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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내가 어릴 때

별사탕을 가끔씩 사주었습니다


나는 사탕은 먹고 별은 따로 몰래

숨겨두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모아둔 별들을

하늘에 올려 보냈습니다


별들이 반짝일 때마다

아버지가 보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선곡은 이소라의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https://youtu.be/wc8alvxOSew

이게 내 사랑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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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온종일 마빈 게이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내가 늘 마빈 게이의 노래를 듣고 있으니까 당신은 나에게 음악만 듣는다고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어느새 당신도 마빈 게이의 노래에 흠뻑 빠졌지요.


마빈 게이의 노래는 정말 좋습니다. 그저 듣고 있으면 노래에 퐁당 빠지게 됩니다. 찰리 푸스도 메간 트레이너와 마빈 게이처럼 사랑을 하자고 노래를 불렀고, 70년 만에 깨어난 캡틴 아메리카에게도 팔콘이 그럽니다, 마빈 게이의 노래를 들어보라고.


마빈 게이의 음악은 언제 들어도 좋지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창을 투과한 빛과 함께 스며들듯 흘러나오면 무척 좋습니다. 일요일 오전의 시간을 마빈 게이의 노래에 빼앗겨 버리기 일수입니다.


그리고 옆에는 당신이 누워서, 으응 이 좋은 음악은 뭐죠? 마빈 게의 ‘let’s get it on’이야. 하며 나는 당신의 머리칼을 넘겨줍니다. 우리는 마빈 게이의 음악을 들으며 잘 구워진 소시지와 토스트를 맛있게 먹습니다.


내가 부자가 된다면 바닷가에 바를 열어서 바의 이름을 마빈 게이로 짓고 그의 노래를 24시간 틀어버릴 겁니다. 하루 종일 맥주를 홀짝일 수 있고 책도 실컷 읽을 수 있고 말입니다. 그러면 마빈 게이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들겠지요.


마빈 게이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나이도 어느 정도 있을 것이고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성숙한 사람들일 겁니다. 타인을 흘겨보지 않을 것이고, 장소에 맞게 옷도 입을 줄 알 겁니다. 만남에 있어서 배려가 있고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여 줄 것이고 말입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마빈 게이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또 편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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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을 들여다본 적은 있지만 손바닥을 집중해서 들여다본 적은 처음이다.

손바닥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는 것은 손톱을 오랜 시간 들여다보는 거와 차이가 있다.

그 차이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난 아마도 따분함과 지겨움의 차이라고 말할 것이다.

한낮에 보는 건물과 밤에 보는 건물은 차이가 있다.


손바닥을 들여다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잘도 손바닥을 외면해 왔다.

그렇다고 손바닥을 오랫동안 쳐다본다고 해서 무엇인가 해결책이 떠오르거나

막혔던 부분이 뚫린다거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냥 손바닥을 조금 유심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발바닥을 유심히 쳐다보는 꼴은 조금 우스우니 말이다.

그저 그렇다는 말이다.


날이 가을의 문턱을 지나 중간으로 들어간다.

가을은 모든 것을 푸석푸석하게 만드는 재주를 짊어진 계절이다.

마법의 계절인 것이다.

시간의 방향성을 잃은, 떨어진 나뭇잎들이 도로의 이곳에서 저곳으로 서풍에 따라 끌려다닐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완전한 세계라는 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완벽한 계절이다.

초등학교 운동장을 뛰어노는 순수함은 매년 바뀐다.

운동장을 메우는 각각의 에너지가 도달하려는 정점은 매년 비슷하다.

매년 그런 광경을 본다.


완벽한 계절이다.

알래스카에 가서 살아도 가을이 다가온다면 이맘때 즘엔 말이지, 하며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을 기억해 낼 테니까.

완벽하다.


바람은 어디에서 불어오는 것일까.

소리만 기생하는 바람.


바람은 알 수 없는 곳,

내가 상상하는 그 계절에서,

눈으로 보이지 않는,

잠에서 갓 깨어난 요정들이 몰려들어와 후 부는.


나는 손바닥을 보는 것을 멈추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은 다른 옥상으로 연결되어 있고,

다른 옥상은 그 어딘가로 연결되어 있다.

바람은 저 계절에서 나타나서 자, 이제 이곳을 한 번 돌아볼까.

바람은 옥상 위를 휘이 하며 몰아쳤다.


가을바람 치고는 꽤 부는 걸,

가을의 문턱을 지나 겨울의 초입 단계에 부는 바람은 그런 거야.


누군가 나에게 속삭여 주었다.

옥상은 아픈 모습을 지닌 채 가을의 바람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픈 옥상에는 빨래들이 힘 잃은 병정들처럼 군무를 추고 있었고

그중 몇몇의 빨랫감은 말라버린 조화 같았고,

몇몇의 빨랫감은 꼬리 밟힌 뱀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고,

빨랫줄의 자리를 잡지 못한 빨래집게는 이 빠진 음표마냥 빨랫줄에 힘겹게 매달려 숨을 쉬고 있었다.


옥상에서 보는 들판은 누렇게 퇴색되어 바람이 살아있는 듯 휘이이잉 하는 소리가 나면 흙먼지를 한껏 피어 올렸다.

아이들 여러 명이 들판 이쪽에서 들판 저쪽으로 흙먼지 속에서 우르르 달려가는 모습이 보이고 그중에 여자아이 하나가 넘어져 큰 소리로 울었지만 아무도 일으켜 세워주지는 않았다.

