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는 여러 에세이에서 언급했지만 피츠 제럴드를 좋아한다. 대중은 헤밍웨이를 더 좋아할지도 모르지만 하루키는 헤밍웨이 보다는 피츠 제럴드를 더 좋아한다. 인간적으로도 그렇고 글도 그렇다고 생각된다. 노인과 바다에서도 말했지만 헤밍웨이는 인간은 파괴될 수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패배하여 총구를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신 헤밍웨이 보다 말년에 처절하고 나락으로 떨어졌을지라도 다락방에서 끝끝내 글을 쓰다가 숨을 거둔 피츠 제럴드의 편에 하루키는 섰다.라고 생각이 든다.


피츠제럴드와 헤밍웨이가 절친이라는 건 우리가 다 알고 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면 헤밍웨이는 파티에 미쳐있는 젤다와 그녀에게 빠져있는 피츠제럴드를 찾아가서 너를 망치는 것은 저 여자야,라고 하는 장면도 다 나온다. 이 영화 속에는 거투르트를 비롯해서 살바도르 달리, 콜 포터, 마크 트웨인, 조세핀 베이커, 피카소와 모딜리아니, 마티스도 등장한다. 시대가 뒤죽박죽이지만 우디알렌은 한 시대에 전부 집합시켰다. 몹시 재미있다.


하루키가 좋아해 마지않는 위대한 개츠비는 ‘다시 젤다에게’로 포문을 연다. 20년대 피츠제럴드는 미국이 가장 사랑하는 글쟁이였다. 출판사들은 그의 글을 내고 싶어 안달복달했다. 피츠제럴드는 그런 미국인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생긴 것도 잘 생겼다. 영화 속에서 톰 히들스턴이 피츠제럴드를 연기했다.  


육군소위로 장교복을 입고 있는 피츠제럴드는 누구나 반할 만큼 멋있었다. 그러나 1차 대전이 끝나고 군복을 벗어버리자 한낱 볼품없는 청년의 모습이었다. 광고 회사를 다니며 소설가 꿈을 키웠다. 프린스턴 대학을 성적 하락으로 중퇴하고 광고 문구를 만들면서 소설을 썼다. 하지만 그의 글은 출판사에서 언제나 퇴짜를 맞았다. 그런 생활 속에 일생에 한 번 사랑에 빠질만한 여자가 나타났으니 그녀가 바로 조지아 주와 앨리배마 주에서 가장 미인이었던 젤다 세이였다.


젤다는 발랄했고 기가 세고 승부욕이 강했다. 무엇보다 예뻤다. 젤다도 피츠제럴드를 사랑했지만 가난한 남자와 사는 것은 그녀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 그녀는 명문가 집안의 딸로 부족함 없이 자랐고 원하는 것은 가질 수 있는 여자였다. 그런 젤다는 가난한 삶을 사느니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위대한 개츠비의 데이지는 젤다의 모습을 그대로 빼닮았다. 피츠제럴드가 젤다를 안을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글밖에 없었다. 그녀를 손에 넣기 위해서는 세상이 놀랄만한 글을 써야 했다. 젤다는 피츠제럴드와 약혼을 파기하고, 그는 점점 압박감에 시달렸다. 자신이 자신에게 바늘로 짜르를 압박감이었다.


고통 끝에 펴낸 자신의 첫 소설 ’this side of paradise’ 덕분에 젤다가 출판 일주일 후에 자신의 품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위대한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펴낸다. 당시 피츠 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의 제목이 원래 ‘개츠비’였는데 ‘위대한’을 삽입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젤다와 출판사의 권유로 ‘위대한’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는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 돈으로 담뱃불을 붙여 담배를 피울 정도로 두 사람은 미국 상류사회의 셀럽이 되고 매일 파티를 하고 그의 단편소설은 엄청난 돈으로 팔려나간다. 그러나 미국의 사조가 바뀌면서 점점 나락으로 떨어진다. 방탕하고 호화로운 생활은 십 년 만에 비극을 맞이한다. 젤다도 사람들의 비난대상이 되고, 알코올 중독에 우울증과 정신병에.


