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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책을 좋아합니다.

그녀는 책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녀는

조금만 슬퍼도,

조금만 화가 나도,

조금만 기뻐도,

비 맞은 강아지를 봐도 눈물을 흘립니다.


그녀가 흘리는 눈물의 의미는 여러 가지입니다.

책 속의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의 낯선 만남 속에서 낯선 모습의 자신을 발견했을 때에도 그녀는 눈물을 흘립니다.


언젠가 그녀의 눈물을 맛본 적이 있습니다.

그녀는 나의 어깨에 머리를 대고 눈을 살며시 감았습니다.

이내 까무룩 잠이 들어버리는 듯했습니다.

어설프고 희미하게 들어오는 차창밖의 달빛에도 그녀의 머릿결은 윤기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연신 품으로 파고들며,

언제나 이렇게 있고 싶어요, 당신에게선 당신만의 향이 나요, 당신만의,라고 속삭이는 듯했습니다.

그날은 희미한 달빛이 이상하게도 차장을 통해 고집스럽게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끝을 맞이하려고 했습니다.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안았습니다.

깨지면 안 되는 도자기를 건드리듯 말이죠.

예민한 그녀인데 나의 손가락 끝이 등에 닿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잠의 세계로 빠져들어 갔습니다.


그리곤

그녀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녀는 불편하게 앉아서 불편한 자세로 불편한 꿈을 꾸고 있는지 눈물을 흘렸습니다.


나는 그녀의 눈물을 맛보았습니다.

그녀의 눈물은 달았습니다.

단맛이라는 건 설탕이나 과즙 따위의 단 맛이 아니었습니다.


잠든 그녀가 흘리는 눈물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모르나,

진정으로 흘리는 눈물임에는 틀림없었습니다.

분명 단맛이었습니다.


눈물을 맛보는 순간 그녀의 얼굴에서 살며시 미소가 일었습니다.

그녀도 잠에 취해 있지만 그리 싫지 않은 기색입니다.


당신이 그럴 때 간지러운 거 알아요?


그 간지러움이 기분을 즐겁게 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그녀의 볼은 어느새 발그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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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의 유년의 뜰 오마주


비극의 바다


노을의 붉은 꽁지가 아이의 얼굴을 스치고 해변을 물들였다. 자동차 보닛이 가스레인지처럼 달아올랐고 밤의 달빛이 놀다 들어온 강아지처럼 방구석에 처박힐 때면 그 사람은 레오파드 원피스를 몸에 부착시키고 화장을 했다. 눈썹을 올리고 눈 화장을 하고 립글로스를 발랐다. 그 사람은 늘 어두워지면 외출을 했다


바다는 거대한 그늘로 더욱 침잠된 비극을 피어오르게 하고 낮 동안 뜨거웠던 열기가 남아 있는 해변의 구석구석에서 비극의 맛을 보려 갯지렁이가 꾸물대는 모습이 몽환적으로 비쳤다


초초하게 쭈그리고 앉아 다리를 말고 날짜변경선 너머 달의 뒤편에서 웅크리고 있는 그 사람을 생각하면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마음의 가장 연약한 부분이 찢어지는 듯한 슬픔에 잠기곤 했다. 이런 감정을 달래듯 풋사과를 씹었다. 시고 단 맛이 위로처럼 따뜻하고 축축이 목 안으로 차오르고 까닭 모를 눈물이 고여왔다


오늘 밤은 잠이 오지 않았다. 눈물은 눈으로 나오지 않고 등으로 흘러 기분 나쁘게 셔츠를 적셨다. 수명이 다 된 매미가 더운 어둠 속에서도 엄마엄마 비극적이게 울었다. 그 소리에 정신을 가만히 집중하노라면 내 육체는 아주 얇고 투명한 빛의 막이 되어 집개미가 식탁 위를 오르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저 밖 해안가 가로등의 하얀빛이 고통처럼 얼굴을 뚫고 방구석에 뿌리를 내릴 것만 같아서 눈을 감았다. 해가 숨어 버렸지만 가시지 않는 더위에 눈을 감고 보이는 그 세상에 적응하려 했다. 그럴수록 침착하고 음험하게 끓어오르는 숨 막히는 열기에 냄새나는 입을 벌렸다