여자아이는 울면서 그 흙먼지를 기도 속으로 잔뜩 빨아들였고 이내 서럽게 기침을 했다.

그리고 아이의 비논리적인 행동양식에 따라 다시 일어나서 옷을 터는 것도 잊어버린 채 웃으며 그 한 무리를 따라서 달려갔다.


비가 내리지 않아 옥상의 시멘트는 그 뼈대를 드러내며 갈라져 있었다.

긁어주고 싶은 욕망이 들 지경이었다.

티브이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며 그 흔한 노랫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옥상에 올라오면 늘 들렸던, 전축에서 흘러나오던 ‘물의 반영’도 들리지 않았다.

옥상의 난간에 두 팔을 내리 우고 바람에 딸려 들려오던 물의 반영이 있어야 이 푸석한 날이 더욱 무결해지는 것인데 안타까웠다.


감기가 걸려 동네의 조그마한 병원에서 주사를 맞았다.

주사를 맞고 나면 주삿바늘이 엉덩이의 그 살갗을 뚫고 들어갈 때, 따끔하지만 이내 주사기 안의 약물에 엉덩이를 통해 흘러들어오는 느낌은 알싸했다.

곧 주삿바늘이 빠져나가고 솜으로 엉덩이를 문지르며 번지는 그 알 수 없는 아리 한 느낌.

마치 소주잔에 소주를 따르고 얼음을 하나 넣으면 얼음에서 빠져나오는 H2O가 소주에 섞이면서 흘러나오는 흐름처럼, 과학시간에 스포일러로 자줏빛 약물을 비커의 물속에 떨어트리면 물에 살그머니 퍼져나가 듯, 그 아리 한 통증은 묘하게도 내 몸에 퍼져 기분을 푸석하게 만들었다.

엉덩이를 까고 주사를 맞고 나서 다시 주삿바늘이 빠지고 엉덩이의 옷을 올리고 동네병원을 나서면 그 아리 한 통증은 조금은 지속되어 아, 내가 주사를 맞았구나, 하는 생각을 일깨워 주었고 푸석한 기분이 지속되는 것이 좋았다.


바람이 불면 엉덩이를 주무르다가 옷깃을 올렸다.

겨울의 초입에 있었으니까.

플라타너스는 동네의 집 없는 개 마냥 말라비틀어져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간신히 붙어있던 나뭇잎은 떨어질 것이다.

바람은 청소부의 쓰레받기에 나뭇잎을 쓸어 넣는 것에 방해를 할지도 모른다.


손바닥은 많은 일을 한다.

주사를 맞은 엉덩이를 주무르는데 손바닥이 없으면 안 된다.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주무르고 손바닥을 내려 보았다.

그 손바닥 안에는 외향적인 변함에도 하나의 일관적인 모습으로 꾸준한 세계가 있다.

세계의 곳곳에는 肛門聖愛가 만연했고,

대통령이 여러 번 바뀌었고,

사람들은 언어 대신 욕을 했고,

시간의 방향성은 전진을 지향했다.


그럼에도 손바닥 안에는 그 작은 통증을 느낄 수 있었던 완벽한 세계가 있었다.

영원한 시간도 없고,

영원한 공간도 없었지만

손바닥에는 완벽한 세계가 분명 웅크리고 내 곁에 붙어있었다.


지금은 완벽한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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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딱딱하고 네모난 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곡선으로

이루어진 인간이라는 것을

곡선이

아름다운 이유는

형태를 지니는 세상의 예쁜 것은

쉽게 질리지만

아름다운 것은 질리지 않기 때문이다

곡선은 아름다운 것으로 이루어졌고

인간은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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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유를 찾아서 책을 읽습니다


여유가 없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떻든 시간을 내서 책을 읽어야 합니다


고생스럽게 시간의 틈을 벌리고 어딘가에서 구겨져서 책을 읽습니다


비루하고 남루한 모습이지만 주어진 시간 속에 어떻게든 책 읽을 시간을 집어넣어 읽습니다


하루도 편안하게 책을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시간은 무섭게 흘러가지만 손바닥을 펴 흐르는 시간을 막고 그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그리고 책을 펼칩니다


그 속에는 속칭 세계가 있습니다


광란에 울분하는 사랑의 세계가, 미심쩍음을 넘어 두려운 의심의 세계가, 도저히 다가갈 수도 없을 형이상학적인 마음의 세계도 있습니다


편안한 조명과 엉덩이가 기분 좋은 카페의 의자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어디든 상관이 없습니다


바람이 부는 길거리라도 좋고 냄새나는 화장실의 뒤편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습관이 되어버려 편안하게는 책이 읽어지지 않습니다


비판을 하는 재능을 부여받고 관찰을 하고 사색의 부여는 책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일종의 패턴 같은 것입니다


어떻든 시간의 틈새를 쩌억 벌려야 가능한 것입니다


정신적 고갈을 막아주는 책 읽기는 다가가야 가능합니다


읽고 싶어서 미칠 것 같은 책은 찢어서 그 페이지를 들고 다니며 읽었습니다


그렇게 읽다가 마음에 차오르는 페이지는 그대로 외워버리기도 했습니다


어떤 책은 마음의 구멍을 내더니 공백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생긴 공백은 공허한 허기와 같아서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땐 무섭더군요


하지만 힘들게 책을 읽고 나면 책은 어느새 내 속에 스며들어와 영혼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삶입니다


힘들 거라는 걸 압니다



그렇게 책을 읽듯 당신을 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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