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음악 – 스탠 게츠 – jumping with symphony sid


오늘 소개할 하루키 음악도 하루키의 소설에 나온 음악이다.


하루키: 역시 가게를 운영하면서 두 번째 작품을 썼습니다. 1973년의 핀볼. 이 제목은 오에 겐자부로 씨의 [만년 원년이 풋볼]에서 빌렸습니다. 이 소설 속에는 스탠 게츠 콰르텟이 연주하는 점핑 위드 심포니 시드라는 곡이 나옵니다. 이 곡을 의외로 많이 신청해 주셨네요. 오리지널 LP로 걸겠습니다.


이렇게 말을 하루키 사마, 신이 났습니다. 이 신청곡은 오키나와현에 사는 30대 남성 간호사 티모시의 사연이 소개가 되면서 선정되었다.


티모시: 신청곡은 스탠 게츠의 ‘점핑 위드 심포니 시드’입니다. 1973년의 핀볼에서 주인공은 여자아이와 골프장을 걸으며 휘파람을 상쾌하고 완벽하게 붑니다. 결혼을 위해 오키나와에서 오사카로 나왔지만 곧 애인에게 버림받고 쓸쓸한 도시생활이 시작될 무렵에 읽었습니다. 도서관에 반납하고 돌아오는 길에 들린 디스크 유니온에서 보고 ‘휘파람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하게 무라카미 씨에게 전하고 싶은 추억의 곡입니다.


하루키: 그렇습니까 여러 가지 추억이 있군요, 그러나 골프장을 걸으면서 휘파람으로 부는 곡은 사실 ‘점핑 위드 심포니 시드’가 아닙니다. 다른 곡입니다. 아마 이건 당신의 착각일 겁니다.


1973년의 핀볼을 나는 여러 번 읽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 내가 이 정도로 머리가 나쁠 줄은 나도 잘 몰랐다. 기억이 나는 건 새벽의 수영장의 수면 밑에 있는 기분이 시작되더니 이런 기분을 마지막까지 죽 끌고 갔다는 것이다. 핀볼이 내는 소음이 위로의 언어가 되고 하나뿐인 그 핀볼이 나오코였던가. 고가의 핀볼이라도 그건 공장에서 찍어 내는 거지만 나오코는 돈이 많다고 해서 뚝딱 찍어낼 수 없는 소중한 존재라는 정도를 느꼈던 것 같다. 음료를 마시고 나면 바닥에 깔린 부유물처럼 마음속의 알 수 없는 그 부유물이 미미하게 움직인다는 걸 소설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Jumping With Symphony Sid - Stan Getz https://youtu.be/8wBwodpWoq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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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에세이 – 어떤 인물을 등장시킬까?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중에서 ‘어떤 인물을 등장시킬까?’라는 챕터가 있다. 하루키는 소설 속 등장인물이 실제 인물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하지만 가끔 실제 인물을 등장시킬 때가 있는데 실제와는 다르게 표현을 해서 아마 당사자는 모를 것이라 했다.


당연하지만 소설보다는 하루키는 에세이에 실제 인물을 많이 등장시켰다. 특히 늘 두부를 사러 가는 두부 집에 주인부부가 없을 때 아직 여중생의 어린 딸이 두부를 내주었다던가. 그 두부 집 딸내미는 훌쩍 커서 자신이 하루키의 에세이에 등장했다고 자신의 아이들에게 자랑을 할지도 모른다.


하루키는 소설 속 등장하는 캐릭터는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게 하루키 에세이를 읽는 최고의 재미이자 알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 그리고 위에 서머싯 몸의 예도 들었다. 서머싯 몸은 한 소설에서 전혀 면식이 없는 사람에게서 ‘내가 소설의 모델로 쓰였다’라고 소송을 당해 곤욕을 치렀다고 했다.


이 책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슬픈 외국어에 보면 ‘스티븐 킹과 교외의 악몽’ 챕터가 있다. 미저리에 관한 일화다. 미저리 소설이 자기 것이라고 주장(정말 자신이 쓴 것이라 믿고 있는) 하는 중년 여성 앤이 스티븐 킹을 괴롭히고 미저리의 애니 윌킨스는 자신을 모델로 만든 캐릭터라고 하며 스티븐 킹이 자신의 원고를 훔쳐 갔다고 주장을 하는 등 협박장을 보내기도 했다.


며칠 뒤 에릭이라는 청년이 스티븐 킹의 집에 침입하면서 자신의 숙모 원고를 훔쳐 미저리를 썼다고 주장했다. 그럼 에릭과 중년 여성 앤이 서로 아는 사람이려니 하겠지만 두 사람은 전혀 모르는 남남이다. 게다가 앤은 스티븐 킹이 자신을 위해 일부러 청년을 시켜 저런 일을 꾸몄다고 주장했다.


