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집에서 나오는데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 놀이터에 한 여자아이가 신나게 그네를 타고 있고 벤치에는 엄마로 보이는 여성이 앉아서 그네를 타는 딸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는 정말 신나게 그네를 탔다. 엄마를 등지고, 엄마가 자신을 바라본다는 걸 알고 있어서 인지 한껏 힘을 주어 그네를 탔다. 이만큼 높이까지 올라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옆을 지나쳐 걸었다.


여성은 나의 모습을 보더니 약간 우물쭈물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 여성의 모습을 캐치하고 똑바로 앞을 바라보고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지나쳤다. 여성과 아이는 외국인으로 난민이다. 몇 해 전에 내가 사는 동네에 난민 100여 명이 들어왔다. 그 당시 다른 지역에서는 반대에 부딪히고 말도 많았는데 내가 사는 동네의 사람들은 어? 그래? 그렇다면 같이 살지 뭐. 같은 반응들이었다. 모두가 이렇게 받아들이지는 않았겠지만 반대에 대한 일들을 내가 모르는 것을 보면 큰 불만 없이 그들을 생활반경 속으로 받아들였다.


아이의 엄마는 아파트 주민에게 혹시나 피해가 가지나 않을까 싶어서 나의 눈치를 본 모양이었다.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늘 재미있게 놀고 있고, 난민 어린이들도 왕왕 같이 어울려 논다. 역시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 그것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노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같은 반응이다.


어쩔 수 없어,라는 말을 어른이 되면 들어야 하는 수많은 일들이 있다. 어른이 되기 전에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마음껏 하게 해 주자 같은 분위기가 공원 주위에 맴돌았다. 그런 기운 만으로도 괜스레 가슴이 뿌듯해진다.


난민 아이들은 정말 인형처럼 예쁘다. 엄마들은 대체로 히잡을 두르고 있지만 여자 아이들은 맑고 예쁜 얼굴과 머리를 다 드러내고 있다. 아이는 이역만리 떨어진 나라의 한 도시의 동네에서 엄마가 지켜본다는 안도감을 한껏 지니고 열심히 그네를 탔다. 아이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에서 행복감이 묻어났다. 엄마는 그런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햇살은 바삭바삭하고 그늘 밑에서는 시원했다. 일주일 전과 너무 다른 날이다. 9월인 것이다. 김명수 시인의 ‘키 큰 떡갈나무 물참나무 아래 지날 때’가 떠오른다.


물참나무 떡갈나무 아래 지날 때

여기 이 산언덕에 햇살도 따사롭게 내려요

가을입니다 9월이네요

도토리를 안았던 도토리깍정이를 주워보았어요

빈 깍쟁이가 포근했어요

무엇이 그 속에 담겨 있나요

나는 9월의 아이가 되고 싶었지요.


김명수 - 키 큰 떡갈나무 물참나무 아래 지날 때, 중에서


아파트 놀이터를 벗어나니 아파트 단지와 저수지 사이의 작은 텃밭에서 나이 든 어르신이 쪼그려 앉아서 밭일을 하고 있다. 잡초를 제거하고, 상추 같은 싱그러움이 묻어나는 밭농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잘하면 오늘 저녁 맛있는 된장찌개에 어울리는 상추가 밥 상에 오를지도 모른다. 어르신의 가족은 대접받는 기분으로 저녁 식사를 맛있게 할 것이다. 나도 오늘 저녁은 맛있게 먹자. 서울에 살고 있는 작은 이모의 이런저런 일들을 도와줬는데 택배를 보내주었다. 불고기를 보냈으니 맛있게 먹으라는 것이다. 그래 오늘 저녁은 불고기를 구워 먹자.  


오전에 커피를 투고하려 다운타운을 걸으니 사람들의 발걸음이 일주일 전에 비해서 명랑해졌다. 해가 쨍쨍하여 덥기는 덥지만 이 정도는 해 볼만 해. 같은 표정들이다. 얼굴에서 명랑함이 뚝뚝 떨어진다. 서른한 가지 아이스크림을 파는 전문점 사장님의 얼굴에도, 막 가게 문을 열고 유리창을 닦는 보세 옷 가게 점원의 얼굴에도, 토요일이라 오전부터 놀기로 작정한 학생들의 얼굴에도 명랑함이 묻어났다.


