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가 찰리 푸스를 선곡해서 깜짝 놀랐다는 말은 좀 거짓말이지만 이야 하루키 영감님 찰리 푸스도 좋아하고 멋진 영감님이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키는 9월 24일에 방송한 무라카미 라디오 54회에서 첫 곡으로 찰리 푸스의 ‘루저’를 들려주었다.


가장 최근에 방송한 무라카미 라디오로 하루키는 이번 방송에서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덕분에 우리 생활은 꽤 편리하게 되었지만 그만큼 충전해야 하고, 비밀 번호를 외우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많이 빼앗기는 거 같아요. 여러 기기를 부지런히 충전하고, 패스워드를 기억하고, 그러다가 인생이 마냥 스르륵 지나가는 것 같아요. 저는 기억력이 좋지 못해서 패스워드를 잊어버립니다” 같은 이야기로 시작을 한다. 그러면서 집에서 들고 온 찰리 푸스 노래를 첫 곡으로 선곡한다.


하루키는 이 방송에서 노르웨이 숲은 400자 원고지에 만년필로 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댄스 댄스 댄스에서부터 워드 프로세서를 사용하여 지금까지 연필이나 만년필이 아닌 첨단기술로 된 기기들로 집필하고 있다. 그는 타니자키 준이치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이야기를 하며 그때에는 저장하는 기기도 없고 충전하는 기기도 없었기에 그저 만년필을 들고 꾸준하고 차분하게 원고를 쓴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개인적으로도 들고 다니는 기기가 몇 대 있다 보니 충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애플워치를 하지 않고 카시오 전자시계를 차고 있는데, 가끔 왜 스마트워치를 하지 않냐는 말을 듣는다. 스마트워치를 한다고 해서, 아이패드나 아이폰만큼 생활이 크게 달라지지도 않으며 이 죽일 놈의 충전의 굴레 속으로 더 빠져들 뿐이다. 어쩌다 무슨 일인지 충전이 아침에 되지 않았다? 불안할 뿐이다.


나 같은 인간은 매일 달리고 나서 매일 샤워를 하는 것도 귀찮은데 – 씻는 건 너무나 귀찮지만 그래도 샤워는 좀 낫기에 땀을 흘리고 샤워는 그냥저냥 매일 하게 되지만 그때에도 카시오 손목시계는 벗지 않는다. 그냥 일 년 열두 달 계속 차고 있다. 그래서 가끔 빼서 좀 닦아 주는 것 빼고는 귀찮을 일이 없다.


충전이라는 건 이제 일상 깊이 침투해서 폰이나 아이패드에 충전이 50% 밑으로 되어 있으면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내가 다니는 활동 반경 내에 충전기를 배치해 놓고 어디를 가던 그곳에서 충전을 할 수 있게 해 놨다.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충전이 가득 되면 알 수 없는 희열도 느낀다.  이 무슨 이상한 일인가. 이 죽일 놈의 아이패드와 충전기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매일 열심히 뭔가를 적는 건 기기가 나오기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했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는 주머니에 작은 수첩과 불펜을 넣어 다녔다. 그러다가 뭔가가 생각이 나면 길거리라도 벽면에 붙어서 생각난 것들에 대해서 메모를 했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 아이팟 터치 3세대를 먼저 구입했다. 메모가 무한정이었다. 정말 그것 하나만으로도 다른 세상이었다. 자주 가는 카페에서는 그게 뭐냐며 신기해했고 소설을 읽다가 필사하고픈 문장은 메모장에 타이핑을 했다. 타닥타닥 하는 소리도 듣기 좋았다. 하지만 배터리가 금방 동이 났다. 그때부터 충전기를 들고 다녔다. 그때 구입한 충전기를 아직도 들고 다닌다. 그러다가 아이패드, 키보드 등 충전이 필요하다. 건전지를 넣어줘야 하거나. 편리해진 만큼 불안요소도 늘어난 것 같다. 충전의 굴레 속으로 들어와 버린 것이다.


다시 무라카미 라디오 이야기로 돌아가서,

현재 찰리 푸스는 한국공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 찰리 푸스 선곡이 더없이 반갑다. 찰리 푸스 같은 말랑말랑한 팝은 안 들을 것 같지만 하루키는 재즈와 클래식만 고집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고전문학만 최고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 현대문학, 지금 나오는 소설은 문학이라 할 수 없어! 같은 자세를 하루키는 취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은 김영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독립책방에 들어가는 자신의 소설 겉표지는 다르게 다지인이 되게 해 놨다. 거대 출판사가 아닌 소규모 출판사에서 출간한 소설이나 에세이들이 꽂혀 있는 독립책방을 돌며 토크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 사인도 해주며 현재 나오는 소설도 살뜰히 살핀다. 김영하는 나만 괜찮으면 그만이야! 같은 자세에서 벗어난 태도를 지니고 있다. 하루키도 그렇다.