그때 열어 놓은 창문 틈으로 누군가 쳐다보고 있었다. 열기에도 보송한 얼굴을 한 채 예쁜 이마를 드러내고 세상에서 하나뿐인 아름다운 입술을 한 그 사람이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이것이 꿈이라는 걸 안다. 어룽어룽한 전체적인 얼굴이 나를 슬프게 했다. 그 사람은 작은 입을 벌려 무엇이라 말을 했다. 나는 몸을 공벌레처럼 말고 조용히 그 사람의 모습을 눈을 감고 바라보았다


가로등이 땀 내 나는 바람에 흔들리고 갯것들이 귀신같이 볼을 스치고 지나갔고 성가시게 갈라진 머리칼이 뾰족하게 주뼛 솟았다가 힘이 풀어지며 바닷속 해초처럼 흐물렁거렸다. 그 사람은 손을 내밀었는데 나는 더욱 내 몸을 마는데 손에 힘을 주었다. 매미 소리가 또 들렸을 때 눈물이 흘렀다. 눈물은 깨진 거울 파편처럼 차디차게 반짝이며 축축하게 흘러내렸다


그 사람은 침잠된 비극을 잘 접어서 알 수 없는 소리로 말을 했다. 그 속에는 어쩌면 탄식이나 후회보다 비참함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돌멩이처럼 더 몸을 말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눈을 뜨려고 하니 마른 눈물에 눈이 붙어버렸고 무덥고 어두운 비극 속으로 어디선가 차가운 빛 한 줄기가 스며들었다. 빛줄기를 타고 끓어오르는 은유를 보았고 은유 속에 울면서 타오르는 그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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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바다에 나오지만 어느 날은 갈매기들이 한 마리도 없는 날이 있다

마치 갈매기들이 '이봐 우리 바다에 나가지 말자'라며 담합으로 인해 농성을 하는 파업자처럼 갈매기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날이 있어, 한 마리 쯤은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늘 생각은 빗나가고 만다


생각이라는 것은 어째서 늘 벗어나는 걸까


언제부터인지 바다에 갈매기보다 비둘기나 까마귀가 더 보이기 시작했다

비둘기가 귀엽게 모여있다면 까마귀들은 무서운 얼굴을 하고 바닷가를 점령해 버리고 만다

비가 내리고 난 후 지저분해진 도로 위에서 크악크악 공격적인 소리를 내며 인간이 버려놓은 음식 찌꺼기를 먹으려고

날개를 펼치고 서로 노려보고 있다


까마귀들은 저들의 공간에서 어쩌다가 바닷가까지 와서 공격적인 모습으로 도로 위의 버려진 음식 쓰레기를 쪼고 있을까


까마귀들을 보고 있으면 내 감정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을 할 수가 없다

세상에는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은 거 같다

까마귀들이 먹이 때문에 생존을 위해 날개를 펴 크악크악 거리는 모습은 글쎄 조금 괴롭다

사실 이런 종류의 괴로움은 갈비탕을 먹고 나면 약간 남아있는 국물처럼 늘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다


조금 괴롭다는 말은 정말 괴롭지 않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정말 괴롭지 않음은 늘 괴롭다는 말과도 같다

손을 뻗을 수 있는 곳이면 괴로움이 침잠해있다

꿈에서마저 까마귀들이 나온다


여긴 우리 자리야 이제 넌 다른 곳으로 가

까마귀들이 덴마크적인 바다에서 나를 쫓아내려고 한다

나는 싫다고 해야 하지만 입이 벌어지지 않는다

그때 트럭이 까마귀들을 밟고 지나가 버린다

도로에 쩍 붙은 까마귀를 나는 토를 참아가며 떼어내고 있다

그 소리가 소름이 끼쳐

어쩐지 적요한 흙구덩이 속에 들러붙어있던 내 정신의 신경 줄을 억지로 뜯어내는 소리와 같았다


이런 꿈은 마음이 불편하다

불편한 이면에는 소름이 눈을 홉뜬 채 나를 노려보고 있다

상처가 아물기 전 생긴 딱지를 떼어 버리고 난 다음을 후회할지라도

속살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과 비슷하다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한정적이다

