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데스의 유산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4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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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블루홀 식스와의 만남은 기쁨 그 자체였다. 그 중에서 무엇보다 큰 기쁨을 말한다면 단연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를 만난 것이다. 그의 작품 속에서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은 모두 색깔이 다르다. 그래서 새롭게 출간된 그의 작품을 기다리는 시간은 나에게 늘 기대감으로 가득 찬 즐거운 시간이다. 이번에 읽은 '닥터 데스의 유산'은 '살인마 잭의 고백', '일곱 색의 독', '하멜른의 유괴마'에 등장했던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아쉽게도 1편 '살인마 잭의 고백'은 품절로 읽을 수 없었지만 일곱 색에 담긴 악의를 반전의 묘미를 통해 날카롭게 비판한 '일곱 색의 독'과 일본 사회의 이면을 통렬하게 고발한 '하멜른의 유괴마'를 통해 깊은 인상을 주었던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를 다시 '닥터 데스의 유산'으로 만나게 되었다.


책 소개에서도 언급된 '안락사' 문제.... 이누카이는 형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인물이면서도 아픈 딸을 둔 아버지이기도 하다. 어둠의 의사 닥터 데스를 찾으려는 이누카이 하야토. 인간에게는 살 권리와 죽을 권리가 과연 동등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덟 살 다이치의 신고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잡아달라는 것.... 다이치의 아버지는 사망했고 장례식이 치러지는 중이다. 그리고 사망한 다이치 아버지의 혈액에서 칼륨 농도가 지나치게 높음이 밝혀졌다. 결국 다이치 아버지는 병사가 아닌 살인으로 판명되며 다이치 아버지에게 주사를 놓은 어둠의 의사를 찾으려는 이누카이 형사...


인간의 살 권리와 죽을 권리는 과연 동등할까? 인간은 품위를 지키며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는 것과 인간의 생명은 누구도 중단시킬 수 없는 신성한 것이라는 주장은 오랜 시간 팽팽한 논쟁을 벌여왔다. 논쟁에 대한 정답은 없다. 이 책에는 130여 명의 안락사를 도우며 '죽음의 의사'로 알려진 잭 캐보키언에 대한 언급도 나온다. 그는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그는 살인죄가 적용되어 8년 6개월간 복역을 했다. 닥터 데스... 그는 다이치의 신고가 들어오기 전까지 매우 순조롭게 적극적인 안락사를 시행했다. 단돈 20만엔을 받고서....이누카이 하야토에게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딸이 있기에 누구보다 닥터 데스의 행위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환자의 생명을 독극물을 주사하여 사망하게 한 적극적인 안락사를 행한 그는 형사 이누카이에게는 그저 살인자일 뿐이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나처럼 오랜 시간 논쟁을 벌여 온 '적극적인 안락사'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특히 소설에 등장했던 열상과 화상으로 하루하루를 위독한 상태에서 괴로워했던 안조의 안락사 이야기에서 그의 아내가 한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남편이 더는 고통 받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생명의 존엄성과 도덕적 관념에 위배되는 행위만으로 안락사를 비판할 수만은 없다. 그래서 소설 '닥터 데스의 유산'은 더욱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닥터 데스의 유산'은 사회파 미스터리로서 독자들에게 멋있게 묵직한 한 방을 날린 작품이다. 특히 사명감 강한 경찰과 난치병 환자인 딸을 둔 아버지 사이에서 고뇌하는 이누카이에 많은 공감을 하면서 읽었다. 단순히 재미로 끝내는 소설이 아닌, 독자에게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적극 추천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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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모험 열린책들 세계문학 282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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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열린책들에서 창립 35주년을 기념하여 주옥같은 세계문학 중단편을 모아 noon과 midnight 세트 총 20권을 출간하였다. 세트에는 당연히 아서 코넌 도일의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이번에 읽은 '셜록 홈스의 모험' 역시 아서 코넌 도일의 단편들을 묶어 만든 책이다. 몇몇 단편 소설이 중복되어 있지만 명탐정 '셜록 홈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언제 읽어도 셜록 홈스의 이야기는 재미 그 자체일 것이라 생각한다.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 시작점에는 셜록 홈스와의 만남이 있었다. 미드라는 이름보다는 외화라는 이름이 친숙했던 시기.....그 후 셜록 홈스에 빠져 전집을 친구집에서 빌렸고, 뛰어난 관찰력으로 범인을 잡아내었던 셜록 홈스의 매력에 빠져 밤새 책을 읽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냉철하면서 번뜩이는 두뇌의 소유자이며, 놀라운 추리력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 셜록 홈스. 셜록 홈스는 작가 아서 코넌 도일이 만들어 낸 가상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치 그가 탐정으로서 명성을 떨친 실존 인물이라는 착각을 느끼면서 읽게 된다. 셜록 홈스는 책 속에만 존재하는 인물이 아닌, 우리의 마음 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명탐정이다.


