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고 또 달렸다. 구울 이란 총을 쏠 줄 모른다. 그저 지친 듯한 몸짓으로 나를 따라올 뿐이다. 나는 들판 같은 곳을 쉬지 않고 달리기만 하면 되는, 그런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곳은 꿈속이 아닌가. 어느새 나는 건물 안에 갇히고 구울 들은 수십 명이 되어 양팔을 앞으로 뻗고 으으 거리며 나에게 몰려왔다. 나는 구울 들을 향해 총을 쏘아댔다.

 

 

탕 탕 탕 탕.

 

 

알싸한 화약 냄새와 귀에 여운이 남는 총소리를 뒤로 한 채 권총의 손잡이에는 이제 한 발이 남았다는 적신호가 들어왔다. 구울 들은 녹색 빛깔의 침을 흘리며 쓰러진 몇몇의 구울들을 밟고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그 아이가 말한 대로 권총을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려고 한다. 꿈이지만 이제 곧 죽음의 한 부분이 된다는 공포가 또다시 밀려들었다. 내가 방아쇠를 당긴 총에 맞아서 죽는 꿈을 꾸는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항상 누군가의 긴 장총에 맞아서 죽는 꿈을 꾸었지만 내가 권총을 건네받고 내 머리의 관자에 총구멍을 댄 후 방아쇠를 당겼다. 내가 내 손으로 방아쇠를 당기기까지 굉장하리만치 거대한 번뇌와 회한이 밀려들었으며 총알이 튀어나가는 반대편 머리의 뇌수가 떠올랐으며 극심한 공포로 심장이 터질 것처럼 드세게 뛰는 것을 느꼈다.

 

 

비록 꿈이지만 그것은 실체처럼 다가왔다. 누군가가 쏘는 총을 맞을 때에도 비슷한 공포가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더욱 공포가 강했다. 일어났을 때 상체가 땀으로 젖어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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