9월이다. 여전히 따가운 햇살아래에 있으면 까맣게 타들어가지만 바람이 이래도 돼? 할 정도로 시원하다. 조깅을 하는 저녁은 그야말로 시원한 날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아주 좋다. 평소에 비해 조깅 코스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나왔다. 어제는 찬물에 샤워를 하다가 놀라고 말았다. 오늘도 찬물에 샤워를 하려면 땀을 흘려야 한다. 열심히 조깅을 했다. 집으로 들어와서 택배로 온 불고기를 구웠다. 양념이 되어 있다. 생각해 보니 불고기를 밖에서 사 먹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주로 집에서 해 먹었지 밖에서는 사 먹지 않았다. 짬뽕 같은 음식은 오로지 밖에서만 먹었는데 불고기는 주로 집에서만 먹었다.


불고기는 가족 같은 느낌의 음식이다. 친구들끼리 술을 마실 때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러 가지만 불고기를 먹으러 가지는 않는다. 대학교 때에도 친구들과 많이 술을 마시러 다녔지만 - 짜장면, 쫄면, 돼지국밥, 치킨, 삼겹살에 술은 마셨지만 불고기를 애써 먹으러 가지는 않았다. 불고기는 커피로 따지면 카페오레 같은 느낌이다. 너무 맛있지만 잘 먹지 않게 된다. 잘 차려입는 도련님 같아서 어울리기는 하지만 매일 같이 놀 수는 없다. 그래서 가족이 몹시 기분 좋은 날이거나 집에 친척이 놀러 오면 불고기를 해 먹게 된다.


불고기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면 어린 시절에 서울의 작은 이모 댁에 놀러를 갔을 때다. 작인 이모 댁에도 딸이 두 명 있다. 나에게는 사촌동생들이다. 나의 여동생과 나이가 같다. 꼬꼬마 때 바닷가의 우리 집에 놀러 오면 헤어질 때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꼴사나운 광경을 볼 수 있다. 여동생과 사촌 동생은 떨어지면 큰일 나는 것처럼 울고 불고 난리도 아니다. 역시 꼬꼬마 때의 일이다. 작은 이모 댁에 우리 가족이 놀러 가면 이모부는 우리 가족을 데리고 방갈로가 있는 고급 불고기 집으로 데리고 갔다. 여름에 물놀이를 하고 방갈로에 앉아서 불고기를 굽는 냄새가 밤하늘을 덮을 때 불빛을 보고 날아든 큰 나방의 날갯짓이 떠오른다. 불고기는 맛있었겠지. 그러나 나방의 날갯짓만 기억이 생생하다.


작은 이모에게 받은 택배를 뜯어보고 문제라면 일주일 내내 먹어도 남을 만큼 많은 양의 고기를 보냈다는 것이다. 나의 문제점은 족발, 김밥, 치킨, 국밥처럼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호한다는데 있다. 테이블에서 구워 먹고, 부대찌개처럼 다시 끓여 먹고, 발라 먹고 하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어떻든 맛있게 고기를 구워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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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니스 모리셋은 파혼 후에 엄청나게 살이 쪘다.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살이 굉장히 불어나니 팬들이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악뮤의 수현이 근래 살이 너무 쪄서 사람들이 걱정을 하기도 했다. 수현은 라방에서 내가 살이 찌는 건 너희들(팬들)이 자꾸 살이 쪄도 귀엽다, 예쁘다 하니까 그런 거잖아,라며 귀엽게 말을 해버렸다. 일반인들도 그렇지만 스타들이 그렇게 되면 본인들이 스트레스가 많을 것이다.


팝가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팝스타들은 몸 관리를 아주 잘할 것 같은데 살이라는 걸 무시하면 안 된다. 캘리 클락슨, 라나 델 레이도 살이 엄청나게 불어났다. 라나 델 레이는 인형 같은 외모를 가지고 노래 역시 자신의 바라는 방향으로 끌고 가며 인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위대한 개츠비의 주제곡을 부르면서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그랬는데 어느 날 보니 엄청나게 살이 불어났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달리 파파라치가 스타들의 일상을 파고들기 때문에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다 드러난다. 최근의 가장 핫 한 파파라치 컷은 시도 때도 없이 사건사고에서 떠날 날이 없는 칸예의 모습이다. 보트에서 엉덩이가 반쯤 드러나는 바지에 한 손은 아내 비앙카의 뒷머리를 잡고 있는 사진이다. 그러니까 보트가 있는 곳은 공공연한 장소인데 거기서 그 짓을 해버린 것이다. 미국은 우리나라 보다 더 짓궂어서 이 사실을 바로 전 부인인 킴 카다시안에게 질문을 하고 킴 카다시안은 절망적으로 당황스럽다고 했다. 킴 카다시안의 아이들의 아빠가 칸예이기 때문에. 여하튼 저짝은 참 재미있는 곳이다.


