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발밑으로 패치카의 따뜻한 훈기가 흐르고 로비에 설치해 놓은 트리와 틀어놓은 겨울 음악은 아무런 걱정도 없게 만든다.  

    

안녕하세요, 만두 좀 드세요.   

   

예,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만두 일 인분을 건네받고 일회용 용기뚜껑을 여니 뜨거운 연기가 엑토플라즘처럼 오른다. 연기 속에는 만두피와 만두 속 재료의 냄새가 요만큼의 공기를 잠식한다.      


나는 만두에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3학년이었던 10살에 겨울방학이 오기 전 학교에서 집으로 오니 어머니가 도투락 만두를 쪄 주었다. 그동안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가면 만두를 쪄 내는 곳에 서서 찜통에서 연기를 피어 올리며 달달하고 맛있는 냄새 앞에서 무너지는 나를 끌고 가며 미안해하는 얼굴을 한 어머니는 어느 날 호기롭게 도투락 만두를 쪄 주었다.      


가장 큰 통으로, 세일을 하는 바람에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가격으로 구입을 한 것이다. 집에 있는 찜통으로 가득 담아 두 번이나 쪘다. 밥상위에 만두가 마치 2단 케이크처럼 쌓여 있었다. 만두가 그동안 먹고 싶었던 나와 만두를 먹이고 싶었던 어머니는 만두를 두 찜이나 쪄 버리는 것으로 그 모든 것을 묵인했다.      


만두는 맛있었다. 밥도 필요 없고 김치도 필요 없었다. 만두를 엷은 간장에 찍어서 먹고 또 먹고 계속 먹었다. 하지만 제대로 씹지 않고 먹었던지 체하고 말았다.   

   

보통 체기가 오면 하루 정도 고생을 하고 다음 날이면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동네를 뛰어 다녔는데 만두를 먹고 토사를 하기 시작해서 일주일동안 머리가 어지럽고 먹기만 하면 토했다.     

 

토하면 만두의 물이 계속 올라오는 것 같았고 코끝에 만두의 냄새가 미미하게 따라다녔다. 이후로 만두는 잘 쳐다보지 않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만두가 앞에 있으면 먹게 되지만 일부러 만두를 찾아서 먹지는 않았다.  

    

안녕하세요, 하며 내민 만두는 시장 통에서 파는 만두로 샤오룽바오를 닮은 만두였다.     

 

만두를 내민 여자는 참 가난하다. 어머니와 함께 리어카에서 떡볶이를 팔고 있다. 대부분의 떡볶이를 파는 곳에서 순대를 같이 팔지만 여자의 집은 떡볶이만 판다.      


밀떡으로 만든 떡볶이로 큼지막한 파를 듬성듬성 썰어 넣고 어묵도 썰어 넣고 멸치를 우려 낸 물을 넣어서 잘 저어주기 때문에 맛은 그런대로 괜찮다.    

  

여자는 여자의 어머니보다 일찍 나온다. 몇 시 부터 시작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몹시 이른 아침에 장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주위 상가가 모두 문을 닫고 컴컴해지는 것을 확인이라도 한 후 집으로 간다.    

  

김승옥 소설 다산성에 나오는 주인공의 여자처럼 그 여자도 천사다. 여자는 화내는 법이 없다. 저 상황이면 분명히 화가 날 텐데 하는 순간에는 여자는 화를 내지 않는다.      


저녁에 술이 취한 남자 둘이 여자에게 떡볶이를 만원어치나 먹고 돈을 내지 못하겠다며 시비를 걸었다.    

  

여자의 어머니는 그날따라 집으로 일찍 들어가고 여자는 혼자 남아서 그 남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남자 둘은 여자에게 점점 부아가 치미는 모양이었다.      


화가 나야 할 상황에서도 화를 내지 않는 여자에게 남자 둘은 술의 힘을 빌려 해코지를 했다. 보다 못한 나는 내려가서 남자 둘을 세워놓고 경찰을 불렀다.     

 

떡볶이를 이렇게 맛없게 만들어 놓고 돈을 만원이나 받으려고 하잖아요. 남자 둘은 경찰 앞에서 고분고분하게 말했다.      


여자는 그때 고개를 숙이고 실의에 빠진 표정과 절망스러운 어깨의 모습을 했다. 여자는 천사의 모습이었는데 그 작은 어깨에서 새처럼 하얀 날개가 솟아나서 인간들에게 행복을 주는 천사가 아니라 물잠자리 날개처럼 잘못하면 잘려나갈 것 같은 위태로운 날개를 달고 있는 천사였다.      


만두 좀 드세요. 라며 여자가 내면 만두는 천사의 식량이었다.    

  

천사는 다음 날 어머니와 함께 임대라는 딱지를 붙여놓고 위태로운 날갯짓을 하며 사라졌다. 조금 식은 만두는 언제나 소화가 안 된다. 훼스탈을 두 알 먹고 물을 마시고 남은 만두를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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