모두가 경찰에게 연행되고 절차에 따랐다. 앤 이라는 여성은 스티븐 킹이 초기작을 낼 무렵부터 그렇게 협박을 하며 스토커 짓을 해왔다고 한다. 청년이 집에 침입했을 때는 집에 스티븐 킹의 아내만 있었는데 몹시 무서웠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사건은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면서도 뭔가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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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80년 문예지에 발표되었던 세계의 끝 부분의 원작에 해당되는 소설로 미완성작품이라고 생각한 하루키가 단행본에 수록하지 않았다. 그래서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았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보다 다듬어지지 않은 이야기, 곧 나올 신작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의 원작의 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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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이름은 없다. 18세의 여름 풀밭 위의 추억 그것뿐이었다. 너에게도 나에게도 이름은 없다. 냇물도 이름은 없다. 그것이 우리의 룰이었다. 우리의 머리 위에 희미한 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별에도 이름은 없었다. 우리는 그런 이름 없는 세계의 풀밭 위로 침전해 가고 있었다.


"거리는 높은 벽에 둘러 쌓여 있어"라고 너는 말했다.

"넓은 거리는 아니지만 숨 막힐 만큼 좁지도 않아."


이렇게 하여 거리는 벽을 갖게 되었다. 네가 계속 말했던 거리는 한줄기의 강과 세 개의 다리를 갖고 망루와 도서관을, 그리고 버려진 주물공장과 가난한 공동주택을 가지고 있었다. 여름의 석양의 뜨거운 빛 속에서 나와 너는 어깨를 움츠리듯 그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그 벽에 쌓인 거리의 가운데야"라고 너는 말했다.

"그러나 18년이 걸렸어. 그 거리를 찾는데... 그리고 진실한 나를 바라보는데."

"그 거리에서 도대체 너는 무엇을 하고 있지?"라고 나는 물었다.

"도서관에서 일하지." 너는 당당하게 말했다.

"일은 저녁 6시부터 11시까지."

"그곳에 가면 정말 너를 만날 수 있을까?"

"응, 물론 네가 그 거리를 찾을 수만 있다면 그리고 만약.."


너는 그 부분에서 입을 다물고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나는 말 못 한 너의 이야기를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만약 네가 정말로 나를 바란다면 그것이 너의 말이었다. 나는 너를 안았다. 그러나 그 여름 황혼 속에 내가 안았던 선 그저 너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았다. 정말 너는 벽에 둘러 쌓였던 거리 속에 있었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강이 흐르고 사과나무가 자라고 짐승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가난하고 오래된 공동주택에 살며 검은 빵과 사과를 먹으며 살고 있었다. 짐승들은 나뭇잎과 나무 열매를 먹고 긴 겨울에는 그 반수가 굶주림으로 죽었다. 어째서 나는 그 거리에서 돌아가고 싶다고 바라게 되었을까.


“거리에 들어가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야”라고 너는 말했다.

“그리고 나오는 일도.”

“어떻게 하면 되지?”

“바람을 가져, 지금보다도 더욱 강하게 그렇게 하면 언젠가는 거리에 살 수 있게 돼. 얼마만큼 긴 시간이 걸려도 체념하지 말고 나는 언제까지라도 그곳에 있을 테니까. 언제까지라도... 너를 위한 장소도 계속 놓아둘게.”

“나를 위한 장소.”

“그래 하나정도 빈 곳이 있어. 너는 그 거리에서 예언자야.”

“예언자?” 나는 웃었다.

“나는 예언 따위는 할 수 없어.”

“아무 예언도 하지 않아도 좋아. 손님을 얻을 필요도 없으니까. 예언자는 도서관의 서고에서 오랜 꿈의 정리를 하는 일만 하면 돼. 나도 그 일을 도와주지.”

“오랜 꿈.”

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의 팔 속에서 너의 그림자가 흔들렸다.


무라카미 하루키 –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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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음악 – 캘리포니아 걸스


이번 소개할 하루키 음악은 하루키가 무라카미 라디오 27회에서 소설 속 음악을 선곡해서 들려주었다. 소설 속 음악 특집에 수많은 사람들의 신청곡이 쏟아졌다. 하루키도 신이 나서 음악을 골라골라 선곡했을 것이다. 가능한 한 여러분 들에게 보답하고 싶습니다,라며 자신도 기대를 한다고 멘트를 시작했다.


그 첫 번째 음악으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 소개된 곡 비치 보이스의 [캘리포니아 걸스]다. 이 곡을 설명하면서 신청곡을 받은 사연을 들려주었는데 “대학생이었던 저는 이 책을 읽은 직후 센다가야의 피터 캣에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 갔었습니다. 하루키 씨가 카운터에 앉아 있다가 담당자가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채용은 되었습니다만, 하루키 씨는 다른 분에게 양도했기 때문에, 잠시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만두어 버렸습니다. 신청곡은 캘리포니아 걸즈”


하루키: 벌써 40년 전의 이야기네요. 그렇군요 채용이 되셨군요. 당시 우리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사람 중에 꽤 멋진 여성이 많았습니다.


