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세일러의 목소리는 슬픔을 잔뜩 지니고 있는 목소리다. 거실 안에 스타세일러의 노래가 날아다니다가 스탠드에 가서 부딪혔고 탁자에도 가서 부딪혔다. 그녀의 젖은 머리에 가서 부딪혔고 내가 들고 있는 와인 잔에 와서 부딪혔다.

 

 

“오늘은 손님 중에 학교 동창이 찾아왔었어요. 덕분에 우리 식구들은 때 아닌 피자파티를 했어요. 전 한 조각 먹었지만요. 요즘의 피자는 왜 그렇게 전부 맛있는지 모르겠어요.”

특별히 행복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불행하지도 않는 하루의 연속의 흘러가고 있었다.

 

 

겨울의 새벽은 입김이 굉장하리만치 뿜어져 나와서 운치가 있다. 하지만 운치는 찰나다. 새벽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한 후 시원하고 차가운 겨울의 냉기 머금은 대기 속에 얼굴이 닿는 기분은 배고픔에 맛있게 끓인 라면을 맛보는 기분이다. 물론 이렇게 이른 시간에 사진관 문을 열기 위해 나온 것은 아니다.

 

 

나는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장향 항의 일출을 담기 위해 그곳으로 향했다. 겨울의 일출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고 나는 일찍 나와 버렸기 때문에 자동차 안에서 음악이라도 들으면서 시간을 천천히 죽여 갈 요량이었다. 날은 아직 컴컴했고 항구에는 이미 몇몇의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태양은 아직 솟아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여명이 자아내는 빛이 서서히 대지를 덮치려 했다. 무기적으로 보이는 그 빛은 저 멀리서, 알 수는 없지만 어딘가에서 이곳으로 뻗어 나왔다.

 

 

차 안에서 히터를 1단으로 틀어놓고 총을 맞고 죽는 꿈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하루 중에 혼자인 시간이 되면 언제나 총에 맞아서 죽는 꿈에 대해서 생각을 하곤 했다. 총에 맞아서 죽는 꿈을 생각하면 현실감은 언제나 동떨어져 갔다. 상실감이 컸고 총에 맞기 직전의 그 알 수 없는 공포감에 공허함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커져만 갔다.

 

 

총에 맞아서 죽는 꿈은 분명히 꿈일 뿐이지만 매일매일 다양한 곳에서 비슷한 환경 속에서 총에 맞는다. 그렇게 나를 죽이는 총알은 실제의 존재처럼 여겨졌다. 이 꿈을 내 몸에서 분리배출 할 수 있다면, 하고 생각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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