생이다. [나우 유 씨 미 3]이나 [러브 라이즈 블리딩]에서도 강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이모 역의 윌라 피츠제럴드는 [리처] 시즌 1에서 리처와 함께 강력범들을 때려잡던 경찰로 나왔고, 아빠 역의 스콧 이스트우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들로, [캐시트럭]에서는 강력한 빌런이었다. 그런 배우들이 여기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감정을 보여준다. 소리 지르고 때려잡는 캐릭터가 아니라 상실과 후회, 가족 사이의 감정을 섬세하게 끌고 간다. 배우 보는 재미도 꽤 있다. 물론 설정이 비슷한 영화들이 계속 나오니 조금 식상한 건 어쩔 수 없다. ‘왜?’ 싶은 구석이 있다. 그래도 배우들의 연기가 좋아서 볼 만하다. [안녕, 헤이즐]의 감독이 연출을 맡아서 그런지 로맨틱 드라마의 결도 확실하다. 이야기가 아주 새롭지는 않은데, 오히려 요즘처럼 도파민 터지는 영상이 넘쳐나는 때에는 이런 영화가 더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별일 없이 사람들이 앉아서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영화. 그런 것도 가끔은 필요하다. 보다보면 알겠지만 좀 갑갑하고 답답한 장면이 많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15/pimg_639223903961725997.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52002</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영화 이야기</category><title>바톤 핑크처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50344</link><pubDate>Fri, 14 Aug 2026 12:1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50344</guid><description><![CDATA[<br>모텔 벽에 해변을 바라보고 앉은 여자의 뒷모습 그림이 걸려 있었다. [바톤 핑크]에 나오는 그 그림과 비슷했다. 모텔 주인이 이런 취향을 가진 사람인가. 싸구려 모텔 방에 이런 그림이 걸려 있으니 묘했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그림 옆의 벽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원래부터 그랬는지, 내가 샤워하는 동안 그렇게 된 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림은 멀쩡하게 벽에 붙어 있었다. 나는 그림을 한참 바라봤다. 바톤 핑크도 그랬다. 싸구려 호텔 방에 틀어박혀 시나리오를 써야 했지만 한 줄도 쓰지 못했다. 작가라는 자부심은 있었고,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 했다. 그런데 정작 청탁받은 건 B급 영화 시나리오였다. 그것조차 쓰지 못했다. 그러자 불안과 망상이 방 안으로 기어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런 바톤 핑크가 어느 순간 미친 듯이 글을 쓰게 된다. 왜 그랬을까. 그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방이 좀 덥다는 느낌이 들었다. 에어컨을 보니 바람은 나오고 있는데 전혀 시원하지 않았다. 카운터에 전화를 걸었다. “에어컨이 안 됩니다.” 곧 올라오겠다고 했다. 텔레비전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다시 그림을 봤다. 그런데 여자가 조금 몸을 튼 것 같았다. 처음부터 저렇게 앉아 있었나? 한참 들여다봤다. 이상하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몸이 끈적거렸다. 땀이 나기 시작했다. 방금 샤워를 했는데 피부에 남아 있던 물기가 땀으로 바뀌었다. 제기랄. 얼굴에서 땀이 흘렀다. 목도 축축했다. 다시 카운터에 전화를 걸어 화를 냈다. 그런데 카운터에서는 지금 복도에 불이 났다고 했다. 직원이 바로 올라갈 수 없으니 방 안에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귀에서도 땀이 물처럼 흘러내렸다. 너무 더웠다. 그런데 그림 속 해변은 시원해 보였다. 여자는 바다를 등지고 앉아 있었다. 이번에는 양손을 뒤로 뻗고 있었다. 이상하다. 분명 처음에는 한 손을 들어 차광막처럼 햇빛을 가리고 있었던 것 같은데. 뭐가 진짜였을까. 그림이 변한 걸까. 아니면 내가 잘못 본 걸까. 예술이라는 게 별것 아닌 데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특별한 사람만 특별한 것을 보는 게 예술이라면, 그것은 결국 특별한 사람들의 장난에 불과할 것이다. 평범한 사람. 평범한 방. 평범한 벽. 손을 뻗으면 닿는 그런 곳에서 이상한 것이 나온다. 인간의 내면도 그런 것 아닐까. 가만히 들여다보면 조금 전과 다른 모습이 되어 있는 모텔 방처럼. 현실과 환상 사이에 문 하나가 있다면 예술은 그 문을 없애버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작가는 고독해야 한다. 철저하게. 고독하지 않으면 한 줄도 쓰지 못한다. 복도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불길이 보였다. 사이렌 소리가 점점 커졌다. 나는 문 쪽을 바라봤다. 복도의 화마가 방 안으로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바톤 핑크가 되지 못하고 이렇게 죽는구나. 너무 덥다. 너무 뜨겁다. 타오른다. 그때 해변을 걷던 여자가 말했다. “날씨가 참 좋죠?” 바닷바람이 시원했다. 나는 여자를 바라봤다. “당신은 배우인가요?” 그녀가 웃었다. “그런 소리 말아요.” 여자는 다시 해변에 앉았다. 그녀는 해변에 앉아서 차광막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를 보지 않은 채 바다를 바라봤다. 언젠가 나도 바톤 핑크 같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14/pimg_639223061492217770.pn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50344</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바닷가에서</category><title>사람 일은 몰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48272</link><pubDate>Thu, 13 Aug 2026 12:1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48272</guid><description><![CDATA[사람 일은 참 알 수 없다. 단 하루 만에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뒤집힐지 모른다. 하영은 친일파 가족사를 언급한 뒤 실시간으로 광고가 취소되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넷플릭스 인터뷰까지 취소됐다. 손절이 거의 시간 단위로 벌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영상과 사진도 몇 분 단위로 파묘되고 있다. 그런데도 하영은 소속사 뒤에 숨어 있고, 드라마 쪽에서는 아직 하영을 포기할 수 없는지 내년 공개 예정인 작품 촬영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글쎄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br>그리고 우리의 영원한 영구, 심형래 소식. [디워]가 넷플릭스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당시에도 참 대단했다. 영화 자체가 그 정도였나 싶었는데 홍보를 얼마나 밀어붙였던지 [캐리비안의 해적]과 [트랜스포머]까지 제치며 화제가 됐다. 