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생활 속 오류들에 이어 오늘도 생활 속 오류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지난번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딱히 과학적이거나 정확한 통계는 없다. 그저 생활 속에서, 나의 주위에서 또는 나에게 일어나는 일상 속 오류를 말하는 것이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귤이 언젠가부터 당도가 강해서 별로라는 글을 한 번 쓴 적이 있는데 – 그래서 쎄그랍고, 씨그러운 옛날의 귤이 지금의 당도가 강한 귤보다 낫다고 했는데, 누군가 댓글에 귤 농민들을 다 죽이는 글이라며 비난을 엄청 하고 갔는데 오버는 하지 말자는 것이다. 모든 과일이 전부 당도가 강한데 겨울 한 철 먹는 귤 정도는 그렇게 달지 않아도 괜찮잖아.


오늘 이야기할 오류는 “어? 내 귀가 왜 그래?”이다. 내 귀가 왜 양쪽이 이렇게 다르지? 같은 말을 많이 듣는다. 자신의 한쪽 귀가 다른 쪽 귀에 비해 많이 눌려 있거나 위치도 수평이 아니라 다른 쪽 귀에 비해 밑이나 위로 올라가 있다.


뭐야? 도대체 양쪽 귀가 왜 이렇게 달라?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양쪽 귀가 똑같기가 사실 참 힘들다. 양쪽 귀가 같아야 정상인데, 양쪽 귀가 똑같으면 그게 좀 이상하다. 무슨 말인가 한다면 보통 대부분의 사람은 한쪽으로 누워 잔다. 그러다 보면 누운 쪽 귀가 눌려 있다.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귀는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통감이 없다. 그래서 귀를 많이 뚫어도 아픈 줄 모르고, 엄지와 검지로 귀 앞뒤를 있는 힘껏 눌러도 전혀 아프지 않다. 마치 “그래? 한 번 해 볼 테면 해봐”라는 식이다. 그런데 머리는 몸에서 가장 무겁다. 책상에 엎드려 팔베개를 하고 잠이 들면 10분 만에 팔이 저려 일어나야 한다. 그만큼 무거운 머리가 피를 통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서운 머리로 매일 7시간에서 8시간씩(뒤치닥 거리기도 하지만) 귀를 누르는데, 아프다 소리도 지르지 못하는 귀는 그대로 머리의 무게에 눌릴 수밖에 없다.


보통은 머리카락으로 귀를 가리고 있으니까 양쪽 귀에 대해서 평소에 아무 생각이 없다가 귀를 드러내고 정면에서 보면 어? 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가 손거울로 귀를 볼 때에는 귀가 잘 보이도록 얼굴을 약간 돌려 귀를 본다. 증명사진을 찍듯 정면으로 머리를 걷고 정확하게 보면 귀는 양쪽이 짝짝이다. 오른쪽 귀가 왼쪽 귀보다 약간 위에 붙어 있는 경우도 있고, 모양이 완전히 다른 경우도 있고, 한쪽 귀가 뭔가를 움켜잡듯 오므라든 귀도 있다.


여기에서 우리의 오류가 발동한다. 그렇게 양쪽 귀모양이 다르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오류다. 자신의 상황을 난생처음 접하기 때문이다. 양쪽 귀 모양이 달라지게 되는 건 한순간에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닌데 오늘 뭔가에 의해서(그 뭔가는 딱히 정해져 있진 않지만) 그렇게 달라졌다는 오류를 행한다. 이렇게 귀모양이 양쪽이 다르게 되는 건 긴 시간 동안, 오랫동안 꾸준하게, 매일매일 서서히 귀 모양이 그렇게 달라지게끔 생활을 하고 있어서 그런 것이다.


인간의 몸이 왼쪽 오른쪽이 같아야 정상이겠지만 같으면 그건 너무나 이상하다는 거다. 양쪽 귀모양이 다르듯 목길이도 왼쪽 오른쪽이 대부분 다르다. 습관 때문이다. 여러 잘못된 습관이 있겠지만 대체로 한쪽으로 음식을 씹는 습관이 목길이를 왼쪽 오른쪽 다르게 하고, 한쪽으로 턱을 쏠리게 만들고, 입꼬리를 한쪽으로 올라가게 만들고, 입술이 한쪽이 더 길게 된다.


솔직히 양쪽으로 골고루, 한 번에 스무 번 이상씩 음식을 씹어 먹을 수가 없는 현재다. 일단 양쪽으로 골고루 씹으려면 먹는 음식이 그만큼 씹을 수 있는 음식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멸치볶음이라든가. 고사리무침, 스테이크(레어면 좋지만 다 익어도 많이 씹을 수 있는)나 장조림, 생당근처럼 입에서 오랫동안 씹을 수 있는 음식을 자주 먹어야 하는데, 주로 찾는 식당에서 먹는 음식들이 대부분 입안에서 잘 허물어지는 음식들이다. 스파게티, 부대찌개, 설렁탕, 어묵, 만두 등, 그리고 정크푸드 – 햄버거나, 감자튀김 같은 음식을 주로 먹기 때문에 몇 번 씹지 않고 넘긴다. 그렇게 대부분 한쪽으로 씹을 수밖에 없다.