아델이나 매간 트레이너는 애초에 통통한 몸으로 등장하여 노래로 사람들을 홀렸다. 그녀들은 시간이 지나 날씬해지는 반면에 알라니스 모리셋이나 라나 델 레이는 그 반대다. 틱톡으로 전 세계를 씹어 삼켰던 짐승녀라고 불리던 케샤 역시 뚱뚱해지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케샤가 몰락하게 된 건 이번 피프티피프티와 비슷한 이유다.


그래도 몸은 비록 거대해졌으나 노래만은 여전히 다들 잘 부른다. 근래의 영상을 찾아보면 그녀들은 작은 무대일지라도 올라가서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다. 한때 전 세계 젊은이들의 워너비였던 미샤 버튼 이야기도 하려다가 배우라서 넘어가자. 전부 추억이어라.


알라니스 모리셋은 심적 고통을 이겨내고 열심히 다이어트를 해서 요즘은 조금 날씬해졌다. 이번 2023 후지 록페에 올라 한 시간 동안 공연한 알라니스를 보니 감개가 그저 무량할 뿐이다. 그러니까 그 예전의 아이로닉을 부를 때의 그 목소리를 여전히 지니고 있는 것이다. 넓은 공연장을 끊임없이 움직이고 공간을 활용하며 팬들에게 눈빛을 보내고 노래를 들려주려고 노력을 한다. 하모니카도 불고 노래를 부르며 무대를 다니려면 체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데 아무튼 멋지다.


알라니스 모리셋이 나왔을 때 미국이 들썩했다. 그 이전의 록은 80년대 나왔던 헤비메탈, 팝메탈, 슬래시메탈 등 쇠가 갈리고 미칠 듯이 내지르고 무대를 압도하는 록이 강세였다. 머틀리 크루 같은 그룹이 공연장을 다니며 쓸어 버렸다. 그랬는데 그런지(Grunge) 메탈을 몰고 너바나가 나오고, 알라니스 모리셋이 등장한 것이다.


피츠제럴드의 사조에서 헤밍웨이의 사조로 넘어가듯이 록의 흐름도 변화를 가진다. 알라니스 모리셋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신비롭지만 컨트리 풍(미국은 컨트리 뮤직이 강세다. 우리나라 트로트와 비슷하다. 엄청난 인기다) 같은 팝메탈 같은 음악을 했다. 내가 듣기에는 그랬다. 자세한 건 전문가들의 리뷰를 보시길 바란다.


학창 시절 라디오를 달고 살았는데 라디오에 알라니스 모리셋의 노래가 자주 나왔다. 그렇게 음악감상실에 쪼르르 달려가서 신청을 했다. 큰 화면으로 보는 알라니스 모리셋의 뮤직비디오와 노래는, 와 정말 좋았다. 우리는 보자마자 뭐야, 여자 스티브 타일러야? 1집의 단연 최고는 아이로닉이지만 좋은 노래들이 많다.


우리나라 가수들의 공연을 보다가 해외에서 팝가수들의 공연을 보면 뭔가 이상하지만 꽤 시간차가 나는 것 같다. 무대는 마치 9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그것이 별로냐면 오히려 그 반대다. 정말 소중한 건 늘어나지 않고 자꾸 줄어들기만 한다. 그게 인생의 아이러니다. 아이로닉을 들으며 오늘도 멋지게 보내자.


https://youtu.be/Jne9t8sHpUc


Alanis Morissette - Live at Fuji Rock Festival 2023 *FULL SHOW 4K* 2023-07-29

https://youtu.be/v-T1Z6FG69I?si=q6CyMC8BoSmeUUF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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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가 아직 아가였을 적, 아장아장 걸어 다닐 때 집에서 예방접종이며 피부과며 다 했다. 동생은 아무래도 엄마가 있는 집에서 딸내미를 케어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지 조카를 데리고 고향으로 내려와서 몇 달을 그렇게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리 오래 전도 아닌데 그때에는 동네에 소아과도 꽤 있었는데 지금은 거짓말처럼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한 여름이었다. 폭염의 중간에 조카의 피부과 예약이 있었다. 오전 10시 20분이 예약시간이었다. 나는 40분 정도 일찍 주차장에 내려가서 차 안에서 에어컨을 2단으로 틀어놓고 에어컨 주둥이를 조금 위로 올려놓은 다음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카의 아빠는 집에 있고 동생과 조카만 내려왔다.


