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칼에 일단 빠지게 되면, 귀칼의 빠가 되고 나면 여러 장면에서 걷잡을 수 없는 감동으로 처맞게 된다. 이전의 몇 포인트가 있는데 아무래도 시초가 19회의 마지막 장면이 아닌가 싶다. 오니였던 루이에게 잡혀 몸에 피를 철철 흘리며 네즈코가 매달려 있을 때 탄지로가 목숨을 걸고 네즈코를 구하기 위해 물의 호흡이 불의 호흡으로 바뀌면서 루이에게 미친 듯이 달려들 때 감동이 훅 하고 밀려 들어오는데


그때 ‘울고 싶어 지는 듯한 다정한 소리’로 이어지는 탄지로의 노래가 나오면서 네즈코의 팔과 다리가 잘리기 일보 직전에 폭혈을 하고,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한 네즈코를 위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탄지로가 휘두르는 일륜도에 귀칼의 빠들은, 귀칼에 빠진 팬들은 그만 몰입 최강이 되어 감동으로 구타를 당한 다음 호흡 따위 하지도 못하고 눈물을 콸콸 흘리며 이성과 언팔하고 감성과 맞팔하게 된다. 

https://youtu.be/sa48hrmYN04 카마도 탄지로 노래


네즈코 역시 오니이지만 죽어가는 그 속에서 엄마의 소리를 듣는다. 엄마가 나타나 오빠를 지켜야 한다고, 지금의 네즈코라면 할 수 있다고, 기운 내라고 한다. 지금의 네즈코는 너는 오니지만 오니 같지 않은 오니라서 오니에게서 오빠를 지켜라는 엄청난 반전에 반전에 반전이다. 초주검이 되어가는 네즈코는 그때 각성을 한다. 오빠를 지키기 위해 각성을 한 네즈코는 폭혈을 하고 오빠와 동생, 서로가 서로를 지키기 위해 오니의 저주 속으로 뛰어든다. 네즈코는 마블로 치면 블레이드 같은 존재로 오니인데 인간을 지키는 오니 공격형 오니다.


초 레어 특급 울트라 하이브리드 귀염 뽀작 네즈코의 디오라마,라고 쓰고 이전에 만들어 놓은 뮬란의 디오라마에 네즈코를 얹었다. 그때 어떤 촉이 발동해서 엘사 디오라마를 만들 때에는 엘사를 디오라마에 부착했지만 뮬란은 탈부착이 가능하게 만들었는데 어쩐지 이렇게 사용될 줄 알았다고 하면 나는 미래형 인간. 초딩이 네즈코는 또 어떻게 알아서 네즈코의 디오라마를 만들어 달라는데 요즘은 만들기 시큰둥해져서 몹시 귀찮아졌다. 그나저나 초딩이 귀칼에 빠지는 건 좀 아닌 거 아닌가. 


2019년에 귀칼 시즌 1을 보고 나도 홀딱 빠졌었다. 그건 완전히 '늪'이었다. 귀칼의 내용은 다 알 테지만 오니(사람을 잡아 먹는 괴물)에게 가족을 몰살당한 탄지로가 오니로 변한 여동생 네즈코를 어떻게든 인간으로 돌려놓기 위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귀칼 시리즈는 원작 만화의 작화보다 애니메이션 버전이 더 인기가 많다. 이를 갈고, 작정하고 만든 유비 포터인가 그 회사에서 뼈를 갈아 넣어서 만들었다. 원작의 선이나 평면적인 작화에서 벗어나 2D와 3D의 잘 만들어진 조화로 화려한 연출과 함께 결투 장면은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귀칼의 인기는 어느 날 넘볼 수 없는 원피스를 원작으로 이겨버리고 만다. 2019년 티브이 시리즈가 끝나고 이번에 나온 '무한 열차' 극장 편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또 이기고 만다. 2019년도에 이어 2020년에도 귀칼의 인기를 계속 이어지는데 귀칼의 피규어와 굿즈가 어마어마하게 나왔다. 귀칼빠들은 오니들처럼 제일 복권 뽑기 투어를 위해 전국의 피규어샵을 돌아다녔다(이렇게 말하면 이 분야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이들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요). 