‘콩나물무침밥’ 같은 음식을 파는 식당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주위에는 일단 존재하지 않는다. 문을 열고 나가면 대부분 분위기 좋은 스파게피, 파스타, 돈가스 가게들이 죽 나올 뿐이다. 기사식당에서는 많이 씹을 수 있는 음식이 가득 하지만 기사식당을 찾아서 먹으러 가지 않는 이상 힘들다. 주위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 중에서 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편의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심각김밥에 컵라면은 정말 천상의 맛이지만 많이 씹을 수는 없다. 1인 가구가 4인가구를 넘어버린 현시점에 홀로 집에서 많이 씹어 먹을 수 있는 반찬으로 밥을 먹을 수는 없다. 라면을 끓여 먹다 보면 알겠지만 한쪽으로 대충 씹고 넘기게 된다. 어쩌다 괜찮은 식당에서 좋은 반찬으로 식사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어. 쩌. 다.이다.


그럼에도 왼쪽 얼굴과 오른쪽 얼굴이 대칭인 사람, 입술의 양쪽과 콧구멍(이 의외로 한쪽 콧구멍이 큰 경우가 많다. 조심하자), 그리고 귀 모양이 양쪽이 비슷하다면 그 사람은 남들에 비해 열심히 양쪽으로 씹는 노력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일반인보다는 연예인은 정도가 덜하다. 왜냐하면 카메라에 한쪽은 잘 나오는데 한쪽이 잘 나오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 회사입장에서 계약을 한 연예인은 상품이기 때문에 상품에 하자가 있으면 안 된다. 그래서 매니저를 두어 늘 자세를 바로 잡게 하고, 음식도 골고루 씹어 먹게 한다. 관리를 해준다. 그럼에도 간혹 유튜브에서 잘 나가는 연예인이 카메라를 켜고 개인 방송에서 나는 이쪽 얼굴이 더 잘 나온다 같은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관리를 철저하게 받는 연예인들도 때로는 한쪽이 더 나은 경우가 있을 정도로 얼굴의 양쪽이 같아야 정상이지만 같으면 이상한 현실이다.


우리의 오류는 더 나아가 다리길이가 양쪽이 같은 줄 알고 있다. 다리 길이는 오전에 같더라도 오후에 다를 수 있고, 많이 걷는 날에 다를 수 있다. 생각해 보라, 쇠로 된 철길도 여름에 늘어나고 겨울에 줄어드는데 인간의 다리 정도가 왼쪽 오른쪽이 매일 같을 수 있을까. 확인하는 방법은 하루를 열심히 보내고 난 후 잠들기 전 침대에 앉아서 다리를 쭉 뻗고 체크를 해보면 된다. 어제 같더라도 오늘 다를 수 있고, 오늘 같더라도 내일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뭘 해야 해? 당연하지만 운동을 해야 한다. 스트레칭을 매 시간 해주면 좋고 – 한 시간 의자에 앉아 있으면 몸은 한 시간 동안 망가지게 된다. 화장실에 갈 때 그때 3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고 7분 똥을 싸고 오면 된다. 똥은 어지간하면 5분 미만에 끊는 게 좋다. 여하튼 사람들 중에 똑바로 걷는 사람이 거의 없다. 당장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유심히 보자. 걸음걸이가 전부 이상하다. 가방, 핸드백을 한쪽으로 매고 들지, 높은 굽의 신발에, 걸음걸이가 천차만별이다. 가끔 뒷짐 지고 천천히 동네를 걷는 어르신을 보는 경우가 있는데 어쩌면 그게 바른걸음일지도 모른다. 모델처럼 걸어야 하지만(십일 자로 교차하듯이) 친구나 동료나 가족과 함께 걸어야 할 때는 절대 그렇게 걸을 수 없고, 아이들이나 아기를 데리고 나가서 걸을 때 역시 제대로 된 걸음걸이로 걸을 수 없다. 뒷짐을 지면 무게 중심이 앞이 아니라 뒤로 약간 젖혀져서 괜찮은 자세라고 한다. 


그리고 뉴스를 볼 때 아나운서를 보는 재미 중 하나가 어깨나 얼굴의 비대칭이 심한 아나운서도 있다. 옷이 한쪽으로 쏠려 있거나 턱이 한쪽으로 가 있는 경우가 있어서 안타깝게 볼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정말 완벽과는 거리가 먼 게 인간이지 싶다. 가만 내버려 두면 이상하게 진화할 것이 분명하다. 나의 귀가 양쪽이 같은 것이 어쩌면 평범한 것인데, 이 평범하게 보이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 알게 된다. 평범한 것을 지키려면 처절할 정도로 노력을 해야 겨우 유지가 된다. 잘못된 습관과 잘못된 자세를 바로 잡는 것은 죽기만큼 힘들 수 있지만 그렇게 힘들게 노력을 하는 사람들은 쉽게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는 평범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도 그렇고 생화 속에서 드러난 나의 오류는 빨리 받아들이고 제대로 돌리려고 노력을 하는 수밖에 없다. 하루 24시간 중 많은 시간을 앉아서 편안하게 보내니까 어쩔 수 없다. 편안할수록 나의 몸은 비틀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오늘은 시를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김선우 - 새처럼 자유롭고 싶다고?    

