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이틀에 걸쳐 마지막까지 봤다. 스포일러 왕창이니까 시리즈가 궁금하신 분들은 읽지 마시길. 다 본 결과 원작보다는 못하고 흥미가 느껴지지 않다가 맨 마지막 장면에서 가장 흥이 올라왔다. 마지막 1분. 신이치가 나타나서 “당신 뭐야?”라고 말하는 더 그레이 팀장에게 오른손을 내밀면서 끝나는 그 마지막 장면이 가장 흥미로웠다.

기생수는 88년에 나왔다. 오래된 작품이다. 그동안 애니메이션과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기생수의 세계관에서 기생수가 어째서 인간의 몸에 기생해야만 하는지 그리고 기생하는 동안 인간처럼 보여야 하기 위해서 인간사회를 학습하는 것들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기생수가 왜 인간을 알아가야 하는지, 인간사회를 학습하는 모습을 더 그레이에서 굳이 자주 보이지 않아도 되었다.

만약 이번 더 그레이로 기생수에 입문하는 사람을 위해서 그런 장면을 넣었다면 일본 영화판처럼 한 장면으로 함축적이게 확 보여주는 연출이 있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인간의 머리를 점령한 기생수가 티브이 앞에서 인간 사회를 학습하다가 아이들이 오니까 얼굴이 변하면서 다음 장면으로 전환된다. 전부 시체가 되었고 그 한 장면으로 보는 이들이 대번에 기생수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가장 별로인 건 수인이와 기생수 하이디인데, 기생수로 변한 구교환 누나가 하이디에게 어쩌고 해서, 그래서 너는 강하구나,라고 한다. 그런데 하이디가 강한지 그게 시리즈 내내 나타나지 않는다. 15분 정도 활동 할 수 이는 하이디는 그 시간 동안 모든 칼부림을 한다는 말인데 원작의 신이치의 ‘오른손이’처럼 변종이라 자신과 신이치를 연구하고 실험하면서 강해지는데, 그에 비해 수인과 하이디는 강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몸놀림과 칼부림을 할 뿐이다.

신이치는 오른손이의 세포를 받아서 심장을 살린 다음에 3미터 높이도 뛰어오르고, 오른쪽이와 함께 창을 던지는데 - 학교 옥상에서 저 아주 멀리 있는 다른 건물에 있는 기생수에게 정확하게 던질 정도로 강화된다. 하지만 수인은 전혀 그런 게 없다. 움직임도 그냥저냥 일반 여자들과 다를 바 없다. 어딜봐서 하이디가 특별하게 강한지 알 수가 없다.

무엇보다 기생수가 된 사람들의 목소리가 기계음처럼 동일한데 하이디까지 그렇다는 건 너무 이상하다. 변종이 아닌가. 변종인 하이디까지 다른 기생수와 같은 목소리 톤으로 말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시리즈라 긴 호흡인데 기생수가 말하는 생존과 사람의 생존과는 다른 면이 있는 것을 대화로 주절주절 하는 게 별로였다. 그저 먹고 살아가야 하는 것을 생존으로 받아들이는 기생수와 인간의 생존이란 사회에서 따돌림당하지 않으며 인관관계를 유지하면서 지내는 것이 생존이라는 것을 짧은 대화로만 끝내버리는 건 잘 와닿지 않는다.

원작 애니메이션과 영화에서는 타미야 료코가 자신의 몸을 실험을 하여 인간에 대해서 알아간다. 인간에게 기생하면서 인간을 먹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지, 인간의 몸에서 떨어져서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여러 가지 실험을 한다. 그리고 남자와 잠을 자면서 아기를 가진다. 아기를 잉태하여 10달 동안 몸의 변화를 느끼고 아기라는 존재와 교감을 하고 나중에 그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총을 맞고 죽는다. 그때 타미야 료코의 대사가 좋다. 그게 애니메이션이고 영화지만 눈물까지 났다.

다양한 기생수의 모습이 나오는 원작에 비해서 더 그레이의 기생수는 다 똑같다. 전부 머리가 그렇게 변해서 상모 돌리기나 한다. 이게 소리만 강하지 사실 그렇게 무섭지 않다. 왜냐하면 이정현이 맡았던 팀장과도 수없이 마주치는 장면이 나오고 기생수가 촉수를 휙휙 날리지만 이정현의 느릿한 몸놀림으로도 다 피한다. 2화까지 보고 한 말이지만 기생수니까, 그리고 넷플릭스니까 자비 없이, 무자비하게 마구 인간들을 쓸어 버리는 장면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고작 권해효와 김인권의 머리가 날아가는 장면이 그게 다다. 기생수가 인간들을 먹고 있다는 것도 대사로만 끝낸다. 기생수 세계관의 철학적인 대사들도 여기서는 신파에 가깝게 들린다.

