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를 3화까지 봤다. 내용이 뭔지 대충 다 알 거라고 생각한다. 60년대 빡친 중국의 한 과학자가 외계 종족에게 문자를 보내서 지구로 오라고 해서 인류멸망에 관한 뭐 그런 내용인 거 같은데.

원작이 중국 에스에프 판타지 소설이라 초반에 그렇게 진행된다. 아직 3화까지만 봤는데 가볍지 않고 잘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좀 지루하다.

물리학이나 나노 같은 것에 접근을 못하니 나 같은 인간은 3화까지는 지루하게 보인다. 영화 초반에 중국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중국 인민 심판으로 학생들에게 개 맞듯이 맞아서 죽는데

시간이 흘러 그 주동했던 여자 학생이 한쪽 팔이 괴사로 인해 잘려서 탄광 같은 곳에 노동을 하러 오는데 그런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으며 지내는데 잘 보면 전부 눈썹 정리가 잘 되어 있다.

항상 그런 점에서 몰입이 깨진다. 어째서 영화 속 환경이 아주 열악하고 노예나 인간 이하의 노동을 하는 곳에서 지내거나, 시간을 거슬러 올라 과거의 밀림이나 숲, 또는 전쟁터 같은 곳에서 지내는 사람들 역시 전부 눈썹이 21세기의 눈썹이다.

삼체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그런 점을 눈여겨보기 바람. 탄광 같은 곳에서 개고생을 하는데 눈썹 하나는 정리가 기가 막히게 되어 있다. 손톱은 때가 끼고 빠질 것 같은, 고증을 잘 했는데 전부 눈썹 정리는 2024년 3월 23일이야. 21세기다.

에이사 곤잘레스가 나오는데 이 배우가 나오면 늘 아드리아 아르호나와 비교하게 된다. 둘 다 나이도 비슷하고 키도 비슷하고 국적도 제3국가이고 무엇보다 얼굴이 너무 비슷해.

소설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데 영화 보고 소설 읽어도 좋을까.



[다음 날]

이거 뭐 시즌제인가 뷔네. 벌레들은 절대 죽지 않아 하면서 시즌 2를 예고하네. 삼체가 흥미롭기는 하나 나에게는 재미가 없다. 뭔 말들이 이렇게 많이 하는지. 특히 주인공들의 시시콜콜하다면 시시콜콜한 그런 이야기를 하는 대사가 너무 많아.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데 대사하느라 다음 장면 전환이 이다지도 오래 걸리다니, 참 지루하다. 2100억은 도대체 어딧는데

중간에 나노로 배와 배 안에 사람들이 싹둑싹둑 잘리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장면이나 액션으로는 전무후무할 정도로 볼거리가 없다. 이 이야기는 오백 프로 소설로 읽어야 그 상상이 곱으로, 배가 되어서 훨씬 재미있으리라 본다.

크리에이터 제작진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삼체와 크리에이터를 보면서 알게 된 건 제작진은 라디오 헤드의 노래를 아주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크리에이터에서 라디오 헤드의 노래가 그 영화를 관통하는 맹점 같은 것이었다. 삼체에서 카마 폴리스는 음 잘 모르겠다.

삼체를 보면서 이 시리즈와 비슷한 이야긴데 자본은 백분의 일? 아니 천분의 일 정도 든 일본의 영화 ‘오컬트’가 훨씬 재미있다. 오컬트도 외계인, 다중우주, 외계인의 부름을 받은 사람은 그들을 신이라 부른다. 그리고 새 수백 마리(제작비가 많았다면 분명 몇 천 마리 였을 것이다)가 날아온다든가.

오컬트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이다. 이런 영화를 뭐라더라 파운드 뭐라던데. 아무튼 구로사와 기요시가 조연으로 나오며 아주 몰입하면서 보게 된다. 삼체는 흥미롭고 잘 만들었으나 지루하여 나는 몰입에 실패했다. 하지만 ‘오컬트’는 그냥 몰입이다. 소자본으로 영화를 잘 만들었다.

