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에세이 – 브리그의 우산


우산에 관한 이야기. 이 짤막한 글 속에 깊고 넓은 우산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처음 우산을 쓰고 런던 거리를 걸었던 조나스 한웨이라는 남자는 당시 비난을 받았다고. 그 괴상한 꼴로 다니지 말고 비를 맞고 다니라고. 그때가 1750년의 일이고, 우산이 일반인에게 퍼진 건 그 후 삼십 년 후라고 한다.


18세기 당시 남자들은 칼을 들고 다녔는데 우산이 등장했을 때 꼴 사나워 보였다고. 이상하다는 것이다. 비에 젖지 않으려는 노력이 비열해 보이기까지 했다고.


19세기에 칼을 버리고 지팡이를 들고 다녔지만 우산은 아직 저 먼 단계에 있었다고 하니 뭐든 처음이란 참으로 어렵고 타인의 눈에 이상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 후 우산은 뼈대가 생기고 마치 신이 인간을 빚듯이 우산은 여러 과정을 거쳐 현재의 형태로 발전을 했다.


요즘은 우산도 개인맞춤으로 제작을 해준다. 우산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우산을 들고 다닐 수 있다. 또 우산인데 거짓말처럼 해가 쨍쨍한 날에 펼치면 뜨거운 태양광이 차단이 되어 꽤 시원하다는 기분이 드는 우산도 있다.


그리고 양손에 물건을 들고서도 쓸 수 있는 우산이 있다. 이 우산 고리는 흔히 알고 있는 일반적은 우산 손잡이와 반대로 되어 있어서 팔목에 걸 수 있어서 편리하다. 어떤 우산은 반대로 접히는 우산도 있는데 운전석에 탈 때 우산의 주둥이가 반대로 접히니 물이 차 안으로 들어올 리가 없다.


우산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서 우산에 대해서 알아보니 정말 우산의 세계는 넓고 풍부했다.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우산이 많았다. 몇 달 전에는 우산을 검색하다가 임영웅 우산이 있기에 어머니 선물 겸 하나를 구매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임영웅 우산이 수십 개의 잔량분이 있었다.


임영웅 우산을 받은 어머니가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는데 친구분들도 임영웅 우산을 구입해 달라고 해서 나는 그러겠다고 하며 사이트에 들어가니 하루 만에 품절인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임영웅 우산이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는 중고매물로 부르는 대로 값을 지불하고 구입해야 하는 물품에 속하게 되었다.


대신 임영웅 머그컵을 구입해서 어머니 친구분들에게 하나씩 돌렸다. 꿩대신 닭이지만 친구분들이 매일 집에 토마토니 김치니 뭐 이런 것들을 주셔서 잘 먹고 있다. 오늘의 선곡은 무라카미라디오 52회 7월 30일에 하루키가 들려준 곡 오스카 피터슨의 ‘벗 낫 포 미’다. 오스카 피터슨의 연주는 대체로 전부 경쾌하고 흥겹다.


하루키는 오스카 피터슨을 소개하면서 피아니스트인데 과거에는 가수로도 활동을 했는데 이거 너무 목소리도 창법도 넷 킹 콜과 똑같아서 멋이 없구만 하며 노래 부르기를 포기하고 피아노에만 전념했다고 한다. 하루키는 넷 킹 콜도 원래는 피아니스트였는데 노래를 너무 잘 불러서 전업 가수가 되었다고.


오스카 피터슨의 But Not For Me  https://youtu.be/CM0zHstXysg?si=Z-aQ8IM825JFYN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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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여행 에세이 – 비 내리는 그리스에서 불볕천지 터키까지


이 에세이는 책 표지에 조그마한 글자로 말하듯이 우천염전 에세이의 리메이크? 복제판이다. 겉표지만 다르지 안의 내용은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다.


요즘에는 그러지 않지만 예전에는 어? 하루키 에세이가 새롭게? 야호! 하며 덥석 구입했다가 실망한 경우가 꽤 있었다. 알면서 손을 뻗는 거랑 모르고 구입해서 호기롭게 펼쳤다가 뭐야? 하는 경우에는 아 젠장 하게 된다.


