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흐리고 발밑은 따뜻하고 나를 괴롭히는 어떤 것도 없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좋다. 애쉬뮤트와 피에타의 노래를 들으며 푹푹 꺼져가는 지금 순간이 정말 좋다. 나에게 있어 지금까지 정말 좋은 것은 늘 얼마 없었다. 적당히 좋은 것과 대체로 좋은 것들 뿐이었지만 진짜로 좋은 것은 잘 없었다

 

내외부의 어떠한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리추얼을 가동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 이 순간은 정말 좋다. 커피에 제임슨을 가득 타서 마시며 애쉬뮤트의 시너리를 들으며 한없는 결락의 세계로 떨어진다

 

돈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다면 네 마음을 사고 싶다,라고 말을 하고 싶었다. 영화 속에서는 돈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데 한 사람의 마음 하나도 돈으로 어쩌지 못한다. 애쉬뮤트의 노래가 끝나고 피에타의 비사이드가 나온다. 깊어지면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안쪽으로 걸어,라는 가사는 자꾸 제임슨을 홀짝이게 만든다

 

하긴 나는 돈이 없다. 돈이라도 많아야 마음이라도 사고 싶다고 말이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돈을 벌기 위해 이를 몽땅 뽑아버린 중국 여자를 안다. 불법으로 매음굴에서 일하는 그녀는 이를 몽땅 뽑아 버린 탓에 씹어 먹는 음식을 먹지 못한다. 나는 피를 뽑아 그녀에게 나눠주었다

 

 

중국 여자는 나의 피를 맛있게 받아먹고는 취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중국어로 말을 했다. 그녀의 말을 듣는데 눈에서 보란 듯이 눈물이 뚝 떨어졌다. 울고 싶어서 우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눈물이 나왔다. 눈물은 그렇게도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

 

대심한 사람들은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 하지만 나 같은 소심한 사람은 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한다. 소심함이 나를 견디게 하는 동력 같은 것이다. 그리고 나는 스스럼없이 나의 소심함이 단점이지만 괜찮은 점이라고 왕왕 말을 한다. 그 소심함에 금이 가려 한다. 제임슨은 떨어져 가고 나는 늘 비사이드에서 머무르고 있는 것 같다

 

중국 여자는 나의 피를 마시고 취해서 중국어로 중얼거리다가 내가 못 알아 들이니 나의 얼굴을 보며 이렇게 물었다. 와 왓 어바웃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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