귀칼의 굿즈와 제일복권 귀멸의 칼날 피규어를 뽑기 위해 이 불경기에도 사람들은 지갑 열기를 꺼려하지 않았다. 열쇠고리부터, 수건, 컵, 그리고 크고 작은 피규어들이 일본의 여러 피규어 회사들이 많은 버전의 피규어로 예판으로 판매를 시작했고 시작하자마자 순삭이었다. 중국 피규어 회사들도 귀칼의 피규어에 매달렸다. 비교적 저렴한 반프레스토 네즈코는 몇 배의 가격으로 거래가 되기도 했다. 심지어 회사에서 흉내를 내지 못하는 장면은 일반인들이 3D로 작업하여 프린트해서 3D 팬으로 피규어를 직접 제작하여 도색을 하기도 했다. 아무튼 대단했다. 그 인기가 꺼지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지다가 쿄쥬로에게 또 한 번 감동을 처맞은 '무한 열차' 편이 나오면서 귀빠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다 큰 3, 40대 어른들이 극장에서 울고불고 난리 났다. 그게 참 이상하면서 이상하지 않는 현상이다. 왜 귀칼의 빠들은 탄지로, 네즈코, 젠이츠와 이노스케와 그 외의 주인공들(뿐만 아니라 오니인 루이나 다른 오니들에게도)에게 감동을 먹고, 나이도 먹을 만큼 인간들이 울고불고 난리일까. 이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소년 드라마다. 가족을 지키려고 목숨을 걸고 친구를 잃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나처럼 나이가 든 인간들은 그동안 보호를 받으며 지내왔다. 그 세대가 이제 지켜야 할, 보호해야 할 가족이 생긴 것이다. 내가 목숨을 걸고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내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귀칼에 녹아들어 있다. 나 힘들다고 나 몰라라 하며 일상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탄지로는 하나 남은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보는 이들이 그만 탄지로와 네즈코와 그 친구들의 이야기에 과몰입하게 된다. 탄지로는 15살로 그 나이에 가족과 친구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다. 우리가 그 나이 때 그랬던 것처럼.


네즈코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더 어마어마한데, 시리즈 1 내내 대사도 없고 활약도 없는데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그건 왜 그러냐? 그건 보면 안다. 보다 보면 인간이 오니보다 못할 때가 많고 오니가 더 인간적일 때가 있다. 네즈코가 그렇다. 블레이드 러너를 떠올려보면 된다. 한국 정발에서 오니를 도깨비라 부르고, 영문판에서는 데몬이라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젠이츠다. 젠이츠 역시 네즈코처럼 하이브리드가 아닌가 싶다. 평소 바보 같을 때와 박력일섬인지 벽력일섬인지를 시전 할 때 일륜도를 꺼내서 번쩍할 때 소름 돋는다. 네즈코처럼 각성 상태가 된다. 정말 멋있다. 탄지로와 이노스케와 젠이츠의 투닥투닥 티키타카 장면은 보는 내내 행복하다. 지옥 같은 현실 속에서 이렇게 행복할 수가, 할 정도로 기분이 좋다. 귀칼에 빠지면 장면 하나하나에 온통 의미를 두고 보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2년 전의 일이었다.


귀칼의 이번 극장판을 일본에서 2천6백만 명이 봤다. 미쳤다. 이게 말이 되는 일일까. 물론 나도 좋아하고 전 세계에서 탄지로와 네즈코를 좋아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흥행을 넘어 광풍의 수준이다.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 귀칼은 원피스를 이겼을 만큼 인기가 높다. 그 말은 그동안 원피스를 압도할 만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지난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우리나라 방구석 1열에 왔었다. 한국도 영화 독점, 이런 것들이 처참하지만 그래도 일본보다는 낫다.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극장 개봉을 하는 건 이제 일본에서는 거의 볼 수가 없다. 고 감독은 한국 영화계를 아주 부러워하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와이 슌지 같은 감독의 영화는 일본의 극장에 많이 걸리지 않는다. 외국에서 영화상은 수상을 하는데도 극장에 걸리지 않는다. 일본은 그렇다. 그만큼 일본은 이제 문화에 있어서 정체된 지 오래되었다.


문학에서도 하루키 이후 나오지 않고 있다. 귀칼의 경우 올해 유곽 편이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고 있다. 시리즈 3편이 되겠다. 역시 흥행 돌풍을 일으킬 것이다. 귀칼의 내용으로 보자면 네즈코가 인간이 된 다음에는 귀칼은 끝내야 한다. 그래야 한다. 그 뒤의 이야기를 만들어서 끝내지 않고 질질 끌게 되면 더 이상 새로운 창작물이 나오지 않는다. 뭐 내가 걱정할 바는 아니지만. 아직까지 최고로 인기가 많은 원피스는 안 끝난다. 아마 5년은 더 나올걸. 소년챔프에서 원피스를 놓지를 못한다. 그러니 이야기를 쥐어짜서 억지로 만들어서 계속 나오고 있다. 팬들에게 욕을 들어 먹어도 일단 다음 편에 나오게 되면 어마어마하게 팔리게 된다. 하지만 그러다가 베르세르크 꼴 난다. 89년부터 나온 베르세르크의 작가는 결혼도, 심지어는 여자도 못 사귀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그대로 화석처럼 늙어서 아직도 펜을 들고 있다.