 

멀리 갔다 돌아오는 새들  

   

날개 끝에서 흩어지는 불꽃들     


어딘가 도착하기 위해선

바람을 탄 채 바람에 저항하며

스스로 방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보다 묵직한 장엄은-     


날기 위해선 어딘가에 발 디뎌야 한다는 것

생명은 몸 닿을 곳이 필요하다는 것

‘새처럼’이 아니라 ‘새조차도’라는 것

날개는 발 다음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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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깅을 하는데 날이 부쩍 추워져서 달리다가 잠깐 쉬면 등에 난 땀이 식어 버려서 마지막까지 쉬지 않고 달려야 했다. 어제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옛날의 모습이 남아있는 곳은 한 동네밖에 남지 않아서 그곳으로 왔다. 골목이 있고 80년대 지어진 주택들이 죽 붙어 있다. 그곳으로 돌아오는데 저녁 8시경인데 주택의 주인으로 보이는,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가 창문에 문풍지를 붙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예전 마당이 있던 집에 살 때 아버지가 생각났다.


아버지는 11월이 되면 창문이란 창문에 문풍지를 붙였다. 마당에는 깜순이의 집도 있었는데 깜순이의 집도 보온과 외풍에 신경을 써야 했다. 개집은 말 그대로 세모난 그런 개집이었는데 틈이란 틈에 문풍지를 바르고 개집 전체를 비닐로 감쌌다. 생각해 보면 매일 샤워도 할 수 없고 추워서 겨울을 어떻게 보내나 싶은데 기억 속에는 따뜻하게 겨울을 난 기억밖에 없다. 아버지가 일요일에 온 집구석 창문틀에 문풍지를 바를 때 동생과 나는 조수 역할을 하다가 끝나면 모두 앉아서 컵라면을 먹었다.

조깅을 하고 들어와서 그때 생각이 나서 컵라면을 하나 먹었다. 이제 어른이라 소주도 한잔 곁들였다. 물론 끝내주는 맛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에 먹던 컵라면의 맛은 분명 아니다. 어린 시절에 먹던 그 맛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제대로 대답은 할 수 없다. 그때의 분위기나 이데아적인 맛을 떠나 후레이크의 맛이나 면발의 맛이 지금과는 다른 맛? 잘 설명은 못하겠지만 그런 맛이 있다.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컵라면을 먹었다. 교실은 외부의 추위와 단절되어서 아이들이 외투를 벗어 놓고 수업을 듣고, 점심시간에 컵라면을 먹곤 했다. 창을 투과하는 빛 사이로 컵라면 뚜껑을 벗기면 올라오는 김이 마치 엑토플라즘처럼 보였다. 아이들이 모여서 호호 깔깔거리며 컵라면을 먹었다. 그때에도 분명 컵라면 안에 들어있는 후레이크의 맛이 강했고 면발의 맛이, 퍼지지 않고 적당히 고들고들한 그런 맛이 있었다. 물론 내가 그렇게 기억하려고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먹는 컵라면과는 다른 맛이었다. 맛있었다. 지금도 맛있지만 다르다. 다른 건 다르다.


요즘의 컵라면은 면이 잘 익기도 하고, 나트륨 때문에 라면 맛의 생명인 그 짠맛이 덜해서 그런지 맛있지만 썩 맛있지는 않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라면을 끓여서 먹던, 컵라면을 먹던 늘 라면에 무엇인가를 넣어서 – 방울토마토나 다진 마늘이나 김치를 넣어서 먹게 되어서 사실 온전한 라면의 맛은 저 멀리 달아나 버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차가운 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에 컵라면만큼 간단하게 몸을 데워주는 음식도 없을 것이다.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반환점에 있는 벤치에 다가서는데 누가, 어떤 넘이 강아지를 버리고 간 것이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단 말이야 하며 달려가니 인형이었다. 강아지 인형. 제기랄. 아주 오해하라고 옷까지 벗어서 그 위에 강아지 인형을 올려놓고 사라졌다. 사진으로 봐서 인형이지 저 멀리서 보면 강아지 새끼로 보였다. 춥지만 야외조깅을 하면 이런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본격적인 추위가 닥치기 전, 일주일 전인가 위에서 말한 그 골목을 지나서 오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이제 갓 주차해 놓은 자동차 위에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보통 길고양이는 찰칵하는 소리에 발딱 일어나서 갈 텐데 이 고양이는 너무나 새근새근, 따뜻한 보닛 위에서 잠들어 있었다.

올해도 오늘까지 5일 정도 빼고는 매일 조깅을 했다. 그동안 조깅을 하면서 많은 고양이들을 만났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1269


그래서 길고양이의 습성을 조금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자동차 위 잠든 길고양이를 보니 기분이 발롱 발롱 했다. 고양이도 꿈을 꿀까. 꿈을 꾼다면 무슨 꿈을 꿀까.


근데 자동차의 번호판을 지웠는데, 내내 궁금한 건데 번호판을 왜 지워야 하지? 번호판이 드러나면 안 되는 것일까? 밖에서는 번호판을 드러내고 다니는데, 번호판을 보라고 붙여 놓았을 텐데 사진으로 대부분 번호판의 번호를 지운다. 범죄 때문이라는데 사진 속 번호판을 보고 범죄를 지어야지 하며 생각하지 않을 것 같은데. 현실에서 불법주차하고 번호판을 간판 같은 것으로 가리면 벌금 받는 걸로 알고 있는데. 뭐 중요한 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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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시에 케니 지의 색소폰 연주가 어디에나 울려 퍼질 때였다. 강력한 슬래시 메탈을 듣던 우리들에게까지 캐니 지의 ‘고잉 홈’은 파고들었다. 케니 지의 연주가 흐르는 카페는 어쩐지 손님들이 많은 것 같았고 분위기 역시 편안하게 느껴졌다. 케니 지의 앨범 한 장 정도는 가지고 있는 녀석이 있어서 모여서 같이 듣곤 했었다. 여기 케니 지가 한국으로 와서 음캠에서 고잉 홈을 연주하는 영상이 있다.  https://youtu.be/p9TgFPHnFoI?si=_5kHFnS4d4y2mDnI