새미가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찰리 푸스가 공연을 하고 있다. 찰리 푸스는 그 엄청난 부와 인기에 비해 늘 꾀죄죄한 얼굴과 평범한 의상을 입고 고교 때 만난 첫사랑과 사랑을 죽 이어가고, 방탄이들과도 작업을 하며 한국 팬들도 엄청나게 많다.


하루키가 소개하는 곡 외에 찰리 푸스의 좋은 곡들이 많지만 세계적인 인기를 확 끌었을 때가 위즈 칼리파와 ‘씨 유 어게인’을 불렀을 때였다. 그즈음에 메간 트레이너와 ‘마빈 게이’를 불러서 인기를 확고히 했다.


마빈 게이처럼 사랑을 하자 뭐 그런 내용의 노래인데 메간 트레이네와 정말 환상의 듀엣이었다. 뮤비는 살짝 야하다. 두 사람은 공연에서 진한 키스를 당겨 버리기도 해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유튜브에 있으니 궁금하면 보기 바람. 아주 진한 키스다.


마빈 게이는 실력이 좋아 당시 퀸시 존스가 수장으로 있던 모타운 소속 가수가 된다. 모타운은 마이클잭슨이 속해 있는 회사로 흑인 아티스트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그러나 마빈 게이는 모타운의 음악이 흑인들을 위한 흑인음악이 아니라 백인들을 위한 흑인음악이라 모타운을 나오게 된다. 그리고 마빈 게이는 무하마드 알리와 함께 흑인 운동을 하기도 했다. 마빈 게이의 노래는 너무나 좋다. 찰리 푸스가 노래를 얼마나 잘 만드냐 하면 ‘마빈 게이’를 부를 때 마빈 게이의 명곡 ‘렛스 겟 잇 온’을 가사에 집어넣어서 만들었다. 마빈 게이의 이 명곡은 1973년 곡인데 왜 2023년에 만든 곡처럼 들릴까.


마빈 게이의 음악은 영혼을 달래주는 음악이다. 70년 만에 깨어난 캡틴아메리카도 팔콘에게 마빈 게이를 권한다. 마빈 게이의 음악은 언제 들어도 좋지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흘러나오면 너무 좋다. 마빈 게이의 죽음은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아버지의 총에 맞아 죽었는데 미스터리다.


찰리 푸스가 메간 트레이너와 마빈 게이를 부를 때는 둘 다 학생 같은 얼굴이었다. 메간 트레이너는 요즘 너무 날씬해졌지만 이 노래를 같이 부를 때에는 통통했으나 예뻤다. 화사가 메간 트레이너의 노래를 거의 비슷하게 따라 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는데 두 사람의 노래를 믹스한 뮤비가 유튜브에 있는데 들어보면 하나의 노래처럼 들린다.


하루키가 소개한다. "첫 곡은 찰리 푸스의 노래 ‘루저’입니다. 그녀가 떠나고 이것저것 후회하는 남자의 노래입니다."


무라카미 라디오 54화 https://www.bilibili.com/video/BV1R8411v7a4/?spm_id_from=333.788.recommend_more_video.0


찰리 푸스와 메간 트레이너의 마빈 게이 https://youtu.be/igNVdlXhKcI?si=nJWJMuMWeG_KdiFk


마빈 게이의 렛스 겟 잇 온 https://youtu.be/x6QZn9xiuOE?si=6GCGPnAoaMm3R7b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진범인 플레그를 보는데 요시네 쿄코 뒤 책장에 일큐팔사가 꽂혀 있다. 일큐팔사는 이 드라마와 무관하다. 이 일드는 어느 날 느닷없이 아내와 아이들이 사라져 버린 한 가정의 가장이 아내와 아이들을 찾아다니는 미스터리 추리극이다.


주인공으로 니시지마 히데토시, 미야자와 리에 그리고 화면의 요시네 쿄코가 나온다. 니시지마는 우리가 좋아하는 하루키의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의 주인공 가후쿠로 나온다. 상처를 받았지만 제대로 상처를 받는 법을 알지 못한 가후쿠. 아내에게 필요한 건 나의 가슴이 아니라 누군가의 가슴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는 가후쿠.


