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음을 사랑한 소년 ㅣ 스토리콜렉터 60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안드레아스 그르 범의 새카만 머리의 금발 소년을 처음 만났을 때는 이 책이 뭔가 이상하다. 번역이 잘못된 건지 제목부터 새카만 머리에 금발 소년이라는 모순된 문장이었고 책 중간중간에 나오는 시에도 묘한 내용이 많았다. 죽은 토끼가 뛰어 날아났다. 했었나? 당시 너무 궁금했지만 책을 읽다 보니 이 지역의 잔혹동화에 나오는 시들은 이런 모순된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 접하는 정서에 얇지 않은 책을 어떻게 읽지 하는 걱정을 약간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안드레아스 그루버의 팬이 되어버렸으니 역시 북로드 스토리 컬렉터는 외서 선정이 탁원한듯하다.
오랜만에 안드레아스 그루버의 소설을 다시 만났다. 그의 '천재 프로파일러 슈나이더 시리즈' 세 번째 책 제목에도 소년이 있다. 소설을 읽으며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잘 못 외우는 편이다. 그래서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할 땐 주인공이 어쩌고 주인공 동생이 범인이, 경찰 팀장이 이런 식으로 하다 보니 책을 읽었나 의심될 정도다. 스토리에 집중하기엔 안 외워지는 이름 외우려고 노력할 시간이 없다. 그냥 스르륵 넘어가며 빠져든다. 그래도 이 시리즈는 자비네 와 슈나이더의 이름을 빨리 외운 편이다. 누구네.. 영희네처럼 이름이 한국스러워서 인지도...
마리화나의 불법성과 경찰, 한국소설에 절대 나올 수 없는 구절들이 많다.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이 한국에도 있지만 슈나이더 같은 개인사와 많이 연결되지는 않을 듯도 한데 그것도 알 수 없는 일이지 싶다. 살인사건 특히 연쇄살인을 해결하기 위해 살해 현장에서 사건을 연상하는 장면에서 소름이 돋았다. 이런 장면들을 상상해야 하는 이들은 마리화나 아니라 뭘 한들 정신이 맑을까? 여러 가지로 안쓰러운 남자다. 내가 아는 보덴슈타인과 막 비교된다. 하면 안 되는 일이지만 몇백 권의 책을 절도하는 그의 정당성은 당연히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안쓰러우며 이해가 조금은 되는 상항이다. 저런 상황에서 미치지 않는 게 신기할 뿐.
정심 병원이나 정신병적인 범죄자를 모아둔 곳의 수감자나 의자, 심리 상담자의 정신상태도 의심스럽다. 그런 곳의 관리자들이 많은 비리의 주인공들인 경우가 많다. 피트 판 론과 한나의 만남을 보면서 갑동이를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연쇄 살인범 등의 범죄자를 잡으려면 범죄자의 심리상태를 파악하고 그 사람의 생각을 해야 한다면 정신병자도 만찬가지 아닐까? 정신병도 여러 가지니까. 나름의 연구와 분석도 중요하지만 그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다 보면 같이 미쳐 가고 같이 범죄도 저지르게 될까? 어느 범죄 소설에서나 사라 마이 많이 죽지만 이 책 또한 너무나 많은 이들이 죽고 죽은 이들의 가족들이 아파하고 많이 아픈 스토리였다.
사기 군도 천재들이지만 여기 나오는 이들도 천재들이다. 인생이란 어느 순간 꼬이는 것. 아프다. 많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