당시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이 거의 400만 명을 동원했는데, [디워]는 8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았다. 그런데도 제작비를 회수하지 못해 결국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지금은 전 세계 넷플릭스에서 [디워]가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물론 영화가 다시 평가받을 만한 작품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외국인들도 눈이 있는데,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심형래 감독 입장에서는 꽤 기분 좋은 일이 아닐까. 개봉한 지 19년 만에 이렇게 지대한 관심을 받을 거라고 누가 생각을 했을까? 정말 사람일이란 알 수가 없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13/pimg_639222202768208442.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48272</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영화 이야기</category><title>Magpie 함정</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48267</link><pubDate>Thu, 13 Aug 2026 12:1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48267</guid><description><![CDATA[눈치채고 계속 예의주시하는데도 바람을 피운다. 조마조마하지도 않나. 애들도 있고 아내가 휴대전화까지 검사한다. 어디 가는지도 뻔히 지켜본다. 그런데도 바람을 피운다.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 둘째를 낳고 남편은 무려 8개월이나 촬영을 핑계로 집을 비운다. 딸이 아역배우로 영화 촬영을 시작하자 이번에는 촬영장에서 딸의 엄마 역으로 나오는 배우와 바람을 피우려고 계속 들이댄다.그러면서 아내가 정신적으로 병들어 간다고 떠들고 다닌다. 바람피우는 것도 재능이 아닐까 싶다. 재능이 없으면 나 같은 바보는 아예 시작도 못 한다. 특히 요즘처럼 휴대전화 하나로 연락부터 만남까지 다 해결할 수 있는 시대에, 아내가 바로 옆에서 감시하고 있는데도 다른 여자와 계속 연락한다는 건 단순히 대담한 정도가 아니다. 타고난 기질이 있는 거다. 미행을 붙이고 조사원까지 붙여놔도 피울 인간은 피운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이 집의 균열도 결국 남편의 바람기에서 시작된다. 정신이 이미 다른 여자에게 가 있는 게 눈에 보인다. 그런데 정작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다. 오히려 눈앞에 있는 아내가 귀찮고 싫다. 딸 촬영을 핑계로 촬영장에 가서는 계속 문자를 주고받는다. 아내가 지켜보고 있으니 마음대로 만날 수도 없다. 그러니까 휴대전화에 더 매달린다. 한 통, 한 통 오는 메시지에 행복해한다. 그녀가 보내는 말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지고, 지금 함께 살고 있는 아내는 점점 더 싫어진다. 참 이상한 인간이다. 그렇게 매일 문자로 사랑을 속삭인다. 그리고 딸의 마지막 촬영 날이 온다. 이제 모든 촬영이 끝났다. 아내는 여배우 알라시아를 집으로 초대한다. 남편은 알라시아를 보자마자 크게 놀란다. 그런데 정작 알라시아는 남편이 왜 저렇게 놀라는지 모른다. 아무것도 모른 채 식탁에 앉아 같이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결국 일이 터진다. 이 영화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면 꽤 재미있다. 반전 영화라고 하는데, 내 눈에는 반전이라기보다 복수에 더 가깝다. 앞에서 벌어진 일들을 생각하면 마지막에 벌어지는 일이 아주 뜬금없지는 않다. 결국 그놈의 바람기다. 바람은 정말 타고나는 것 같기도 하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13/pimg_639222202275532252.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48267</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영화 이야기</category><title>겨울나그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46282</link><pubDate>Wed, 12 Aug 2026 11:4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46282</guid><description><![CDATA[<br>최인호의 [겨울나그네]는 구조가 너무 선명하다. 네 명의 남녀가 있고, 이 사람이 저 사람을 좋아하고, 저 사람은 또 다른 사람과 엇갈린다. 처음부터 대충 어떻게 흘러갈지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게 재미가 있다. 이런 소설은 구조가 뻔하면 재미가 없어야 하는데 오히려 반대다. 반듯한 의대생 강석우는 반듯한 음대생 이미숙을 좋아한다. 둘을 이어주려고 나서는 사람이 경영학과 선배 안성기다. 그런데 안성기는 강석우와는 정반대다. 막 사는 인간이다. 인생을 별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강석우의 집안에서 터진다. 아버지가 죽음을 앞두고 있고, 배다른 형인 양택조는 집안의 재산을 전부 차지하려 한다. 그러면서 강석우에게 친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흘린다. 강석우는 결국 한 나이트클럽의 큰손인 김영애를 찾아간다. 그런데 이 사람이 자신의 친어머니 동생이라는 걸 알게 된다. 여기서부터 강석우의 인생이 이상하게 틀어지기 시작한다. 자기가 누구의 아들인지, 왜 이런 환경에서 살아왔는지. 지금까지 반듯하게 살아온 것이 과연 자신의 삶이었는지. 그런 생각들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나이트클럽 댄서 이혜영은 그런 강석우에게 관심을 보인다. 강석우가 나이트 세계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간이라서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강석우는 이혜영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강석우의 마음은 전부 이미숙에게 가 있다. 그러다 아버지가 죽고 강석우는 김영애 밑에서 생활하면서 점점 나쁜 짓을 배우게 된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나 싶을 정도다. 그 사이 안성기는 반대로 간다. 막 살던 인간이 어느 순간부터 깔끔하고 반듯해진다. 회사에 취직하고, 강석우 대신 이미숙을 자주 만난다. 결국 둘은 결혼한다. 이렇게 보면 참 잔인하다. 처음에는 강석우가 이미숙을 좋아했고, 안성기는 둘을 이어주려고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리가 바뀐다. 반듯했던 강석우는 이혜영과 살림을 차리고, 이미숙은 안성기와 결혼한다. 그런데도 강석우는 이미숙을 잊지 못한다. 결국 이미숙을 찾아간다. 잠깐이지만 둘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이 장면이 더 지독하다. 서로 좋아하면서도 같이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잠깐 서로에게 돌아가는 것. 그 짧은 시간이 오히려 이후의 불행을 더 크게 만든다. 강석우는 다시 나쁜 짓을 하러 나가고 결국 죽는다. 이혜영은 해외로 떠나면서 아들을 안성기와 이미숙에게 맡긴다. 그리고 이야기는 그렇게 끝난다. 이미숙은 자신이 끝내 잊지 못했던 강석우를 아들을 통해 다시 만나는 셈이다. 사람은 사라졌는데 흔적은 남아 있다. 그 흔적이 하필 가장 사랑했던 사람의 아들이라는 것도 참 지독하고. 나중에 손창민, 김희애가 나온 버전으로 한 번 더 만들어졌는데 그것도 재미있다. 