명탐정 코난? 안 끝난다. 소년 챔프 다음 잡지사로 소년 선데이는 아마도 명탐정 코난 연재를 끝내면 망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다음 이야기가 쓰레기라도 계속 만들어 내고 있는 상황이다. 코난은 26년째 저 나이로 머물러 있다. 드래곤 볼? 에이, 안 끝난다. 프리저와 그의 아버지도 끝장내고 시간이 흘러 손오공이 심장병 약을 먹고, 베지터의 아들 트랭크스가 미래에서 오고 인조인간 18호와 크리링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셀과 결투하고 손오반이 오공보다 더 초초초수퍼사이아인이 되고, 이 와중에 부르마는 시간이 갈수록 더 예뻐지고... 아무튼 안 끝난다. 여기까지는 아직 오천도 태어나지 않았다. 계왕신의 신이 나타나고 마인 부우 편으로 이어지고 어쩌고 왈왈왈.  퓨전이랍시고 그런 식의 합체도 이상하고, 오공이 신에게 에너지를 받는 장면이나, 이후 나오는 이야기는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 그렇다고 드래곤볼이 재미없다는 것이 아니지만 그래서 더 문제다. 하지만 끝을 내야 할 때는 끝을 내야 한다. 우리가 할아버지 된 다음에도 손오공이 날아다니고 그러려나. 


드래곤볼을 보면 손오공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매번의 전투에서 자신의 극한을 실험하는 장으로 여긴다. 자신의 약점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더 강한 상대가 나타나서 결투를 하다가 상대가 다치면 선두를 먹여 다 낫게 한 다음 다시 결투를 한다. 그런 손오공의 모습을 탄지로가 닮았다. 오니와 결투를 할 때마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탄지로 녀석은 여자들의 마음만 두근거리게 하는 말이나 하고- 너의 마음도 전장에 가지고 간다느니, 카나오에게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느니, 정의와 따뜻한 마음으로 가득해서 여자들은 온통 탄지로 녀석에게 빠져든다. 그런 탄지로가 순간 목숨 걸고 네즈코를 지키려는 장면을 보는 이들도 탄지로의 마음과 비슷하게 된다. 무한 열차 편도 그렇고 누군가를 미치도록 지키고픈 그런 마음으로 가슴이 터져 버릴 것 같았을 귀빠들이 흘린 눈물은 또 유곽 편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우리가 하나 느껴야 할 것은,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스위트 홈'을 아직까지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귀칼은 19년도에 시리즈 1이 끝났음에도 지금까지 인기가 식지 않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동안 미쳤었다. 스위트 홈이 인기를 얻었다면 그다음 시리즈가 나올 때까지 식지 않고 인기를 죽 끌고 갈 무엇이 필요하다. 피규어라든가 굿즈가 계속 나왔어야 했다.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가 실린 피규어들이 나와서 마니아들이 구입하여 리뷰를 하고 유튜브 영상을 올리며 다음 시리즈가 나올 때까지 회자되어야 하는데 뚝 끊겼다. 킹덤도 마찬가지다. 귀칼은 만화고 스위트 홈은 실사잖아요,라고 하면 그것까지 내가 알 바는 아니지만, 중요한 점은 전 세계의 엄청난 팬들을 거느린 홍콩의 피규어 회사 핫토이에서 실사 얼굴 조형을 만드는 조형사, 조형 작가들 중에 한국 작가들이 최고라는 것이다. 한국 작가들이 손을 떼면 대번에 얼굴이 엉망이 된다. 이상한 얼굴의 토니 스타크를 받은 전 세계의 팬들은 핫토이를 향해 비판했다. 그만큼 한국 조형사들은 중요하다.


이번에 나온 원더우먼 84 버전의 피규어를 실사와 똑같이 만들어 버린 JND 스튜디오의 겔 가돗을 함 보라. 이건 완전히 겔 가돗이다. 이전의 여타 겔 가돗의 피규어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 바로 한국 회사에서 만들었다. 그리고 이소정 작가의 작품이다. 이렇게 끊임없이 어떤 무엇을 만들어내어 다음 시리즈가 나올 때까지 인기를 끌고 가야 한다. 귀칼의 인기는 앞으로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또 재미있다. 오니와 인간의 대결뿐인 그런 소년 드라마의 이야기일 뿐이지만 재미있다. 그 재미 속에는 감동이 있다. 와 쓰고 보니 TMI네. 아직 쿄쥬로에 대해서 말 도 못 했는데.


https://youtu.be/SJOT3i3cY2U


일본에서 웃긴 건 인기 떡락인 스가 총리가 인기 최고의 귀칼의 대사인 ‘전집중 호흡으로 답변을 하겠다'라고 국회에서 그렇게 발언하더라. 오니처럼 생겨가지고. 스가 너는 전집중 호흡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를 해라. 탄지로는 모든 게 마음에 드는데 단 하나, 귀걸이 문형이 참 별로다. 카마도 탄지로의 노래를 가장 잘 커버한 가수는 우리나라 유튜버 달마발이다. 여러 커버 버전을 들어봐도 최고다. 

https://youtu.be/MhuDPmTOtQ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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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B4XGvrrz8_Y 다크나이트


명절 특별 편으로 영화음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 지난번 슈퍼맨의 존 윌리암스의 영화 음악을 얘기했다. 모차르트가 살아있었다면 아마도 존 윌리암스 같은, 그런 음악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헤헤 거리며 그 미친 천재적인 실력으로 록음악이나 뮤지컬 음악을 만들었을 것이다.

