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무엇이냐 하면 말이에요.라고 그녀는 내 눈을 보면서 말한다. 추운 겨울 아침에, 싫구나, 일어나고 싶지 않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커피 향기와, 햄에그를 굽는 지글거리는 냄새와 토스터 작동이 멈추며 내는 탁 소리에 그만 참을 수가 없어서, 과감하게 침대를 박차고 나오는 일이에요.

하루키의 소설 ‘댄스 댄스 댄스’를 보면 이렇게 초반에 시작을 한다. 맛있는 냄새에 더 자길 포기하고 이불을 박차고 나오는, 그 전경이 눈앞에 홀로그램이 되어 나타나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아침에, 겨울의 아침에 눈뜨자마자 몸을 일으켜 바로 맛있는 떡국을 먹는 것만큼 행복한 것은 없다. 봉 감독의 영화 ‘괴물’ 마지막 장면이 그렇다. 현서를 잃은 대신 세주를 얻은 강두는 하얗게 눈 덮인 한강변의 아침에 밥상을 차리고 세주를 깨운다. 세주는 쿨쿨 자다가 그대로 일어나서 맛있게 밥을 먹는다. 세주가 하수구 같은 곳을 돌며 그토록 원하던 것이었다. 이 장면은 세대를 관통해서 보는 이들에게 마지막까지 각인시킨다.


겨울의 일요일, 잠은 더 자고 싶은데, 일어나기는 싫은데 맛있는 떡국의 냄새가 잠의 세계로 파고든다. 엄마가 밥 먹어라고 말하며 아빠가 나의 등을 슬슬 문지르며 몸을 일으킨다. 바로 일어나서 뜨거운 떡국을 퍼 먹었던 기억. 단칸방이어서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기억은 겨울이 되면 주기적으로 오는 손님처럼 똑똑 노크를 하며 찾아온다. 마치 세주가 되어서 눈 뜨자마자 눈곱도 떼지 않고 따뜻한 방 안에 앉아서 밥을 먹었던 기억.


아마 봉 감독도 그런 기억이 있어서 그 장면을 넣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디자인을 좋아하는데, 걸어 다니며 간판 디자인을 보는 것 때문에 일행에게 핀잔을 들은 경우도 있고, 책 표지 디자인도 꽤나 유심히 보는 편이다. 올리는 소설의 표지도 마우스로 다 디자인을 한 것이다. 책 표지 하면 칩 키드의 디자인을 좋아한다. 칩 키드는 너무나 유명하기에 간결하면서 눈을 확 사로잡는 디자인을 해 버린다. 미래의 세상은 디자인의 세계가 되지 않을까.

사진: 펜톤미술학원 본원 공식 블로그 발췌


간판이나 과자의 글씨체도 전부 디자인인데 특히 좋아하는 글씨체가 ‘코카 콜라’다. 병에 딱 한글로 ‘코, 카, 콜, 라’라고 박힌 그 까만 글씨체의 디자인이 아주 좋다. 요즘에야 대부분 영어로 되어 있지만 우리에겐 친숙한 코카콜라 이 글씨체 디자인은 68년에 등록이 되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 계속 이 디자인의 코카콜라로 쓰이고 있다.

이 글씨체 디자인을 만든 디자이너가 2017년에 작고하신 봉상균 화가다. 바로 봉 감독의 아버지다.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 봉상균. 검색을 하면 그의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봉 감독의 외할아버지도 시대의 이름을 남긴 소설가였다. 그는 김해경(이상), 이효석 등과 함께 구인회 활동을 했고 그의 가장 유명한 소설은 조선중앙일보에 연재되었다.


봉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은 외롭고 힘든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그리하여 아카데미에서도 쾌거를 이뤄낼 수 있었다. 봉 감독은 아마도 아버지 봉상균 화가의 작품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꿈을 가지게 되었나 보다.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맛있게 겨울의 아침을 후루룩 같이 먹었던 추억이 있지 않았을까. 그런 추억은 아버지가 돌아가셔도 내내 기억의 저편에 붙어서 겨울이 오면 손님처럼 찾아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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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좋은 그것은 체강이 강하고 하얀,

튼튼한 뱀이 되어 좁은 마음속의 어딘가에 똬리를 틀었다.

