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집 이야기


내가 가끔 찾는 근처의 스시집이 있는데 그곳의 주인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십여 년 전 그 스시집에 처음 갔을 때 주인과 처음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의 말에 의하면 “무라카미 씨가 처음에 이곳에 오셨을 때, 정말 이 사람이 스시를 먹고 계산이나 할 수 있을까 하며 걱정했답니다”라고 하는 거였다. “아, 그렇게 제가 가난하게 보였습니까?”라고 물으니 “네, 그렇게 보이던데요”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분명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야구 모자를 눌러쓰고 불쑥 혼자서 스시집에 들어와서 카운터에 앉으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특히 여행을 갔을 때 왠지 모르게 낯선 가게에 혼자 들어가서 술을 마시는 것을 좋아하지만, 확실하게 종종 거절을 당하기도 한다. “아이구, 죄송합니다, 예약이 꽉 차있거든요”라고 해서 나는 쫓겨난다. 덕분에 텅 비어있는 가게에 들어가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의외로 그런 가게는 정감이 있고 여러 가지 재미있는 체험을 하게 된다. 생각지도 않게 맛있는 것을 먹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그런 곳이라고 해서 안 좋은 생각을 하거나 바가지를 써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 번은 교토의 작은 요리 집에 혼자 훌쩍 들어가서 술을 마시고 안주를 먹으며 가게 직원과 이런저런 엉터리 같은 이야기를 하고 계산을 했는데 “작가님 계산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내가 누군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직원에게 이야기를 할 때 나에 대해서 전혀 표를 내지 않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인데. 교토는 꽤나 깊은 구석이 있다.


루이 암스트롱이 디즈니 영화의 주제가를 부릅니다.

while you work(휘파람을 불고), 백설공주 속의 곡입니다. https://youtu.be/awovOmjp9f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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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8일 오후 7시부터 55분간 이어진 무라카미 라디오 속의 하루키의 에피소드다. 들어보면 청취자들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높임말로 하지만 여기서는 하루키의 책자처럼 ‘그렇다’로 하였다.


2022년 3월 18일 방송한 무라카미 라디오에서 하루키는 55분간 특별 프로그램으로 ‘무라카미 라디오 – 전쟁을 멈추게 하기 위한 음악’을 진행했다. 하루키 씨는 자신이 소장한 음반에서 반전 메시지가 담긴 11곡을 골라서 틀면서 가사와 노래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루키 씨는 처음 곡으로 제임스 테일러의 ‘Never Die Young’을 틀었다. “이 곡은 반전 음악은 아니지만, 젊은이의 죽음에 대한 노래”라고 소개하면서 “어른들이 만든 전쟁에서 젊은이가 죽는 일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슬프다”라며 전쟁을 비판했다.


더 위버스의 ‘Last Night I Had the Strangest Dream'를 틀면서 한국전쟁이 벌어졌던 때의 반전 음악이라고 하루키 씨는 소개를 했다.


존 레넌의 ‘Imagine’을 틀었고 또 아직 살아있는 전설인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e’도 하루키 씨는 틀었다. 하루키 씨는 마지막 곡으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선곡했다.


하루키 씨는 음악이 없는 생활은 거의 죽음과 비슷하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했다. 니체도 음악이 없는 인간의 삶은 실패로 일관될 뿐이라고 했다. 하루키 씨는 음악이 흘러 전쟁으로 아픔을 겪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하루키 씨는 마지막으로 “전쟁을 그만두게 하자는 마음이 모여 조금씩이라고 힘이 될지도 모른다”라고 했다.



더 위버스의 스트레인지 드림을 들어보자 https://youtu.be/UZEaPOikA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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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2-03-26 1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키는 소설 뿐 아니라 수필, 특히 여행 수필이 좋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한 권 추천 부탁해도 될까요?

교관 2022-03-27 11:58   좋아요 0 | URL
제가 누군가에게 하루키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참 난처해지는데 ㅋㅋㅋ 저에게는 소설이나 장편이나 단편이나, 기록문이나 에세이나 여행기나 받아들여지는 게 비슷하더군요. 눈에 띄는 하루키 책이 있다면 그것부터 시작해보세요 ㅎㅎ

blanca 2022-03-26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의 말과 글을 듣고 읽으실 수 있다니 정말 부럽네요. 일어를 모르는 게 참 아쉽더라고요.

교관 2022-03-27 12:00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ㅋㅋ 찾아보고 물어보고,를 여러 번 하고, 그래서 적어 넣은 것입니다. 하루키의 대부분의 책이 한국번역으로 나와 있으니 한국말로 된 좋은 책들이 많기에 그것만 읽고 또 읽어도 10년이 훌쩍 지나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