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자리가 불편하고 이 세계가 불안하여 늘 태아처럼 몸을 바짝 말고 잠이 든다
그대에 대한 생각이 어떤 날은 나고 어떤 날은 나지 않는 것보다,
매일 크고 작은 그대의 생각들이 깨진 유리조각처럼 떠돌고 있는 생각이 든다
이불을 덮고 있음에도 추운 건 몸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
내 몸에 있던 그대의 말이 새고 있다는 것을 안다
구멍을 통해 그대의 말은 빠져나가고 새벽의 독은 스며든다
새벽은 붉은 기운의 독을 가지고 세상의 모든 밤을 삼킨다
빌미나 여지를 두지 않는다
선잠이 든 나의 몸에도 새벽의 독은 침착하게 정중하게 들어온다
독이 몸으로 퍼지는 느낌은 나쁘지 않다
온 몸으로 뭔가를 느끼는 일은 일상에서 몇 번 없다
성취욕이나 성욕 그 위에 있는 온 몸의 환절기다
새벽의 독으로 그것을 느낀다
그대의 말이 빠져나가면서 몸 이곳저곳 구멍을 숭숭 뚫었다
몸의 여러 곳이 구멍이 나는 것 역시 나쁘지 않다
몸이란 너무 폐쇄적이다
바이러스와 세균이 한 번 들어오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한다
그대의 말로 인해 몸은 개방적이 된다
새벽의 독은 세상의 밤을 삼키듯 내 몸도 먹어 치운다
살아있다는 건 살아낸다는 것
그리고 끊임없이 견디고 끝까지 버티는 것
구멍을 통해 그대의 말이 빠져나가는 것보다,
구멍으로 새벽의 독이 들어오는 것보다,
일생을 들여 그대를 잊어야 한다는 것
시간을 들여 몸을 텅 비우는 것 그런 것
그림:슈완카우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