삼체를 보면서 든 생각은 예고편이 떠들썩하면 그만큼 큰 재미는 없는 것 같다. 이번 스타워즈에 이정재가 나온다고 떠들썩한데 만달로리안 만 할까? 내 생각에는 반도 못 따라갈 것 같다. 예고편을 보면 빌런 제다이가 안 빌런 제다이들을 찾아다니며 쓸어 버리던데. 이정재는 어린 제다이들을 가르치는 스승 제다이 같은 인물인데 빌런 제다이에게 죽어서 나오는 분량도 시리즈 내내 나오지는 않을 것처럼 보였다.

미국에서 쇼비즈니스 차원으로 한국에서 영화나 오티티 반응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좋아서 이정재로 한 번 어떻게, 같은 느낌이다. 박서준이나 마동석의 할리우드 영화에서 쓰임새를 보면 그렇다. 박서준은 그게 뭐냐, 마동석은 또 어떻고. 요즘 할리우드에서 이병헌이 받은 캐럭터 대우만큼 받는 한국 배우는 없는 것 같다. 그저 한 번 출연시켜 일단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같은 분위기 뿜뿜이다.

어떻든 흥미로운 삼체는 나는 별로였고 소설로 읽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 예고편에 나오는 곡이 라디오 헤드의 편곡된 음악이다. 이 원곡 음악이 크레이에터에도 나온다. 이 편곡된 곡이 정말 멋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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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보내는 하루는 라면 같은 것. 라면을 먹다가 질리면 고추장을 넣어서 먹는 정도가 우리가 보내는 하루다. 그런 하루들이 모여들어 한 인간의 역사를 이룬다. 역사라고 해봐야 거창 한 건 1도 없다.

내가 좋아하는 고추장 넣는 라면이 누군가에게는 너무 매워 계속 기침이나 나오게 한다. 내가 평화롭게 보내는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치열하고 치밀하다.

우리의 하루는 그렇게 흘러간다. 이 영화는 홍상수, 완전 홍상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다. 진짜 자신을 까발리는 이야기.

시인으로 나오는 기주봉이 홍상수의 모습이다. 모든 시선을 시로 보고, 모든 의미를 시에 빗대지만 결국 나이 들어 심장에 문제가 와서 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술과 담배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세대 차이가 나는 젊은 사람과 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답답할 땐 결국 술과 담배에 손을 댄다. 이 영화는 그간의 홍상수 영화에 비해서 대사가 지루하다. 늘 비슷해서 좋았는데 같은 이유로 이번에는 별로다.

홍상수 영화하면 리얼리즘이 좋아서 계속 보게 되는데 이 영화는 리얼하게 와닿지 않는 대사로 느껴진다.

소주와 치킨으로 출발한 하루는 먹다 남은 치킨과 양주로 하루가 채워진다. 어제보다 좀 더 진하고 짙게 물들어가는 우리의 하루. 그러나 한없이 하찮고 별 볼일 없는 우리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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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병헌을 믿고, 이병헌 사단을 좋아하고, 이병헌의 각본을 사랑해서 이 닭강정을 봤지만(끝까지 보지 못했다) 보는 내내 빡침과 기가막힘과 분노가 나의 두정엽을 사정없이 강타했다. 이 시리즈를 다 본 사람이 있을까(물론 있겠지). 이병헌 표 대사를 좋아하지만 그 선을 훌쩍 넘겨 버리니 오버에 오버가 판을 친다. 그러다 보니 재미는 찾을 수 없고 입대해서 훈련소에서 첫 응가를 맞이할 때 얼굴 표정이 된다.


얼마 전까지는 아무리 재미가 없어도 일단 시작을 하면 끝까지 봤다. 엄브렐라 아카데미가 그렇고, 뭐 그랬는데 언젠가부터는 재미없으면 보다가 끊어 버리기도 했다. 스위트 홈 2가 그랬다. 스위트 홈 2를 다 본 사람이 있을까(역시 있겠지).


닭강정은 이병헌 감독의 각본에, 이병헌 연출이라 이병헌 사단이 죽 나온다. 멜로가 체질과 극한직업의 멤버들이 나오는데, 멜로가 체질을 닭강정에서 맥락도 없이 써먹는 장면이 길게 지속되니까 정말 분노가 일었다. 그때 누군가 옆애서 안 좋은 소리를 했다면 나는 기관총을 꺼냈을 것이다.