90년대 초 걸프전으로 미국의 아티스트들은 – 가수들 뿐 아니라 미셸 파이퍼(는 늘 그 얼굴에 그 몸매에 그 비슷한 모습을 유지하며 지낸다. 배우니까, 할리우드 배우니까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할지 모르지만 인간의 신체라는 게 혹독한 절제와 노력을 가하지 않으면), 리차드 기어, 메릴 스트립, 브룩 쉴즈, 칼라 구기노 등 배우들까지 총 출동해서 ‘Voices That Care’를 불렀다. 배우뿐 아니라 마이클 조던 등 당시 잘 나가던 운동선수들까지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지극히 미국적인, 제국을 드러내는 미국의 냄새가 가득한 노래지만 세계적으로 큰일이 닥쳤을 때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건 어느 나라나 아티스트들인 것이다. 특히 전쟁과 기근과 마약근절에 목소리를 꾸준하게 내 온 사람들이 아티스트들이다.


Voices That Care https://youtu.be/Ol6vr5_CY1o?si=_vf46B590UHZW998


보이시스 댓 케어를 부르는 아티스트들 속에는 루더 밴더로스도 아직 살아서 노래를 부르고 있고, 지금은 병으로 움직이는 것도 노력이 필요한 디바, 셀린 디옹이 중추적으로 노래를 한다. 역시 간주 부분에 케니 지가 색소폰 선율로 연주를 한다. 여기에 전부 모여서 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메릴 스트립과 칼라 구기노는 정말 예쁘게 보인다. 물론 영화 속에서 캐릭터로서도 훌륭하지만 이 영상 속 칼라 구기노는 그야말로 환한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고 노래를 부른다.


걸프 전에 참가한 군인들이 무사 귀한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부르는 보이시스 댓 케어 속에는 아티스트가 거의 100명 가까이 목소리를 냈다. 위에서 잠깐 말했지만 좋은 곡이며 좋은 취지고 좋은, 다 좋은데 지극히 미국적이다. 지금도 세계의 곳곳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전쟁의 참상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현재 누가 잘못했고 누가 나쁜 나라며 누가 편을 들어야 하는 것이 무의미하고 모호하다. 걸프전 당시 한국도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의료진과 군수송기가 투입되었다.


이번에 나온 영화 크리에이터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만드는 인공지능로봇을 전부 없애려 한다는 명분하에 노매드를 만들어 인공지능로봇뿐 아니라 사람들도 전부 다 죽여 버린다. 스타워즈에서도 그렇고 제국의 모습이란 그렇다. 크리에이터 마지막 장면에서 알피 때문에 뭉클했다. 초반 라디오 헤드의 Everytjing in it’s right place가 흘러나올 때 정말 좋았다. 키드 에이 앨범의 수록곡으로 미래적이며 형이상학적인 음악이다. 키드 에이도 그렇고, 수록곡들이 전부 빠져든다. 키드 에이 앨범을 들었을 때 아, 라디오 헤드, 톰 요크는 정말 지구인이 아니구나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 앨범을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에서 15살 터프한 소년 다무라 카프카가 숲 속에서 며칠 동안 홀로 지내면서 듣는다. 고독하고, 고독하게 듣는다. 철저하게 고독하게 되면, 더 이상 상실하지 않을 때 고독을 받아들이게 된다. 아무튼 영화 속 라디오 헤드의 노래 선곡은 끝내줬다.



위의 이야기와 이어지는지 모르겠지만 걸프전 다음 해인가 다다음 해인가 영화 ‘삼총사’가 나왔다. 달타냥으로 배트맨 3과 배트맨과 로빈으로 뜬 로빈 역의 크리스 오도넬, 찰리 쉰, 키퍼 서덜랜드, 올리버 플랫이 삼총사로 나온다. 크리스 오도넬은 배트맨 3에서는 발 킬머 배트맨과 연기를 했고, 배트맨과 로빈에서는 조지 클루니와 연기를 했다.


그때가 발 킬머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을까. 발 킬머는 톰 크루저와 함께 탑건을 찍을 때에도 정말 멋졌다. 36년 전 매버릭은 삐딱하고 말을 듣지 않았다. 반항하며 자기 멋대로였다. 매버릭은 그래서 36년 전 꼬꼬마 조종사 시절에 아이스맨과 대립을 했다. 자로 잰 듯 정확하고 컴퓨터 같았던 아이스맨은 매버릭을 잡아먹을 듯 내내 노려보고 언젠가 너의 그것(천방지축 제 멋대로)때문에 너는 안 될 것이다.라고 한다. 그러나 대립의 끝을 보여주었던 아이스맨은 매버릭의 수호천사였다.