최인호 원작 영화는 대체로 재미가 있다. 이야기가 어렵지 않다. 구조가 확실하고 남녀 사이의 갈등이 개인적인 사랑에만 머물지 않고 가족이나 계급, 돈 같은 문제하고 붙는다. 그래서 그냥 멜로만 보고 끝나는 영화가 아니다. 다만 이미숙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전형적인 인물이다. 반듯하고 착하고 사랑받는 여자. 말하자면 스테레오타입에 가깝다. 내가 오히려 재미있게 본 건 이혜영이다. 나이트클럽 댄서로 나올 때는 상당히 강한 여자다. 그런데 강석우를 사랑하면서 사람이 완전히 달라진다. 사랑 아니면 죽음, 거의 그 정도까지 간다. 그러다가 아이를 낳고는 악착같이 살아가는 여자가 된다. 사랑에 빠진 여자와 살아남아야 하는 여자가 한 사람 안에 같이 있다. 특히 강석우가 나이트클럽에서 먹고 자면서 생활하는 장면이 기억난다. 나이트 문을 닫은 뒤 이혜영이 들어온다. 코트를 벗어버리면 속옷 차림의 몸이 드러나는데, 당시 기준으로도 상당히 인상적인 장면이다. 지금 운동을 열심히 한 사람처럼 복근이 잡힌 몸도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단순히 몸을 보여주는 장면으로만 기억되지는 않는다. 이혜영이라는 여자가 어떤 세계에서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처럼 남는다. [겨울나그네]에서 제일 지독한 건 사랑이다. 바라고 원하는 사랑이 바로 앞에 있다. 손만 뻗으면 될 것 같은데 막상 손을 뻗으면 달아난다. 겨우 여기까지 왔다 싶으면 또 저만큼 멀어진다. 그러다 지쳐서 옆에 있는 사람과 결혼한다. 그런데 꼭 그때 다시 나타난다. 사랑은 왜 늘 타이밍을 이렇게 엉망으로 만드는지. 조금만 빨랐거나 조금만 늦었으면 달라졌을 사람들의 인생이 계속 엇갈린다. 불행과 행복이 손바닥과 손등처럼 붙어 있다가 뒤집힐 때마다 서로의 자리를 바꾼다. [겨울나그네]는 결국 그 뒤집히는 순간들을 오래 보여주는 이야기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12/pimg_639221317573582205.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46282</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영화 이야기</category><title>이블데드 번</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44307</link><pubDate>Tue, 11 Aug 2026 11:4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44307</guid><description><![CDATA[<br>이블 데드도 시리즈가 되어 계속 나온다. 샘 레이미의 코믹 공포로 시작했던 이블 데드는 갈수록 잔인해지고 있다. 코미디는 빠지고 피와 살점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제는 거의 극한의 고어 영화에 가깝다. 그런데 재미있냐고 묻는다면 글쎄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장면은 정말 징그럽다. 신체가 잘리고 찢기고 피가 터진다. 차마 똑바로 보고 있기 힘든 장면도 계속 나온다. 그런데 이야기가 재미있는 건 아니다. 이번에도 내용 자체는 상당히 단순하다. 한 가족이 시골 저택에 모인다. 그리고 악령이 나타난다. 그 순간부터 가족들은 서로 물어뜯고 찌르고 자르고 죽이기 시작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순식간에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시리즈라고는 하지만 앞의 이야기와 직접 이어지는 건 아니다. 그냥 제목이 이블 데드니까 보는 거다. 영화는 처음부터 피를 들이붓는다. 호수에 낚시하러 나온 사람이 악령에게 공격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악령의 머리만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모습부터 기분이 상당히 나쁘다. 그리고 사람 하나를 아주 잔인하게 박살 내버린다. 이게 앞으로 벌어질 일을 미리 보여주는 셈이다. 이후에는 쉴 틈이 없다. 장례식을 위해 모인 가족이 있던 저택이 순식간에 살육의 장소가 된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서로 믿고 의지해야 하는 사람들이 악령에 홀리면서 서로에게 칼을 들이댄다. 거짓말도 하고 속이기도 한다. 피를 나눈 사이라고 해서 끝까지 서로를 지켜주는 건 아니다. 상황이 무너지면 가족이라는 관계도 얼마든지 폭력의 대상으로 바뀐다. 그 사이에 악령이 있다. 솔직히 이야기만 놓고 보면 별것 없다. 악령이 나타나고 사람들이 죽는다. 또 죽고, 또 피가 튄다. 신체가 훼손되고 비명이 나오고 욕설이 쏟아진다. 미국식 욕설도 정말 원 없이 나온다. 그래서 이 영화는 이야기를 본다기보다 고어를 보 영화에 가깝다. 잔인한 장면 하나가 끝나면 또 다른 잔인한 장면이 나온다. 처음에는 충격적인데 계속 보다 보면 오히려 사람이 지친다. ‘이제 그만 좀 나오지’ 싶은 순간에도 또 나온다. 피와 살점의 양으로 관객을 밀어붙이는 방식이다. 이블 데드라는 이름 때문에 샘 레이미식 기괴한 유머와 코믹함을 기대한다면 조금 당황할 수도 있다. 지금의 이블 데드는 웃기기보다는 불쾌하고, 기괴하기보다는 끔찍한 쪽으로 훨씬 많이 가 있다. 내용이 빈약하다는 약점도 분명하다. 대신 그 빈자리를 고어가 미친 듯이 채운다. 프랑스식 극한 고어 영화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경험해 볼 만하다. 다만 스토리가 재미있어서 끝까지 보게 되는 영화는 아니다. 피가 얼마나 더 나올 수 있는지, 인간의 몸을 어디까지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훨씬 진심인 영화다. 제작은 샘레이미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11/pimg_639220455339567089.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44307</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영화 이야기</category><title>라스트하우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42597</link><pubDate>Mon, 10 Aug 2026 12:2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42597</guid><description><![CDATA[<br><br>넷플릭스에서 기묘한 거 하나 또 내놨다. 몇 달 전에도 비슷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때는 아파트에 사람들이 갇히는 이야기였는데,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훨씬 낫다. 등장인물도 달랑 네 명이다. 초반에 잠깐 엑스트라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사실상 네 명이 영화의 전부다. 그런데 이 네 명이 이를 악물고 버틴다. 보는 사람까지 붙잡아 놓고 끝까지 끌고 간다. 비가 미친 듯이 쏟아지는 어느 날, 단란한 가족이 집 안에서 강아지와 함께 평범한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다음 날. 문이 안 열린다. 현관문만 그런 게 아니다. 집 안에 있는 문이라는 문은 전부 열리지 않는다. 창문을 깨려고 해도 금이 가는 순간 무언가가 그 틈을 메워버린다. 밖으로 나갈 방법이 없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하루 이틀이야 버틸 수 있다. 일주일도 어떻게든 버틴다. 그런데 다른 집들도 똑같은 상황이라는 걸 알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 달, 두 달. 먹을 것이 떨어지고 물이 떨어진다. 