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비

 

 

 

아침부터 하늘이 펑펑 운다

 

별은 빛으로 눈물을 흘리고

바다는 파도로 눈물을 흘리고

그대는 슬픔으로 눈물을 흘리고

세상은 사람으로 눈물을 흘리고

사람은 사랑으로 눈물을 흘리고

 

그렇게 오늘은 펑펑 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위로


오뚜기 컵누들에는 예쁜 건더기들이 있다

마치 4월을 맞이한 경주의 한 산사에 있는

연못 위의 연꽃처럼 초초히 떠 있다

마를 대로 마른 건조한 꽃잎이

뜨거운 물에 닿으니 보송한 꽃잎이 되었다

꽃잎의 향기는 아문 데를 건드리고

꽃잎을 먹으면 이 계절을 아파해도 좋다

시간이 하늘에 가파른 금을 긋고 갈 때

허기를 조금 채워준 꽃잎은 ‘괜찮아’하며

아름답게 죽어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고독과 고립과 외로움에 대해서2

 

무질서 가을의 손아귀에서 옷을 벗고

겨울의 숨소리에 이불을 덮고

과거는 죽지 않고 유년에서 잘 살고 있고

오로지 과거 속에서만 살아가고 있고

나는 미래는 지긋지긋하여 과거로 가서 살고

미래는 죽지만 과거는 죽지 않고

그 속에서 너는 무섭게 빛나고 있다

멸망하지 않는,

진화에 방해받지 않는 네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눈이 된다면

 

 

내가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라면

내리자마자 녹아 없어지는 그런 눈이고 싶다

잠깐 동안 내가 있었다는 것을 아는

동시에 녹아 없어지는 불꽃같은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폭설처럼 쌓여 몇 날 며칠 동안

없어지지 않는 그런

눈은 싫다

눈은 내리자마자 없어지는 게 좋다

쌓여서 시커멓게 변해 녹지도 않는

천덕꾸러기는 싫다

길게 떨어져서 새하얀 눈꽃으로 태어남과 동시에

무화되는 삶

불꽃과도 같은 삶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호기심

 

4차 산업이 획기적으로 발달해

인간과 똑같은 안드로이드가 나온데도

혀는 따라 하지 못할 테지

그 구불구불한 휘어짐과 속살 같은 감촉

그래서 안드로이드와 섹스는 가능해도

키스는 불가능할 거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