그리고 설원처럼 순수하고 사랑의 맛을 알아버린 청춘처럼 노골적으로 속도를 유지하며 영역을 넓혀갔다.


소설 렛 미인의 문구를 빌려 생태교란종 베스를 한 번 표현해봤다. 베스는 잡아 없애야 하는 물고기로 인식되고 있다. 적어도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렇다.


그동안 늘 그렇게 알고 있던 베스,

그런데 정말 베스는 나쁜 어종일까.


렛 미인은 추운 나라에 나타난 뱀파이어의 이야기로- 스웨덴 영화로도, 그리고 할리우드 리메이크작도 성공했을 정도로 영화가 좋았다. 그간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뱀파이어의 내용이 아니었다. 원작 소설은 영화보다 훨씬 어둡고 깊은 내용이었다. 소설은 너무 하얗고 시리고 아픈데 그 아픔을 봐야만 하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정말 좋다.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 오른손으로 들어와 버린 기생수 ‘오른쪽이’는 말한다. 기생 생물이 사람을 잡아먹는 것은 단순히 그것이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기생 생물 입장에서는 먹을 수 있는 식량이 사람일 뿐이라 사람을 잡아먹는 것이다.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몹시 이상하고 무서울지 몰라도 기생 생물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생태인 샘이다. 먹을 수 있는 것만 먹기 때문에다.


그런데 기생 생물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이 너무 이상한 것이다. 인간은 단지 살기 위해서 인간을 죽이지도 않는다. 그저 재미로 인간을 죽이기도 한다. 먹지도 않을 거면서 인간이 인간을 가지고 놀고, 그러다 싫증 나면 죽이기도 한다. 가장 비도덕적이고 생존과는 상관없이 인간이 인간을 죽인다. 기생 생물의 입장에서 보는 인간은 지구에서 가장 잘못된 생활방식으로 지내고 있는 것이다.


차인표가 쓴 소설(차인표는 두 권의 장편소설을 펴냈다. 나는 그 두 권을 다 읽었는데 정말 재미있다. 글을 아주 잘 쓴다. 그중에 한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오늘 예보’를 읽어보면, 우리들 인간은 살아가면서 뱀에게 물려 본 적이 없음에도 그저 뱀이니까, 뱀의 모습이니까, 뱀을 보면 죽이려 든다.

고단아 뱀 좋아하니

뱀 먹는 거?

아니 그냥 뱀 좋아하냐고

아니 싫어하는데

혹시 뱀한테 물린 적 있냐?

아니 없는데

그런데 왜 싫어해?

마땅히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냥 싫지?

남들이 싫다고 하니까 무조건 싫지?




영화 렛 미인에서 이엘리는 오스카에게 내가 왜 인간의 피를 마셔야 하는지, 나의 모습이 잠시 동안만 되어 보라고 말을 한다, 렛 미인을 봤다면 그 장면이 마음을 찌릿하게 한다. 이엘리는 그저 장난으로 죽고 싶을 정도로 오스카를 괴롭히는 애들을 멸살시킨다.

2000년도 중반에 미국의 강으로 흘러들어 간 가물치는 미국에서 괴물 어종으로 법으로 정해놓아 살아있는 가물치는 거래가 불가능하며 적발되면 법적 조치도 심하게 받는다. 가물치는 미국의 토종 어종에게 피해를 주며 심지어 육지까지 기어 올라와 아이들도 물어 버린다는 공포가 가득해서 미국인들에게 가물치는 그야말로 지독한 외래어종으로 낙인찍혔다.


우리나라에서 가물치는 인간에게 맛과 영양으로 도움을 주는 어종이지만 미국에서는 퇴치되어야 할 어종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가물치가 미국과 함께 영원히 살아갈 것이라 여기고 가물치를 인정했다.