김진명의 소설도 그런 경우가 있고, 특히 무라카미 류(하루키만큼 류의 책도 대부분 가지고 있는데) 씨도 같은 내용의 책을 제목과 겉표지를 다르게 해서 출간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 작가보다는 출판사가 당신의 소설(내지는 에세이가)이 인기가 있으니 이번에는 겉표지와 제목을 바꿔서 출간을 합시다. 같은 모종의 거래를 제안해서 그렇게 출판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다른 작가들에 비해 하루키의 복사판을 모르고 구입을 하면 이상하게 허탈감이 더 든다. 이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처럼 재판했을 때 책의 두께가 엄청 줄어들었지만 내용면에서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새롭게 번역을 하면 괜찮지만 그저 똑같은 내용에 겉표지만 다르게 출판을 하면 출판사에 대한 적개심마저 든다.


이번 신간의 원본 격인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같은 경우는 3가지의 버전을 가지고 있는데 출판사가 다르고 번역가가 달라서 읽는 재미가 있다. 문장이 세 가지의 번역본이 조금씩 다르다.


‘어둠의 저편’과 ‘애프터 다크’역시 번역가가 다르고 출판사가 달라서 각각 읽는 재미가 있다. 비슷하지만 다른 문장이 보이면 또 기분이 흐뭇해진다.


이 에세이에서 아내인 요코 씨가 사진작가로 동행하지 않고 에이조 군이 동행한 이유가 몇 가지 있겠지만 두 사람의 여행의 시작이 여자는 없는, 오로지 남자 밖에 없는 아토스에 있는 수도원의 섬으로 가면서 시작을 한다.


오직 남자 수행자들과 순례를 하는 남자 여행객들뿐이다. 심지어 고기도 먹지 않는데 통통하게 살이 찐 고양이들도 전부 수놈이 아닌가 할 정도다.


비가 내리고 혹독하게 젖은 몸을 이끌고 행군을 계속하는 여행이라 아내에게는 무리였을 터, 가는 곳마다 ‘우조’라는 기가 막히게 괴랄한 술을 대접받는데 뒤로 갈수록 이 우조에 대해서 호의 있게 변하는 하루키와 에이조 군.


이 에세이를 읽으면 험난한 길을 다니는 군, 하면서도 저 우조라는 술을 한 번 마셔봤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하루키가 현지인들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은 정말 재미있다.


[주문을 받으면 생선의 배를 가른 후 양쪽으로 벌려 구워준다. 생선구이 전문점이기 때문에 생선 요리 외에 다른 메뉴는 없다. 맛있을 것 같아 들어가 봤더니 정말 맛있었다. 뭐랄까. 쓸데없는 맛을 가미하지 않은 담백한 맛이다. 토마토 샐러드와 빵을 함께 먹었다. 가장 비싼 다랑어 맛과 비슷한 생선을 주문했더니 살이 튼실하고 길이가 30센티미터 정도는 되어 보이는 생선이 한 사람 앞에 한 마리씩 나와서 도저히 다 먹을 수가 없다. 반 이상을 남겼다. 마실 것을 시키고도 둘이 합해 800엔 정도였다. 터키에서 이 정도면 매우 비싼 가격이다. 유럽은 어디를 가나 그렇지만 아무리 해안 근처 마을이라도 생선 요리는 고기 요리에 비해 좀 더 비싸다. 잘 보면 주변에 앉아 있는 서민 아저씨들은(물론 이런 곳의 손님은 모두 남자들뿐이다. 종업원도 남자) 모두 150엔 정도의 전갱이 비슷한 것을 먹고 있었다. 그것도 매우 맛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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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소설 속 거장-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레오나르도 후지타 – 고양이를 사랑한 거장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화가 레오나르도 후지타. 후지타가 하루키의 이번 신작 속에 등장했다. 정확하게는 후지타의 그림이 등장한다. 하루키도 고양이를 좋아해서 고양이의 이름을 와타나베 노보루라고 짓기도 하고, 해변의 카프카에서 나카타 씨는 고양이들과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하고.


고양이를 사랑한 화가 레오나르도 후지타의 기지개 켜는 고양이 그림이 소설 속 도서관에 걸려있다고 했는데 이런 거장의 그림이 이런 작은 도시의 마을의 도서관에 걸려 있을 리가 없다며 소설 속에 등장한다.


