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제주에

봄이 오면은

돌담 사이 봄바람

청보리 물결

한라산에 활짝 핀

철쭉길 따라

우리 엄마 손잡고

걸어갑니다

우리 엄마 손잡고

걸어갑니다



아아 아아 아아

아 아아아 아아아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https://youtu.be/RI_Nms6j_9Q 고향의 봄 오연준


오연준 어린이가 부르는 ‘고향의 봄’을 듣고 있으면 따뜻한 고양이 발바닥을 만지는 느낌이 드는 동시에 가슴 안쪽에서부터 손톱으로 긁는 듯한 기분도 든다. 추억 속에는 아픈 기억도 도사리고 있는데 손톱으로 긁는 바람에 눈물이 나도 모르게 흐르기도 한다. 


요즘은 티브이 여기저기에서 모두 트로트를 방영하고 있고 게 중에는 어린이들도 열심히 참가해서 트로트를 부른다. 나쁜 현상은 아니나 그렇게 좋아 보이지도 않는다. 트로트를 부르는 어린이 홍수 속에서 듣는 오연준 어린이의 ‘고향의 봄’은 마음속 연약한 부분을 한 없이 건드린다.


봄이면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이 비록 클리셰에, 신파에 속할지라도 나는 그것이 아름다운 마음의 발로라고 말하고 싶다. 내 어린 시절의 고향, 발로 밟고 다니던 유년 시절의 흙냄새 그 속에서 놀던 때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아직 아이로 남아있으려는, 어른이 되었지만 그 작고 순수한 마음을 꼭 쥐고 있었기에 가능한 마음이다.


봄은 아이들과 비슷하다. 아직 비린내가 싹 없어지지 않아서 맡고만 있어도 상큼한 비린내가 나는, 그래서 더 안아주고픈 그런 아이처럼 느껴지는 계절이 봄이다. 아이는 아이로 머물러 있는 시간이 무척 짧다. 어? 하는 새 훌쩍 커버리고 만다. 봄도 그렇다. 손을 뻗어 봄을 만지려고 하면 이미 봄은 지나가 버리고 만다.


봄은 늘 아파하면서 온다. 봄은 혹독한 겨울을 뚫고 오기에 멍이 들어가며 온다. 그렇기에 봄이 되면 여기저기 화사한 색채로 꽃을 피운다. 오연준 어린이의 ‘고향의 봄’을 듣고 눈물이 흐르는 얼굴은 지질하지만, 그래서 창피하고 부끄럽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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