류승룡의 억지스러운 웃음이 한두 번이 아니라 매회 여러 번 나오니까 역시 분노를 유발했다. 극 중에 나오는 인물끼리만, 즈그끼리만 재미있어서 웃고 난리다. 보는 사람도 같이 웃어야 하는데, 이게 무슨 블랙코미디야. 어디 부분이 블랙코미디일까.


애니메이션 중에 5세 사장이 주인공인 [유녀사장]라고 있는데 그걸 못 봤나. 너무 재미있고 웃긴데 사회문제도 빙 둘러 적확하게 꼬집어 내는 그게 블랙코미디다. 도대체 닭강정에서 코미디를 찾을 수가 있나.


편집을 하면서 이병헌이 지 혼자 재미있어서 좋아 죽으려고 하는 모습을 생각하니 더 킹 받는다. 마담 웹을 볼 때에도 분노가 일었는데, 슈퍼 히어로 영화인데 그게 슈퍼 히어로들의 전투, 결투라고 할 수가 있나. 그게 무슨 스파이더맨을 대체하는 영화일까.


마담 웹은 배우들도 욕구가 없어서 다코타 존슨과 주인공 한 명은 snl과 어떤 인터뷰에서 다들 이 영화를 안 봤으리라 생각한다며 손절을 했다. 다코타존슨은 편집된 완성본을 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소니는 더 이상 슈퍼히어로 영화에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 영화를 이 따위로 만드니까 엉망이었던 이터널스가 상대적으로 괜찮아 보이는 착시가 일어나는 거야.

                       포스터에 스파이더맨은 사용하지 말라고


스파이더맨 4 이야기가 솔솔 나오는데 왜 토비 맥과이어가 이야기에 들어가 있지? 만약 이런 조합으로 소니가 또 손을 댄다면 아마 사람들이 바보가 아니니 보이콧할걸. 근데 닭강정이 마담 웹보다 더 분노야.


이병헌 감독은 닭강정에 아낌없이 모든 걸 다 갈아 넣었다고 했는데 그러지 말아야 했다. 닭강정에는 정말 쓸데없고 쓸모없는 장면들이 너무 많고, 무엇보다 코미디인데 전혀 재미있지가 않다. 홍상수 영화가 더 웃기다. 다 갈아 넣지 말고 아껴야 멜로가 체질 같은 명작이 나온다. 아낌없이 다 넣지 말라고, [신계념 코미디]라고 쓴 저 신계념이라는 단어도 분노다.


영화를 볼 때 맛있는 거 먹으며 보는 재미가 있다. 사람들은 극장에서 팝콘과 콜라를 먹으며 본다. 예전에는 극장에서 파는 팝콘과 콜라 이외에는 들고 들어가지 못했는데. 영화를 보는데 궁합은 맥주가 딱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콜라를 담는 컵에 맥주를 담고, 팝콘을 담는 통에는 생라면을 부숴 넣었다. 생라면은 씹는 소리가 크기 때문에 입 안에서 돌돌 돌려가며 녹여 먹는 맛이 있다. 그리고 맥주를 빨대로 홀짝. 그게 극장에서 보는 재미다. 맨 뒤에 앉아서 야간에 하는 영화는 보는 재미가 있었다.


영화를 볼 때는 영화에만 집중해서 봐야 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건 영화 평론가들이나 하면 된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그렇다.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맛있는 걸 먹으며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한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


좋아하는 사람 – 친구나 애인과 함께 앉아서 맛있는 걸 먹으며 집에서 영화를 보는 재미에 빠진 사람들이 많다. 학창 시절에 친구 집에 모여서 파자마 입고 영화를 보면서 맛있는 거 먹다가 잠이 드는 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다. 내가 고등학교 때 토요일에 일찍 끝나면 친구들과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며 비디오를 봤다. 그런 재미가 있다.