'셜록 홈즈의 모험' 속에는 12편의 단편이 들어있다. 12편의 이야기 속에는 셜록 홈스보다 더 현명한 '그 여자'의 이야기 '보헤미아 스캔들'이 있다. 여성을 현명하지 못한 존재로 생각하고 비웃던 홈즈가 경의를 표한 여인 아이린 애들러... 홈스보다 한 수 위에 있는 여성이 있다는 점이 재미있는 작품이다.


'보스콤 계곡의 수수께끼'에서는 홈스의 인간적인 배려를 지닌 인물임을 보여준다. 세심한 관찰력으로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지만 사랑하는 두 사람을 위해 끝까지 범인이 누구인지를 말하지 않는 홈스.... 그의 다른 매력이기도 하다.


전당포 주인 빨간 머리 소유자 윌슨의 행보가 배꼽을 잡게 한 이야기 '빨강 머리 연맹'은 다시 읽어도 빵 터진다. 세상에 말도 안되는 일을 하고 돈을 주는 빨강 머리 연맹.... 왜 그 연맹이 해체되었을까?


'오펀쇼' 가와 관련된 기이한 이야기를 다룬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 오렌지 씨앗은 불길한 물건이다. 보통의 사건과는 다르게 의뢰인이 죽는다. 오렌지 씨앗은 불길한 물건임을 확실하게 증명해보이는 론 스타호의 난파. 아마도 오렌지 씨앗을 보면 셜록 홈스의 이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을까?


'신랑의 정체'를 읽으면서 신랑이 누구인지 느낌이 왔다. 순진한 처녀를 농락한 남녀....과연 서덜랜드 양은 언제까지 에인절을 기다릴 것인지 궁금해진다. 사실을 말해 줘도 믿지 않을 것이라는 홈스의 말... 나 역시도 그녀의 순고한 사랑을 위해서는 차리리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 편이 나을듯 하다.

내 방법 알잖아. 사소한 것들을 관찰하면 다 보인다네.

p141


셜록 홈스의 추리는 세심한 관찰력에서 시작된다. 평범함을 뛰어넘는 그만의 추리력은 과히 놀라움을 자아낸다. 어떻게 그 많은 것들을 단숨에 관찰하고 추리할 수 있을까? 의뢰인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의뢰인의 습관, 외모, 행동까지 단번에 파악하는 홈스...그래서 그가 등장하는 늘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세심한 관찰력과 냉철한 추리력을 가진 셜록 홈스를 명탐정이라 부를 수밖에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 '셜록 홈스의 모험'... 다시 한 번 명탐정 셜록 홈즈의 매력에 빠져본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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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면창 탐정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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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읽을거리

