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빈속에 술을 마시는 것이 좋아서 가끔씩 아침도 점심도 그른 채 허기가 질 때 싸구려 술을 위장에 들이붓는다

 

세포 하나하나까지 퍼지는 알코올의 향과 타들어가는 것 같은 내장의 뒤틀림을 가져오는 천국을 보여준다

 

담론이니 이론 같은 틀에서 벗어나 쓸데없는 용기는 난폭한 루머의 파편을 흩뿌리기도 하고 악마의 리얼리즘을 가래와 함께 뱉어내기도 한다

 

먼지가 가득한 황폐한 곳에서 나는 치열하다

 

기억의 언덕을 지나 헐떡거리는 숨을 참으며 나는 절망의 집으로 들어간다

 

손톱 끝까지 술이 퍼지는 굉장한 느낌이 좋다

 

이대로 술이 깨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절망적인 나를 위해

나의 절망을 알게 해준

나보다 더 절망의 당신을 위해

치열하게 나를 황폐하게 만든다

 

술은 추억을 반추하고 기억은 반목한다

 

먹만 한 위장이 술로 채워져 큰 세계가 된다

 

온몸이 타들어갈듯한 이 죽음의 기분 좋음이 좋아서

술잔에 슬픔과 좌절을 담아

빈속에 탈탈 털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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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9-08-21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은 빈속에 마셔야 맛이 나죠..ㅎㅎ 저도 술을 마실 땐 항상 빈속에 찬 소주 말아 넣습니다..

교관 2019-08-22 12:02   좋아요 0 | URL
빈속에 대책없이 들어온 술은 허기를 불러 일으켜 불온한데, 속을 따뜻하게 해줘서 안온해요. 그래서 불편한데 불안하지 않아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