닭강정도 그런 재미를 느끼고 싶었으나 분노 게이지가 터질 것 같아서 그럴 수 없었다. 닭강정을 먹으며 닭강정을 보는 재미가 있었을 텐데. 그나저나 생각해 보니 닭강정을 먹어 본 지 꽤 오래되었다. 나의 문화권 내에서는 닭강정을 전통시장에서만 판다. 닭강정 전문점은 나의 문화권, 내가 다니는 행동반경 내에는 없다. 닭강정도 삼계탕과 비슷한 음식이 아닐까 싶다. 여기나 거기나 다 맛이 비슷한, 어딜 가나 닭강정의 그 맛을 다 느낄 수 있는. 요즘은 매운 닭강정도 인기가 있는 모양이지만.

                                   닭강정은 다 엇비슷해


닭강정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양념치킨이 있고, 순살양념도 있고, 닭강정도 있다. 앞의 양념치킨이나 순살치킨에 비해서 가격이 저렴하다. 고기의 양은 적고 양념이 많이 붙어서 가격의 차이가 날 것인데 물엿이 많이 들어가서 닭강정은 내 입맛에는 너무 달다. 닭강정 전문점이 학교 앞에는 있을 법도 한데 내가 다니는 행동반경에는 학교가 6군데나 있는데 닭강정 전문점은 없다. 이렇게 닭강정에 대해서 쓰다 보니 닭강정이 먹고 싶어 지네. 그러나 지금 막 끝낸 넷플릭스 닭강정을 생각하니 분노가 다시 올라오고.


닭강정 원작의 이야기는 참 좋다. 기계로 들어간 민아가 닭강정이 되어 버리고 딸을 되찾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리는 이야기. 그러다 보면 여기저기 기묘한 일들이 일어난다. 소설이라면 상상을 하면서 읽어 내려가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웹툰은 빠르게 장면 전환이 되니까 흡입력이 좋다. 하지만 이번 넷플 닭강정은 이도저도 아무것도 아닌, 실제 닭강정에게도, 원작 닭강정에게도 민폐만 끼쳤다.


검색을 해봐도 내 주위에 닭강정을 파는 곳이 없다. 이 큰 도시에 닭강정 파는 곳이 몇 곳 밖에 없다니. 닭강정을 사 먹으려면 전통시장이나 대형마트에 가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쿠팡으로 주문을,,, 분노 유발하는 넷플 닭강정 때문에,,,, 아아 하루빨리 닭강정에서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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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3-21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전 류승룡이 유퀴즈에 나와서 그런 드라마 있는 줄 첨 알았는데 재미없었군요. 이병헌이라고 해서 배우를 생각했는데 감독이군요. 영화 곧 잘 만들던데 거참.
저도 얼마 전부터 저랑 안 맞는 드라마나 영화는 중간에 끊습니다. 그게 아니어도 볼 드라마와 영화는 넘 많은지라.

교관 2024-03-22 11:27   좋아요 0 | URL
똥 하면 웃는 그런 아이들이 보기에는 재미있는 시리즈 같아요 ㅋㅋㅋ 하지만 닭강정은 망했어요. 이병헌 감독 영화들이 대부분 재미있거든요. 하지만 이건 응원할 수 없네요 ㅠ
 


하늘도 버리고, 아버지, 형 그리고 어머니에게 마저 버림을 받은 더글라스는 지옥 속으로 떨어진다. 불행의 꽃이 활짝 핀 곳이지만 신은 그곳에 개들을 보냈고 더글라스는 개들과 함께 우리 속에서 자라게 된다.

그래서 신은 개들에게 더글라스를 지켜주라고 했지. 그리하여 개들은 인간보다 더 한 모성애로 더글라스를 지켜주었지.

고양이가 물수제비 같은 느긋함과 자유함이 있다면 개는 몰아치는 개울물처럼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한 번 정을 준 주인에게는 죽음이 덮칠 때까지 영원성을 간직한다.

나이 먹지 않은 아기 같은 눈으로 더글라스의 곁에서 더글라스를 보듬어주는 개들은 더글라스에게 더 이상 개가 아니었다. 개들은 더글라스의 발이 되고, 냄새를 대신 맡고, 대신 보고, 대신 듣고 느끼는 존재가 된다.