두 사람이 준비하는 동안 폭염이라 여름날의 차 안을 시원하게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장점이라 함은 기다리는 걸 군말 없이 잘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기다린다고 해도 큰 불만은 없다. 노력도 아니고 어느 날 번개를 맞아서 머리가 돌아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니다. 어쩌면 그저 본디 그렇게 생겨먹은 것인지도 모른다.


동생과 조카가 나올 때까지 스티븐 킹의 ‘애완동물 공동묘지’ 하권을 읽고 있으면 지루함 따위는 전혀 없다. 에어컨을 켜고 기다렸던 최초의 시간은 오전 9시 40분이었다.


애완동물 공동묘지 하권이 시작하자마자 주인공 아들인 게이지가 죽는다. 이제 두 살 배기인데. 이야기는 점점 재미있어간다. 이 소설은 영화로 두 번이나 만들어졌다. 83년의 오래전 버전이 있고 얼마 전 2019년에 만들어진 최신 버전이 있다. 나는 전부 다 봤는데 다 재미있게 봤다. 소설도 재미있고, 영화도 원작과 리메이크 전부 재미있게 봤다.


그러니까 그 공동묘지에 시체를 묻으면 안 되는데 묻으면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하지만 죽기 전의 모습이 아니라 좀 더 테러블 하게 변한 채 살아나는 것이다. 몸에는 썩는 냄새를 풍기며. 그런 내용이다. 공포 대가답게 스티븐 킹은 요리조리 잘 도 돌려가며 썼다.


고개를 드니 택시 승강장도 아닌데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 근처에서 택시를 잡아타는 모습이 보였다. 조카만 한 여자아이를 안고 있는 아빠가 보였다. 그는 택시를 잡았다. 택시의 뒷 도어를 열었다. 아이를 안고 택시를 타고 문을 닫는다. 이것이 보통 택시를 타는 사람들의 전말이다. 다른 건 없다. 택시가 오면 택시를 타는 것이 목적이니까. 오른손을 들고 택시를 잡고 타면 되는 것이다. 택시를 타는데 그 중간에 무엇인가 끼어 들 거리는 없다.


그런데, 무심결에 보니 택시의 뒷좌석에 아이를 안고 타는데 택시 뒷문의 윗부분에 아빠의 머리가 닿을 듯 하지만 닿지 않고 거의 빈틈없이 아슬아슬하게 택시 안으로 들어갔다. 또 다른 사람이 택시를 잡고 있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다. 어째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지 물어본다면 그저 그렇게 보였기 때문이다. 여성은 꽤 높은 힐을 신고 있었고 여름용 시폰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한 손은 4살 정도 된 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택시를 잡고 아이를 먼저 태우고 택시를 타는데 또 머리가 뒷문 윗부분에 아슬아슬하게 닿을락 말락 하며 택시 안으로 들어갔다.


책 읽기를 포기하고 택시를 잡아타는 사람들을 지켜본 결과 대부분의 어른들이 택시 뒷좌석에 타면서 머리가 닿을 듯하며 들어갔다. 머리를 콩 하며 박는 사람은 없었다. 아이를 안고 있는 사람은 아이를 안은 대로 택시의 문을 열고 뒷좌석에 들어갈 때 머리가 닿을락 말락 하며 탔다. 머리와 뒷문 윗부분의 유격은 거의 나지 않았다. 마치 종이 한 장 정도의 틈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정밀한 기계처럼 잘도 그 간격을 지키며 머리를 콩 박지 않고 택시를 잘 탔다.


그러다가 70대 중반의 할머니가 택시를 잡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학명도 알 수 없는 심해의 물고기를 비춰주는 화면을 응시하는 눈빛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할머니가 손을 들었다.

택시가 앞에 섰다.

할머니는 머리가 하얗고 파마를 했다.

알록달록한 난해한 색의 남방을 입었다. 표현하기 힘든 색이다.

패션블루라든가, 카마인 레드, 오페라 바이올렛, 퍼머넨트 옐로 딥이 전부 섞인 컬러 같았다.

택시가 멈춰 서고 택시의 뒷도어를 열었다.

그리고 할머니는 뒷좌석에 타면서 머리를 콩 박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게 타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택시 안으로 빨려 들어가서는 문을 닫았다.

그 모습은 며칠 전 모친이 차 뒷문으로 타면서 머리를 콩 박고는 아무렇지 않게 타는 모습과 흡사했다.