미야자와 리에는 하루키 영상물에 두 번이나 등장한다. ‘토니 타키타니’에서 에이코와 하사코 1인 2역을 한다. 그리고 ‘해변의 카프카’ 연극에서 사에키로 등장해서 열연을 펼친다. 그 모호하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여성을 미야자와 리에가 해낸다. 그때의 모습은 인간실격에서 다자이 오사무의 아내 미치코 역을 할 때에도 나타난다.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토니 타키타니에도 나오는데 내레이션이 바로 니시지마다. 토니 타키타니의 감독 이치카와 준은 하루키의 문체를 영화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한 장소에서 인테리어만 바꿔가며 촬영을 진행했다. 덕분에 소설적 문체를 영화적 문채로 옮기는데 성공한다. 거기에 사카모토의 음악이 깔린다.


하사코는 에이코가 남겨 놓은 방대한 옷들을 입어보다가 터지는 울음을 참지 못한다. 세상에는 그런 울음이 존재한다. 하사코는 질은 다르지만 비슷한 깊이의 고독을 에이코의 옷을 입어 보면서 느꼈을지도 모른다. 무채색과도 같은 투명하고 아름다운 적멸을 에이코의 옷을 입어보고 하사코는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독해서 고독에서 벗어나고파서 고독해질 수밖에 없는 고독한 이야기가 토니 타키타니였다.


두 주인공 미야자와 리에와 오가타 이세이는 후에 '구구는 고양이다'에서 아주 코믹한 캐릭터로 다시 조우한다. 허당 같은 두 사람의 뻥 진 연기가 너무 재미있었다.


니시지마는 아주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나왔는데 2010년 ‘사요나라 이츠카’에서 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것 같은 유타카 역으로 나온다. 인간은 죽을 때 사랑받는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으로 나누어진다. 이 문장이 영화를 관통한다.


이 영화의 감독은 인천 상륙작전의 이재한 감독이며 원작은 냉정과 열정사이의 츠지 히토나리다. 사요나라 이츠카 – 안녕 언젠가로 우리나라에 출간되었는데 역시 재미있다. 여주인공으로 러브레터의 나카야마 미호가 니시지마 히데토시와 호흡을 맞추는데 당시에는 원작자 츠지 히토나리와 부부였다.


이 영화는 화양연화의 미장센을 옮겨왔고 나카시마 미카의 노래가 영화를 끌어올려준다. 사랑이란 계절과도 같은 것, 그냥 찾아와서 인생을 지겹지 않게 치장할 뿐인 것, 사랑이라고 부르는 순간, 스르륵 녹아 버리는 얼음조각 같은 것, 안녕, 언젠가. 역시 소설과 영화 다 재미있다.


미야자와 리에는 ‘종이 달’에서 점점 범죄가 심해지는 주인공 리카 역인데 역시 소설만큼 좋았다. 미야자와 리에는 스모선수와 결혼을 하고 사진집을 발간해서 열도를 발칵 뒤집어 놓았을 때 얼굴은 정말 그림 같은 얼굴이었다. 지금 권은비 얼굴에 점 하나 찍어 놓으면 딱 그 당시의 미야자와 리에다. 그러나 이혼과 힘겹게 재개한 배우활동 등으로 예전 같지 않았다.


몇 해 전 심은경이 일본에서 배우로 최우수주연여우상을 타고 소감을 이야기할 때(심은경의 이 소감은 일본의 대부분을 울렸다. 영상을 찾아보면 왜 그런지 알게 된다) 경쟁자였던 미야자와 리에의 그 표정을 잊을 수 없다. 그 리즈 시절의 얼굴은 아니었지만 순수하게 기뻐하고 축하해 주는 모습이 더 예쁘게 보였다.


요시네 쿄코는 나가노 메이, 히로세 스즈 등과 함께 뜨는 배우다. 끝.


드라이브 마이 카 https://youtu.be/govpaPZgt40?si=mTUYLtisCENs2mlg


토니 타키타니 https://youtu.be/xh8lbo_Yx_I?si=hTUBIWQBrmyoEyyM


사요나라 이츠카 - 나카시마 미카의 올웨이즈 https://youtu.be/bpFz8ksR2vU?si=LzJKBrOq5yNC5WOf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어제에 이어 오늘도 하루키 아저씨가 들려주는 크리스마스 송 한 곡을 선곡했습니다. 찰스 브라운 곡입니다. 노래를 들려준 다음 마지막 하루키 아저씨는 찰스브라운의 이 곡에 대해서 이렇게 말을 합니다.