36년이 흐른 후 매버릭과 아이스맨의 해후 장면은 뭉클했다. 후두암으로 말을 할 수 없는 아이스맨은 매버릭에게 있는 힘을 다해서, 마지막으로 서로가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이 장면은 실제 후두암으로 말을 전혀 할 수 없는 발 킬머가 자신의 아들이 녹음한 목소리를 자기고 아이스맨의 목소리로 탄생시켰다.


삼총사는 코믹하고 엉뚱하고 재미있는 삼총사들과 달타냥의 이야기다. 권선징악이 있고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가 후에 달타냥도 총사대에 넣어주는, 다 아는 이야기지만 흥미롭다. 빌런으로 팀 커리가 나온다. 나 홀로 집에 2의 호텔 지배인이어던 팀 커리가 악당으로 나와서 더 재미를 준다.

이 영화의 주제곡 ‘올 포 러브’를 부르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허스키 보이스를 가진 아티스트들이 모인다. 브라이언 아담스, 스팅, 로드 스튜어트가 모이게 된다. 이 세 명이 모인다는 게 사실은 불가능에 가깝다. 전부 한 번 움직이려면 가수에게 몸 담고 있는 회사의 직원들 역시 긴장을 해야 하는 시기였지 않을까 싶다. 몸값도 어마어마하고 스케줄을 조율한다는데 만만찮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들 세 명은 지금도 최고의 자리에 있다. 로드 스튜어트는 축구를 너무 잘해서 선수출신이라고 하는데 당시에 축구를 해서 유명해질까, 음악을 해서 유명해질까 고민했다고. 그래서 술도 마음껏 마시고 여자들도 마음껏 만날 수 있는 가수가 되었다고 한다. 로드 스튜어트는 세 번 결혼을 했는데 아마 더 많은 여성을 만났겠지. 그의 딸 킴벌리는 금발에 183이나 되는 키로 모델인데 얼굴도 예쁘다. 아무튼 다 가졌다.


허스키 목소리로 따지면 로드 스튜어트가 가장 허스키하고 브라이언 아담스, 그리고 스팅 순이지 싶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셋 중에 가장 늦게 나타는 것도 로드 스튜어트고 긴장도 없다. 초반에 스팅이 로드 스튜어트를 따라 해 보는 허스키 목소리로 노래가 시작된다.


브라이언 아담스는 인터뷰에서 “플리즈 포기븐 미의 녹음을 끝내고 마이클 카멘(삼총사 영화음악 감독)에게 연락이 왔어요, 영화에 참여하고 싶냐고요. 그래서 절박하게 그러고 싶다고 했어요. 스팅에게 연락을 했고 한 명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설득했죠 하지만 로드는 그렇게 쉬운 사람은 아니었어요”라고 말했고 스팅은 “브라이언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영화에 들어갈 노래가 있는데 같이 하겠냐고요. 그래서 좋다고 했죠. 노래를 들어보겠냐고 해서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어요. 그는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같이 부르고 싶다고 했죠. 스트디오에 갔더니 한 명 더 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누구냐고 물었더니 로드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정말요? 재미있겠네요”하고 말했어요. 놀랐죠. 전 런던에서, 로드는 엘에이에서 녹음했어요. 그리고 우리 셋은 뮤직비디오를 위해 유에스의 뉴저지에서 만났죠. 근데 로드는 늦었어요"라고 말했다. - 20211128 현지운


올 포 러브는 우리 모두가 바라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 예전 걸프전 당시에도, 그리고 삼총사가 나왔을 때에도, 그리고 지금 현재 우리에게 올 포 러브가 필요할지 모른다. 지금의 사람들은 자기 생각과 다르면 기분이 나쁘고 그 기분대로 행동하게 된다. 크게는 전쟁, 작게는 대립이 비일비재하다. 그 속에서 피해자들은 늘 약한 자들 뿐이다. 비질란테를 보면 괜스레 시원하다. 이미 그런 사회에 접어들었다. 사랑하자 같은 말은 글이나 영화에서나 가능하지 현실에서 그런 것 떠들어봐야 손해 보는 사람은 자신뿐이야,라고 하는 것만 같다. 그래서 더욱더 올 포 러브가 필요하다.



Bryan Adams, Rod Stewart, Sting - All For Love https://youtu.be/ofA3URC1wyk?si=mamtKgsTi1mxcXF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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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11-16 1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정말 오랜 만에
Voices That Care 를 들어 봤네요.

후반 떼창에 한 시절을 풍미했던
알리사 밀라노도 나오고...

작고한 휘트니 휴스턴의 말썽쟁이
남표니 바비 브라운도 한 몫하네요.
윌 스미스는 아마 프레시 프린스로
활동하던 시절이지 싶습니다.
너무 앳되서 깜놀했다는.

전성기 시절 포이즌의 브렛 마이클
스의 모습도 죽기더군요.

개인적으로 로드 스튜어트의 마지막
불꽃 같았던 곡이었다고 생각하는
˝Lost in You˝를 찾아 들어봅니다.

all for one, one for all

교관 2023-11-17 11:10   좋아요 1 | URL
저도 오랜만에 실컷 보이시스 댓 케어를 들었습니다 ㅎㅎ 바비 브라운은 말썽쟁이로만 말하기에는 너무 개놈의시키같아서 ㅎ 캐빈도 보이고, 저에게 포이즌, 넬슨 앨범도 있었어요 ㅋㅋ 전부 다 멋지네요
 

내내 체육복 패션으로 지내다가 가을이 오면, 딱 이 계절에 체육복을 벗어던지는데 이제 볼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겨울이 되었다. 다시 체육복 패션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차가운 날이지만 강변을 달리는 것에는 하루키의 말대로 정경의 매력이 있다. 바람이 한 차례 휘잉 몰아치면 책장을 넘기듯 강의 물결이 그에 응답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봄, 여름, 가을의 강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그 흐름에 떠 있는, 숨죽여 잠을 자던 오리들도 오선지의 음표처럼 물결친다. 그 흐름을 눈으로, 감촉으로 느끼고 있으면 실감이라는 것에 다가서는 기분이 든다. 이런 기분을 느끼려면 차가운 겨울이라도 밖으로 나와 조깅을 해야 한다.