또 방학을 맞은 손자와 할아버지의 모습도 보였다. 오늘은 모두 택시를 타는 날인 모양이다. 두 사람은 무척이나 더운 길에 서서 택시를 잡고 있었다. 택시가 왔다. 설마 했지만 손자를 먼저 태운 할아버지도 뒷좌석에 타면서 머리를 콩 박았다. 나이가 든다는 이데올로기는 무엇일까. 젊은 시절에 비해 택시 뒷좌석에 탈 때 머리를 콩 박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일까.


시간을 보니 10시 17분이었다. 3분 있으면 예약시간인데 지금이라도 그녀들이 나와야 하는데 나오지 않고 있다. 예약시간도 하나의 약속인데 병원에서는 조카의 진료시간에 맞춰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18분이 되었다. 하지만 저쪽에서는 그녀들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약속은 깨라고 있는 것이다. 어느 책에서 본 문구가 생각이 났다. 그러나 약속은 약속대로 중요한 구실을 갖고 있다. 약속은 한쪽의 일방적인 언행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쌍방 합의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 약속이다. 약속은 아마 지구상에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관념이 아닐까. 서로 믿음 같은 것들. 나는 병원입장을 고려하니 조금 초초해졌다. 지금 출발을 해도 예약시간에 맞추어 갈 수는 없다. 19분이 되었다. 1분은 아주 소중한 시간이다.


올림픽에서 잘 알 수 있다. 펜싱 경기에서 그 사실을 더 잘 알 수 있다. 1초 만에 경기가 뒤집어진다. 1초에 자동차가 4대나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1분은 정말 상당한 시간이다. 어떤 이는 짜장면을 1분 만에 먹는다. 1분 동안 만두달인은 만두를 몇 개나 빚어낸다고 한다. 이런 생각을 하며 1분 만에 그녀들이 오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내 생각을 묵사발로 만들었다.


더욱 초조해졌다. 난 초조해지면 괄약근이 느슨해지며 그 사이로 방귀가 시종일과 나오지는 않지만 초조함이란 아주 묘한 감정이다. 밖에는 사람은 바뀌었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택시를 잡는 사람들이 있다. 전국의 택시는 도대체 몇 대나 있는 것일까. 택시에는 왜 이름이 없을까. 이런 쓸데없는 생각이 드는 건 순전히 초조함 때문이다.


그날 점심에는 생선구이 집에서 열심히 생선을 뜯어먹었다. 조카는 냠냠 잘도 먹었다. 현실로 돌아와서 요즘도 거의 매일 생선을 먹고 있지만 조카가 아가아가였을 때처럼 신나게 생선을 먹을 수 있는 마음이 줄어들어 간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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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 오늘이 일요일이고 시험이 내일인데 시험공부는 하기 싫고, 시간은 계속 가고 공부는 해 놓은 게 없고. 독서실을 끊어 놓고 내일 시험 칠 거 밤새 공부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시험공부를 하지 않았으니 시간이 가는 게 내내 불안했다. 그렇지만 아직 저녁 7시밖에 되지 않았고 친구와 한 시간만 이야기를 하며 놀다가 공부를 해야지.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9시가 되었다. 친구는 집에 가고 10시부터 공부해야지 생각하며 소설이나 읽었다. 시간이 가는 게 불안했지만 시간이 빨리 갔으면 하는 이상한 마음이 양립했다. 소설을 읽다 보면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그렇게 책상이 앉은 시간이 11시를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오전에는 책을 펼쳐 놓고 하루 종일 시험범위 내 공부를 하면 어째 어째 되겠다 싶었는데 책상에 앉아서 멍하게 있다가 오전이 지나가 버렸다. 점심을 먹고 소화를 시키고 공부해야지. 그러나 오후가 금방 되어 버리고 한 과목은 포기하게 된다. 저녁이 되면 요즘 정리만 공부하자 그러면 60점은 맞을 것 같다. 저녁밥을 먹으면서도 나는 나와 타협을 하느라 아버지가 구워주는 삼겹살의 맛도 느끼지 못했다.