만약 베토벤이 아직까지 살아있었다면- 그 고집스러운 면모, 귀족의 녹을 받아먹으며 음악을 가르치고 만들었어도 예술은 명예와 권력, 돈 그 위에 있다고 믿었으며 귀족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책을 집어던지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 엄청난 샛방 살이인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음악이 너무 뛰어나니까 귀족들도 그런 지랄 맞은 성격이라도 베토벤을 곁에 두려 했다.

그러니까 베토벤이 살아있었다면 그는 아마도 다른 음악은 절대 하지 않고 영화 음악만 하지 않았을까. 그의 음악을 통해 영화는 완전한 하나의 살아 꿈틀거리는 생명체가 되는 것이다. 영화 요소에서 일 순위를 꼽으라면 영화음악이 아닐까.

그래서 베토벤은 한스 짐머로 환생하여 영화음악을 만들고 있다. 놀란의 마지막이자 완결 편인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이 영화를 완전무결하게 만들어준 것은 다름 아닌 영화음악이었고 진두지휘를 한 한스 짐머가 있었다. 그리고 다크 나이트에서 히스 레저를 완벽한 조커로 만들어준 것도 한스 짐머의 음악이었다.

세밀한 묘사를 연출하는 놀란의 천재적인 역량이 돋보였다. 조커의 테마곡을 만들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첼로를 잘 연주하는 첼리스트를 찾아가 삼고초려한 일화도 유명하고 철저한 고증을 위해, 시나리오 작가인 동생 조나단 놀란을 무려 4년 동안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시켜 그것으로 영화 테넷을 만들었다.

그런 놀란과 한스 짐머가 만나 다크 나이트를 만들었다. 한스 짐머는 일 년에 열 편이나 영화음악을 만든다. 한 인터뷰에서 도대체 왜 쉬지 않고 일만 하는 겁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내가 음악을 하는 건 취미가 아니다. 그것이 내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이유다.라고 했다.

베토벤이 살아있었다면 바로 딱 저렇게 대답을 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한스 짐머의 영화음악은 600편이 넘는다. 초반의 한스 짐머는 파워 오브 원과 라이온 킹에서의 아프리카 음악을 주로 만들었다. 하지만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1995년 크림슨 타이드의 음악을 하면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관계자들의 눈에 들어가게 된다. 크림슨 타이드의 음악을 듣고 충격을 받은 이가 있었으니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였다.

이후 제리 브룩 하이머의 진주만, 리들리 스콧의 라스트 사무라이 등 할리우드 영화에 참여하면서 굳건한 성곽을 이루고 있던 존 윌리암스의 음악을 무너트리게 된다.  제리 브룩 하이머의 캐리비안 해적의 한스 짐머의 음악은 단연 압권이다. 빰뻐버범 하며 시작하는 캐리비안의 해적의 음악은 등에서 뭔가가 죽 타고 내려오는 느낌을 가지게 만든다. 한스 짐머는 독일 출신이다. 독일 출신답게 독일 출신 클래식의 흐름을 이어받아 영화에 쏟아부었다.

한스 짐머의 음악에는 바그너도 보이고 베토벤이 당연하지만 보인다. 한스 짐머는 영화음악을 독점하지 않고 스튜디오를 만들어 제자를 양성하고 있다. 한스 짐머의 다크 나이트를 들어보자. 그 웅장함과 정교함에서 베토벤이 보인다.


https://youtu.be/dW3_gzvh5vI

캐리비안 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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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면이 좋아서 마우스로 한 번 그려봄


여러분들은 슈퍼맨을 좋아하시는지. 슈퍼맨 시리즈가 ‘맨 오브 스틸’ 같은, 지금처럼 많지 않고 다양하지 않았던 내 어린 시절에는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이 최고였다. 그리고 나는 현재, 오늘, 지금까지 크리스토프 리브의 슈퍼맨을 가장 슈퍼맨 다운 슈퍼맨으로 생각하고 있다.

슈퍼맨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감격스러운 장면이 있는데, 슈퍼맨 1편에서 로이스 레인이 에어포스 원 취재차 데일리 플래닛 신문사 헬기를 타고 고층건물 옥상에서 이륙하는 도중 전기선에 걸려 추락을 하게 된다. 그때 로이스가 탄 헬기가 빌딩에서 떨어질 때 처음으로 슈퍼맨이 등장한다. 슈퍼맨의 영화에서 가장 처음으로 길거리에서 공중 부유해서 활공하여 추락하는 로이스를 끌어안고 위로 오른다. 물론 하늘 위로.

내가 당신을 구했소.라고 슈퍼맨이 말하니, 나는 당신이 구했고 그럼 당신은 누가 구했어요?라고 로이스가 말한다. 똑 부러지고 취재에 온몸을 다 바치는 로이스도 정신이 없다는 말이다. 이때 흐르는 음악이 슈퍼맨의 주제가다. 바로 존 윌리암스의 음악이 나온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감격스럽게 한다.

