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비행사들이 우주에서 처리하는 대변의 냄새는 엄청나다고 한다. 아마도 그건 먹는 음식이 위에 영향을 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뭐 공기의 압력, 밀도, 생체의 리듬, 맥박 같은 것들도 그렇지만 우리가 보통 일반적으로 생활하면서 먹는 음식에서 벗어난 음식을 먹고, 대체로 보통의 생활처럼 대변이 마려울 때마다 시원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참고 참았다가 대변을 보기 때문에 그 냄새가 엄청날 수 있다. 군대 훈련소에 가면 그렇다. 일반적인 식단이 아니다. 기름지고 입맛을 돋우는 면식보다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섭취에 맞게 식단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먹고 일주일 정도 있다가 대변이 나오는데 화장실에 들어가지도 못 할 만큼의 냄새가 가득하다.

화장실 하니, 내가 일하는 건물의 화장실에는 비밀번호가 있다. 이걸 풀지 못하면 화장실 안으로 접근이 불가하다. 마치 대탈출의 한 부분 같다. 화장실에 비번을 달기 전에는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세 번이나 바뀌었다. 지금 건물의 화장실(건물은 13층까지 있지만 아주머니들이 청소하는 화장실은 1, 2, 3층의 화장실이다)을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은 한국사람들이지만 예전에는 조선족 출신으로 일자리가 급급할 텐데도 두 손 두발 다 들고 그대로 아아, 화장실 청소라는 건 정말 할 짓이 못 되는 군, 하며 그대로 가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은 어째서 자기 집 화장실이 아닌 화장실은 열과 성의를 다해서 더럽게 사용하는지 모를 일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그런 사람 대부분이 자신의 집 화장실도 더럽게 사용을 하여 아내나 모친과 늘 다툴지도 모른다. 이렇게 말을 하면 화장실을 더럽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남자들로 좁혀지는 것 같지만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의 말을 빌리면 여자 화장실이 남자 화장실보다 압도적으로 더럽다.

 

화장실이라는 공간은 인간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고 없어서는 도저히 안 되는 공간이다. 반드시, 꼭, 당연하게도 있어야만 하는 공간이다. 오래전처럼 화장실이 집 밖에 있다고 생각해보면 요즘 같은 날씨에 옷을 몇 겹이나 껴 입고 입으로 숫자와 동물이 조합된 욕을 하면서 화장실에 가야 한다. 엉덩이를 까는 순간 뭔가 제대로 될 것 같지도 않다. 그만큼 화장실이라는 곳은 몹시도 중요한 곳인데 어쩐지 인간은 그런 화장실을 업신여기거나 나만 알고 있는 나만의 단점으로 치부해버린다.

 

내가 일하는 건물의 화장실은 공중 화장실이 아니다. 그냥 일반 주택의 화장실 같은 개념이지만 건물에 가게들이 있고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있으니 화장실을 사용하게 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물론 나만의 생각일지는 모르지만 화장실 사용을 집에서처럼 개념적으로, 개념적이라고 해봐야 그저 일반적으로 사용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그들이 화장실을 오만방자하게 사용을 하게 되면 어떻든 이후에 누가 이랬지? 같은 말이 나오고 결국 사건의 범죄자는 좁혀지게 된다. 건물의 가게에 오는 사람들이 일정기간에 늘 오던 사람들이니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입점해있는 가게의 주인들인데 아무래도 그들이 일부러 화장실을 망가트리려고 엉망으로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비번을 달기 전에는 건물을 지나치는, 또는 밖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소변이나 대변을 봐야 하면 으레 건물로 들어와서 볼일을 보는 사람들이 막 사용하는 화장실쯤으로 치부되었다고 생각된다.

 

공중화장실이 아니니까 개방형 화장실이냐면 그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비번을 달기 전에는 모두가 사용을 하게 했다. 그런데 물을 안 잠그고 나오는 건 보통이다. 신발을 갈아 신고 변기에 빠트리는 사람도 있고, 여자 화장실에는 생리대가 휴지통 밖으로 마구 나와서 버려진 것들도 많았다. 대변을 변기 밖에도 싸 놓는 사람도 있었다. 화장실 안에는 시시티브이를 설치할 수 없으니 누군지 알 길이 없다. 오직 그걸 치우는 아주머니들만 골치 아프다. 시시티브이를 설치해서 누군가가 밝혀졌다고 해도 잡는 것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잡혔다고 해도 그날 술을 마셔서요,라고 해버리면 그저 훈계를 받고 끝나는 일이다. 만약 붙잡힌 범인에게 아주머니들이 욕을 하지만, 이미 청소가 다 끝난 상태이니까.

 

화장실의 폭파는 매일 일어나고 매일 아침 청소를 해야 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부터는 누구인지는 전혀 알 길이 없지만 변기 뚜껑을 내려서 그 위에 대변을 본 다음 손으로 휘저어놓고 간 사람도 있었다. 이런저런 정황상 손가락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그런 모습이었다. 문제는 이렇게 대변을 온 화장실에 그림처럼 피워 놓으면 들어가는 순간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냄새가 난다는 거다. 도대체 뭘 주워 먹고 다녔던지 냄새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각오하고 생각하며 맡을 수 있는 냄새의 범주를 넘어선다.


하루키의 글에서 말하는 우주비행사의 엄청난 냄새였다. 압도하는 냄새. 화장실에 대변냄새가 나는 게 뭐 어때,라고 하겠지만 범위를 벗어나는 종류의 것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 최고였다. 그렇기에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사표를 던지고 도망을 가버렸다. 아침에 오면 난리도 아니며 바뀐 아주머니들도 한 두 달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가바리고 말았다. 그래서 지금은 결국에 이렇게 비밀번호를 달게 되었다. 무슨 얘길 하다 이렇게 됐지. 다들 점심은 드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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