그때는 삼겹살이 최고였다. 특히 아버지가 구워주시는 삼겹살. 정말 맛있었다. 그러나 시험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고 하루를 그냥 보낸 것 때문에, 또 나는 나와 타협을 하느라 그 맛있는 삼겹살의 맛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자정에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려고 책을 펼쳤는데 그때부터 머릿속은 온통 상상의 세계.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면 책 속의 빽빽한 글자가 보일 뿐이었다. 시간은 새벽 두 시. 몇 글자 공부를 하다가 그냥 내일 커닝이나 하자. 아니다 내 주위에 앉은 놈들은 커닝해 봐야 점수가 더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이번 시험은 포기하지 뭐. 그렇게 새벽을 맞이하고 독서실 책상의 불빛이 확 밝아지는가 싶더니 이내 엎드려 잠이 들고 말았다. 그 저녁 시간의 기분. 시간이 가는 게 싫지만 빨리 시간이 갔으면 하는 기묘한 마음. 그런 예전의 기분을 오늘에 저녁에 느꼈다. 기시감이 이렇게나 강하게 느껴지다니.


예전에는 아버지가 늘 가는 식육점에서 삼겹살을 사 오셨다. 그 동네에 가면 아직도 식육점이 깔끔하게 단장을 해서 장사를 하고 있다. 대학교 때부터 내 입맛은 냉동 삼겹살 쪽으로 기울었다. 삼겹살은 소주와 함께 먹지만 잘 구워진 냉삼을 뜨거운 밥에 싸서 먹는 맛에 빠져들었다. 가격도 저렴하니까 좋았다. 오랜만에 냉삼을 방울토마토와 함께 프라이팬에 지글지글 구웠다. 구우면 다 맛있다.


가열하면 분자구조가 어쩌고 저쩌고 해서 다 맛있어진다. 맛있게 먹는 건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지만 일단은 맛있게 먹고 보자는 식이 되어 버린다. 살이 찌는 근본적인 이유는 신체는 더 이상 영양가 듬뿍 들어있는 음식은 필요 없어!라고 하는데 뇌가 음식을 먹었던 행복한 기억을 잊지 못하고 계속 서번트 물질을 뿜어내서 자꾸 꼬신다. 그러면 결국 설득당하게 된다.


도파민이 얼마나 강력하냐면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한 시간 일찍 일어나서 운동해야지라고 마음먹고 한 시간 일찍 일어나기를 한 달 정도 한 다음에, 어느 날 주말 아침 알람 소리를 듣고 한 시간 일찍 일어나려다 다시 누웠는데 평소보다 더 잠이 달콤하고 침대가 포근하고 푹신한 것이다. 그때 뿜어져 나오는 도파민이 평소의 두 배가 된다고 한다. 뇌는 그 느긋함, 편안함, 편함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도파민의 중독이라는 건 의지로 쉽게 무너뜨릴 수가 없다. 도파민의 맛에 가장 쉽게 빠져는 게 맛있는 음식이다.


티브이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먹방, 맛있는 음식 프로그램은 온통 자극적인 음식들뿐이다. 그건 분명 몸에 좋을 리 없다. 연예인들이 매일 그렇게 먹지는 않을 것이다. 방송이라는 게 그들을 그렇게 보이게 만든다. 우리 같은 일반인처럼 매일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서는 부예 보여야 하는 티브이 속 브라운관 속에서 날씬하게 보일 수가 없다. 보이는 먹방에서 우리는 연예인들의 진실의 미간에 혹 해서 튀기고, 끓이고, 굽는다. 맛있게 먹는다.


괜찮아, 닭은 살 안 쪄! 그래 맞는 말이지 닭이 살이 찌는 건 아니지 먹는 사람이 살이 찌는 거야.


우리도 진실의 미간을 만들자. 마트에 가면 친정한 봉투 팩에 냉삼이 곱게 들어있다. 프라이팬에 김치를 넣고 지글지글 굽다가 삼겹살을 넣고 방우리를 넣고 굽는다. 삼겹살과 김치가 익어가는 냄새가 바람을 타고 가히 환상적이다. 맥주와 먹어도 좋지만 뜨거운 밥에 올려 고로 씨처럼 먹는 것이다. 이렇게 먹고 나면 후회할지도 모른다. 밥과 함께 먹고 나면 배가 빵빵하니 배부른 포만감이 드는 순간 후회를 한다. 분명 후회할 것이다.


유튜브에서 영상을 봤는데, 90살 넘어 산 사람들이 다시 예전 시절로 돌아간다면, 후회하는 것에 대한 영상이다. 시간이 지나 보면 일에 대해서 대체로 후회를 한다. 못했으면 잘했으면 하고 후회를 하고, 잘했으면 더 잘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후회를 한다. 후회에도 건강한 후회가 있고 건강하지 못한 후회가 있다.