1940년에 피츠제럴드가 죽고 정신병원을 오가던 젤다는 병원의 화재로 인해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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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9월 7일) 하루키의 신작이 도착했다. 인스타그램을 보니 사람들이 일괄적으로 9월 7일에 대부분 받아서 포스팅을 했다.


하루키 팬들, 일명 하루키스트들은 이제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하루키의 장편 소설 출간에 몹시 흥분한 상태들이었다. 나도 하루키를 좋아하지만 사실 굉장한 감격과 엄청난 찬양에 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아니, 이 정도로 좋아할 일이야? 같은 포스팅이 많아서 좀 놀랐다.


어제는 받자마자 읽으려고 펼치니 졸음이 쏟아지고, 잠을 깨고 다시 책을 펼치니 다시 잠이 쏟아져서 읽기를 포기했다. 예전부터 바쁠 때 그 시간에 틈입하여 책을 읽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좀 읽고, 주차장까지 걸어가면서 좀 읽고, 기다리면서 책을 읽던 습관 때문인지 멀쩡하게 자리 잡고 앉아서 읽으려니 잠이 쏟아지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잠이 나의 사소한 행복을 방해했다.


여하튼 하루키는 팬들을 위해, 또 자신을 위해(작가의 후기) 원래 중편 소설을 늘려서 장편으로 내놓았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설가의 스타일은 많다. 소설가뿐 아니라 예술가들, 애니메이션 작가도 그렇다. 베르세르크 작가 미우라켄타로는 끝내 완성시키지 못하고 사망하고 말았다. 그가 그린 그림들을 보면 만화를 잘 모르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입이 벌어질 정도로 작화를 매일 하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89년부터 연재를 해서 아직 못 끝냈으니 대단한 작품이고 걸작이다.


사람들은 어쩌다 천재 같은 소설을 써내는 소설가보다는 꾸준히 소설과 에세이를 출판하는 것 때문에 하루키를 좋아한다. 그 속을 벌리면 문체라든가 작가 정신이라든가 여러 가지 것들이 있지만 기본은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매일 한다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나도 그 점이 좋다. 10여 전에 나도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이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조금씩 글을 쓰고 있다. 설령 미완성이든 작법이 엉망이든 문체가 이상하든 나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목표를 그냥 매일 조금씩 쓴다,라고 정했다. 그렇게 정했을 때에는 의지만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친구들과의 약속을 점점 줄여 나갔다.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려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는 걸 과감하게 받아들였다. 술자리, 쓸데없는 약속 같은 것들을 하나씩 쳐 나갔다. 그러다 보니 현재는 친구들에게 미움을 쌌는지 죄다 멀어졌다. 하지만 나는 불만이나 후회는 없다. 만약 예전처럼 친구들과 늘 몰려다니며 술 마시고 시답잖은 이야기나 매일 늘어놓았다면 지금도 여전히 그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가끔 소식을 듣는 친구들은 회식에 친구들과의 잦은 술자리 때문인지 몸이 너무 불어났다.


나는 친구들과 멀어지는 대신 매일 조금씩 글을 쓸 수 있었고 매일 조깅을 했고 그 덕분인지 문예지에 단편 소설이 실려 2년이나 연재를 할 수 있었고, 종이책도 출간할 수 있었고, 밀리의 서재에서 연락이 와서 전자책으로 단편 소설집도 나올 수 있었다.


오르한 파묵은 좋은 소설가란 똑똑한 것도 아니며 화려한 문장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저 매일매일 꾸준하게 소설을 쓰는 소설가다.라고 말했다. 헤밍웨이도 매일 글을 적다가 오늘 좀 많이 작업했다 싶으면 내일은 오늘보다 좀 덜 작업을 해서 그 균형을 맞추었다.


나는 남들보다 특출 나게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매일매일 꾸준하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이런 습관은 누군가에게 잘 못 보일 수는 있으나 잘 보이기는 힘들다) 하는 건 아니다. 나를 누군가와 비교도 하지 않는다. 오직 한 달 전의 나, 일 년 전의 나와 비교를 한다. 그때보다 지금이 글 쓰는 것이 좀 더 나아졌다면 그걸로 족할 뿐이다.