넷플릭스의 영화 데이빗 핀처 감독의 ‘더 킬러’를 보는데 옆에서 매일 똑같은 루틴으로 재미없게 살아가는 삶이 나와 비슷하다는 말을 들었다. 영화 속 킬러의 삶은 너무나 평면적이다. 입체적으로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같은 시간 동안 운동을 하고 같은 시간만큼의 음식을 먹는다. 음식도 지방이 붙을 기미가 없는 음식으로, 그것도 배가 부르지 않을 정도로, 허기를 달래줄 만큼 먹을 뿐이다. 햄버거를 먹을 때에도 밀가루 빵을 빼고 안의 내용물만 소스 없이 먹는다. 매일 같은 시간에 어제와 다름없는 일을 하고,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곳의 사진을 담아서 스토리에 올리고,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시간 동안 조깅을 한다. 날씨가 추우나 더우나 비가 오나 – 적게 오나 많이 오나 비슷한 거리를 달리는 따분한 삶이 영화 킬러의 평소 모습과 닮았다는 것이다. 규칙을 정해 놓은 건 아니지만 대부분 그렇게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일이나 비슷한 음식을 먹으며 살지 않을까.

매일 오전에 커피를 투고하러 로컬카페에 가면 늘 사장님이(아주 젊은 여자 사장님이다. 어머니와 함께 카페를 운영한다) 몇 년 동안 오전 7시부터 늘 비슷한 모습으로 전혀 변하지 않는 얼굴과 체형을 유지하며 커피를 내려준다. 커피를 투고하러 가는 사이에 서른한 가지의 아이스크림 가게의 사장님은 늘 비슷한 모습으로 비슷한 시간에 가게 안을 정리한다. 대부분 그러지 않나 싶은데 나는 좀 특별히 더 재미가 없는 생활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무튼 어찌 되었든 간에 매일 비슷한 분량의 글을 쓰고, 비슷한 양의 책을 읽는다. 이 부분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비슷한 모습이지만 쓰는 글의 이야기가 어제보다 오늘 더 진행되었고, 책의 주인공들도 어제보더 오늘 더 움직이기 시작했다. 변화가 있다는 말이다.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재미가 없지 않다. 일상 속에서 재미를 찾지 못하고 일탈에서만 재미를 찾으면 계속 헤매다 지치지 않을까 싶은데, 뭐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매일 지나치는 강변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알아채지 못하는 변화가 있고 그 속에는 계절이라는 설명하기 애매한 옷이 강과 풀과 바람과 그 사이에 생존하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조금씩 다르게 만든다. 컴퓨터 회로의 동작처럼 자연은 때가 되면 전등의 불빛을 갈아치우고 자연 속에 하나의 존속으로 존재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달리다 보면 등이 후끈거리며 추위에 적응해 가는 몸을 느낄 수 있다. 신기한 일이다.


전기장판이 따뜻하게 데워졌을 때 쏙 들어가서 어린 시절 성탄절 분위기를 생각하며 잠드는 게 좋다. 옛날 크리스마스 영상을 보면 재미있다. 촌스러운 옷차림에 촌스러운 헤어스타일에 촌스러운 화면이지만 사람들은 전부 행복해 보였다. 서민 경기도 지금만큼 나쁘지 않아서 모두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몰려들어 북적북적. 누구가 기침을 하며 감기에 걸렸지만 지금처럼 위험하지는 않아서 마스크를 쓴 모습도 없다. 모두 말간 얼굴을 활짝 드러내고 차가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어느 곳이나. 어떤 길거리나 골목 구석구석 캐럴이 풍부하게 흘러나왔다. 길보드의 리어카에는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이 잔뜩 깔려 있었고 카세트테이프를 사는 사람도 꽤 보였다. 리어카에도 트리를 장식하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겼다.


11월도 어느덧 중순으로 향해 가고 있다. 찬 바람이 불고 기온이 뚝 떨어졌다. 날씨에 시큰둥하던 10대들도 어깨를 움츠리며 느닷없이 추워진 날씨에 욕을 하며 춥다를 연발했다. 11월이 되면 봤던 겨울 영화를 찾아서 보며 크리스마스가 올 때까지 캐럴을 잔뜩 듣는다. 캐럴은 아주 기기묘묘한 음악이라 매년 이맘때 들으면 신나고 온화한데 12월 26만 되면 캐럴은 물에 데쳐진 시금치처럼 축 처져 듣기 싫어진다. 참 이상한 음악이 캐럴이다. 컴퓨터로 되살려낸 빙 크로스비 아저씨와 마이클 부블래 씨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들어보자. 너무 좋다. https://youtu.be/FMyBJAZFiqI?si=jnvfIXuoO4_ImRPd