그러자 가족이라는 가장 안전한 울타리부터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사랑으로 묶여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이 먹을 것 하나, 물 한 병 때문에 서로를 미워한다. 화면을 보고 있으면 저 가족이 얼마나 개고생을 하고 있는지 그대로 느껴진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일으킨 것이 있다. 크툴루 신화에 나올 법한 괴물이다. 처음에는 우주에서 온 외계 생명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계속 내리는 비가 그냥 빗물이 아니다. 바닷물이다. 모습을 드러내는 괴물 역시 바다 밑에서 기어 올라온 것 같은 기괴한 생명체다. 가족은 점점 이게 무엇인지 알아가면서 동시에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도 터득한다. 결국 집 안에서 살아남는 법을 찾아낸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아이들은 어느덧 거의 성인이 될 만큼 자란다. 그리고 마침내 만난다. 괴물과 가족이. 솔직히 한 시간 정도까지는 조금 지루하다. 영화가 집 안에 갇힌 사람들의 생활을 꽤 오래 보여준다. 그런데 그 시간을 넘기고 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그동안 쌓아놓은 것들이 하나씩 터진다. 재미있는 건 우리가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집을 공포의 장소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이다. 밖에 괴물이 있으니 집 안으로 들어가면 안전할 것 같지만, 정작 그 집 안에서 가족이 무너진다. 가족이라는 사랑의 안전장치도 결국 인간이 만든 것이고, 먹을 것과 물이 사라지면 그 안전장치가 얼마나 쉽게 망가지는지를 보여준다. 거기에 바다 밑에서 올라온 정체불명의 괴생명체까지 붙었다. 가족의 붕괴, 고립, 생존, 괴물, 재난. 할리우드식 장르 영화가 보여줄 만한 재미는 이것저것 다 들어 있다. 마지막은 좀 읭스럽다. 뭔가 오리엔탈리즘 냄새가 나는 결말인데, 이건 굳이 그렇게까지 갔어야 했나 싶다. 그래도 넷플릭스 영화라는 걸 생각하면 꽤 재미있게 봤다. 초반 한 시간만 조금 버티면 된다. 그 뒤부터는 가족이 과연 저 집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리고 저 바다 괴물이 도대체 어디까지 인간을 몰아붙일지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10/pimg_639219613357725571.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42597</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영화 이야기</category><title>닥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40508</link><pubDate>Sun, 09 Aug 2026 11:3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40508</guid><description><![CDATA[<br>진짜 공포는 귀신이나 미지의 존재가 아니다. 늘 우리 곁에 있는 인간이다. 김창완은 평소에는 푸근한 옆집 아저씨 같은 이미지를 자주 보여준다. 그런데 악역을 맡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힌다. 사람 좋은 미소는 그대로인데 그 안에서 서늘한 광기가 새어 나온다. 그래서 더 무섭다.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답게 노출 수위도 있는 편이다. 하지만 더 눈길을 끄는 건 성형외과 의사인 인범이 사람을 죽이는 방식이다. 돈 때문도, 복수 때문도 아니다. 이유가 선명하지 않다. 사람을 장난감 다루듯 가지고 놀다가 죽인다. 그 점이 오히려 현실적인 사이코패스처럼 느껴진다. 젊은 아내가 불륜을 저지른 뒤 이어지는 응징 장면은 꽤 소름이 돋는다. 애초에 그녀가 인범과 결혼한 이유부터 비극이다. 돈을 좇은 어머니가 딸을 떠밀다시피 결혼시켰고, 남편이 집을 비우면 옛 연인 영관을 만나 숨통을 튼다. 인범은 완벽한 괴물도 아니다. 영관을 뒤쫓아가 살해하려다 실패하고, 분노를 주체하지 못한 채 수술대 앞에서는 손까지 떤다. 결국 수술을 중단하고 환자의 남자친구에게 얻어맞는다. 감정이 폭주할수록 더 잔혹한 행동으로 치닫는 인물이다. 아내에게는 늘 같은 머리 모양과 비슷한 옷차림을 강요한다. 자신의 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참지 못한다. 아내가 그 비위를 맞추며 지쳐가는 모습도 꽤 답답하게 다가온다. 결국 분노의 화살은 장모에게까지 향한다. 주삿바늘 하나로 끔살을 저지르는 장면은 이 영화가 왜 청불인지 단번에 납득하게 만든다. 다시 꺼내 보니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김창완의 섬뜩한 악역 연기 하나만으로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닥터]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한 번쯤 볼 만한 숨은 사이코 스릴러다. 단점은 김창완은 연기가 좋은데 아내 역의 배우 연기가 좀.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09/pimg_639218723198372567.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40508</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영화 이야기</category><title>레디 오어 낫: 죽음의 숨바꼭질</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38941</link><pubDate>Sat, 08 Aug 2026 12:0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38941</guid><description><![CDATA[미친 집안이 이번에는 자매를 잘못 건드렸다. 영화는 1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피범벅이 된 그레이스가 집 밖 계단에 털썩 앉아 담배를 피우는 모습으로 2편이 시작된다. 7년 만에 나온 속편인데도 사마라 위빙은 시간의 공백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관리가 대단하다. 그레이스가 병원에 입원하고, 유일한 보호자로 등록된 동생 페이스 맥콜리가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번에는 자매가 악마와 계약한 그 미친 집안 사람들과 또 한 번 목숨을 건 숨바꼭질을 벌인다. 사마라 위빙과 캐서린 뉴튼의 조합은 꽤 좋다. 문제는 두 사람이 영화 내내 얻어맞는다는 것. 정말 ‘이 정도면 그만 때려도 되지 않나’ 싶을 만큼 처참하게 두들겨 맞는다. 그런데 이게 뭐랄까? 얼굴은 피투성이인데 묘하게 예쁘다. 피 분장이 얼굴을 망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배우들의 분위기를 더 살린다. 미술팀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피가 흘러도 화면은 끝까지 스타일리시하다. 오랜만에 보는 사라 미셸 겔러도 반갑다. 악마와 계약한 댄포스 가문의 장녀로 등장하는데, 등장만으로도 존재감이 있다. 일라이저 우드 역시 정상인처럼 말하면서도 끝까지 미친 변호사 역할을 잘 소화한다. 1편보다 머리가 터지고 몸이 박살 나는 장면은 훨씬 많아졌다. 고어 수위는 확실히 올라갔다. 대신 전편이 갖고 있던 숨 막히는 긴장감과 쫄깃한 추격전의 맛은 조금 옅어졌다. 그래도 킬링타임으로 보기에는 충분하다. 터질 건 시원하게 터지고, 죽을 사람은 화끈하게 죽는다. 큰 기대만 내려놓는다면 피 냄새 가득한 블랙코미디 한 편을 꽤 유쾌하게 즐길 수 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08/pimg_639217873012596549.