인간은 매일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밥을 매일 먹어야 한다. 잠도 매일 자야 하고 똥오줌도 매일 놔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간단해진다. 지극히 간단한 문제를 우리는 가끔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간단하게 해결이 된다. 매일 밥을 먹으니 매일 조깅을 하고 매일 조금씩 글을 쓰자. 아주 간단하다. 20년 전에 비해서 요즘은 글을 쓰는 게 더 수월해졌다. 예전에는 불빛과 책상이 있어야만 했다. 그러나 현재는 그런 것들이 전혀 필요 없다. 머리에 뭔가가 떠오르면 그대로 폰이나 태블릿에 메모를 하면 그만이다.


하루키 이야기가 나왔으니 소식을 하나 알려드립니다.



하루키 소식

하루키의 신작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의 목각 애장판을 딱 300부만 제작해서 판매한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이미 다 팔렸겠지요.


하루키의 장편이 일본에서 애장판을 발매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특별 사양의 제작에 따라 시간이 걸려 주문하자마자 바로 받지는 못 할 텐데요.


애장판 사양은 하루키 사인이 들어간 호두나무 케이스에 호일 각인 방식의 저자명이 들어가고 속지도 좋고 아무튼 그렇다네요. 제작 부수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달랑 300부 한정이구요.


문제는 가격이 10만 엔, 우리 돈으로 100만 원 정도 하는데, 엄청 비싼데 금방 팔려 나갔을 것 같습니다. 어떻든 고급스럽고 몹시 탐나는 물건이에요. 돈을 떠나서 아 손에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애장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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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다. 왜냐하면 스티븐 킹과 존 카펜터의 소설과 영화를 나는 아주 많이 봤기 때문이다. 존 카펜터 감독은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진정 예술가라 할 수 있다. 근래에(10여 년 전부터)는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감독보다는 영화 음악에 집중하고 있다.


존 카펜터는 영화사에 길이 남길 할로윈 시리즈를 탄생시켰고, 그래픽이 없던 시절 그래픽보다 사실주의적 공포물 ‘더 씽’을 탄생시켰다. 존 카펜터는 B급 호러물의 대가라고 불렸다. 물밑의 팬들이 정말 좋아했다.  더 씽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를 하자면 존 카펜터의 1982년작 ‘더 씽’이 있고, 2011년에 나온 ‘더 씽’이 있다. 속편으로 이 영화에 대해서 존 카펜터가 직접 언급을 하기도 했다. 존 카펜터가 만든 1982년의 ‘더 씽’은 당시에 인기가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진가가 서서히 드러나는 영화였다. 사람들이 존 카펜터 세계관에 대해서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다.


2011 버전의 더 씽은 1982년 더 씽의 이전 이야기로 2011 버전에서 마지막을 떠올려보면 개 한 마리가 탈출을 하면서 끝난다. 저 개는 진짜 개가 아니야, 하면서 헬기를 타고 뒤를 쫓으며 총을 쏘아대지만 결국 개는 탈출한다. 그리고 1982년 더 씽을 보면 개 한 마리가 기지로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감독은 마치 존 카펜터에게 이 영화를 헌사하기라도 하는 듯 기지, 그리고 장비, 헬기 같은 것들을 1982년 버전의 것들로 채웠다. 속편을 보고 예전 영화를 봐도 이질감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



에세이에도 나오지만 하루키는 스티븐 킹 원작의 ‘쿠조’의 이야기도 한 번 다뤘다. 80년대 초반 영화로 쿠조는 광견병이 들린 파트랴슈 같은 개가 사람들을 잡아 죽이는 이야기다. 영화를 보면 쿠조를 연기한 개에게 정말 상을 줘야 할 정도로 연기를 했다. 지금 봐도 공포스럽고 재미있다.