베스가 토종어종을 먹는 것은 베스 입장에서는 그것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 베스는 결국 우리가 우리의 가슴으로 끌고 온 것이다. 베스가 나쁜 게 아니라 그 베스를 무분별하게 들고 온 인간들이 나쁜 것이다. 이미 베스를 낚는 낚시꾼들은 베스가 퇴치되어야 할 어종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줄여가야 하겠지만 인식의 문제다. 베스가 정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나쁜 어종은 아니다.


매트릭스 다들 재미있게 보셨는지. 매트릭스는 1편과 2편 사이에 애니 매트릭스가 나왔다. 여러 단편이 매트릭스 세계관을 말해주는데 그중에 한 편인 '두 번째 르네상스'가 매트릭스 세계관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https://youtu.be/XbOWalLcHR4

유튜브 강남뽀대지존 - 애니 매트릭스 - Supermoves


애니 메트릭스 ‘두 번째 르네상스’ 속 세상은 2090년이고 인간들은 더 이상 힘들게 일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인간들은 인간과 비슷한 휴먼 안드로이드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는 절대 불평, 불만을 해서도 안 되고 하지도 않았다. 안드로이드가 태어난 이유는 바로 인간이 편하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로봇인 안드로이드는 인류의 편리한 도구, 그리고 가장 말을 잘 듣는 충직한 노예였다.


그런데 어느 날 B1-66ER라 불리는 로봇이 주인을 살해하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그 로봇의 살해 동기는 아주 단순하게 살고 싶어서, 로봇인 자신이 죽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날 로봇은 폐기될 운명이었고 로봇은 살기 위해서 주인을 죽인 것이다. 안드로이드에게도 감정이라는 게 생긴 것에 대한 놀라운 발견이었지만 인간을 죽인 로봇에겐 자신을 변호할 기회나 권리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B1-66ER에겐 그렇게 사형선고, 즉 페기처분이 내려졌고 B1-66ER 로봇은 ‘죽고 싶지 않아’라는 말을 남긴 채 폐기된다. B1-66ER가 남긴 마지막 말은 세상에 남은 로봇들에게 어떤 동기부여가 되었다. 마음속에 불씨를 일으켰다.


인류는 B1-66ER 로봇과 비슷한 불량품은 전부 폐기하기로 결정하는데 이에 반발하는 안드로이드들과 자유 옹호론자들이 집단적으로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시위는 점점 불어나서 엄청난 규모의 안드로이드들이 자신의 로봇 권리를 주장했지만 인간들에 의해 무참하게 폐기 처분되었다. 탱크로 휴먼 안드로이드들을 짓밟고 지나갔고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여자 안드로이드들의 옷을 벗기고 그대로 무참히 죽이고 만다. 안드로이드들에 대한 혐오는 극대화해져 갔다.


안드로이드들은 인간의 사회에서 추방당해서 인류문명의 발생지였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제로원이라는 기계 세계를 건설하게 된다. 제로원이란 0과 1로 이루어진 세계. 즉 이진법의 세계, 기계들의 세계를 말한다. 제로원에서는 더욱 정밀하고 신속하게 물품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고 로봇들은 고도화된 기술력으로 인간에게 수출을 했다. 하지만 인간에게서 수입은 극도로 제한했다. 안드로이드, 제로원의 세계에서는 필요 없기 때문이었다. 제로원에서 만든 모든 제품들은 뛰어난 품질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간들의 시장에 공급되었다. 그리고 인류의 시장 경제의 패권이 제로원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이에 인류는 해상을 봉쇄하고 경제제재를 가해 제로원을 견제하고 고립시키려 했다. 제로원은 인간과 공존하기를 바랐다. 이에 제로원에서는 인간을 닮은,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사절단을 인간에게 보낸다. 하지만 인간은 안드로이드 특사를 거절하고 기계와 전쟁을 선포한다. 인류는 제로원에 핵을 퍼붓지만 기계들을 막을 수 없었다. 인류와 공존할 수 없다 여긴 기계들은 중동을 기점으로 세계 각지로 인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인류의 영토는 기계들에 의해 점점 점령당한다. 이에 인류는 기계들의 주 에너지원인 태양광을 완전히 차단해버린다. 암흑 폭풍 직후 잠시 인류는 전세를 역전시켰다.