어젯밤 공원 벤치에서 그녀와 뽀뽀를 하고 헤어졌다. 그런데 집에 와서 뽀뽀만 하고 들어온 걸 후회한다. 이건 건강한 후회일까 건강하지 못한 후회일까. 인간은 지나간 일에 대해서, 시간이 꽤 흐르고 나면 대체로 후회를 한다. 살이 찌는 건 너무나 싫지만 후회가 들더라도 일단은 맛있게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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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란 자고 나면 하루만큼 더 아름다워져,라고 성시경은 노래를 불렀다. 추억이란 그렇다. 추억을 떠올리는 일은 참 따뜻하기도 하지만 고통스럽기도 하다. 추억과 시간은 일맥상통하고 시간은 자꾸 나를 타이른다.


더 아름다워져 https://youtu.be/RAUTM4dIGmY?si=OCIau7qIjRmFkDnC


이건 순전히 나만의 생각인데 등장부터 천재가수가 나타났다, 천재 아티스트의 등장 같은 소리를 들으며 시작을 알렸던 가수들은 그 생명의 끈을 죽 끌고 가지 못했다. 또는 수면 위에서 노는 건 나의 스타일이 아니야 하며 수면 밑으로 들어가서 음악 작업을 하는 천재들도 있다. 어떻든 대중들에게서 조금은 멀어지는 것이다.


김사랑의 등장이 그랬다. 천재가 나타났다고 했다. 말 그대로 천재였다. 작사작곡은 물론이고 기타, 드럼까지 혼자서 다 해치웠다. 가요계에 떠들썩한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그 타이틀이 김사랑을 날아오를 수 있는 발목을 잡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18살이다의 첫 앨범은 대중과 평단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김사랑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3집까지 했다. 실험적인 음악이라는 건 예술가로서는 칭찬받아야 할 부분이지만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음악은 예술이지만 음반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2805


임정희와 휘성의 등장도 그랬다. 천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는지 모르겠지만 떠들썩했다. 대중가요에 이런 가수가 라며 술렁술렁했다. 하지만 고음으로 노래를 부르는 건  그리 천재 가수에 속하지는 않는다. 노래 잘하는 일반인들도 고음을 내며 노래를 부른다.


요즘을 봐도 그렇다. 아일리시나 올리비아 로드리고, 위캔드나 찰리 푸스는 고음으로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자신만의 독특한 음색과 좋은 음악으로 빌보드를 꿰차고 있다.


음반을 듣자마자 이건 천재구나라고 생각했던 가수는 휴일이, 조휴일이었다. 블랙스커트, 검정치마의 조휴일. 뭔가 대중가요에 일대 파란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싶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검정치마는 아티스트들의 아티스트라고 불렸다. 빅뱅의 지드래곤도 조휴일의 팬일 정도로 노래를 잘 만들고 잘 불렀다. 그러나 조휴일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인디신에서 활동을 죽 했다. 그의 현재 음악을 들어봐도 다르다. 잘 모르겠지만 뭔가 달라. 그리움을 만져주는 기분도 들고 약간 공중에 살짝 떠서 앞으로 공종부유해서 가는 기분도 들고.


검정치마(The Black Skirts) - 'EVERYTHING' https://youtu.be/Aq_gsctWHtQ?si=qkFI962rBEj2WN6G


지금은 천재라는 수식어는 건 좀 무색하다. 좋은 노래 한 곡을 내려면 많은 전문가들이 붙어서 곡을 만들고 그에 맞는 안무를 짜고 스토리를 형성하고 무대 의상을 만들어서 노래를 부른다. 그래서 가능성 있는 가수를 오디션을 통해 발굴해서 열심히 훈련해서 하나의 노래에 전문가 여러 명이 붙는 구조다. 천재라는 말 자체가 이상하다.


아이돌의 노래들 중에도 한 번 들으면 귀에 딱 박히는 노래가 있고 몇 번을 들어도 잘 모르겠네 하는 노래가 있다. 로켓펀치, 잇지의 노래는 자주 듣지만 이상하게 입에 붙지 않는다. 하지만 뉴진스나 르세라핌의 노래는 한 번만 들으면 귀에 박한다.