후지타는 고양이와 여자를 사랑해서, 사랑한 고양이와 여자의 그림을 그렸지만 전쟁의 기록을 그림으로 그렸다고 해서 일본에서 생활하지 못하고 결국 프랑스로 가서 살게 된다.


그냥 개인적인 생각으로 하루키가 소설 속에 후지타의 그림을 등장시킨 것에는 나름대로의 정치적인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다.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난징 학살에 대해서 언급을 했고, 일본에서 우파 신문사인 산경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도 역사적으로 전쟁을 일으킨 잘못은 상대국이 됐다고 할 때까지 사과를 하라고 한 만큼, 전쟁기록화가인 후지타를 언급한 것도 어쩌면,라고 생각을 했다가 그러기에는 앞뒤가 너무 개연성이 맞지가 않는 부분이 있어서 그만 생각하기를 접었다.


후지타의 고양이 그림은 유명하고 또 아주 비싸다. 후지타 하면 작년에 타계한 우리나라 화가 김병기와 러시아의 칸딘스키와의 인연과 접점이 있다. 후지타는 원래 문학도 하고 싶어 했다. 사실 문학이나 그림이나 영화나 모두가 이어지는 예술이다.


예전에 독서모임할 때 후지타에 대해서 토론을 한 번 한 적이 있어서(나는 주로 들었지만) 할 말은 많지만 이 화가에 대해서 찾아보면 재미있는 사실들이 많다. 고양이를 사랑한 후지타와 하루키 이외에도 고양이를 사랑한 거장들의 사진을 올려본다.


각주를 일일이 달지 않아도 누군지 다들 아시죠 ㅎㅎ



노벨 문학상 후보


하루키 소식 - 노벨문학상 후보 1위


하루키의 2023년 노벨 문학상 소식입니다. 파인딩 하루키 사이트에도 잘 나와있지만 이번 노벨 문학상 후보에 하루키가 투표 1위로 올라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영국의 배팅 사이트에 1위로 배팅이 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매년 상위권에 있다가 발표가 가까워지면 상위권에서 스멀스멀 밀려납니다.

마치 모종의 벽이 주인공을 그림자에게서 떼어 놓으려고 살살 꼬시는 것처럼 말이죠.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프랑스 아니 에르노의 기사도 있고, 사이트에 들어가면 한림원에서 노벨문학상을 어떤 식으로 선정하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삼포 가는 길의 황석영도 22위로 후보에 올라 있습니다. 삼포 가는 길은 소설도 영화도 재미있습니다. 결말이 소설과 영화가 좀 다르니 읽고 보는 것 추천합니다. 영화 속 주인공으로 20대 초반의 문숙이 나옵니다. 정말 연기 잘합니다.


웃으며 소리를 지르고 거칠게만 살아와서 거침없이 욕을 하고 미친 것처럼 만개한 꽃과 같은 백화를 보면 마음 깊이 슬픕니다. 삼포 가는 길은 그런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백화에게는 특질이 있는데 문숙이 그걸 표현해 냅니다.


이 영화 즈음이 김지미의 아버지 김진규의 말년 연기를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문숙과 백일섭과 티키타카가 영화의 백미입니다.


흥, 화류계에서 누가 나이 따져서 언니 동생 하는 줄 아나, 마신 술잔하고 사내 숫자로 셈하는 거야, 요 병신아. 같은 대사를 줄줄 합니다.


영화 마지막에 영화를 통틀어 가장 슬픈 삶은 달걀이 나옵니다. 욕쟁이 백화와 풋풋한 점순의 모습을 동시에 지닌 채 제일 슬픈 삶은 달걀을 먹는 문숙의 모습이 인상 깊어요.  

또 노벨 문학상에는 맨부커 수상자 채식주의자의 한강도 36위 후보에 올라있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시인 고은도 후보에 있습니다. 22년 수상자인 프랑스 아니 에르노는 작년에 후보 7위였는데 수상자가 되었습니다.


이번 노벨문학상은 하루키에게 그 영광이 돌아가면 참 좋겠습니다.