이번에 출간된 블루홀 6의 '인면창 탐정'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기존에 읽었던 다른 작품들과는 분명 색다른 읽을거리를 독자들에게 선물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블루홀식스을 통해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만남은 정말 행복한 일이었다. 그의 수많은 작품에는 사건을 해결하는 몇 명의 해결사가 등장한다. 음악가 미사키 요스케,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형사 이누카이 하야토, 와타세 경부..... 이제는 아마도 한 명을 더 추가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바로 상속감정사 미쓰기이다. 아니, 더 엄밀히 말한다면 미쓰기와 미쓰기 몸을 빌린 인면창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인면창의 활약상이 돋보였던 이 소설은 인면창이라는 괴이한 존재를 탐정으로 설정하여 사건을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분명 기존의 그의 작품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명탐정은 어깨에 있다

미쓰기. 다섯 살에 산에서 굴러떨어지면서 생긴 오른쪽 어깨의 상처는 점점 사람 얼굴을 닮아갔으며, 어느 날부터 사람 얼굴의 상처는 그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의 어깨에 사람 얼굴 모양을 한 상처.... 바로 인면창인 것이다. 미쓰기에게 독설을 내뱉지만 미쓰기보다 박식하며, 어진 사람을 존중하고 사람을 겉모습만으로 판단하지 하지 않는다. 또한 사물을 읽는 시각과 상황 판단이 미쓰기보다 늘 두 걸음 앞서기에 미쓰기는 인 씨의 독설을 받으면서도 그의 지시를 따르게 된다. 내성적이고 친구가 없는 미쓰기에게 인면창은 친구이자 파트너, 더 나아가 바로 자신의 또다른 모습인 것이다. 미쓰기와 인 씨는 너무도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오히려 그것은 두 사람에게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복신에서 역병신

외딴 마을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 혼조가의 최고경영자인 구라노스케가 얼마 전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상속자는 아들 세 명과 이혼하고 아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온 딸.... 미쓰기는 상속감정사로서 혼조가를 방문하게 된다. 이미 미쓰기는 혼조가에서 경영권과 유산 상속에 대해 흙탕물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음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큰아들 다케이치로 부부가 죽었고 차례로 둘째 아들 고지, 셋째 아들 에쓰조까지... 그리고 딸 사요코까지 독이 든 나물을 먹게 되는데......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상속 재산을 감정하던 미쓰기는 산에 몰리브덴이 매장되었음을 상속인들에게 알렸다. 미쓰기는 불황에 허덕이는 혼조 그룹에게 구세주가 되었다. 이른바 복신(福神).... 그러나 곧이어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유산을 둘러싼 상속 다툼일까? 하루아침에 복신이 아닌 역병신....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불필요한 다툼이 미쓰기때문에 일어난 것일까? 미쓰기 역시 용의자 중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미쓰기와 인면창은 드디어 살인자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밝혀진 혼조 가(家)의 민낯

미쓰기는 드디어 혼조 가의 민낯을 보게 된다. 아마도 미쓰기 뿐만 아니라 독자들이 전혀 생각치 못한 혼조 가의 낡은 인습은 경악 그 자체였을 것이다. 현대에도 만연한 가부장제는 이 집안의 뿌리 깊게 내려온 인습에 더해져 복자를 낳게 된다. 그렇기에 비뚤어진 혼조 가의 몰락은 이미 예견된 것이 아닐까.... 이 소설의 살인은 '나쁜 너구리 다섯 마리'라는 동화책의 내용대로 그대로 진행되었다. 누구의 짓일까? 살짝 범인을 헷갈리게 한 트릭이지만 결국 인면창은 범인을 밝혀낸다.