클라크에서 슈퍼맨으로 변하기 전 존 윌리암스의 부대는 시동을 건다. 붐붐하면서 슈퍼맨을 등장을 암시한다. 그리고 슈퍼맨으로 완벽하게 변한 다음에는 존 윌리암스의 음악은 슈퍼맨을 한층 더 슈퍼맨으로 만든다. 이 음악은 하나의 아이콘이 된다.

시대가 발전하고 영화적인 기술이 하늘을 뚫을 것 같아도 크리스토퍼 리브 이후의 슈퍼맨이 인기를 더 얻지 못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존 윌리암스의 슈퍼맨 주제곡만큼 슈퍼맨과 주제가가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장면에서 존 윌리암스의 슈퍼맨 주제곡은 이 장면을 보는 모든 이들을 영화 속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생명이 없을 것 같았던 영화가 생명이 있는 사람들을 집중시켰다. 빈곤한 진실보다 화려한 허구가 훨씬 가능성이 있다고 믿을 수 있었다.

로이스가 헬기에 매달렸을 때 클라크가 데일리 플래닛 신문사에서 나와 추락하는 헬기를 보고 회전문으로 달려가면서 존 윌리암스의 슈퍼맨 주제곡은 성능 좋은 바이크의 시동을 걸듯 시동을 건다. 그리고 붐붐하던 슈퍼맨 주제곡은 로이스를 안고 하늘을 오르며 떨어지는 헬기를 한 손으로 잡고 오를 때 극에 달한다. 가장 짜릿한 순간이다.

모차르트 같은 존 윌리암스가 있다면 다크 나이트의 히스 레저의 조커의 쩌는 주제가에는 베토벤 같은 한스 짐머가 있다. 한스 짐머에 대해서는 다음에.

참고로 로이스는 슈퍼맨이 학창 시절 촌에서 기차보다 빨리 달릴 때 기차 안에서 망원경으로 클라크가 달리는 모습을 보던 여자 꼬마 아이가 루이스다. 크리스토퍼 리브는 78년부터 87년까지 거의 10년 동안 슈퍼맨 4편에 출연했으며 낙마사고로 하반신 불구가 되었을 때 레이건 대통령은 미국이라는 이름을 걸고 슈퍼맨의 다리를 고치겠다고 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슈퍼맨을 잘 들여다보면 꼭 당시의 미국을 상징한다. 가장 부유하고 가장 막강하며 또 친근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구의 어떤 나라도 미국을 건들지 못한다. 설령 지구 밖 미지의 종족이 와도 미국을 건들지 못할 거라는 걸 마치 영화를 빌려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슈퍼맨은 하늘을 날고 굉장한 슈퍼파워를 지니며 사람들을 위험에서 구한다. 그런 슈퍼맨에게 당할 사람은 없기 때문에 빌런들은 슈퍼맨 그 주위의 사람들,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림으로 해서 슈퍼맨을 조롱하거나 힘을 약하게 하려 한다.


슈퍼맨은 신의 영역 속에 있는 존재다. 우리는 신을 철석같이 믿는다. 신은 '신'이기에 그 믿음에 인간이 빠져든다. 그런데 신과 같은 슈퍼맨이 '나는 당신들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를 지구인과 같은 인간으로 봐주세요'라고 하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슈퍼맨을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신은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된다. 신이라는 건 감정 따위를 가지고 있지 않기에 감성에 휩쓸리지 않는다. 하지만 슈퍼맨이 인간의 감정을 가지는 순간부터는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어제까지 우리의 이웃이었지만 갑지가 돌변해서 성폭행을 저지르는 옆집 아저씨의 모습으로 변할지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슈퍼맨을 보면서 슈퍼맨이 청소년기에 엄청난 괴리감과 두려움으로 보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을 했을 때가 내가 청소년이었을 때였다. 청소년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되면 피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청소년들은 엄청난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것이 인간이 가지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우리는, 인간은 나와 다르면 무섭도록 냉정해지고 소외시키려 들고 멀리하려 한다. 인간은 인간을 가장 사랑하면서 동시에 가장 미워한다. 슈퍼맨에 관한 나의 마음 같은 것들이 모아져 미드 '스몰빌'이 나왔다. 


정말 재미있었다. 시즌 1에서는 클라크의 괴리에 대해서 잘 보여주었다. 그래픽적인 슈퍼파워보다는 그런 능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한 인간으로 보내야 하는 청소년기의 클라크에 대해서 잘 표현을 했다. 정말 나에게 슈퍼파워가 있는데 청소년기라면 욱 해서 뭐라도 저지를 것 같은데 클라크는 그런 감정을 정말 잘 조절했다. 물론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그 이후 영화는 슈퍼맨을 비롯한 슈퍼파워를 지닌 각종 맨들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속에는 늘 인간과 슈퍼파워를 지닌 존재의 거리가 있었고 그 거리를 어떻게 좁히느냐 하는 부분에 대한 고찰이 있었다. 


