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회사가 만드는 우롱차


무라카미 라디오 책 버전의 표지 디자인은 참 마음에 든다. 근래에는 실제 라디오 방송이 무라카미 라디오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무라카미 라디오의 출발은 아무래도 이 디자인이 있는 책이다. 디자인을 편집했는데 마음에 든다. 꼭 호크니의 60년대 초기작을 보는 것 같다.


하루키는 무라카미 라디오를 통해 에세이는 ‘맥주회사가 만드는 우롱차’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소설가이니 소설을 끝내고 나서 다음 소설을 적기 전까지의 터울을 에세이를 쓰면서 보낸다. 나는 맥주를 못 마셔서 우롱차밖에 안 마셔, 하는 사람도 많으니,라고 했는데 사실 제약회사의 지갑을 뚱뚱하게 채우는 효자는 바로 비타음료다. 각종 제약회사에서 약을 개발해서 팔고는 있지만, 구론산, 바카스, 비타 500 같은 비타음료가 일등 공신이다.


하루키 마니아들에게 소설이 좋은지 에세이가 좋은지 물어보면 대부분 소설이 좋다고 하면서, 그 뒤에 그렇지만 에세이도,,, 같은 말을 한다. 아마도 우리는 자신 있게 라면보다 컵라면이 좋다고 말하지 못한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쉽지 만은 않다. 라면보다 컵라면이 더 좋다고 말해버리고 나면 라면 마니아에서 벗어나는 이상한 불안감. 끓여 먹는 라면이 당연히 더 맛있지, 하지만 컵라면은,,, 라면보다 컵라면이 더 좋다고 하기에는 딱히 설명할 수 없는 부족함이 도사리고 있다.


하루키 마니아들은 당연하게도 하루키의 소설을 먼저 접하고 소설을 읽으며 중간중간 에세이를 읽었기에 어쩌면 소설 쪽으로 마음이 더 가 있을지도 모른다. 잘 설명은 할 수 없지만 손으로 들고 더 자주 읽는 건 에세이인데도 하루키 하면 에세이는 2등이고 소설이 먼저야 라는 생각이 지배를 해버릴지도 모른다.


하루키의 마니아인데, 엄청난 팬인데, “아휴 저는 소설보다는 에세이가 좋더군요.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른답니다. 소설은 웃을 일이 없는데 에세이는 웃게 하더라고요. 호호”라는 사람을 만난다면 참 독특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렇든 저렇든 하루키의 마니아들은 많고, 그들은 하루키의 글을 좋아한다는 사실. 맥주와 우롱차를 섞어 마시는 인간들도 많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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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2-06-06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독한 미식가에도 우롱차가 가끔 나온 걸로 기억합니다~

교관 2022-06-07 11:30   좋아요 1 | URL
ㅎㅎㅎ 맞아요.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는 거의 매 끼니때마다 우롱차를 마시던데요

서곡 2022-06-07 13:24   좋아요 0 | URL
첨에 ‘자주‘라고 썼다가 ‘가끔‘으로 바꿨는데 ‘자주‘가 맞군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