이 작품은 나카야마 시치리의 새로운 탐정의 탄생을 알린 소설이다.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전작들에 비해 인면창이라는 괴이한 존재가 혹시나 현실감을 떨어뜨리지 않을까했던 걱정은 나의 기우였다. 남들은 그저 미쓰기 혼자 1인 2역으로 떠드는 것으로 보일 뿐이니까.... 인면창 탐정 시리즈 2탄이 일본에서는 출간되었다고 한다. 티격태격하면서도 독설을 내뱉는 인면창에 꼼짝 못하는 미쓰시의 모습이 떠오른다. 인면창 탐정을 빨리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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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 세상을 다스린 신들의 사생활
토마스 불핀치 지음, 손길영 옮김 / 스타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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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는 전 세계적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즐겨 읽는 인문 고전이다. 고대인의 상상의 세계가 만들어낸 이야기이지만 수천 년이 지난 지금에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라는 국한된 세계를 넘어 전세계인의 재미있고 흥미로운 교양서로서 자리를 굳건히 잡고 있다. 1855년 출간된 토마스 불핀치의 첫 작품 '신화의 시대'는 어렵고 방대한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된 고전 서사시들에 산재되어 있는 신화들을 쉬우면서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였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표준으로 현재까지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리스 신과 로마의 신'을 필두로 '프로메테우스와 판도라', '아폴론의 최초의 여인 다프네', '헤라의 질투'를 포함하여 낯익은 신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워낙 애니메이션이라든지 영화에서도 그리스 로마 신화 속의 이야기를 소재로 만든 것들이 많아 더욱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토머스 볼핀치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독자들이 학문으로서가 아닌, 대중이 읽기 쉬우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쉽게 서술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그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우리의 옛날 이야기 읽듯 재미있게 읽기만 하면 될 일이다.


이번 스타북스에서 출간된 '그리스 로마 신화'는 토머스 불핀치의 오리지널 완역본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좋아하는 나를 포함한 많은 독자들은 이 책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을 다스린 신들의 사생활'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을 통해 그리스 로마 신화가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의 이야기 중에서 방대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임을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비록 그리스 로마 신화가 서양의 사상, 문학, 미술, 음악, 건축 등 모든 문화의 근간임에는 틀림없을지라도 이제는 그들만의 신화가 아닌 전 세계인의 신화이다. 더러는 인간 같기도, 더러는 이해불가의 신들의 사생활.... 재미로도 한 몫을 하지만 지적인 호기심도 충분히 충족시켜준다.


나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을 때 이야기와 함께 그와 관련된 그림이나 조각 등이 곁들여진 책을 선호하는 편이다. 읽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서구의 모든 문화 활동 속에 깊이 들어가 있는 작품들을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며 연관지어가며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느끼게 해 줄 것이다.


'만화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어린이 필독서 0순위인 적이 있었다. 신간이 나오면 서점에 달려가 우리 아이들에게 책을 사주곤 했는데 옆에서 나도 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그 만화 역시 토마스 불핀치의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렇듯 남녀노소, 국가를 막론하고 토마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전 세계인에게 신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그리스 로마 신화 읽기는 유럽 문화와 예술의 이해이며,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신들의 이야기이면서 한편으로 지극히 인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신들의 이야기이다. 오랜만에 다시 재미있게 읽어 본 토마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 역시 최고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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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과 분노 열린책들 세계문학 280
윌리엄 포크너 지음, 윤교찬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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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모더니즘 소설의 금자탑이라는 평가를 받는 '고함과 분노'. 작가 윌리엄 포크너가 가장 아끼는 이 작품은 나에게 실험적인 작품이기도 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 작품을 얼마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험이랄까.... 네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소설의 첫 장... 이 고비를 넘기기란 정말 쉽지 않았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첫 장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한다. 바로 벤지라는 인물의 특이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첫 장은 서른 세 살의 나이이지만 세 살 정도의 정신 연령을 지닌 벤지의 시점에서 쓰여졌기 때문이다.