신형 전자펄스와 엘에스디 같은 약에 취해 두려움이 사라진 군인들은 무력해진 기계들을 공격하며 승리의 기쁨에 젖어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계는 핵융합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전에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던 기계들은 핵융합 이후 완전하게 오직 기계의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 그 기계는 오로지 인간을 죽이기 위해 발전한 형태가 되었고 매트릭스에 나오는 꼬리가 달린 그 기계가 된다. 그렇게 기계는 인류에게 승리하게 된다. 하지만 기계들의 핵융합 에너지는 영원하지 않았다. 기계들은 다른 에너지원을 찾아야 했다.


그게 바로 인간의 몸에서 발생하는 열 에너지였다. 인간은 감정 변이에 따라 열에너지와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기계는 두 번째로 UN을 찾아 특사를 보낸다. 첫 번째에 비해 두 번째 기계의 특사는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바로 기계 그 자체의 모습으로 온 것이다. “너희들의 육체는 무가치한 껍데기다. 육신을 바치면 신세계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요구다.” 그리고 기계는 인간을 배양하기 시작하고 인간은 기계에 의해 '재배'되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기계가 만든 가상공간 매트릭스 안에서 꿈을 꾸며 죽을 때까지 기계의 에너지원이 되며 살아간다. 이것이 매트릭스의 세계가 펼치지는 시작점이다. 바로 인간의 오류가 어떤 희생을 감당해야 하는지 너무나 잘 보여준다. 그저 영화 속 이야기?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일까?


별개의 이야기지만 지금 인공지능은 어디까지 인간 생활에 들어와 있을까. 지금 현재 세계 최고의 기업인 아마존은 인공지능 채용 시스템으로 지원서를 검토한다. 전 세계에서 어마어마하게 지원서를 넣기 때문에 사람들이 일일이 검토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100개의 지원서 중에 5개를 추려서 추천한다고 한다. 인공지능의 상위 5개의 추천서를 채용담당자가 검토를 하는 방식이다. 인공지능의 장점은 혈연, 학연, 지연을 떠나 오로지 지원자의 데이터만으로 검토한다는 점이다. 이제 대부분의 기업이 이렇게 인공지능의 기술을 빌릴 것이다.


매트릭스라는 건 데카르트가 소환한 ‘악마’라는 말이다. 전지전능한 악마가 우리가 알고 있는 알고리즘을 그렇게 알게 끔, 믿게 끔 만들어 버린 것. 1 더하기 1은 원래 3인데 그 전능한 악마가 2라고 믿게 끔 만들어 버린 세계. 그것이 데카르트가 말하는 매트릭스다. 데카르트는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아주 교활하고 전지전능한 악마가 나를 속이고 있다면. 지금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가능성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 도대체 어떤 악마가 베스가 생태교란종으로 나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든 것일까. 메트릭스 세계에서 결국 인간이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인간은 멸망하고 만다.


최근 넷플의 고요의 바다를 보면 무엇이 잘못인지, 누가 잘못인지 알 수 있다. 마지막 송 박사는 이런 말을 한다.

"우리는 절박하고 그래서 잘못된 선택을 하죠. 그 선택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구요. 같은 실수는 반복할 수 없잖아요."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그게 우리 인간이 해야 할 일이며 과제다.


