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소설 속에는 수많은 클래식이 나오지만 쇼팽의 빈도는 낮다. 어느 소설에 나왔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그나마 최근의 단편집 ‘일인칭 단수’에 쇼팽이 나온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슈만에게 밀리고 만다. 하루키의 클래식 속에도 쇼팽은 발라드 3번 정도로 한 번 언급된다.


60년대 한국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서 어머니가 나오는 부분에서 쇼팽은 계속 흐른다. 주인공인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스테레오 타입으로 너무나 재미가 없는 캐릭터지만 쇼팽의 음악과 옥희가 두 사람의 사랑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해주며 끝은 열린 결말이라 재미있게 볼 수 있다.


하루키가 소개하는 쇼팽의 발라드 3번 이외에 우리는 쇼팽의 녹턴 시리즈를 좋아한다. 쇼팽은 평생에 피아노곡만 작곡했다. 살아생전 총 21곡의 녹턴을 작곡했다. 녹턴이 쇼팽을 만나 아주 밝은 빛이 된 것이다. 쇼팽은 페달을 뭐 이렇게 밟는 방식으로 어쩌고 해서 녹턴이 좀 더 녹턴스럽게 연주되도록 했다.


녹턴은 크게는 1번부터 18번까지, 19번부터 21번까지 나눈다. 1번부터 18번까지는 쇼팽이 살아 있을 때, 19번부터 21번까지는 사후에 출간이 되었다. 우리가 그중에서 많이 좋아하는 녹턴은 2번과 12번, 20번이다. 12번에는 쇼팽과 조르주 상드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 두 사람은 몹시도 상반된 스타일이다.


쇼팽이 리스트의 소개를 받아서 알게 된 6살 연상의 여인 조르주 상드. 쇼팽은 폐결핵이 심해지고 있었다. 프랑스의 추운 날씨 속에서 더욱 폐는 망가져갔다. 두 사람은 “우리 따뜻한 스페인으로 가요”라며 배에 오르게 된다. 연약한 쇼팽과는 달리 상드는 남자 바지를 입고 턱시도를 하며 자유분방한 생활을 한 남장 여성으로 유명했다. 그녀는 소설가였다. 하지만 상드 역시 류머티즘을 앓고 있었다. 류머티즘이 뼈의 접히는 부분에서 고열을 내며 사람을 미치도록 고통을 주는 것이다. 두 사람은 심신이 다 약하고 힘들어서 따뜻한 스페인으로 가는 배에 올랐다.


그 배 위에서 쇼팽은 녹턴 12번의 착상이 이루어졌다. 이때의 풍경, 배 위에서의 모습을 기록한 상드의 일기가 있다. [따뜻하고 어두운 밤. 갑판 사람들은 모두 잠들고 오직 조타수만이 깨어있었다. 그는 졸음을 쫓기 위해 조용히 노래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노래라기보단 환상 그 자체였다]라고 썼다. 이 부분에서 알 수 있는 건 막막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두 사람이지만 배 위에서 만은 이렇게 행복했었다, 따뜻한 스페인에서 건강해지며 밝은 두 사람의 모습을 떠올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쇼팽과 상드가 탔던 스페인으로 가는 배 위를 상상하며 녹턴 12번을 들어보면 잠시나마 두 사람에게 이입이 될 수 있다. 배 위의 풍경 그 하나만으로 모든 아픈 것과 슬픈 것들을 잊고 싶어 한다는 것을.


파리의 추운 날을 피해 스페인으로 왔지만 스페인도 날씨가 엉망이었고 쇼팽의 폐결핵은 더욱 심해졌다. 상드는 18살에 결혼을 한 번 해서 아이가 둘 있었는데 결핵이 심한 쇼팽을 놔두고 아이들과 외출을 하고, 홀로 외롭게 남은 쇼팽은 빗소리를 들으며 상드를 위해 곡을 하나 만드는데 그게 유명한 빗방울 전주곡이다. 하루키가 소개하는 쇼팽 발라드 3번 A장조 작품 47도 루빈스타인의 버전도 있긴 하지만 조성진 버전이 제일이다. 국뽕이지만 쇼팽은 조성진, 베토벤은 임현정이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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