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바람이 전혀 없었다. 오로지 레인시즌이 끝난 후 무더운 황금기 여름밤의 기운만 가득했고 사람들은 밤으로 치달아 갈수록 더 많이 바닷가로 몰려나왔다. 마동은 바닷가에 늘어나는 사람들을 피해 조깅코스를 벗어나서 달리기로 했다. 바닷가를 벗어나면 길게 뻗은 도로가 나온다. 차도와 나란히 붙어있는 자전거 도로 옆으로 달리기위해서 만들어놓은 도로를 달렸다. 이 도로에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없었다. 달리면서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도로가 좁아서 누군가 맞은편에서 걸어오면 살짝 피해주면 된다. 다리를 세차게 움직이고 보폭을 늘리고 팔을 빠르게 움직였다. 허리의 냅색이 흔들려 떨어질 것처럼 마동은 한 마리의 야생마가 되어 달렸다. 옆으로 에어컨에서 뿜어내는 더운 열기의 자동차들이 지나쳐 갈 뿐 사람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잘 됐다. 달리면서 눈 옆으로 가로수들이 빠르게 영혼처럼 스쳐 지나는 것이 보였다. 마동은 앞을 보며 꾸준하게 달렸다. 달리는 것에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달릴 수 있는 리추얼이 마동에게 있었다.

 

그때, 위태롭게 오토바이 한 대가 휘청 하더니 마동을 스쳐지나갔다. 어딘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 대형마트의 주차장에서 주차되어 있는 차를 뒤로 빼려고 할 때 저렇게 빼면, 저런 식이라면 다른 차에 부딪힐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어김없이 차는 멀쩡하게 멀리 세워둔 차에 가서 박는다. 오토바이가 휘청거리는 모습이 꼭 사고를 낼 것만 같다. 마동이 고개를 돌리니 오토바이가 쌩하며 건널목을 유턴하여 지나가려다가 건널목을 천천히 건너고 있던 70대 노인을 치고 다시 큰 원을 그리며 휘청하더니 아슬아슬하게 방향을 잡아서 도망쳐 버렸다. 오토바이는 굉장히 놀랐는지 달아나면서도 넘어질 듯 비틀거리며 사라졌다. 배달을 하는 오토바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은 건널목을 건너던 노인을 치고는 상황판단이 어려워졌다. 배달원은 자신도 놀라서 그대로 뺑소니를 치고 달아나 버린 것이다. 70대 노인은 오토바이에 치이고 바닥에 넘어지면서 2차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었다. 노인은 신음소리를 내며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마동은 그 자리로 달려가서 70대 노인의 목 밑으로 팔을 넣어서 목을 약간 들었다. 70대 노인은 움직임이 둔했고 눈동자의 초점을 찾지 못했다. 근처에 아직 문을 닫지 않은 상가의 사람들과 주위의 몇몇이 마동의 근처로 몰려왔다. 마동은 차도의 건널목 중간에서 노인을 빼내와 안전한 곳으로 업고 와서 내려놓았다. 70대 노인의 몸은 아기처럼 가벼웠다. 암에 걸려 모든 영양분을 다 빼앗겨버린 척삭동물 같았다. 노인을 눕힌 다음 마동은 숨을 쉬지 않는 노인에게 응급처치를 했다. 노인은 작은 가방을 엑스 자로 메고 있었고 마동은 그 가방을 풀어서 노인의 목에 대었고 머리를 뒤로 약간 젖혔다. 기도를 확보한 다음 노인의 가슴과 코에 번갈아가며 귀를 대어보고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흉부에 압박을 가했다. 아마도 경미한 뇌진탕 같았다. 모여든 사람들은 아주 흥미로운 눈으로 빙 둘러싸고 70대 노인에게 응급처치를 하는 마동을 보며 전부 한마디씩 했다. 마동은 노인의 흉부를 압박하며 누군가에게 119에 연락을 바란다고 소리쳤다. 모여든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라 마동이 하는 말에 당황하며 휴대폰으로 구급차를 부르는 것을 서툴러했다. 사람들에게는 초등학생처럼 훈련이라는 것이 필요했다. 재해가 일어났을 때 우왕좌왕 하는 것은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었다.

 

마동은 10회 정도 힘 있게 노인의 가슴을 누른 다음 노인의 구강으로 마우스 투 마우스를 시도했다. 숨을 들이 밀었다. 노인의 입에서는 옅고 오래된 담배 냄새가 깔려 있었다. 마동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졌지만 구강구조법을 계속 시행했다. 다시 흉부를 압박했다. 그러기를 몇 차례 하니 노인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숨을 내뱉었다. 사람들은 ‘오오’하는 소리를 냈지만 그때까지 그들 중 누구도 119에 전화를 연결한 사람은 없었다. 할 수 없이 마동이 119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마동은 모여든 사람들에게 이제는 괜찮을 테니 모두 가보라고 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후속편을 기다리는 표정으로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졌는데도 남아 있었다. 남아있던 사람들은 재미가 점점 희박해지니 노인에게 덕담 한 마디를 하고 왔던 길로 가버렸다. 마동은 노인에게 대충 상황을 설명한 다음 곧 119가 도착하니 일어나려고 하지 말고 계속 누워서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노인은 마동에게 고맙다고 하며 바로 일어나 앉았다. 얼굴에 전장의 장수처럼 비장함이 서려 있었다. 기이한 모습이었다. 노인은 담배를 찾아서 한 대 피웠다. “고맙네, 신세를 졌구먼”라고 노인이 말했다. 말하는 노인의 입으로 담배 연기가 실타래처럼 나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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