1월부터 생태교란종을 때려잡는다는 방송이 기획 중이다. 생태교란종이라는 명칭을 붙여 방송의 재미를 위해 '때려 잡아가며' 시청률을 올리려 한다. 정말 때려잡아야 할 주체가 누구인지, 그저 자신은 자신의 생활을 할 뿐인데 인간들에 의해 생태계 교란종이라는 낙인이 붙은 채 머리가 깨져 잡히지나 않을지 벌벌 떠는 생물을 잘못되었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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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 사슴이 이 세계에서 짧으면 몇 년 안에 싹 사라진다. 그래서 지금 아이들은 루돌프를 동화 속이나 영화에서만 봐야 할 것이다. 루돌프가 되는 사슴이 순록인데 이 순록들이 사라지고 있다.



http://www.ob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33232






사진과 링크의 기사는 2018년의 뉴스다, 이미, 벌써 3년 전부터 순록이 사라진다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흥! 어쩌라고! 였다. 그리고 현재 2021년에 와서는 순록이 거의 37% 인지, 47% 인지 사라져서 멸종위기에 있다고 한다.


루돌프가 사는 곳은 핀란드의 제일 북쪽인데 거기가 겨울에는 영하 40도 이하로 내려가야 하는데 그냥 비가 온다고 한다. 게다가 평소에는 영상 19도에서 1도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순록은 눈을 파헤쳐 그 사이의 이끼를 먹고사는데 그럴 수 없어졌다. 눈이 내려야 하는 지금 비가 내려 그게 얼어서 이끼를 먹을 수 없는 순록은 조금씩, 고요하게 지구 상에서 죽어간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나는 상관없다. 이 모든 게 지금 자라는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가 없는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다. 어차피 내가 죽고 난 다음에 멸망의 길로 가게 되니까 아무렇지 않다.


최근 넷플의 신작 ‘돈 룩 업’라는 영화에서 민디 박사로 나오는 디카프리오의 연기를 보셨는지. 영화 속 디카프리오의 연기를 보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마치 실제 그 사람이 아닌가 할 정도로 몰빵 하게 만든다. 돈 룩 업에서 민디 박사로 나오는 디카프리오는 민디 박사 그 자체였다. 지구 소멸을 걱정해서, 진실하게 지구가 사라지는 걸 걱정하며 소리를 지른다. 디카프리오는 실제로도 기후변화에 관심도 많고 활동을 하는 활동가이다. 진심으로 지구를 걱정한다. 죽은 M.J처럼 말이다. 세계의 갑부들은 우주로 나갈 생각에 천문학적인 돈을 쓰는데 디카프리오는 웃기지 말고(라는 말은 안 했지만) 지구에 대해서 좀 더 눈을 돌리라 말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망가지는 기후를 줄이는 좋은 방법은 당연하지만 개개인이 여름에 에어컨 사용을 줄이면 된다. 이렇게 말을 하면 다 그렇다고 하며 마치 자신이 그렇게 하는 것 같은 마음을 가지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여름에 에어컨을 켜고 잠들지 않는다. 그냥 선풍기만으로도 잘 잔다. 그러니까 신체를, 강한 에어컨 바람을 싫어하고 조금 덥더라도 자연풍이나 선풍기의 바람만으로도 괜찮은 몸으로 만든다.


그런 신체로 만들면 여름에도 더위를 크게 타지 않는다. 여름에도 적당하게 햇빛에 몸을 태우고 조깅을 해서 땀을 흘리면 한낮에 태양 밑에 있더라도 그렇게 폭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여름에는 당연히 더우니까 더운 날에 몸을 적응시키면 밤새도록 에어컨을 틀지 않고도 푹 잠들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은 밤에 에어컨을 틀고 잔다. 내가 에어컨 틀지 않고 잔다고 하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같은 반응이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위해 기후 어쩌고, 지구가 아야 하는데 어쩌고 같은 말을 들으면 좀 웃기다.