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38941</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영화 이야기</category><title>소울8이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37214</link><pubDate>Fri, 07 Aug 2026 12:0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37214</guid><description><![CDATA[<br>소울8이트의 인공지능 메간 성인 버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한 로봇 엔지니어 데이비드는 인공지능 사라를 테스트한다. 그런데 사라가 너무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감정도 없고, 반응도 없다. 안전장치가 오히려 사라를 로봇처럼 만든다고 생각한 데이비드는 결국 감정 제어 장치를 없애 버린다. 여기에 아내의 기억까지 입력한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사라는 데이비드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의 사랑을 배운 적 없는 인공지능에게 사랑은 결국 소유욕으로 변한다. “나는 너 하나면 되는데, 너는 왜 계속 다른 것을 바라느냐” 같은 식으로 데이비드를 압박한다. 그리고 데이비드 주변의 사람들을 하나씩 제거하기 시작한다. 참 익숙한 이야기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을 갖게 되고, 그 감정 때문에 폭주한다. 수많은 영화에서 봤던 이야기다. 심지어 이름도 그렇다. 데이비드와 사라. 인공지능 영화에서 너무 자주 등장했던 이름들이라서 오마주했지 싶다. 사라 역의 릴리 설리번은 꽤 좋았다. 감정을 갖고 싶어 하지만 정작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 웃어야 할 때 웃고, 사랑해야 할 때 사랑하는 척하지만 어딘가 비어 있는 느낌. 그 미묘한 차가운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 영화에서 가장 인간적인 부분은 사라의 얼굴이었다. 특히 코. 요즘 배우들의 얼굴을 보면 비슷비슷하게 다듬어진 분필 같은 코가 많은데, 릴리 설리번의 코는 자연스럽다. 목소리도 스칼렛 조핸슨처럼 음색이 죽인다. 인공지능 역할을 하는 배우의 얼굴에서 오히려 인간적인 흔적이 느껴진다. 사라는 인간 남자의 본능도 잘 안다. 자신에게 접근하는 남자가 데이비드가 아니라면 결국 죽음으로 몰아간다. 이 부분은 꽤 잔인하다. 남자들이 당하는 장면은 생각보다 직접적이고 잔인하게 보여준다. 아쉬운 점은 분명하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공격하는 영화라면 결국 그 장면들이 얼마나 강렬하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부분이 부족하다. [메간]은 같은 소재라도 볼거리가 많았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공격하는 장면 자체가 하나의 구경거리가 됐다. 그런데 이 영화는 메간의 절반 정도도 따라가지 못한다. 마지막은 열린 결말이다. 사라는 물속으로 사라지지만 정말 죽은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인공지능이 상용화된 세상에서 부유한 노인의 아내가 된 인공지능을 보여준다. 그런데 묘하게 사라와 닮아 있다. 결국 말하고 싶은 건 하나다. 사라가 끝난 게 아니라는 것. 인공지능 공포 영화는 이제 너무 많이 나왔다. 그래서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영화도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다. 그래도 인간의 사랑과 집착을 인공지능이라는 틀 안에 넣었다는 점, 그리고 몇몇 잔인한 장면들은 볼 만하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07/pimg_639217012485062421.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37214</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영화 이야기</category><title>사랑이 온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35423</link><pubDate>Thu, 06 Aug 2026 11:5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35423</guid><description><![CDATA[오랜만에 막장 드라마다운 막장 드라마를 만났다. 이런 맛이 있었다는 걸 잊고 있었네. 사귀고 있는 두 사람이 알고 보니 친남매일 수도 있다 식의 전개가 툭 튀어나오고, 배우들의 오버스러운 연기와 과한 액션도 현실성은 잠시 내려놓은 채 밀어붙인다. 답답한 전개는 또 얼마나 심한지. 고구마를 한 솥 삶아 먹은 기분인데, 이상하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이런 드라마 얼마 만이냐. 설정도 정신이 없다. 가난한 집 엄마는 집을 나가 재벌 회장과 결혼하고, 또 다른 재벌가 아들인 하석진은 경영 수업을 한다며 레스토랑에서 일하다 안희연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안희연은 재벌 회장과 결혼한 그 엄마의 딸이다. 두 재벌가는 자기들끼리 자식들을 엮으려 하고, 그 한가운데 안희연이 끼어들고. 안희연 집안도 만만치 않다. 80년대 소녀 가장을 보는 것처럼 어린 나이에 집안 살림을 도맡고 동생들을 챙긴다. 무려 5남매의 장녀다. 새벽에 일어나 우유배달부터 시작해 밤 늦은 시간까지 고깃집에 레스토랑에. 그래도 울지 않는 캔디 같은 그녀. 이렇게 개고생해도 등장인물 여자들 중에 제일 깨끗하고 제일 예쁜게 함정이다. 아버지는 아버지라기보다 동네 건달에 가깝다.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어딘가에서 다 연결되어 있다. 처음엔 복잡한데 몇 회 보다 보면 이 정도는 막장의 기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등장인물이 전부 살타래처럼 얽혀있음. 등장인물들이 쓰는 휴대전화를 보면 배경도 지금보다 몇 년 전인 것처럼 느껴진다. 요즘은 이런 과장된 연기나 대놓고 막 밀어붙이는 전개를 보기 쉽지 않다. 그래서 더 반갑다. 말도 안 되는데 이상하게 계속 보게 되는, 딱 그런 드라마라 재미있음. 역시 재미는 막장이지. 하석진 공사판에서 일하다가 사고 당하는데 머리에 피 나는 거 봐서 혹시 기 억 상 실 증? ㅋㅋ 이 정도 막 나가야 할 텐데.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06/pimg_639216138622074385.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35423</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영화 이야기</category><title>그루지2020</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33720</link><pubDate>Wed, 05 Aug 2026 14:0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33720</guid><description><![CDATA[이 정도 배우들을 한데 모아놓고 이렇게 재미없는 영화를 만드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일본식 공포를 서양식으로 옮기려 했지만, 정작 원작이 가진 끈적하고 불온한 분위기는 사라졌다. 대신 영화는 조용히 흘러가다가 갑자기 ‘훅’ 튀어나오는 점프 스케어만 반복한다. 놀라기는 하는데 무섭지는 않다. 린 샤예도 나온다. 인시디어스 시리즈에서 워낙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라 반갑긴 했다. 손가락을 칼로 하나씩 잘라내는 장면은 순간적으로 섬뜩하지만, 공포영화를 꽤 본 사람이라면 어디선가 이미 여러 번 봤던 연출이다. 