구교환이 가장 재미있었는데 구교환은 구교환했다. 구교환은 표정도 좋고 연기도 잘 하지만 구교환이 나오면 좀 다 엇 비슷하다. 그래서 재미있고 좋다. 그래서 디피에서 정말 재미있었다. 구교환이 구교환에서 좀 벗어나서 연기한 괴이는 그래서 실패했다. 이번 기생수에서도 구교환이 구교환해서 재미있었는데 구교환만 재미있다는 게 문제다. 구교환을 빼고 모두가 심각하니까 겉돌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구교환 캐릭터가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는 없어도 되는 존재같다. 여기 캐릭터들은 대체로 영화 반도에서 나온 캐릭터를 서로 바꿔 가면서 하는 느낌이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원작을 재미있게 봤다면 별로일 것이다. 모든 것이 별로다. 액션도 대사도 던지는 메시지도. 하지만 기생수 세계관이 처음이라면 그냥저냥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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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나왔을 때 홍보를 두아립이 주인공처럼 나온 데서 호다닥 가서 봤는데 5분 나오데. 두아립하고 엘튼 존하고 같이 부른 노래 콜드 하트 너무 좋지. 엘튼 존 노래에 두아 립이 선배님 저 좀 껴 주세요, 같은 분위기로 부른 노랜데 너무 중독적이었다.

두아립하면 한국 공연이나, 블랙 핑크와 같이 노래 부르고, 로제와 이브셍로랑 무대 같이 서면서 우리나라와도 이래저래 친숙하게 되었다. 나혼산에서 기안이 뭐? 두아 리파? 그건 무슨 조직이름이야?라고 해서 큭큭큭 재미 었었다.

두아립하면 한국공연과 일본공연의 비교 영상이 재미있다. 한국사람들 마치 한국말처럼 두아립의 노래를 떼창 하지만 일본사람들은 조용해서 그게 마치 국뽕영상처럼 돌고 있다. 외국 가수들은 언어가 다른 아시아 나라에서 떼창을 하면 신기할 거야. 일본도 떼창을 오래전부터 했지만 영어나 프랑스어나 좀 그렇지.

게다가 일본은 70년대부터 세계에서 잘 나가는 가수들이나 일본 공연을 왔었으니까 그런 전통? 같은 것들 때문에 대형슈퍼스타가 아니면 노래를 다 따라 부르지 못할 수 있지, 언어가 다르니까.

에미넴도 한국 공연 오기 전에 매니저에게 욕을 하면서 아시아 투어는 잡지 말라고 했거든, 한국 공연 오기 전에 일본 공연이었는데 호응이 좀 그랬던 거지. 근데 한국에서 난리가 난 거야. 발음도 안 되는데 으엥으엥 하면서도 고고 하면서 다 따라 부르니까 에미넴이 한국 빡킨 미쳤어 대단해.

크리스토퍼 그랬지 앤 마리는 그저 한국 공연이 즐겁지. 2002는 에드 시런이 만들어서 줬는데 그때 그러데, 에드 시런 정말 짜증 난다고 ㅋㅋ 노래를 쉽게 뚝딱 만드는데 너무 좋아서 질투 난다고. 아무튼 한국 공연에서 사람들이 야! 외국스타들아 너네는 몸만 와, 노래를 우리가 부를게 같은 분위기니까 엔 마리 막 울고.

자칫 거짓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음캠 30주년인가 그때 영국 BBC 스튜디오에서 생방 했거든. 그때가 거기 시간으로 오전 6시인가? 그 시간에 앤 마리 배캠 축하한다고 달려가서 축하공연했잖아.

스타들도 호응 없다고 짜증 내지 말고 똑같이 해야지. 조용필 형님 공연을 봐라. 마이크 관객에게 넘기는 일 없다. 게스트 없다. 한 시간이면 한 시간, 두 시간이면 두 시간 혼자서 묵묵히 지치는 기색 없이 노래를 부르잖아. 이게 바로 스타의 모습이지.

그래서 영화는 어떻냐면 오락영화로 재미있다. 통통한 브라이스도 예쁘고 액션도 멋졌다. 본지 좀 되어서 자세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재미있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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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 등장에 아니 이런 하며 놀랐다가 대파를 집어던지는 장면에서 영화가 앞일을 알고 있었나 하는 생각에 요즘에 보기에 정말 딱인 영화가 목스박이 아닌가 싶다.

재미도 있어서, 나 개인적으로는 닭강정보다 열 배, 스무 배는 웃겼다. 박수무당이 빙의 될 때 나타나는 죽은 꼬마 아이 귀신은 연기도 너무 잘해. 오빠야 하믄스 그걸 그렇게 잘 하네.

처음 볼 때에는 떨어지는 퀄리티 때문에 뭐야? 했는데 목사가 되어서, 스님이 되어서 그 안에서 소소하게 빌럼들을 제압하는 장면이 코믹하면서 재미있었다.