2021 여름에도 나는 열심히 달렸는데 운동은 평소에 해야 한다.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의사에게 운동해야 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고 어차피 하게 된다. 그때 가서 억지로 하느니 할 수 있을 때 몸을 적응시켜 놓으면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건강에 자신 있어하는 사람만큼 어리석은 사람이 있을까. 늙어 병들었을 때 내 아이들이 간호를 해 줄거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가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 2년을 병실생활을 했는데 그건 할 짓이 못 된다. 그래서 가끔 티브이에서 그런 뉴스가 나오면 나는 이해가 간다. 아이들은 아이들의 삶을 살아야지.


요즘도 티브이에 하고 있지만 여름에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과학자가 나오고 양옆으로 연예인들이 나와서 에어컨 사용에 대해서 크게 공감하는 방송을 했었다. 과학자는 기후변화의 무서움을 아니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실천한다. 어떤 연예인들은 자랑처럼 여름에는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고 겨울이불 덮고 있는 게 가장 좋다는 말을 한다. 아주 이상하며, 너무 무개념이며, 진짜 방송국 놈들은 방송을 멋대로 하는구나, 하고 생각이 든다. 뭐 하지만 나는 상관없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내가 사는 동안 지구가 서서히 망가져갈지언정 후세의 아이들이 고난이지 나와는 무관하다.


과학자 본인은 열심히 텀블러나, 페트병이나 에어컨이나,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지만 과학자의 주위 사람들은 또 알 수 없다. 여름에 당장 내가 더워 죽을 지경인데 기후변화에 대해서 공부하지 않은 주변인들은 무심할 수 있다. 디카프리오의 여자 친구가 되면 같이 공감하고 한 여름에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지만 헤어지고 나면 시원한 차로 이동하고 일회용 컵으로 음료를 마시는 거와 같다.


고요의 바다가 넷플에서 방송했다. 그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물이다. 계급별로, 빈부의 격차로 물을 사용하는 양이 정해져 있다. 이게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지 않을까. 우리가 식수를 사 먹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때가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 물을 왜 돈 주고 사 먹냐고 했을 때가 있었다.


진화적으로 수치 1이 변하는데 최소 백 년이 걸리지만 그 수치의 변화가 빠르게 변하는 시점이 지금이다. 안 믿기겠지만 루돌프가 없어질 것이다. 루돌프가 없어진다고, 사라진단 말이야! 어, 그래, 그게 뭐 어떻다는 거지?


순록이라는 사슴이 공룡과 한 묶음이 된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이다? 어른들 때문이다. 모든 어른들이 그렇지는 않다. 이기적인 어른들 때문이다. 다시 영화 ‘돈 룩 업’으로 가면 그 속에 이기적인 어른들이 정말 한 가득 나온다. 영화는 그걸 돌려서 잘 말하고 있다. 그게 지금 현재 미국의 현실이라고 말한다. 아이들 만들기 놀이에 설명서가 있는데 아이들은 설명서 따위 보지 않고 마음대로 잘 만든다. 설령 설명서대로 하지 않아서 모양이 이상해도 그것대로 좋아하고 보면 괜찮다. 설명서가 꼭 필요한 건 어른들이다. 어른들은 설명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아이의 시기를 거쳐 어른이 되었음에도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이 태반이다.


요즘 가장 이상한 어른들이 있는데, 아이들은 코로나에 걸려도 경증이라 치료가 빠르게 가능하며 한 번 걸렸기에 같은 바이러스에 이제 걸리지 않을 확률이 높아서 더 안전한데 쟤는 코로나에 걸린 아이니까 같이 놀면 안 된다고 하는 어른들이 생겨났다. 너무 이상한 사람들이다. 방탄 멤버나 유재석도 코로나에 걸렸다가 완치가 되었는데 그럼 옆에 가지 못할까. 코로나에 걸린 아이들은 완치가 되었어도 코로나가 아닌 주위 이기적인 어른들의 눈치와 손가락질에 의해 따돌림을 당한다. 어떻든 나와는 다 상관없는 일이다. 이제 앞으로는 AI가 운전하는 썰매를 타는 산타가 크리스마스에 등장하고 루돌프가 사라진 크리스마스를 아이들은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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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12-28 1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름앤 에어컨 끄고 잡니다.
디카프리오 멋진 사람이었군요.
근데 그 예는 좀 웃겨요.ㅋㅋ
정말 앞으로 산타 썰매는 그렇게 될 수도 있겠군요.ㅠ

교관 2021-12-29 11:45   좋아요 1 | URL
디카프리오 연기를 보는 건 정말 즐거움이라 나오면 봐야해요 ㅋㅋㅋ
 


오빠, 저기 반짝이는 전구는 따뜻해?