당시의 깔끔하고 직설적인 쿠조 포스터. 포스터는 여러 버전이 있다


하루키가 에세이에서 언급한 존 카펜터의 ‘크리스틴’도 보면 재미있다. 빨간 빨간색의 크리스틴은 영혼이 들어있는 멋진 자동차다. 하루키도 극찬을 했지만 존 카펜터의 역량이 드러나는 영화다. 자동차가 생명을 가지고 자신을 망가트리려는 인간들을 무참하게 말살시킨다.


하루키가 높이 사는 부분은 크리스틴 이전의 호러 영화 속에서 공포의 대상은 주로 귀신이나 유령, 외계인, 동물 같은 유기물이었는데 처음으로 자동차, 무기물이 생명을 가지고 인간을 처참하게 죽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틴 영화 속 시대 배경은 1950년대이기 때문에 크리스틴은 아주 클래식하며 빈티지하다. 이 영화 역시 80년대 초 영화로 그래픽이 없었기 때문에 존 카펜터의 재능이 잘 드러나는 영화다. 자동차가 살아 있다니. 꼬마 자동차 붕붕도 이후에 나왔다. 크리스틴은 자신을 선택한 왕따 주인공에게 사랑을 느낀다. 이런 부분은 21년에 나온 자동차와 사랑을 나누고 금속으로 된 아기를 가졌던 미친 걸작이라 불렸던 영화 ‘티탄’이 떠오르기도 한다.


찌그러지고 망가졌던 크리스틴이 알아서 펴지고 원래의 모형으로 돌아오는 장면은 범블비를 보는 것처럼 아주 멋진 장면이다. 80년대 초에 하루키는 미국의 한 극장에 앉아서 아내인 요코 씨와 앉아서 신나게 감상했을 것이다. 하루키의 좋은 점은 고상한 예술만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클래식과 재즈만 들을 것 같지만 비치 보이스를 너무나 좋아한다. 스티븐 킹과 존 카펜터를 좋아하는 것 역시 일반인인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 마음에 든다.

크리스틴 예고편이니 짧게라도 감상해보기실 https://youtu.be/0Xq75RR7otQ?si=cDzOkNDOS--2an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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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야기는 셀린저와 그의 수작인 ‘호밀밭의 파수꾼’의 이야기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모비딕’이나 ‘위대한 개츠비’보다 많이 팔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는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음반과 필적하는 숫자라 한다. 하루키는 샐린저도 좋아하지만,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읽은 사람과는 친구가 되어도 좋다고 할 정도로 피츠 제럴드를 좋아한다.


위대한 개츠비는 직유 가득한 문장이 정말 사람을 홀딱 빠지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번역본으로 여러 공룡 출판사에서 잘 나가는 작가들이 번역을 했는데 아무래도 가장 인기가 많은 번역본은 문동의 김영하 버전의 위대한 개츠비가 아닐까 싶다. 민음사의 김동욱, 열림원의 김석희도 개츠비를 번역했다.


김영하와 김석희는 의역을 했고, 김동욱은 직역을 했다. 김동욱의 버전은 원문에 충실하다. 문장을 비교해 보면.


"다들 썩었어." 내 외침이 잔디밭을 건너갔다. "너는 그 빌어먹을 인간들 다 합친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인간이야." - 김영하


"그 인간들은 썩어 빠진 무리예요. 당신 한 사람이 그 빌어먹을 인간들을 모두 합쳐 놓은 것만큼이나 훌륭합니다." 나는 잔디밭 너머로 소리쳤다. - 김동욱


어떻든 하루키가 좋아해 마지않는 피츠 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보다 많이 팔려나간 소설이 샐린저 일명 제리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홀든 콜필드 녀석은 셀린저의 모습을 많이 빼닮았다.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는 샐린저의 이야기다.


니콜라스 홀트가 제리로 분한 샐린저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호밀밭의 반항아’를 보면 샐린저를 잘 알 수 있다. 샐린저는 전쟁에 차출되어 나가지만 거기서도 홀든 콜필드를 생각했다. 손에 펜이 들렸던 총이 들렸던 창작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며 샐린저는 장편을 쓰기 위해 막사에서 훈련을 받으면서도 홀든을 썼다.