제1장이 서술되는 시점은 1928년 4월 7일로 벤지의 시각에서 서술해 나간다. 현재를 서술하다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쑥 과거의 시간이 튀어나온다. 뒤죽박죽의 시간 전개이기에 그 시간을 명확히 구분하며 읽으려 했기에 정말 많은 시간을 들여 읽었다. 그러나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었을 때는 자연스럽게 시간의 구분이 된다. 제1장은 너무 힘을 주고 읽지 않기를.....제1장의 특징이라면 시종일관 벤지의 의미 없는 소리 즉 울음 소리가 지배하고 있다는 것과 냄새를 통해 세상을 파악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의 질서를 예고도 없이 파괴한다는 것이다. 벤지의 시각에서 캐디는 누나 그 이상의 존재였다. 자신을 보듬어주는 영원한 안식처 엄마였던 것이다. 그래서 벤지는 의식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캐디와의 단편적 추억과 냄새를 떠올리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제2장의 시점은 1920년 6월 2일의 일로 퀜틴의 시점에서 서술해 나간다. 2장 역시 내용에 대한 이해가 그리 쉽지 않다. 바로 의식 흐름 기법에 따라 자신의 의식이 닿는대로 써 나갔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의 시간 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또다른 과거의 시간을 끄집어 낸다. 벤지의 의식처럼 퀜틴의 의식도 구분이 쉽지 않다. 콤슨 부부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그는 장남으로서 무게와 여동생 캐디에게 가졌던 혼돈스러운 감정(근친상간) 때문에 죄의식을 갖고 살아간다. 퀸틴의 의식 끝에는 언제나 캐디가 서 있었다. 결국 그는 과거의 기억을 놓지 못하고 그 시간에 갇혀 죽음을 선택하고 만다. 제2장의 시작 부분에 아버지가 시계를 퀜틴에게 주면서 한 말 - "인간의 모든 희망과 욕망을 묻어 버리는 무덤을 네게 준다·····너도 이것을 쓰면서 인간의 모든 경험이란 결국 부조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무의식적으로 퀜틴에게까지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 본다. 제2장의 표현적인 특징이라면 구두점이 없는 문장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기존 질서에 대한 파괴가 거침없이 이루어졌다. 또한 시간 질서의 무너지고 뒤섞인 시간의 혼재 속에서 의식을 서술하는 시간 흐름 기법 등은 모더니즘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제3장은 콤슨 가문의 실질적 가장인 제이슨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서술된다. 그는 철저히 계산적이고 현실적인 인물이다. 캐디의 딸 퀜틴을 양육한다는 핑계로 돈을 챙길 뿐 아니라 모든 잣대를 '돈'으로 귀결시키고 있다. 콤슨 가문의 마지막 남은 정상적인 인물이지만 그에게는 몰락한 콤슨 가문의 부활을 찾아볼 수 없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에 분노만을 표출하며, 안하무인격으로 집안의 독재자가 된다.

제4장에 등장하는 하녀 딜지는 제이슨을 통해 콤슨 가문의 끝을 보았다. 오랜 시간 콤슨 가문의 과거와 현재까지를 함께 한 딜지는 콤슨 부인을 대신해 그녀의 네 자녀를 키웠다. 거기에 캐디의 딸 퀜틴마저도..... 그러나 어린 퀜틴마저도 삼촌의 돈을 훔쳐 달아나고 만다. 딜지는 이제 콤슨 가의 완전한 몰락을 본다. "시작을 봤는데, 이제 끝도 봤단다." 부활절에 그녀는 교회를 가는 길에 딸 프로니에게 말한다. 쓰레기 같은 백인, 덜떨어진 백인.... 그녀의 백인에 대한 이런 생각은 콤슨 가문의 몰락을 넘어 1930년대 미국 사회의 위기와 불안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소설 전반에 걸쳐 벤지가 사람들에게 표출하고 있는 형태는 고함과 분노이다. 그의 입을 통해 나오는 소리는 그저 무의미한 것이다. 음절화한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흐느낌, 울부짖음, 경악, 공포, 충격,... 그러나 독자는 벤지의 고함과 분노가 비뚤어진 콤슨 가족에 대한 분노이고, 더 나아가 몰락하는 미국 남부 사회의 불안에 대한 절규라는 의미 있는 고함과 분노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윌리엄 포크너의 '고함과 분노'는 이 글을 쓴 후에 다시 한 번 꼭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아직 내 머릿속에 부유하는 것을 잡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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