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만난 건 5년 전에 내가 일하는 사진관에 증명사진을 찍으러 와서 알게 되었다. 그녀는 원본 사진을 보더니 기겁하는 얼굴을 한 채 나에게 자신이 이렇게 생겼냐고 물었고, 나는 눈으로 보이는 것과 사진은 다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녀는 ‘거짓말은 나쁜 짓이에요’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사진을 찍고 간 후 일주일이 지나서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시 왔고, 그 계기로 그녀와 만나게 되었다.

 

 

아내는 맥주를 좋아했으며 맥주와 어울리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다. 나는 주로 아내의 이야기를 예나 지금이나 많이 듣는 편인데 그렇게 새로울 것이 없지만 듣는 것에 재미없다고도 할 수 없었다. 우리는 맥주를 마시고 근처의 호텔로 가서 섹스를 했다. 영원히 나의 것일 것만 같은 땀과 타액의 분비물을 시트에 쏟아내며 서로를 알아갔다. 밖에다 싸줘요,라는 아내의 말에 나는 입을 다문 채 알겠다고 했고 우리는 몇 번씩 전위를 나눴다.

 

 

아내는 유복하지는 않았지만 행복한 가정에서 교육을 잘 받고 자랐고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제대로 졸업을 하고 굴지의 건축회사에서 설계 파트에서 일을 해왔다. 아내 밑으로 여성 직원들이 하나둘씩 들어온 건 나빠진 건축경기 탓에 남자들에 비해 머리 회전이 빠르고, 손재주가 좋은 건축과 출신을 입사시켜 월급을 좀 덜 줘도 된다는 회사의 기획에서였다.

 

 

아내는 일은 많아지고 힘들어하는 여직원들에게 자신의 네일 실력을 마음껏 뽐내주었다. 현장 일을 하면 이런 건 꿈도 못 꾸는 거야, 인테리어를 직접 하는 강철 여인들을 봐봐, 우리처럼 손톱이 예쁘지 않아,라고 하면서 힘들어하는 후배 여직원들을 위로해 주었다.

 

 

우리는 2년간의 열애 끝에 시끄럽지 않은 결혼식을 올렸다. 양가의 가족들과 가족들만이 참석하는 결혼을 양가의 부모도 환영했다. 아내는 덜 마른 머리를 매만지며 와인을 한 모금 마신 후 자신의 흙빛 접시에 샐러드를 덜고 치즈를 한 토막 올린 다음 입안에 넣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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