요즘 가장 핫한 뉴진스의 ETA 같은 경우 작곡은 뉴진스의 아버지라 불리는 250이 만들었다. 뽕의 대가라고 해야 할까. 250의 앨범을 들으면 ‘한’이라고 불리는 기운까지 든다. 외에 해외 작곡가 한 명이 더 있다. 작사는 무려 세 명의 작사가가 붙어서 만들었다. 임성빈은 우리가 잘 아는 빈지노의 본명이다. 가사 중에는 혜진이가 엄청 혼이 났던 그날이라는 가사가 있는데 혜진이는 이름이기도 하지만 헤어지니로도 해석해 되어서 양가적 의미가 있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3651


성시경이 초반 윤종신 그 짝에서 노래를 불렀을 때에는 스타리다담 같은 허밍도 많았는데 회사를 옮기고 자신의 자작곡이 들어간 노래를 부르는 이후로는 허밍이 좀 없어진 것 같다. 성시경은 초기 때 불렀을 때처럼 고음과 저음의 높낮이 변동이 유연하게 흐르는데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신다는데도 요즘도 노래를 부를 때 변함없이 그렇게 부른다.


그럼 서태지는 천재라는 소리를 듣는데 추락이 없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서태지와 아이들이 처음 나왔을 당시에는 혹평이 쏟아졌다. 지금도 유튜브에 들어가면 그 영상이 많다. 하광훈, 전영록 등 나온 평론가들에게 혹평을 들었다. 이런 이상한 음악은 일단 대중들이 받아들이느냐 같은 의미의 소리를 들으며 출발했다. 거기 평점도 7점인가 그랬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대중이 받아들여서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https://youtu.be/Zr-9NlWLr5g?si=BD8Y3B_YyvdFqVrf


개인적으로도 서태지와 아이들 1집을 들었던 그때가 행복했다. 카세트테이프를 사들고 하루종일 듣고 있으면 날아다녔던 엄마에게 공부 안 한다고 한 소리 듣고, 아버지는 회사에서 퇴근하고 오실 때 통닭 사들고 오시고.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때가 떠오른다. 건강했던 어머니의 모습도, 살아계셨던 아버지의 모습도, 아무 생각 없이 신나게 노래나 듣고 있던 나도.


음악적으로 천재라는 소리 속에는 노력이 아마도 9할을 차지할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조용필이 그렇다. 예전 조영남이(방송에서 종횡무진할 때) 나와서 가끔 세시봉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전부 살아가는 이야기를 할 뿐인데 조용필만 노래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했다고. 이번 조용필의 공연에서도 알 수 있지만 조용필은 노래를 부르다 마이크를 관객에게 넘기는 법이 없다. 목소리가 안 나오는 법도 없다. 무대 위에서의 소명은 노래를 하는 것이라는 모습을 보여주듯 스무 곡을 지치지 않고 끊어지지 않고 마이크 관객에게 넘기는 법 없이 꿋꿋하게 노래를 부른다.


요즘은 노래를 듣지 않거나 영화를 보지 않으면 너무 생각할 것들이 많다. 쟤는 미국사람이다. 쟤는 어딜 봐도 한국 사람인데 미국사람이라고 해버렸다. 그러면 잘못 알았다 미안하다고 하면 되는데 그러기가 싫어서 계속 쟤가 미국사람이라고 하는 먼지 같은 이유를 찾아서 변명에 변명을 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한국사람이지만 미국사람이라고 한 이유는 이념 때문이다 라며 억지춘향을 하고 있다. 국민들의 경제를 살리는데 역량 좋은 공무원들이 매달려도 모자랄 판국에 한국 사람인 쟤를 미국사람이라고 해버려서 미국사람이라고 해야 하는 것에만 열을 올리는 일에만 몰두하는 모습에 참 기가 막힌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의식적으로 얼마나 불안하고 초초하면 요즘 연일 그런 소리를 할까 싶다. 권력이 떠나는 순간 자신이 바로 버려질 거라는 두려움이 정신 나간 소리를 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이란 다르지만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이 요즘은 힘겹다.


생각을 하기 싫을 때는 불 앞에서 노래나 들으며 음식을 조리하면 된다. 아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조깅을 할 때에도 거의 멍 하게 달리지만 저만치 가고 나면 쓸데없는 상상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불 앞에서 조리하고 있으면 아무 생각이 없다. 열심히 조리만 할 뿐이다. 맛은 없을지 몰라도.


중국집 가지튀김이나 엄마표 거지무침은 참 맛있는데 가지전은 맛이 그냥저냥이다. 개인적으로 가지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신선한 가지를 생걸로 우걱우걱 씹어 먹는 맛이다. 가지를 생으로 처음 먹었을 때 놀랐다. 이렇게 맛있다니 하며. 그래도 가지전에 맥주 한 잔 홀짝이며 성시경, 김사랑, 검정치마, 뉴진스, 250, 서태지, 조용필의 노래나 들으며 추억이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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