[이거 꽤나 좋은 곡이죠? 이건 흑인 소울 싱어 찰스 브라운이 1960년에 녹음한 크리스마스 송입니다. 찰스 브라운은 레이 찰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 전설적인 싱어입니다. 찰스 브라운 자신이 작곡하고 노래까지 해서 히트를 친 곡입니다. 이 곡은 이글스와 본 조비도 커버해서 부릅니다. 그다지 일반적으로 잘 듣지 않는 곡인 것 같은데 저는 이 곡을 개인적으로 꽤 좋아합니다. Please Come Home for Christmas, ‘크리스마스에는 집에 돌아와’라는 곡입니다. 크리스마스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가족끼리 축하하는 축제입니다. 평소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가족이 오랜만에 모이는 날입니다. 제목에 걸맞게 절절한 분위기가 있지요.]


라고 멘트를 합니다. 제가 알기론 원래 흑인 재즈는 브라스 밴드 형식이었습니다. 악기가 많이 등장해서 풍부한 음향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그러나 전쟁과 흑인 탄압과 노예제도 같은 것들로 흑인 재즈 연주가들이 흩어져 지하로 숨어들게 됩니다.


그러면서 피아노, 색소폰, 가수 등 나눠지게 됩니다. 찰스 브라운은 40년대 후반에 베이스의 에디 윌리암스, 기타의 찰스 노리스와 함께 자신의 트리오를 결성해서 공연을 하고 트러블 블루로 빌보드 알엔비 차트에서 무려 15주 동안 1위를 유지합니다.


그 뒤로 60년대, 7, 80년대에도 활발하게 활동을 하다가 1999년 심부전으로 사망하고 잉글우드 공원묘지에 안장이 되었다고 합니다. 하루키 아저씨는 좋아하는 재즈 아티스트들도 피츠제럴드처럼 말년의 죽음이 덮치는 그날까지 자신의 영역에서 열심히 즐겁게 활동한 예술가들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느낌이 들어요.


지구에서 가장 찬양받는 헤밍웨이는 자신이 패배했다고 느꼈을 때 총구를 자신의 입에 대고 방아쇠를 당겨 죽음으로 가버린 예술가들보다 말이죠. 아무튼 찰스 브라운의 재즈 곡들도 들어보면 좋죠. 저는 재즈는 잘 모르지만 멍하게 여러 곡들을 듣는 것 같아요.


찰스 브라운의 1991년 콘서트를 보면 노래하는 말년의 그의 모습에서 세상의 여러 일들을 초탈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Charles Brown - PLEASE COME HOME FOR CHRISTMAS https://youtu.be/FWoKgG8u1k0?si=DazncqvXG7MyNrc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


2005년에 ‘시나가와 원숭이’가 나오고 일인칭 단수에 그 후속 편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이 실렸다. 그동안 시나가와 원숭이도 나이가 들고 살고 있는 곳에서 쫓겨나서 허름한 여관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시나가와에서는 대학교수 부부에게 귀여움을 받으며 잘 컸다. 그러면서 인간의 언어도 습득하게 되었지만 그 근처 원숭이들 틈에서 섞이지 못했다. 언어는 이상하고 행동도 원숭이들과 달라서 쫓겨나듯이 나오고 말았다.


시나가와 원숭이는 사람의 이름을 훔쳤다. 특히 여자들의. 인간 여자들의 이름을 훔쳤다. 그러지 말아야 하지만 예쁜 여자를 보면 안 그럴 수 없었다. 그러니까 시나가와 원숭이는 암컷 원숭이에게 성욕을 느끼지 못하고 인간 여자에게 성욕을 느끼는 저주 같은 것에 한탄을 한다.


가끔 이름을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누군가의 엄마나, 누구의 남편, 부장님, 208호 댁 등 이름을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시나가와 원숭이가 이름을 훔쳐가는 것이다. 그래서 이름을 잊어버린 게 아니라, 잃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즘은 그러지 않는다고 시나가와 원숭이는 고백을 한다.


이 단편이 책자로 나오기 전 하루키는 뉴요커와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는 2020년 6월 8일에 진행되었다. 요약을 해서 올려봄.