글쎄, 아마도 따뜻하지 않을까.


우리 집엔 왜 트리가 없어?


작은 남자아이는 자신보다 더 작은, 허리밖에 오지 않는 동생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창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들여다본 실내는 따뜻하고 행복한 모습이었다.


남자아이와 여동생은 창 안의 트리를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어른 키만 한 트리에는 반짝이는 전구가 쉴 새 없이 깜빡 깜빡였고 네 명의 가족은 트리 옆의 식탁에 앉아서 케이크와 만두를 먹고 있었다. 크고 따뜻한 만두를 그 집 아이들이 후후 불어서 맛있게 먹었다. 엄마가 뜨겁다며 식혀주었다. 아이들은 웃었다. 부러웠다. 행복해 보였다.


오빠, 나도 저거 먹고 싶어.


응, 내년엔 집에 크리스마스트리도 하고 케이크하고 만두도 먹자.


정말? 와 신난다.


허리까지밖에 오지 않는 동생도 오빠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지켜지지 못할 거라는 것을. 그렇지만 입으로 에이 또 거짓말,라고 말해 버리고 나면 작은 소망까지 전부 부서져 버릴 것만 같았다.


그 집에는 처음 들어보는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그 노래는 너무 따뜻하게 들리고 좋아서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았다. 남자아이는 슬리퍼를 신고 있었고 동생인 여자아이는 외투가 얇았다. 두 아이는 굽은 등으로 창가에 붙어서 여동생은 케이크를 쳐다봤고 남자아이는 왕만두를 쳐다보았다. 창 안의 아름답고도 영화 같은 모습을 보느라 추위도 몰랐다. 발갛게 변해버린 코끝으로 하얀 눈의 결정체가 내려앉아서 녹았다.


야아, 누이다 오바.


동생의 입은 얼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오빠는 자신의 외투를 벗어서 동생의 어깨를 덮어 주었다.


눈 내린다 오빠, 아빠는 언제 와?


이제 곧.


오빠, 아빠 오면은... 까지 말하고 동생은 기침을 한 번 하고 웃었고 오빠는 동생의 코를 자신의 옷소매로 닦아 주었다. 어린 남매는 남몰래 가슴 한구석에 겨울의 꿈을 간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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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이야기를 너무 하지 않았다. 어떻든 올해는 3일 빼고는 매일 조금씩 달렸다.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를 달리는데 그 시간 내내 달리는 건 아니고 3, 40분은 근력 운동을 하거나 준비운동을 하지 않고 달리면 다리가 힘들어서 걷기도 한다. 며칠 전에 하루 정말 추운 날이 있었다. 그런 날은 진짜 밖으로 나가기 싫다. 달리기까지 정말 고뇌에 휩싸인다. 달리지 말아야 할 이유 서른여섯 가지가 나를 붙잡는다. 하지만 달리야 하는 이유 한 가지 때문에 일단 나가서 달리면 10분 지나면 등에서 땀이 난다. 겨울에 아무리 날이 추워도 달리고 10분 정도가 지나면 등이 후끈거린다. 바람이 삼하게 불지 않으면 어떻든 땀이 난다. 그게 신기하다면 신기하고 그 신기함을 느끼기 위해서 매일 달리고 있다.