존 조,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베티 길핀. 조연들까지 얼굴을 보면 “아, 저 배우.” 싶은 사람들이 줄줄이 나온다. 그래서 더 아쉽다. 이런 배우들을 데리고도 영화가 끝까지 힘을 못 쓴다. 주온은 귀신이 나오기 전부터 공간 자체가 불길했다. 괜히 찝찝했고,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데 긴장됐다. 이 영화는 그 감각을 거의 살리지 못했다. 원작을 새롭게 해석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대로 가져온 것도 아니다. 어정쩡하게 비틀어 놓은 느낌만 남는다. 감독은 시간을 계속 과거와 더 과거로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흥미롭기보다 번거롭다. 원작보다 개연성도 많이 약해졌고 후반부로 갈수록 전개는 점점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마지막에는 “왜 이렇게 됐지?"라는 생각만 든다. 안드레아 라이즈보로의 연기는 역시 좋다. 늘 진지하고 흔들림이 없다. 원래도 예쁜 배우인데, 톰 크루즈와 함께 출연했던 오블리비언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작품에서 스스로를 아끼지 않고 망가지는 역할을 택하는 것 같다. 그런 점도 이 배우의 매력이다. 2005년 그루지가 나온 지도 오래됐다. 이제는 주온의 공포를 반복하기보다,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공포를 보여줄 때가 아닌가 싶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05/pimg_639215354943105585.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33720</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영화 이야기</category><title>방법</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31770</link><pubDate>Tue, 04 Aug 2026 12:5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31770</guid><description><![CDATA[드라마가 재미있어서 영화로도 나온 시리즈다. 이름, 사진 한 장, 그리고 소지품만 있으면 상대를 저주해 끔찍한 죽음으로 몰아넣는 소진의 능력은 지금 봐도 꽤 기괴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도 최병모 배우가 처참하게 당하는 부분이다. 잔인하기보다 기묘해서 오래 기억에 남는다. 최병모의 연기도 역시 좋다. 공포물은 이런 맛이 있어야 한다. 보고 있으면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지고, 계속 긴장하게 된다. 괜히 시간을 끌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힘이 빠진다. 영화판에서는 이설이 빌런으로 등장한다. 요즘 정말 자주 보이는 배우다. 그런 배우들이 몇 명 있다. 기생충에서 피자집 젊은 사장으로 나왔던 정이서는 지금 우리 학교는, 살인자ㅇ난감, 폭싹 속았수다, 원더풀스까지 쉬지 않고 작품을 이어가고 있다. 이아담도 멋진 신세계, 판사 이한영, 수상한 그녀 등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방법은 무속 신앙을 스릴러와 제법 영리하게 엮었다. 드라마에서는 성동일이 압도적인 빌런이고, 조민수를 비롯해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든든하게 받쳐 준다. 이야기는 사회부 기자 임진희가 국내 최대 기업 회장 전종현의 폭행과 비리를 파헤치면서 시작된다. 엄지원이 연기한 임진희와 정지소가 맡은 소진이 중심이 되어 악귀와 맞서는 과정이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게 만든다. 시즌 2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이 세계관은 더 이어가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04/pimg_639214447740643907.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31770</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영화 이야기</category><title>원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29914</link><pubDate>Mon, 03 Aug 2026 12:5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29914</guid><description><![CDATA[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낸 뒤, 그 사람을 잊지 못해 음악에 매달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 원스는 그렇게 시작한다. 원래 주인공은 킬리언 머피였다. 그의 출연이 결정되면서 제작비도 넉넉하게 확보됐다. 그런데 각본을 읽고 난 뒤 킬리언 머피는 출연을 포기한다. 그(영화는 이름이 나오지 않고 그와 그녀로 나온다) 노래가 너무 어려웠고,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것도 자신이 없다고 했다. 주연이 빠지자 제작비는 순식간에 2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막막했던 감독 존 카니는 평소 알고 지내던 밴드 더 스웰 시즌의 글렌 핸사드에게 말했다. “노래가 중요한 영화인데, 네가 직접 나와 불러 달라.” 그렇게 글렌 핸사드가 주인공이 됐다. 돈이 없으니 영화도 돈 없이 만들었다. 대부분의 장면은 한 번에 끝냈고, 화면은 몰카나 홈비디오처럼 거칠다. 존 카니는 애초부터 이 작품이 극장에 걸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름 없는 남녀가 나오는 이런 영화를 누가 보겠냐는 생각이었다. 스웰시즌이 공연할 때 공연을 보러 온 팬들에게 DVD를 판매할 목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 속에서 런던으로 떠나는 옛 연인의 사진이 나온다. 그 사진 속 여성은 감독인 존 카니의 실제 여자친구였다. 그녀가 런던으로 떠났고, 장거리 연애를 하며 느꼈던 감정이 그대로 각본이 됐다. 집에서 파티를 하는 장면도 글렌 핸사드의 실제 집이다. 초반에 노래를 부르는 아주머니는 그의 어머니. 거의 되는 대로 만든 영화 같았다.그런데 예상 밖의 일이 벌어진다. 시카고 비평가 협회 관계자들 가운데 글렌 핸사드의 음악을 좋아하던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원래 세 번만 상영될 예정이던 영화는 여덟 번으로 늘어났고, 조금씩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그’와 ‘그녀’가 연기를 잘해서가 아니다. 두 사람 사이에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흐른다. 음악이 그 빈틈을 메우고, 관객은 그 감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다. 한국에서도 당시 38만 명이 극장을 찾았다. 지금 생각하면 거의 아무도 모르던 배우들이었는데도 말이다.우리가 가장 많이 떠올리는 장면. 악기점에서 둘이 피아노를 맞춰가며 Falling Slowly를 부르는 그 장면도 제작비가 없어 원테이크로 찍었다. 구도도 흔들리고 카메라도 투박하다. 마치 열여섯 살 소년이 아버지의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따라다니며 찍은 것처럼. 하지만 그 거친 방식이 오히려 이 영화에는 가장 잘 어울렸다. 킬리언 머피조차 부담을 느꼈던 그 장면은, 어쩌면 배우보다 음악가였던 글렌 핸사드였기에 가능했던 순간인지도 모른다. 