겨울영화하면, 크리스마스 영화하면 누구나 자신만의 영화가 여러 편 있을 것이다. 올해 첫 스타트를 끊을 영화는 크리스마스이브에 펼쳐지는 처절한 대환장 파티의 피칠갑 영화 ‘다이하드’ 1편이다. 나는 이 영화를 몇 편이나 봤을까. 존 맥클레인이 하이얀 러닝셔츠 바람으로 하얀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이브에 피에 떡칠이 된 채로 맨발로 나카토미 빌딩에서 테러범들을 때려잡는 영화. 브루스 윌리스는 무명에서 블루문특급으로 얼굴을 알린 뒤 다이하드로 스타의 반열에 오른다. 무대포 골 때리는 형사 존 맥클레인에게 전 세계인들이 반해 버렸다. 크리스마스는 영화처럼 이렇게 보내야지.

크리스마스가 세계적인 축제고 떠들썩한 분위기지만 사실 대부분 무료하고 심심하게 보낸다. 그런 이브의 밤에 존 맥클레인을 잘못 건드린 테러범들의 대환장파티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무엇보다 현재 브루스 윌리스는 치매가 머리를 공격을 강하게 해서 상태가 심각해졌다는 소식이 있어서 팔팔할 때의 브루스 윌리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재미와 함께 알 수 없는 감정을 지니게 만든다.


차가운 겨울이라 붉은 불빛이 어울린다. 그래서 나도 붉은 텀메이로우(토마토)를 우걱우걱 씹어 먹는다. 겨울을 제외하면 주로 방우리텀메이로우를 먹는데 겨울에는 크고 굵은 토마토를 먹는다. 요즘은, 아니 언젠가부터 방울토마토도 너무 달다. 방울토마토를 사러 가면 당도최고의 방울토마토 같은 글을 본다. 거의 모든 과일이 당도가 높게 재배가 되었는데 이제 채소까지 당도가 높다니. 그러나 아직은 큰 텀메이로우는 예전의 그 토마토 맛이 남아있다. 씹어 먹기 좋다. 붉은색이라 더 마음이 든다. 그러나 일단 씹어 먹으면 이 시릴걸.

이가 시려도 우걱 씹어 먹자


조깅하는 사람들에게 섹시하다고 난리 난 내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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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제 -

내 주위에는 하루에 영양제를 몇 알씩 챙겨 먹는 사람들이 있다. 그에 비하면 나는 오메가 3을 먹을 뿐이고 이것도 얼마 전에 어머니가 어디선가 얻어 와서 먹으라고 해서 먹고 있다. 이 비타민 같은 수많은 영양제. 물론 먹으면 몸에 나쁘지는 않겠지만 좋다고 할 수 있을까. 특히 하루에 몇 알씩 먹는 영양제가 말이다.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몇 년 동안 영양제를 계속 복용한 주위 사람들 중에는 그동안 아프기도 하고, 근력이 떨어져 근육에 이상이 생기기도 하고, 코로나에 걸려 죽을 뻔하기도 했고, 지금은 독감에 걸려 골골 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오메가 3을 하루에 한 알씩 먹을 뿐인데 아직까지 코로나도 걸리지 않았고 매일 조깅을 한 덕분인지 근력에도 문제가 없다. 비타민 같은 영양제를 맹신하기보다 매일 조금씩 운동을 하고, 절주를 하고, 책을 읽고 소식을 하는 게 몸에 더 낫지 않을까 싶다. 그놈의 영양제를 먹고 있는데 왜 이래? 같은 말 좀 하지 말고.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버리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게다가 인간은 불안요소를 잔뜩 지니고 있어서 먹던 영양제를 먹지 않으면 몸이 큰일 나는 줄 안다.




가스라이팅 -

옆에서 전청조한테 남현희가 가스라이팅 당한 거 맞느냐고 물어보는데,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어쩌다가 이렇게 사용되었는지 모르겠다. 가스라이팅은 감금 내지는 한 집안에서 폭행을 지속적으로 당하면서 그 폭력의 힘에 눌려 밖에 나가서도 누군가에게 자신의 처지를 말하지 못할 정도로 무서워하는 게 가스라이팅에 가깝다. 데이트 폭력처럼, 그렇게 폭행을 당해도 경찰을 찾아가지 못하는 이유가 가스라이팅을 당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남자친구가 동거를 하자고 해서 부모님에게 어렵게 허락을 받고 동거를 한 20대 초반 여성은 돌변한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하고, 밥도 먹지 못하게 하고, 폭언에 욕설을 들으며 가스라이팅을 당한 사연이 소개가 되었다. 유튜브에서도 떠들썩하게 사건의 영상이 떠돌아다녔는데 충격이었다. 머리는 다 깎이고 남자친구에게 맞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남자친구의 부모님은 우리 집 애가 그럴 애가 아니라며 아들의 편을 들었고 경찰서에서도 남자친구는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에 집작층을 보였다. 여자친구는 경찰서에 들러 경찰이 당일 있었던 일을 묻고 대답하는데 그날을 기억하는 게 너무 무서워 경찰서 밖으로 나와서 길바닥에 그대로 기절을 했다. 그때 옆에 여성의 어머니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남현희 같은 경우는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당했다는 말보다 당하도록 유도했다고 하거나, 자신이 당하는 것을 자신이 방관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것도 어울리는 말은 아니지만 여하튼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를 여기에 붙여서는 안 된다.