요즘에 보면 더 재미있는 이유가 목사와 스님이 된 건달과 신이 들려 박수무당이 된 형사가 힘을 합쳐 아주 악독한 빌런을 때려잡는 이야기니까 뭔가 총선 시기에 맞물려 힘없는 여당들이 힘을 합쳐 정권에 대항하는 것처럼 보이더라고.

아무튼 대파 집어던지는 장면에서 뭐야 큭큭큭 미래를 예측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도 대통합을 하고, 귀신과 인간도 서로 돕고, 건달과 형사도 화합을 하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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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한가운데 있는 완벽한 부유한 마을에서 매일 파티를 즐기며 낮에는 수영을 하고 완벽한 남편 잭을 둔 앨리스.

키스와 함께 잭을 회사에 보내고 나면 동네 친구들과 함께 우아한 발레를 배우고, 콧노래를 부르며 집 안 청소하고, 백화점을 쇼핑하고 밤이 오면 잭과 함께 잘나가는 친구 부부들과 파티를 즐긴다.

완전한 생활을 하던 앨리스는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틈 사이로 균열이 생긴다. 도대체 뭐가 이상한 걸까.

앨리스는 이 기묘함을 발산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완전함에 압도 당하고, 잭에게도 말해보지만 잭은 그저 피곤해서 그런 거라며 의사에게 데리고 간다.

이 불온한 기시감 같은 뒤틀림의 감지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영화는 궁금함을 잔뜩 가지게 만든다. 완벽한 삶을 공유하는 마을의 모습은 ‘완다비전’의 마을의 모습을 보는 것 같고, 이 알 수 없고 벽 너머의 두려움과 공포를 지닌 미스터리 스릴러는 ‘비바리움’을 보는 것 같다.

플로랜스 퓨, 헤리 스타일스, 올리비아 와일드, 젬마 찬 등 잘나가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다. 퓨는 달릴 때 그 진가가 발휘되는 것 같다. 그 당찬 뭔가가 화면 밖으로 막 나와.

지금 두 사람이 헤어졌는지 모르겠지만 감독인 올리비아 와일드와 헤리 스타일스가 저 때까지만 해도 연인이었다. 올리비아가 열 살 정도 누나다. 그리고 이 영화 시사회 같은 거 할 때 올리비아와 플로랜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어서 플로렌스가 참석하지 않았다가, 뭐 그런 일들이 있었다.

영화 안에서 플로랜스 퓨와 헤리 스타일스가 부부로 나오는데 둘이 진짜 사랑하는 부부처럼 막 그러잖아. 거기서 감독인 올리비아가 아이 진짜 하면서 빡쳤을 수도 있지.

이 영화는 끝으로 가면서 힘이 빠졌다. 드라마 시리즈로 만들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은 ‘돈 워리 달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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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더럽고 악취가 나는 똥을 뿌렸는데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깨끗한 채소가 자라는 것일까.


내 친구는 사람을 볼 때 똥이냐 아니냐로 구분했다. 넌 똥이냐?라고 물었을 때, 난 똥이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좀 더 알려고 노력을 했다.


똥을 누지 않으면 사람은 죽는다. 하지만 똥은 더럽다. 냄새도 더럽다. 떠올리기도 싫고 생각만 해도 토가 나오려 하지만 똥을 안 쌀 수는 없다. 똥은 더럽지만 본질인 거야.


그 녀석은 독한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렀지. 넌 똥이냐, 난 똥이다. 똥보다 더 나은 놈이냐? 똥보다 못한 놈들이 많지, 그런 놈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지, 가방을 풀었다가 다시 싸면 한결 가벼워지기도 하지, 누구나 쓰러지지 중요한 건 다시 일어나는 거지, 그래서 난 똥을 좋아하지, 인생은 소중하면서도 위태로운 거지.


그 녀석은 랩인지 노래인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노래를 불렀다. 그 녀석은 스티븐 킹의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라는 단편집에 실린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에 나오는 시구를 좋아했다.


타코소스를 싸기 위해 변기에 주저앉다

힘을 주고 또 주노니 폭발할까 걱정일세


앙꼬 똥꼬 꼭꼭 따꼬


똥꾸깐에 주저앉아 배때기에 힘을 주니,

커지느니 불따귀요 나오느니 왕거니라

-스티븐 킹,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 중에서


똥이라고 다 같을 수 없다. 죽는 순간 항문이 열려 그곳으로 똥이 나온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나오는 똥과 언제든지 쌀 수 있는 똥은 다르다.


흑백의 똥 속에서 진정 아름답게 피어나는 컬러의 청춘의 꽃이여. 똥과 꽃, 흑백과 컬러가 공존하는 곳이 바로 세계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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