다시 보면 그때 보이지 않았던 장면이 눈에 들어올지도 모른다. RI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03/pimg_639213584213074001.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29914</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영화 이야기</category><title>군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28088</link><pubDate>Sun, 02 Aug 2026 12:1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28088</guid><description><![CDATA[새로운 좀비가 나올 때도 됐다. 좀비는 오랫동안 세계 영화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콘텐츠 가운데 하나였다. 웬만한 설정은 이미 다 써먹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전환점은 브래드 피트 주연의 [월드워 Z]였다. 무리를 지어 파도처럼 몰려드는 좀비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공포를 보여줬다. 이후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동충하초라는 설정을 더해 좀비 장르를 한 번 더 확장했다. 이제는 새로운 변이가 없으면 좀비 영화가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연상호의 군체는 분명 흥미로운 시도다. 감염체들은 군집을 이루고 신경망처럼 정보를 공유한다. 처음에는 네 발로 움직이다가 두 발로 서고,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을 식별하며 진화한다. 단순히 달려드는 괴물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처럼 행동한다는 점이 가장 신선했다.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설정은 군체의 정보 공유 시스템이다. 감염체들은 집단의 정보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독단적으로 움직이지 못한다. 상반된 명령이 동시에 전달되면 서로 같은 자리만 맴돌며 시스템에 오류가 생긴다. 이런 설정은 몇 장면으로 끝내기엔 아까웠다. 영화보다 시리즈였다면 훨씬 밀도 있게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출발했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면 기대만큼의 완성도는 아니다. 연상호 감독에게 늘 따라붙는 ‘좋은 아이디어에 비해 마무리가 아쉽다’는 평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럼에도 빌딩 안에 고립된 사람들이 진화하는 감염체에게 쫓긴다는 상황 자체는 긴장감을 유지한다. 연상호 특유의 인간 군상도 여전히 살아 있다. 위기 앞에서 드러나는 이기심, 감정에 휘둘리는 선택, 통제 불가능한 기술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공권력까지 그의 관심사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연상호는 장점과 약점이 분명한 감독이다. 놀라울 정도로 빠른 제작 속도를 보여주면서도 매번 새로운 설정을 들고 온다. 많은 배우를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능력도 강점이다. 반면 이야기의 밀도와 마무리는 늘 조금 아쉽다.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좀비를 보여주겠다는 목표만큼은 분명히 성공했다. 그래서 관객 594만이 선택을 했을 정도로 군체는 성공적이었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02/pimg_639212698222626941.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28088</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영화 이야기</category><title>더 리프트 1983</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26727</link><pubDate>Sat, 01 Aug 2026 13: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26727</guid><description><![CDATA[<br>[더 리프트]는 1983년에 나온 네덜란드 공포영화다. 공포영화지만 블랙코미디 분위기가 은근히 섞여 있고, 보다 보면 스티븐 킹 작품이 떠오르는 구석도 있다.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엘리베이터[이하 엘베]가 사람들을 죽인다는 설정이다. 암스테르담의 한 고층 건물에서 엘베가 멈추고 그 안의 에어컨이 고장 나면서 갇힌 사람들이 더위에 허덕이며 여자들이 옷을 마구 벗어던지고, 그러다가 목숨까지 잃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기이한 사고가 계속 이어지자 정비공 펠릭스는 엘베 안에 뭔가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 정밀 점검을 하려 하지만 상사는 계속 막아선다. 게다가 예전에 같은 엘베를 점검했던 동료가 정신이 이상해져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펠릭스는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영화 속 엘베는 생각보다 잔인하다. 사람을 죽이는 장면도 1983년 작품이라는 걸 감안하면 꽤 인상적이다. 특히 목이 잘려 나가는 장면은 최근 [데스티네이션] 시리즈에서 청소차에 얼굴이 반으로 갈리는 장면이 떠오를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긴장됐던 장면은 인형을 들고 엘베 앞에 서 있는 어린아이였다. 별것 아닌 구도인데도 괜히 불안하다. 저 아이가 타면 어떡하지 싶은 마음이 먼저 든다. 물론 완성도가 뛰어난 영화는 아니다. 이야기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부분도 있고, 전개가 툭툭 끊기는 느낌도 있다. 그래도 이런 허술함까지 포함해서 80년대 유럽 공포영화 특유의 맛이 있다. 유튜브에 풀버전이 올라와 있다. 오래된 네덜란드 공포영화나 B급 감성, 80년대 호러를 좋아한다면 한 번 볼 만한 작품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01/pimg_639211866852298625.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26727</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영화 이야기</category><title>봉오동 전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23492</link><pubDate>Fri, 31 Jul 2026 12:0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23492</guid><description><![CDATA[<br>봉오동 전투에서 홍범도 장군이 등장하는 장면은 분량으로 따질 일이 아니다. 몇 장면 나오지 않는데도 존재감이 엄청나다.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은 거의 전율에 가깝다. 그 앞에서 얼어붙은 장이수의 표정도 그 긴장감을 제대로 살린다. 홍범도 장군의 얼굴은 용맹한 호랑이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액션은 규모가 크고 묵직하다. 총성과 폭발, 산악 지형을 활용한 전투가 시원하게 밀어붙인다. 스케일만 키운 것이 아니라 전투의 압박감도 잘 살아 있다. 원신연 감독은 많은 영화를 연출했다. 