최초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을 보면 존 윌리암스의 음악이 부부붐하며 나온다. 그 부분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파블로의 개처럼 슈퍼맨이 날개를 펼치고 활공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수순적으로 기분 좋은 클라크의 살짝 미소가 뒤따라온다. 존 윌리암스의 음악이 없었다면 지구 상에 슈퍼맨은 그저 한 번 나왔다가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https://youtu.be/jVM-pSD0Q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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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자의 전성시대’에 판타지를 입히면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 된다. 마츠코의 일생을 만든 감독은 분명 ‘영자의 전성시대’를 보고 공부하고 또 공부했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자의 전성시대 각본을 보고 마츠코의 일생 감독은 감탄하고 감동받아 마츠코의 일생을 영상으로 아름답지만 안타깝게 그렸을지도 모른다.

영자는 여자의 몸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과 경험을 당했고 뾰족하고 온갖 거친 삶을 돌처럼 살아간다. 시골에서 동생들을 네 명이나 둔 장녀로 상경하여 부잣집 식모로 일하다가 몹쓸 아들놈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영자는 밥을 먹다가 부잣집 아들놈에게 끌려 나와 성폭행을 당하는데. 성폭행을 당하고 난 후 영자는 턱밑에 붙은 밥풀을 떼어먹는 것을 잊지 않는다. 서럽고 서글픈 단어 가난은 성폭행을 당했다는 수치심보다 굶주림에서 벗어나고 싶은 영자의 마음이 그대로 화면을 통해서 나온다. 굶주려 죽을 것 같았던 사람, 가난해서 비참하고 불편했던 사람들은 영자의 모습에 그만 가슴이 터질지도 모른다.   


영자는 그 집 아들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또 당하고 계속 당하다 그 집주인에게 걸려 쫓겨나 하루 종일 먼지로 가득한 방직 공작 같은 곳에서 일한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방식 공장의 일. 먼지가 눈처럼 쌓이는 곳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일을 하고 얹혀사는 아는 언니네 집에 가면 언니는 남자와 있고, 갈 곳이 없는 영자는 눈을 감고 보이는 그곳이 미래라는 것에 힘겹기만 하다. 일은 너무나 고되고 월급을 받아도 외상값을 갚고 나면 동전 몇 개만 남는 인생이다. 버스 안내양을 하지만 생명이 보장되지도 않았다. 사람들을 밀어 넣고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일을 하는 영자. 버스 앞으로 오토바이 한 대가 끼어들고 급브레이크에 영자는 버스에서 튕겨 나가 교통사고로 그만 한쪽 팔을 잃고 외팔이로 몸을 파는 인생으로 전락하는 영자. 


그런 영자를 평생 자신의 여자로 알고 식모를 할 때 첫눈에 반해 끝까지 책임지려는 창수. 월남 전 3년 내내  창수는 영자만을 바라보며 제대를 하고 돌아왔다. 창수는 목욕탕 보일러 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손님들의 때를 밀며 번 돈으로 영자의 성병도 고쳐주고 매일매일 데리고 병원에 간다. 그럼에도 한 번 굴절된 영자는 삐딱하게만 창수를 대하고 마음을 열지 않는다. 다른 남자의 품에서 돈을 버는 자신의 사랑을 바라보는 창수는 그럴수록 돈을 벌어 영자와 함께 살기를 바란다.

영자의 인생, 외팔이라 재수가 없어 찾는 남자 손님도 드물고 팔을 한쪽 잃었을 때 보험금으로 받은 삼십만 원은 집에 있는 동생들을 위해 다 보내고 자살을 하기 위해 기찻길에 뛰어들지만 죽지도 못하는 인생.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힘겹고 버거운 영자는 점점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런 영자를 꽉 붙들고 있는 창수. 창수는 열심히 보일러실에서 의수를 만들어 영자에게 끼워주고, “영자 거울을 봐, 이제 옷이 헐렁이지 않을 거야, 내가 돈을 더 벌어서 스테인리스로 된 팔을 사줄게.” 일편단심 창수에게 그만 안겨 울어 버리는 영자.

창수는 목욕탕 문을 닫고 주인 몰래 자신만의 세계에 영자를 부른다. 아무도 없는 목욕탕에 영자를 위해 뜨거운 물을 받아서 초대한 영자의 등을 밀어준다. 이 장면은 너무 아름답게 나온다. 목욕탕의 뜨거운 수증기가 따뜻한 빗물처럼 그들에게 쏟아진다. 창수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영자의 등을 밀어준다. 가만있어 봐, 때가 나오잖아.  천하의 영자는 창수를 보면 자꾸 부끄러워지고 자꾸 남들의 눈치를 보며 여자 같아진다고 말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여기에서 그만, 제발 여기 두 사람의 사랑을 확인했을 때 끝났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영화는 사건에 휘말리고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된다. 영자는 자신이 창수의 앞길을 막는 것 같다. 창수에게서 떠나는 게 창수를 도와주는 길이다. 결국 두 사람은 만나지 못한다. 시간이 흘러 창수는 바람대로 양복 기술을 배워 양복점을 연다. 친구가 찾아와서 영자의 소식을 알려주고, 영자의 소식을 듣고 찾아간 곳은 허름한 곳의 거지촌. 거기서 창수는 예쁜 딸을 안고 있는 영자를 본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한쪽 다리를 잃은 남편이 있다. 하지만 영자는 행복해 보인다. 그래, 영자가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며 영화는 끝난다. 소설을 원작으로 소설은 결말이 비극이지만 그래도 영화는 완전한 비극은 아니다.  