먼저 저의 첫 번째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부터 가겠습니다. 이 책을 낸 것은 1979년의 일입니다. 어쨌든 태어나서 처음 쓴 소설인데, 그게 군조 신인상을 받아서 바로 책이 되고 꽤 팔려서 그냥 저도 잘 모르는 사이에 훌쩍 소설가가 되어 버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당시 저는 센다가야에서 재즈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장기 회관 근처였는데 가끔 점심에 장기 회관에 가서 ‘왕장 도시락’이라는 것을 먹었습니다. 밥이 왕장의 말 모양입니다. 그런 이상한 것들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후지이 소타(일본 장기 챔피언) 군 덕분에 tv뉴스 같은데 자주 장기 화관이 등장합니다만, 꽤 그립네요.


California Girls https://youtu.be/cdNRiZ0kwR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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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무라카미 라디오 27회에서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 나오는 음악을 두 곡이나 선곡했다. 두 명의 청취차의 사연을 소개했다. 가나가와 현에 사는 40대 여성은 고등학교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처음 읽은 하루키의 소설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입니다. 말 그대로 마음을 뚫어 버렸어요. 그 후로 계속 하루키 소설의 팬이 되었다고 했다. 대니 보이를 꼭 듣고 싶다고 했다.


20대 여성 카오루는 소설 속에 나오는 빙 크로스비의 대니 보이를 듣고 싶습니다. 제 인생에서 하루키 씨의 작품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몇 년이나 지났지만 대니 보이를 흥얼거려요.


하루키는 빙 크로스비의 대니 보이를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어서 마할리아 잭슨의 소울 가득한 대니 보이를 대신 틀어준다. 물론 레코드판으로.


대니 보이는 주인공이 그림자도 없고 마음도 없는 벽 너머의 세계에서 음을 찾아서 흥얼거리는데 그 음이 대니 보이의 음이었다. 주인공은 마음이 없는 벽에 둘러싸인 마을에서 눈의 빛도 잃은 채 꿈 읽기만 계속하다 대니 보이의 음을 계속 쳤다. 선율과 코드는 자연스럽게 손가락 끝에서 흘러나왔다. 멜로디가 마음에 스며들고 몸 구석구석에서 굳게 굳은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주인공은 알게 되었다. 오랜만에, 실로 오랜만에 노래를 들으니 몸이 얼마나 이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었는지를.


그리고 하루키는 일각수의 꿈에 나오는 노래를 한 곡 더 튼다. 보브 딜런의 [A Hard Rain’s A-Gonna Fall]


도쿄에 사는 50대 여성의 사연이 이어진다. 일각수의 꿈에 나오는 보브 딜런의 [A Hard Rain’s A-Gonna Fall]을 신청합니다. 음악에 흥미가 생겨서 여러 음악을 듣기 시작한 것과 하루키 씨의 소설을 읽기 시작한 것이 비슷했고, 음악의 영향으로 소설을 읽었는지, 소설의 영향으로 음악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시너지 효과겠지요. 비치 보이스는 별로 듣지 못했지만 보브 딜런에게는 푹 빠져버렸습니다.


하루키: 네, 저는 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치바현의 나라시노 집에서 쓰기 시작해서 가나가와현의 후지사와로 넘어와서 적었습니다. 이 소설은 어려워서 무척 힘들었습니다. 결말을 몇 번이나 다시 썼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이, 내가 쓴 소설 중에서 가장 좋아한다는 사람이 적지 않게 계신 것 같습니다.


나에게도 이 소설이 세 가지 버전으로 있다. 제목이 일각수의 꿈으로 번역된 버전도 있다. 나 역시 이 소설이 너무 좋아서 그런지 하루키의 소설 중에서 가장 많이 다시 읽었다. 대략 10번은 읽은 것 같다. 이상하지만 매년 겨울이 다가오면 꺼내서 읽게 되었다. 벽 너머의 세계-마음을 잃고 그림자를 읽고 영원히 살아가는 세계 이외도 현실 세계에서 등장하는 야미쿠로, 지하통로, 괴짜박사, 통통한 손녀, 기호사들과 계산사들.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다. 안 그러려고 하지만 읽고 있으면 라디오헤드의 노래를 듣는 기분이 들고, 라디오 헤드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이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든다. 대니 보이를 들어보자. 주인공이 그녀를 향한 마음이 열리는 그 장면을 떠올리며.


Bing Crosby- Danny Boy (1945)

https://youtu.be/Q2QtBYR7NJs?si=YJPKfvcHT4XLgI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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