[원숭이가 시나가와 출신이라는 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단지 발음할 때 좋은 울림 때문에 그렇게 이름을 붙였습니다. 요컨대 브루클린 원숭이도 꽤나 좋게 들린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2월 일본에서 이 이야기를 청중 앞에서 발표했었는데 모여 있던 사람들이 많이 웃으며 즐거워했습니다. 원숭이는 그대로 원숭이로 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원숭이는 1편이 나온 후 지금은 늙고 외롭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시나가와 원숭이입니다. 인간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고립의 고통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브루크너 7번 교향곡을 여러 번 들었기에 원숭이가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을 좋아하는 것으로 집필을 했습니다.


누군가의 이름을 소유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가지게 되는 것과 같다는 것에 동의하십니까?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요즘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일까요?라고 질문을 했고, 하루키는 – 매주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의 사랑: 시나가와 원숭이와 함께 저녁시간을? 인 공개 강의가 있다면 꼭 듣고 싶습니다.


원숭이의 이야기가 주제가 없다는 질문에, 제가 쓴 이야기들의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대학 강의 시간에 학생들과 제 작품에 대해 토론을 하는데 학생들은 항상 제 작품의 주제를 찾을 수 없어서 혼란스러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점들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신경 쓰이게 하지는 않는 답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사람은 뉴요커에서도 하루키의 인터뷰를 자주 했던 편집자이다. 마지막에 하루키가 한 말은 아무래도 소설은 문제를 제기할 뿐이지 수학처럼 답이 명확하지 않다고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주제가 모호하면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의 결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진과 비슷하다. 좋은 바닷가의 풍경을 담은 사진은 모두가 감탄하게 된다. 그런데 그 안에 사람이 있으면 누군가는 저 사람은 무엇 때문에 바닷가에 있을까? 같은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상상력의 시간이 된다. 그래서 감탄보다는 감동이 나올 수 있다. 하루키는 그런 말을 한다고 나는 믿는다.


Bruckner: Symphony No. 7 - Jochum https://youtu.be/BElSWqYvCIo?si=Lrhsb9k8qOHN0aw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두 달 있으면 크리스마스고 해서(중간이란 없다. 여름 다음 바로 크리스마스다) 하루키의 크리스마스 송을 올려봅니다. 하루키 아저씨(라 했다가, 영감님이라 했다가, 소살가님이라고 했다가)가 무라카미 라디오 방송을 하면서 첫 시즌 크리스마스 특별 방송을 했었는데요.  


그 이후의 크리스마스 때에는 크리스마스 방송을 하지 않았습니다. 뭐 전쟁도 있고, 코로나도 있고 이런저런 세계적인 일들 때문에 하루키 아저씨도 생각할 것들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무엇보다 클래식에 관한 방대한 에세이와 함께 벽 너머의 세계를 다룬 장편 소설을 발가락 꼼지락 거리며 열심히 썼지 싶은데요.


여하튼 크리스마스 그 방송이 무라카미 라디오 3회였고, 그때에만 해도 하루키 아저씨는 이거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8월 27일 방송분으로 53회까지 진행이 되었네요.


그때 방송을 들어보면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백화점과 상점가, 거리가 온통 캐럴이 흘러넘쳐서 한 상점에서는 사람들이 싫어해서 이곳에서는 캐럴을 틀지 않습니다,라는 라벨이 붙어 있다고도 했는데요, 그러면서 하루키 아저씨가 직접 고른 자신의 레코드와 시디를 들고 와서 55분간 확실하게 들려주겠노라고 했습니다.


길거리 캐럴이 사라진 이제는 그런 거리의 캐럴이 그립네요. 거리가 정말 온통 웸의 라스트 크리스마스가 흘러나오고, 카페는 온통 머라이어 캐리의 캐럴이었는데 말이죠.


하루키 아저씨가 첫 곡으로 리사 오노의 윈터 원더랜드를 들려줍니다.

오노 리사 씨가 2000년에 녹음한 보사노바풍의 크리스마스 앨범 중 하나입니다. [윈터 원더 랜드] 멋진 겨울 풍경. 포르투칼어로 부드럽게 스윙하는 점이 좋죠. 제가 애정하는 앨범 하나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보사노바 풍으로 캐럴을 부른 것은 별로 보이지 않네요. 남미와 크리스마스의 조합이 없어서 일까요? 그런데 얼마 전에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에 다녀왔는데 크리스마스 분위기 준비를 한창 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보사노바와 크리스마스 캐럴을 음악적으로 꽤 가깝다고 생각합니다만, 어떠신가요?


https://youtu.be/SubtQyaw1iM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jeonare 2023-10-15 14: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좋네요

교관 2023-10-16 11:29   좋아요 0 | URL
네, 참 좋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