영화는 교차편집 형식으로 나온다. 처음 등장하는 영자는 세상 다 산 듯한 모습의 집창촌의 여성이다. 거칠고 무서울 게 없는 영자는 경찰서에서 우연히 창수를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영화는 과거로 돌아간다. 창수와 영자가 처음 만나게 된 시절로. 아주 잠깐이지만 두 사람은 풋풋한 모습으로 만두를 먹는다.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를 꼽자면 각본이 무척 좋다. 김승옥이 각본을 썼다. 그리고 영자의 연기다. 얼마 전에 죽은 송재호의 청춘 어린 모습을 볼 수 있다. 보일러실의 창수와 함께 같이 나오는 늙은이가 최불암인데 두 사람은 실제로 한 살 차이다. 한  살 차인데 한 명은 20대 청춘으로, 한 명은 노인으로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 영자의 다리 한쪽이 없는 젊은 남편은 이순재다. 원작에서 각색이 되었지만 김승옥은 정말 이야기를 잘 만들어낸다. 시대에 맞게 캐릭터에 맞게 정말 생명을 확실하게 불어넣어 준다. 분명 영화인데 소설을 읽은 것 같은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였다. 


우리가 사랑한 여자, 우리가 버린 여자 영자라는 문구가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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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kOjPHdXwkWI



심슨 시리즈 중에 심슨 가족이 한국으로 여행을 가는 장면이 있다. 바트가 게임으로 수입을 올리게 되자 심슨이 바트의 편을 들면서 한국으로 오게 되고 한국의 절에 가고 싶었던 리사 때문에 온 가족이 한국으로 온다.

한국의 장면은 아주 짧은데 그 짤막한 장면 속에 한국을 요목조목 집어넣었다. 화면을 보면 가장 높은 롯데월드가 보인다. 이 에피가 19년 3월에 방영되었기에 롯데월드가 등장한다.

만두, 오락실도 보이는데 재미있는 건 치맥이라는 글자다. 치맥은 한국에서 시작된 먹방 덕에 전 세계로 뻗어나간 말인데, 심슨에서 ‘치킨과 맥주‘보다는 ‘치맥’이라는 말을 집어넣어서 간판을 만들어 버렸다. 치맥은 한국 사람들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치맥을 아주 좋아한다.

노래방이나 피시방도 보이지만 화면을 잘 보면 ‘찬호 박 파크’라고 박찬호 공원을 말할 정도로 미국에서 바라보는 박찬호의 위상을 알 수 있는 것 같다. 또 다른 간판의 ‘CHUCK KIM CHEESE‘는 영어와 한글이 합쳐졌다. ‘김치즈’라는 신박한 말을 만들어낸 심슨 팀.

또 ‘밥’이라는 간판은 여기 한국보다는 미국에 있는 한국 식당의 모습 정도이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역시 BTS가 빠지면 안 된다. ‘BTS ARMY 신병 모집센터’라는 간판이라니, 정말 센스와 유머가 돋보인다. 큭큭하며 이 짧은 장면을 감상할 수 있다. ‘냉면‘이라는 간판과 ‘코리안 비비큐’라는 간판도 보인다.

그리고 ‘동계 아시안 게임 자화자찬’라는 간판도 보이는데 우리나라에서 동계 아시안 게임은 1991년에 열렸고 동계 아시안 게임은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4년마다 열리지 않는데 그럼에도 저런 간판이 있는 걸 보면.

어떻든 리사가 그렇게 가고 싶었던 조계사가 나오고, 조계사의 작화도 디테일이 뛰어나게 그렸다. 극에서 심슨은 어떤 깨달음을 얻는다. 물질에 대한 욕심을 버리게 되는 어마어마한 변화가 온다.

이렇게 재미있는 심슨 가족을 탄생시킨 작가 마크 에드워드 윌모어도 코로나 19로 인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제 코로나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우리들은 근 1년 동안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개인적으로, 또 조직과 단체적으로. 그리고 그런 변화를 겪으면서 극 중의 심슨처럼 우리도 어떤 변화를 가지되 서로를 생각하는 변함없는 모습은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돌이켜 보면 한 해가 빨리 지나가기를 이토록 바랐던 적은 누구도 없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면 일 년 동안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다. 나부터도 엘리베이터 버튼을 손가락 바닥으로 누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오기 전에도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때 손가락을 접어 마디로 누르거나 휴대폰 모서리로 누르곤 했다. 그리고 닫히는 버튼을 눌러본 적은 없다. 저절로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을 닫혀라,며 눌러본 적은 기억으로는 없다. 코로나가 터지고 지금 이 시간까지 약속은 거의 잡지 않고, 여름 이후로는 아예 다니는 동선에서 벗어나는 일은 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까 식당이나 카페나 술집에는 가지 않아서 엘리베이터는 아파트와 일하는 곳의 두 곳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습관은 확실하게 굳어 버린 것 같다.