하루키 크리스마스 카드

이제 여름도 끝나가고 슬슬 크리스마스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부터 조금씩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어 보자. 만들다 보면 크리스마스가 금방이다. 하루키는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무척 좋아한다. 역시 나도 그렇고, 주위도 그렇다. 그러나 나의 어린 시절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이상하지만 루더 밴드로스다. 루더 밴드로스의 캐럴이 아니라 겨울에 이상하게 내 곁에 자주 흘러나왔던 곡 앤드리스 러브다. 머라이어 캐리와 듀엣으로 부른 곡. 나의 마음속 겨울송으로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이 노래만 흘러나오면 괜스레 따뜻한 기분이었다. https://youtu.be/nScV1qu-MZQ?si=8doJt4ZOrSMu4uNm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궁금한 점

다들 하루키 신작 열심히 읽고 계신가요. 이 소설은 1인칭으로 쓰이잖아요. 나와 그녀의 이야기. 나는~ 이렇게 시작을 하고 이어집니다.


그런데 11장을 보면 내가 그녀, 즉 너를 만나러 전철을 타고 갑니다. 그러다가 나는 영속적이라는 어휘에 대해서 생각을 하더니


다음 장에 ‘그가’라고 표현을 했는데 이거 왜 이런 겁니까? 나와 17살 소년을 따로 떨어뜨려 놓고 보는 겁니까.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영속성의 폭은 상당히 좁다고 하지 않고, 그가 상상할 수 있는 영속성의 폭이라고 했는데 궁금함을 좀 풀어주세요.라고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그 누구도 답을 해주지 않네요.



하루키 소설 오디오 북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문동에서 이벤트를 준비한 것 같은데 하루키를 좋아하는 네 명의 스타들이 이번 신작을 소개합니다. 신작의 배경이나 숨은 이야기, 그리고 하루키에 관한 애정 어린 동경을 가감 없이 이야기를 합니다.


이번에는 김겨울 작가와 배우 박정민이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김겨울 작가와 박정민 배우 역시 하루키의 광팬으로 이번 신작의 한 부분을 낭독하고 신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들어보시면 재미있습니다.


키워드에 따라 그림자에 대한 선택과 자신의 이야기, 또 도서관에 관한 추억 같은 것들을 풀어놓는 김겨울 작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에세이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정민 역시 이번 신작에 관한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습니다.


#

[하루키 없는 하루키 라디오] 첫 번째 시간.


무라카미 하루키 6년 만의 신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먼저 읽고 여러분을 소설 속 세계로 안내합니다.


분리되는 그림자, 바늘 없는 시계탑, 그리고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그 첫 번째 여정을 김겨울 작가가 함께합니다.


#

[하루키 없는 하루키 라디오] 두 번째 시간.

 “진짜 내가 소는 곳은 높은 벽에 둘러싸인 그 도시 안이야. 지금 여기 있는 나는 진짜 내가 아니야. 대역에 지나지 않아. 흘러가는 그림자 같은 거야.”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의 주요 장면을 박정민 배우가 직접 읽고 여러분과 감상을 나눕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11841/clips/1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11841/clip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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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여행 에세이 사진집이라고 하는 이 책은 하루키 에세이 우천염전의 사진 버전이라고 봐야 할까 싶다. 우천염전 에세이는 여행기라고 하나 먼 북소리와 다르고, 라오스에는~~ 과도 다른, 개고생을 거듭하는데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 풍경을 하루키만의 유쾌한 직유로 풀어내는 에세이였다.


우천염전을 비롯해서 여기 사진집의 사진은 하루키를 따라나선 에이조 군이 맡았다. 그 이전의 여행기에서 사진은 주로 아내인 요코 씨가 맡았다. 하루키 뉘앙스로 에이조 군보다 요코 씨의 사진이 좀 더 프로 같다. 그러나 하루키는 좀 덜 프로 같은 에이조 군의 사진을 좋아한다. 요코 씨도 사진작가이니 요코 씨의 사진은 즉 돈을 받고 팔아 버려도 될 법하다.


소설 댄스 댄스 댄스에서 유키의 엄마로 세계적인 사진작가가 나온다. 소설가인 남편 마키무라 히라쿠와는 떨어져 외팔이 남자와 함께 생활하는 사진작가는 사진에 몸과 영혼을 팔아버린 사람이다. 유키의 엄마이자 사진작가로 나오는 캐릭터는 하루키가 아내인 요코 씨를 염두에 두고 그려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


태엽 감는 새 이후 노몬한 전투가 있었던 곳으로 해서 여러 험난하고 위험한 곳을 여행하느라 아내보다는 에이조 군이 따라나서게 되었다. 에이조 군의 사진을 보면 하루키의 말대로 소박함에서 묻어나는 일상의 노력들이 보인다.