겁을 집어먹는 것과 지금까지 해 오던 짓을 지치지 않고 계속해야만 한다고 내가 나에게

꾸짖고 소리 지르는 것

겁이 나고 무섭지만 입으로 무섭다고 할 수 없는 이상한 어른이 이미 되어 버렸다


콤플렉스를 표현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을 합리적으로 말해야 한다는 거야

세상이 불합리적이고 모순인데 합리적으로 비합리를 설명해야 한다니

나는

블랙 스타를 듣는다

그것이 유일한 존재양식의 行路인 것처럼  


까마귀들은 늘 인간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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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가을 사이에는 기이한 기분에 휩싸이고 무력감이 온다. 매년 그렇기에 이번에도 그러리라 생각한다. 매미소리와 귀뚤이 소리가 공존한다. 매미는 서럽게 서럽게 큰 소리로 운다. 하지만 시끄럽지 않다. 더 이상 매미 소리는 나에게 소음이지 않다. 매미가 꺼져가는 여름이 아쉬워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운다.





방충망에 매미가 붙어 울어 재낀다 여름의 끝물에 다다른 매미는 음절을 끊어서 운다 음절이 끊길 때 어찌나 힘이 드는지 배를 말아 올리고 공기를 서서히 뺀다 그 소리에 한이 고스란히 담긴다 가만히 두니 매미는 방충망에서 삼일을 소리 지른다 홍어가 온몸으로 소변을 배출하듯 매미는 온몸을 사용해서 운다 생에서 사로 가는 길목에서 너는 생명을 노래한다 칠 년의 결실 절박한 생의 기간 중 삼일을 방충망에서 매미는 운다 방충망을 두드리면 추락하여 영롱한 生聲의 소멸이 두려워 두었더니 너는 목 밑까지 차오른 말들을 배 밑으로 삼켜 소리로 뽑아낸다 너를 떼어내지 못한 나와 다른 곳으로 갈 수 없는 너와의 사이에는 삶이라는 결박이 도시라고 있다 갑옷 같은 몸을 열고 나온 너는 진정으로 소리를 내고 감옥으로 들어간 나는 소리를 삼킨다 세상이 잡아당기는 저 무서운 힘을 이겨내며 생을 노래하는 십오일의 삶 세상은 너희가 싫어 짧은 삶을 주었지만 너는 세상을 미워하지 않는다


- 너는 온몸으로 생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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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에 밀착을 넘어 애정 하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삶의 강압이 중력보다 더 큰 힘으로 우리를 누른다. 언제 쓰러질지도 모르는 몸을 끌며 생을 연명하기 위한 행동이 내일이라는 아직 모를 미래가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 분명한 아스팔트 생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


로렌스 라우리의 그림 속 그림자가 빠져버린 성냥개비 같은 사람들. 산업혁명 당시 맨체스터 북부 공장을 배경으로 잿빛 스모그에 낯빛을 잃고 생에 밀착되고 삶에서 고립된 노동자를 그린 그림들. matchstick men


그렇게 살고 있는 인간들


티브이에 통치권자가 나와서 세계는 당장 내일 모든 것이 끝난다고 연설을 해도 생에 밀착되어 버리면 끝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남일처럼 여겨질 뿐이다. 세계가 끝난다는 것은 생에서도 마감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생의 끝이 그저 우연한 기회에 닥치는 어떤 사고 같은 것이라 여길뿐이다. 내일을 기다리며 잠드는 자체가 생명을 단축하는 일이다. 유일하게 딱 한 번 해보는 것이 일생이다. 우리는 어쩌다가 살이 덜 찌는 음식에 신경을 쏟고 여드름에 열을 올린다. 단발성인 일생에서 여러 번 길을 잃고 타인을 위해 생을 바치기도 한다. 그 마감에 대해서는 등한시하며


우주적이고 크레바스의 바닥 같은 생의 마감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그 끝에 대해서. 거대하고 깊은 영원한 무의식의 세계에 대해서. 생에서 겪어보지 못한 일도 무의식의 세계에서는 가능하리라


존재를 부정하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 다를 것 없는 내일에 대해서 과거처럼 숨 막히는 시간을 보낸다. 생을 마감하고 싶어 마감하는 사람은 없다.


그 끝이 왔을 때 고귀하고 신비한 세계에 대해서 감각을 잃어버리는 것.

무뚝뚝하게 사유하는 것.

나라는 존재를 기만하는 것.

그리고 부정하는 것.

생을 다 해 사랑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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