귀찮은 일은 일하는 동안 물을 홀짝홀짝 마시니까 화장실에 자주 가게 된다. 그러다 보니 비누로 손을 씻고 바람에 바짝 말린 다음 핸드크림을 바르는 일을 몇 번이고 해야 한다는 거다. 초반에는(초반이라 함은 지금과는 다르게 손님을 응대하는 곳의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면 예의가 없다고 하던 무렵) 비누칠을 해도 몇 번 문지르지 않고 그대로 물로 헹구고 들어왔는데, 소변을 보고 손을 씻고 말리고 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아주 귀찮았는데 코로나 덕분에 그렇게 바뀌었다. 더불어 건물의 미닫이 문의 손잡이를 꽉 잡고 돌리지 않거나, 손잡이에 손이 닿는 부분 중에서 아주 밑부분을 잡고 열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손잡이를 잡으니까 코로나가 터진 이후로는 그렇게 바뀌어 버렸다.


마스크를 쓰는 건 일상이 되었는데 조깅을 할 때 아주 갑갑하다. 94%의 마스크를 꼭꼭 쓰고 조깅을 힘 있게 하는 것이 어쩌면 폐에 무리를 줄지 모른다. 조깅을 한다는 건 들숨과 날숨이 확실해야 하는데 94%의 마스크는 그런 숨쉬기를 곤란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무리하면서 달리게 되면 폐에 무리가 갈지 모른다. 그래서 그 조절을 잘해야 한다. 어떻든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도심지의 번화가를 지나서 온다. 술집이 아주 많은데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악착같이 술집에 모여들어 마스크를 벗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술을 마시며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매일 지나치는데 뉴스의 기사와는 다르게 인기 있는 술집에는 늘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러다 보니 가만히 서서 술집을 구경을 하게 된다. 요 며칠간은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확진자가 0명이라서 술집에 다닥다닥 붙어서 코로나 이전처럼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스크를 쓰며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는 것이 코로나에 걸리지 않을 확률보다, 이렇게나 마음 놓고 방역과는 무관하게 지내는 것이 코로나에 걸리는 확률이 더 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마치 일어날 일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처럼 아무리 노력을 해도 걸리는 사람은 걸려 버리고 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이런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안다.


이번 명절에는 고향집 방문을 자제하고 마음만 전하라고 방역당국에서 당부하고 있다. 어제는 뉴스를 보는데 마지막에 잰디(이재은 아니운서-예전에 오전 라디오를 매일 듣다 보니 잰디가 익숙해졌다)가 고향으로 가지 못해서 섭섭해하지 말고 다음에 가자는 말을 남겼는데, 우리 집만 빼고 내가 아는 사람들 대부분이 야호 같은 분위기로 고향집으로 갔다.


여기 동네 아주머니들이 오히려 이번에는 좀 오지 말았으면 하고 있다. 일단 떨어져 있는 아들, 딸내미 가족들이 오면 손주들 몫까지 밥을 먹어야 하고 치우고, 아무튼 일이 많이 지니까 그대로 거기서 올해는 그냥 있어라고 한다. 인터넷 기사에 떠도는 이야기- 제발 시어머니 좀 신고해주세요, 라는 기사가 참말인가 싶다.


우리 집은 내가 결혼을 하지 않고 아버지도 없어서 조카네가 와도 5명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각자 집에서 보내는데 인스타그램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내가 아는 이들은 죄다 우르르 고향 앞으로 가!이다. 고향에서 오지 말라고 하니 사람들은 제주도로 발길을 돌렸다.

위에서 말한 잘못된 생각이라는 알면서도 이번 명절이 지나면 또 확진자가 우르르 나올 것 같다. 확진자 백퍼센터가 나는 걸리지 않겠지, 같은 마음이었다가 걸리게 된다. 산발적이며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퍼진다. 종교단체 발발도 있지만 소규모 발발이 한 몫한다. 동선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방역과 상관없이 무관하게 지내는 사람은 걸리지 않고 꽤 신경 쓰고 철저히 준수하는데도 걸리게 되면 후자는 억울할 것이다. 우리는 편안한 집을 원하면서도 악착같이 집을 떠나려 한다. 하루 종일 집 밖에서 일을 하다 보면 집으로 빨리 들어가고 싶지만 하루만 집에 있으면 답답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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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3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교관 2021-02-14 12:10   좋아요 0 | URL
조깅할때는 거리두기도 하기 때문에 굳이 얼굴을 다 가리고 숨이 턱턱 막혀가면서 전력질주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