나는 묘하게도 스포츠 관람도 시큰둥하다. 사람들이 목매다는 축구도, 배구도, 농구도, 인기 있는 구기종목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그런데 또 마라톤 중계는 아주 재미있게 본다. 너는 그저 달릴 뿐인데 뭐가 그렇게 재미있냐? 도대체 헉헉 거리며 달리는 걸 보여줄 뿐인데 어떻게 멍하게 볼 수 있지? 같은 말을 왕왕 듣는데, 마라톤 중계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주 재미있다. 그래, 뭐가 재밌냐?라고 물으면 일단 달리는 사람들이 개성이 가지각색이다. 밑의 글에서도 한 번 적었지만 그저 마라톤 복장으로 달리는 사람들만 대회에 나오는 게 아니다.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기상천외한 복장을 하거나 분장을 하고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줄넘기를 하며 42. 195 킬로미터를 달린다. 대단하다. 중계는 선수들 위주로 중계를 해주지만 한 번씩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어디까지 왔는지 중계를 하는데 너무 재미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수들이 달리는 모습을 보는 것이 상당하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오는 밤은 하늘이 새까맣게 보이지 않는다. 청록색 밤이거나 아주 짙은 회색일 경우가 있다. 날이 몹시 차가웁고 바람이 전혀 없는 날이면 세상이 멎은 것 같다. 조깅을 하는 코스에 사람들도 없어서 반영이 된 세계가 마치 멀티버스 세계 같아서 곧 나올 닥터 스트레인지의 대혼돈이 일어날 것만 같다.

이 고요

이 적요

이 평온

이 적막과

이 차가움

이토록 세상이 멎은 듯한 느낌은 이곳에 나와서 달리지 않으면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다.


달리다가 사진을 담기 위해 잠시 멈추고 가뿐 숨을 쉰다. 굉장히 고요한 밤이다. 암청색 하늘과 미동 없는 강과 냉철하기만 한 겨울의 날카로움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멈춰 놓았다. 이렇게 눅진한 겨울의 냄새를 올해도 맡게 된다. 강 건너 보이는 세상은 평온하고 포근하게만 보이지만 막상 저곳으로 건너가면 내가 서 있는 이곳이 평온하게만 보일 것이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게 우리의 인생이다.

가을까지 복적이던 강변에 사람들이 빠지고 나니 강이 어쩐지 슬퍼 보인다. 눈에 강의 슬픔이 어렴풋이 보인다. 강변에 나오면 노인이 산책을 한다. 그들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간다. 서두르는 법이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시간으로 따지면 노인들의 시간은 그야말로 물 흐르듯 지나가야 하지만 그들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걷고 하루에 많은 일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무엇인가 늘 생각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


노인의 뒷모습은 나에게, 끝이라는 건 어떤 방식으로든 간에 잔혹한 거야,라고 한다. 나는 돌을 하나 찾아서 강으로 던졌다. 강은 돌을 맞고도 아프다는 내색도 없고 표시도 나지 않는다. 조깅을 할 때 음악을 들으며 달리는데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 


겨울에는 아이팟 클래식으로 음악을 들으며 조깅을 한다. 120기가인지 160기가인지, 오래도 됐는데 아직 고장 없이 잘 굴러간다. 노래가 2천 곡인가 들어있다. 좀 이상하지만 빠르고 비트가 강한 노래가 나오면 빨리 달리게 되고 느려 터진 노래가 나오면 천천히 달리게 된다. 하드 디스크가 들어있는 아이팟 클래식이 한때는 너무 좋아서 아이팟 클래식에 대한 소설을 한 번 쓰기도 했다.

당신은 지금부터 아이팟 클래식이 갖고 싶다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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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12-25 1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려야 하는 그 한 가지 이유가 뭔지는 안 쓰셨네요.
다리지 말아야할 36가지 이유도요.
독자는 친절한 작가를 좋아하지요.ㅎㅎ

교관 2021-12-27 11:46   좋아요 1 | URL
ㅋㅋㅋ 저 저 앞에서 달리기 이야기를 여러 번 하면서 했기에 적지 않았어요 ㅋㅋ 진짜 궁금하시다면 일단 1년만 달려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