더글라스에게 인간과의 관계에서는 내내 불행의 연속뿐이다. 아버지의 총에 맞아 다리를 잃고, 좋아하는 여자에게도 마음이 전달되지 않고, 갱단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온통 불행에 의한 불행이 따라다니지만 개들과의 관계에서는 사랑과 구원이 있다.

개들은 더글라스를 대신하여 사라져야 하는 것들에게 폰을 전달하고, 전기감전의 버튼을 누르고, 함정에 빠트리고, 천장에 매달고, 얼굴을 물어뜯는다. 얘들아 드디어 시간이 되었다. 너희는 움직여라 나는 너희를 위해 노래를 부를게. 더글라스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면 노래는 새가 되어 신이 보내준 개들에게 날아간다.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세상을 향한 분노도 함께 태어나는 사람이 있으니 아마도 더글라스가 아닐까. 영화 속에 개들이 나오면 언젠가부터 조마조마하며 보게 된다. 프랑스 판 조커를 보는 듯한 ‘도그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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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받지 못한 자를 한 네 번 정도 본 것 같은데 볼 때마다 재미있다. 여기서 재미는 경험이 생각나게 하는 재미다. 그 재미 속에는 추억과 기억이 있다.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추억도 있지만 칼로 도려내는 듯한 기억을 떠올리는 재미.

한 여름의 땡볕 아래 땀 흘리며 구보하던 모습, 막내 때 잠들었다가 툭 건드리면 벌떡 일어나서 고참 따라 나가 뽀글이 후후 불어 먹던 모습, 군기가 바짝 들어 구타를 당해도 아프지 않아서 꾹 참고 맞다가 안경이 떨어져 나가는 모습, 쫄다구 때 여자 후배들이 면회를 자주 왔는데 그럴 때마다 군복 다리고 군화 불광 내야 한다고 끌려가서 맞던 모습.

어리바리 두드려 맞던 모습에서 시간을 견디면 주먹을 휘둘러야 하는 모습으로 바뀐다. 도저히 적응하지 못할 것 같고 너무 친한 전우 사이인데 계급으로 나뉘어 따돌리고 눈치 주고 괴롭힌다.

군생활 힘들어?

아닙니다.

할만해?

예.

뭐? 군 생활이 할만해? 이 새끼 힘이 남아도는 모양이지. 그리고 괴롭힌다. 나머지는 방관한다. 방관자 중에는 나도 속해있다.

난 말이야 다른 고참들처럼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고 하는 고참도 결국엔 모두가 다 똑같은 존재다. 내가 완고가 되면 다 바꿀거야, 라고 하지만 완고가 되어갈수록 시스템에 누구나 먹혀 버린다.

고참 따라 외박이나 휴가 나와서 술 마시고 새벽에 거리를 걷는 그 기묘한 기분. 집으로 가고 싶지만 갈 수도 없고 잠도 잘 수 없고. 새벽의 어스름 안개를 마시며 술이 깨기를 바라지만 우리는 어쩌면 곧 사라질 아침 안개 같은 존재가 아닐까.

이 세상 어디에도 편견과 부당함, 차별이 늘려 있다가 틈만 보이면 득달처럼 달려든다. 군대? 군대라고 그러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군대여서 더 그럴지도 모른다.

군대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중에 우리가 알고 있는 건 과연 몇 퍼센트나 될까. 모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더 한 모순이 필요하다. 이 전쟁통 같은 군대에서 빨리 제대하고 싶은 군인들, 그러나 막상 제대를 하고 사회에 나오면 전쟁터보다 더 한 지옥이라는 걸 알게 된다. 더 심한 모순의 바다라는걸.

윤종빈 감독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500만원까지 빌려 이천만 원으로 군대에게 홍보 영화를 찍는다며 군대에서 허락을 받아내 군대 비리와 아픈 단면을 영화로 만들어 버려 국방부가 발칵 뒤집어졌었다. 윤종빈 감독을 고소하니 마니, 하는 가운데 영화제 출품이 확정되어서 윤종빈이 사과를 하고 고소를 접고 하며 어수선할 때 이 영화가 나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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