우천염전을 읽다 보면 마치 소설을 읽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글이 좋다. 하루키의 헤실헤실 키득키득 류의 에세이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 군데군데 소설적 암시적인 문장이 가득하다.


[그것은 어쩌면 ‘바다’라고 불러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문득 이것은 어쩌면 일종의 의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정신이 아득해질 것 같은 시간과 희생을 거쳐 철저하게 양식화된, 미의 핵심으로 돌진한 나머지 본래의 의미마저 잃어버린 의식, 그런 의식을 떠올리게 한다]


이 같은 문장이 우천염전에는 가득하고, 2편 격인 사진집으로 여행기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전부 에이조 군이 담았는데 위에서 말한 것처럼 소박하고 투박하다. 그래서 흙의 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질감의 사진이라 그 속의 인간들의 생생한 모습도 엿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사진 속에 사람이 들어있는 사진이 좋다. 멋진 풍경을 담은 사진은 감탄이 있지만 감동은 좀 드물다. 그러나 그 사진 속에 사람이 있으면 스토리가 피어난다. 이야기가 있는 사진이 사람을 담은 사진이다. 물론 팔리지 않고 돈은 덜 되겠지만.


브레드 피트의 흐르는 강물처럼 이 생각나는 이 사진을 보면 알래스카를 사랑한 사진작가 호시노 미치오가 떠오른다. 어린 나이에 알래스카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숭고한 자연의 모습을 담아낸 사진작가. 호시노 미치오의 사진 에세이는 무척이나 좋다. 사실 사진으로만 본다면 하루키의 여행법 보다 몇 배는 더 좋다. 대자연의 경외를 고스란히 에세이에 쏟아부었다. 거대한 그리즐리가 야영하는 텐트 안으로 입을 벌리고 들어오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담아내며 죽어 버린 호시노 미치오의 사진을 보는 것 같다.


하루키의 에세이에서 부족한 면을 에이조 군이 담은 사진과 함께 인간의 발자취 내지는 흔적을 찾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사진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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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이 무엇일까 궁금하지만 이 소설에서 소원은 맥거핀에 지나지 않는다. 소원이 무엇일까에 독자들은 관심을 가지지만 정작 중요한 건 소원이 무엇인가 하는 것 따위가 아니다.


이따금 그 스무 살 생일날 밤에 일어난 일이 모두 다 환상이었던 것처럼 생각되기도 해. 어떤 작용 같은 것이 일어나 실제로는 없었던 일을 그냥 있었다고 믿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하지만 말이지, 그건 틀림없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야.


내 인생에 깜짝 놀랄 행복한 순간을 맞이했어도 시간이 지나면 그 기억은 조금씩 퇴색되어 간다. 그리고 기억은 그 끈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시간은 자꾸 나를 타이르고, 어느 순간 보면 그때 그 일이 있었지 같이 되어 버린다.


아주 특별한 물건도, 특별한 사람도, 특별한 사랑도 일상에 되어 버리면 무섭도록 고요해진다. 스무 살 생일에 어떤 소원을 빌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소원으로 인해 다가올 그녀의 미래가 옳은 선택을 하고도 옳지 못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고, 혹은 그 반대로 옳지 못한 선택을 했는데 올바른 결론에 닿을 수도 있다. 어떠한 결론이라도 도달하면 그녀 자신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란 어떤 것을 원하든, 어디까지 가든, 자신 이외의 존재는 될 수 없는 것이구나,라는 것. 단지 그것뿐이다.


후기를 보면 사소설 형식으로 ‘나‘는 하루키다. 소설 속에도 하루키가 등장한다. 생일은 매년 찾아오지만 스무 살의 생일이란 한 인간에게 딱 한 번 찾아온다. 그녀는 노인에게 소원을 빌면서 스무 살 생일을 평범하게 보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일종의 마음의 텅 빈 공동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인생은 그 공동을 어떤 식으로 채워나가느냐 하는 문제다. 그걸 채울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자신. 자신 이외의 존재는 될 수 없다고 하루키는 말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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