서점-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서점에 가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매일 조금씩 책을 읽고 있어서 그런지 옆에서 서점은 어느 서점에 가냐고 묻는다. 서점은 무슨 얼어 죽을. 책은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거지. 서점에는 가지 않아.라고 하면 예? 하며 놀란다. 책 좋아하면 서점에 가는 거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서점은 좋아하는데, 아니 서점도 나빠하지 않지 서점을 좋아하는 건 아닌 거 같고, 서점에 가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서점을 좋아했던 적도 있었고, 서점에 가는 걸 좋아했던 적도 있었다. 서점이라 함은 무릇 내가 다니는 활동반경 내에 있어서 집으로 들어가기 전 쓱 들어가서 쓱 훑어보고, 자주 가니까 주인장과 알게 되어서 쓱 집어 들면 주인장에 쓱 포장해서 쓱 구입해 나오는 곳. 이런 곳이 내가 좋아하는 서점이었다. 동네에 있는 대형마트에 서점이 있었을 때는 참 자주 갔었다. 인간은 어차피 먹어야 하니 그로서리 구입하고 올라와서 서점코너에 앉아서 책을 좀 보기도 했다. 서점코너에는 어린이 책도 있어서 어린이들도 앉아서 책을 열심히 보고 있었다. 항상 그런 분위기가 자주 가는 대형마트의 서점코너에는 있었다. 서점코너 옆에는 물고기와 어항코너가 있어서 열대어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서점에서 이 책 저 책 구경하는 건 재미있는 일 중에 하나다. 그러나 동네에 한두 군데씩 있던 서점이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서점에 가려면 작정하고 가야 한다. 다운타운 가의 거대건물 속 교보문고니 하는 대형서점에는 자동차 없이는 가는 것도 불편하다. 서점 한 번 가려면 #%%^^$@ 말을 말자. 서점이 싫은 건 아니지만 서점에 가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단백질 블록-

이 이야기는 생활 속 오류는 아니다. 영화 속의 오류라고 할까. 단백질 블록은 지금은 거의 사람들에게 잊힌 설국열차에 나오는 그 양갱이 식량이다. 뒷 칸 사람들이 앞 칸으로 가는 이야기.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다. 열차 뒷 칸 사람들은 단백질블록을 먹으며 생활을 한다. 매일 먹는 단백질블록. 앞으로 밀고 올라가던 커티스(캡아)와 일행은 단백질블록을 만드는 재료를 보고 기겁을 하고 토악질을 한다.


 설국열차의 후반부. 커티스는 열차의 초기시절에 대해서 남궁민수에게 털어놓는다. 그때 어린 아기의 인육을 먹었던 끔찍한 상황을 애절하게 이야기한다. 두 번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듯. 김훈의 남한산성을 읽어보면 전쟁 중 처절한 모습으로 배가 너무 곯아서 먹을 흙도 없어서 동네의 어린아이를 잡아먹고 나머지를 버리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사람이 인육을 먹는다는 건 이미 인간의 본성을 넘어버린 일이다. 도덕이니 윤리니, 그런 관념을 뛰어넘어 버렸다. 허기로 인해 철저하게 육식동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상황이 사람을 더 이상 사람답지 않게 만들어 버렸다. 전쟁을 겪는 나라의 사람들이 그렇다. 인육을 씹어 먹을 상황이 되었다는 것은 데드 포인트까지 치달았다는 말이다.


살기 위해 인육을 씹어 먹어야 하는 자신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못하며 짐승이 되어 버린다. 그런 사람들이 단백질블록의 재료인 벌레를 보고 기겁을 하며 토악질을 하는 것은 와닿지 않는다. 물론 벌레의 종류와 어마어마한 개체수가 사람을 놀라게 할 수는 있지만 이미 인육을 먹어버린 데드포인트까지 넘어섰다는 점에서 볼 때는 좀 그래. 그래서 바퀴벌레 떼를 보고 기겁을 하는 것은 영화를 보는 이들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행복해요 -

그게 제일 어렵다고, 평범한 거, 평범하게 사는 게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도대체 평범이라는 범위가 어디에서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일까.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느냐 하면 나는 구치소에서 2년 동안 근무를 했다. 그 안에는 정말 주위에서 볼 수 없는 별에 별 인간들을 다 만나봤다. 향정신성의약품을 취급하는 사범부터, 살인을 저지른 사람, 사기를 친 사람, 강도, 강간미수에 절도까지. 그 재소자(범죄자)들 중에서도 자신은 사방(감방)에서 제일 평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평범하는 건 그 기준이 어디이며 누구일까. 구치소 재소자들, 그들에게(전부를 말할 수는 없다. 조폭 같은 경우는 우리의 삶과 너무 다르기 때문에) 평범함이란 내가 보기에 너무나 특별하고 일탈적이다. 화목한 가족을 이루는 게 소박한 목표야,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어째서 가정이 화목한 게 소박한 목표일까. 그건 가족 구성원이 죽을힘을 다해 노력해야 겨우 도달할 수 있는 최상의 위치다. 가족이 화목한 채로 몇 년, 더 나아가 십 년 이상 유지하는 게, 그게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너무나 어려운 일다. 결국 행복이란 엄청난 노력이 들고 어렵게 힘들게 행복에 도달해도 행복을 만끽하는 시간은 찰나로 끝나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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