샐린저는 전투에 참전하게 되고 거기서 포탄으로 전우의 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한다. 제리 제발 날 죽여줘, 샐린저는 그 악몽 같은 시간을 홀든을 생각하며 보냈다. 추위에 양말을 챙겨주던 전우는 동사하고 샐린저는 점점 홀든과 자신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홀든 콜필드는 반 정도 쓰고 못 쓰게 된다. 제대 후 홀든 콜필드를 끝까지 적어가는 한 인간의 처절한 생존기를 영화는 담아내고 있다. 영화는 제리가 호밀밭의 파수꾼이 어떻게 탄생하는지에 대한 비화와 홀든 콜필드 출간 이후 샐린저가 겪은 변화를 보여준다.


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런 제목으로 출간한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이탈리아는 한 남자의 인생, 일본은 인생의 위험한 순간들, 노르웨이는 모두들 자신을 위해 그리고 악마는 최후 순간을 취한다, 덴마크는 추방당한 젊은이, 독일이 호밀밭의 남자 등이다. 니콜라스 홀트는 전기영화에도 잘 어울리는지 톨킨에서 톨킨을 맡기도 했다.


하루키 에세이에도 나오지만 호밀밭 속에는 237개의 갓댐과 58개의 바스타드 내지는 퍽큐 혹은 싯! 이 나온다. 욕이 많이 나온다는 말이지. 미국은 과감하게 이 소설을 공립학교의 교재로 사용했다. 10 여전에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 들었는데 뉴욕주에 있는 고등학교에서는 존 가드너의 그렌델도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놀랐다. 나는 그 소설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는데 소설 속에는 처참한 모습도 많이 나온다.


읽을수록 재미있는 하루키 에세이.



오늘의 선곡은 하루키가 무라카미 라디오에서 선곡한 클로다인 런짓의 I Love How You Love Me https://youtu.be/B9QOq5p_KI8?si=PIAMryLVm4x4sJJ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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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라고 하기에도 조금 이상하지만)는 하루키의 ‘더 스크랩’에 수록된 에피다. 이 에세이는 80년대의 하루키 추억이 가득한 책이다. 한 마디로 보물이다. 80년대의 온갖 재미난 것들이 하루키의 눈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중 린다 론스테드가 나오는 챕터다. 이 챕터 속에도 하루키가 좋아하는 투성이다. 잡지 GQ, 음악 칼럼니스트, 브루스 스프링스틴, 엘비스 프레슬리, 스테픈 울프 밴드, 존 케이 그리고 린다 론스테드.


린다 론스테드는 당시 음반이 대 히트를 하고 아주 잘 나갈 때라고 나와있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그녀는 ‘롱롱 타임’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린다 론스테드는 자존심도 강하고 얼굴도 예쁜 데다가 노래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그런 그녀에게 듀엣곡이 들어왔다. 그러나 그녀는 흥, 하며 퇴짜를 놨다.


그런데 그녀가 듀엣을 같이 부를 아론 네빌의 노래를 들었을 때 너무 놀라고 말았다. 아론 네빌의 목소리를 처음 듣고서는 세상에 이런 목소리가 있다니 하며 콧대 높은 린다 론스테드가 듀엣 곡을 같이 부르기로 한다. 자신이 그동안 들어본 남자 가수 목소리 중에 단연코 최고였던 것이다.


그렇게 아론 네빌과 린다 론스테드가 같이 부른 노래가 ‘돈 노 머치’였다. 두 사람은 무대를 계속 같이 하는 동안 정말 연인 같은 모습으로 변하게 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아론 네빌은 어디 목장에서 갓 일하다가 온 것 같은 모습이지만 노래를 부르는 순간 린다 론스테드의 눈빛이 달라졌다.


아무튼 하루키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큭큭 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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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3-09-04 1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돈 노 머취 참 좋아하는 곡입니다 ㅎㅎ 한장짜리 베스트앨범에도 수록되어 있어요.

교관 2023-09-05 11:31   좋아요 0 | URL
요즘에 들으면 더 좋은 거 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