재미있게 봤던 구타유발자들, 망했던 세븐데이즈, 김영하 원작의 살인자의 기억법 등. 묘한 건 2011년에 태권브이를 연출했는데, 그때 영화가 개봉을 했었나? 싶기도 하다. 배우들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다. 특히 일본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 깊었다. 한일 관계를 다룬 영화에서 침략자 역할을 맡는다는 건 자국에서도 적지 않은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예전 박치기의 사와지리 에리카,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나카무라 토오루처럼 많은 일본 배우들이 이런 역할을 맡아 왔다. 자국에서 비난을 받을 가능성을 알면서도 작품에 참여해 처절한 연기를 보여주는 걸 보면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케우치 히로유키는 얼굴만 보면 일본군 장교 역할에 너무 잘 어울린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건 연기다. 역할을 맡으면 정말 몸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2000년 태생으로 한창 주가를 달리는 다이고 코타로 배우도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다. 봉오동 전투는 가끔 케이블에서 하는데 채널을 돌리다가 봉오동 전투가 하면 멈춰서 보게 되는 영화다.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731/pimg_639210960118961916.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23492</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영화 이야기</category><title>디어 프랜즈</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21323</link><pubDate>Thu, 30 Jul 2026 12:1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21323</guid><description><![CDATA[<br>키타가와 케이코의 리즈 시절을 볼 수 있는 영화다. 지금 보면 유치하고 전개도 훤히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게 끝까지 보게 된다. 거의 20년 전 영화라 촌스러운 감성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그 촌스러움 자체가 오히려 재미가 된다. 주인공 리나는 정말 답이 없는 여고생이다. 친구의 남자친구와도 거리낌 없이 잠자리를 하고, 친구는 필요할 때 이용하는 존재일 뿐이라고 말한다. 아버지에게는 이름 대신 "너" 또는 “야”라고 부르고, 엄마는 아예 안중에도 없다. 클럽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여자다. 가만히 있어도 술이 들어오고 남자들이 몰린다. 예쁜 얼굴과 뛰어난 외모 덕분에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는 삶을 산다. 그러다 갑자기 몸이 이상해진다. 계속 어지럽고 토하다가 피까지 보게 되고, 병원에서는 암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병에 걸렸다고 사람이 하루아침에 착해지는 것도 아니다. 리나는 입원해서도 간호사에게 왜 불쌍한 사람 보듯 이야기하냐며 화를 내고, 누구에게나 날을 세운다.  하지만 암이 가슴까지 전이되면서 결국 한쪽 가슴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는다. 그 순간부터 세상이 달라진다. 그렇게 리나를 떠받들던 사람들은 하나둘 등을 돌린다. 특히 자신에게 진심이라며 고백했던 킹카에게 자신을 보여준다. “다리가 없어도 내가 네 다리가 되어줄게.” 그렇게 말하던 녀석이 정작 한쪽 가슴을 잃은 리나를 보자 미안하다며 떠나버린다. 외톨이라고 느낀 리나. 모두가 떠난 뒤에도 끝까지 곁을 지키는 사람이 있었으니 친구 마키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마키 역시 근육병을 앓고 있어 몸이 조금씩 굳어간다. 두 사람은 각자의 상처를 안은 채 서로에게 버팀목이 된다. 이야기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반전도 거의 없고 눈물 포인트도 익숙하다. 그래도 계속 보게 되는 이유는 기타가와 케이코가 연기한 리나의 변화 때문이다. 자기밖에 모르던 아이가 조금씩 다른 사람을 생각하게 되는 과정이 생각보다 담백하게 다가온다. 뻔한 영화인데도 끝까지 보게 되는 건 아마 그 변화 하나 때문인 것 같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730/pimg_639210101813792237.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21323</link></image></item><item><author>교관</author><category>영화 이야기</category><title>노 원 리브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18908</link><pubDate>Wed, 29 Jul 2026 12:1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18908</guid><description><![CDATA[<br>여행하던 사이코패스를 잘못 건드려 동네 조직이 통째로 아작 나는 이야기다. 줄거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드라이버라는 이름의 사이코패스가 데리고 다니던 여자를 조직원들이 건드리고 결국 죽여 버린다. 감정이라고는 없어 보이던 드라이버는 그 순간부터 완전히 달라진다. 조직원들을 한 명씩 자비 없이 처리한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피가 튄다. 고어 수위가 상당한데, 보다 보면 묘하게 할리우드 영화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잔인한 장면을 보여주는 방식이나 폭력의 결이 미국식이 아닌데? 같은 느낌이다. 찾아보니 감독이 일본 출신이었다.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했고, 낯선 여행지에서 우연한 사건이 걷잡을 수 없는 학살로 번지는 이야기를 여러 번 만들어 온 감독이다. 이 감독은 대체로 여행 중 타이어가 펑크 나면서 외딴 마을에 발이 묶이고, 그곳 사람들과 엮이면서 일이 커지고 피가 튀기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이 영화의 동네 조직은 지나가는 부자들을 상대로 강도질을 하며 돈을 뜯어 먹고 사는 인간들이다. 드라이버의 돈도 빼앗고 여자를 죽이는 바람에 스스로 지옥문을 연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드라이버의 차 안에 또 다른 납치 피해자가 있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한 복수극이라기보다 악인들끼리 서로를 물어뜯는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느 쪽도 선하지 않다. 다만 더 위험한 괴물을 건드렸을 뿐이다. 잔인한 영화를 잘 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볼 만하지만, 고어 장면이 매우 많아서 이런 장르에 익숙하지 않다면 끝까지 보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참고로 유튜브에 풀버전이 올라와 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729/pimg_639209243038711548.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6999160/17418908</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