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스트의 파라솔
후지와라 이오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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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후지와라 이오리... '테러리스트의 파라솔'을 발표하여 역대 최초로 에도가와 란포상과 나오키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가이지만 다소 나에게 낯선 이름이다. 검색을 해 보니 두 권의 도서가 보인다. '시리우스의 길'과 '청색의 수수께끼'..... 후지와라 작가는 1985년 '닥스훈트의 워프'로 스바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 데뷔했고, 광고회사를 배경으로 한 '시리우스의 길'은 그의 추리소설의 결정판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이번에 내가 읽은 '테러리스트의 파라솔'은 이미 우리나라에서 1999년 처음 출간되었지만 현재 절판된 상태이고, 블루홀식스에서 이번에 다시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출간하었다. 특히 이 책은 제6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오승호 작가가 자신에게 영향을 준 소설로 꼽고 있다. 그래서인지 더욱 기대를 갖고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은 1990년대 말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핵심적인 사건은 60년대 말 학생운동과 71년 일어난 폭발사고를 근거로 하고 있다. 소설 속에 낯선 단어 전공투. 전학공투회의... 일명 전공투는 1960년대 말 일본의 반정부투쟁 시기에 어느 정파에도 속하지 않는 학생들이 집결해서 만든 조직이다. 주인공 기쿠치와 구와노, 유코는 60년대 말 전공투 일원으로 대학투쟁을 함께 했던 친구들이었던 것이다.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어났던 것일까. 주인공 기쿠치는 22년이 흐른 현재 알코올 중독자로 바텐더로 일하고 있고, 다른 두 명은 신주쿠 중앙공원에서 발생한 폭발 사건으로 죽게 되는데.....


세 명의 친구 중 두 명이 어떻게 한 장소에서 죽을 수 있을까? 거기에 죽지는 않았지만 자신마저 그 폭발 장소에 있었다. 우연히 일어난 사고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도 이상하다. 이러한 의문 속에서 기쿠치는 한때 형사였던 야쿠자 아사이의 충고를 듣기도 하고, 에구치 조직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사건은 우연이 아님을 확신하며 두 친구를 죽인 범인을 쫒기 시작하는데.....


형사도 아닌, 그저 중년의 알코올 중독자인 기쿠치가 과연 범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생활. 폭발 현장에 남긴 위스키 병에 묻은 그의 지문은 폭발 사고의 범인으로 수배령까지 내려진다. 오갈데 없는 그는 아사이에게 정보를 얻고, 유코의 딸 도코에게서 여러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하나 둘 씩 밝혀지는 비밀들.... 도처에 그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 속에서 두 친구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진짜 범인을 기쿠치는 찾을 수 있을까?


여자와 인연이 없는 그저 알코올 중독자일뿐인 기쿠치. 과거 석 달 동거했던 요코. 그리고 현재 그녀의 딸이 나타나 죽기 직전까지도 그를 마음에 두고 살았다는 말을 전해준다. 도코 역시도 점점 그에게 빠져들어가는 것 같다. 그의 어떤 점이 그를 빠져들게 하는 것일까? 나도 무척 궁금해진다. ^^ 기쿠치의 이런 점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고통이었다. 모든 것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테러리스트가 있다. 그를 둘러싼 주변의 사건들은 그저 우연이 일어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소유할 수 없다면 파괴를 하고야 말겠다는 괴물 같은 테러리스트. 유코의 단가에 등장하는 푸른 파라솔을 빙글빙글 돌리는 테러리스트. 그는 누구인가? 미스터리 소설에서 빠질 수 없는 반전의 재미가 여기에 있다.


학생 운동으로 청춘을 바쳤던 세 친구. 세 사람의 마음은 모두 같지 않았다. 엇갈린 화살표는 누군가의 마음에 애증과 질투를 남겼고, 인간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괴물이 되어버렸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이 허투루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니다. 어떻게 기쿠치와 연결되어가는지를 알아가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 중의 하나이다. 기쿠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어떤 매력의 남자이기에 유코가 그토록 잊지 못하고 마음에 두고 살았는지.... 자신이 가질 수 없다고 판단되면 포기가 아닌 파괴를 택했던 테러리스트.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시킨 그의 운명은?..... 소설 처음 부분을 읽을 때부터 빠져들어간다. 몰입감이 대단한 소설이다.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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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인생 열린책들 세계문학 275
카렐 차페크 지음, 송순섭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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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문학 그 중심에 카렐 차페크가 있었다. 2018년 체코 독립 1백 주년을 기념하여 1백 년간 가장 중요한 체코 작품을 선정한 체코 블타바 라디오 방송 '카논 100'에 바로 '평범한 인생'의 작가 카렐 차페크의 작품이 산문 분야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1890년 말레 스바토노비체라는 체코 북부 산악 지역 마을에서 태어났는데 이곳은 목가적이면서 탄광이 운영되고 산업화가 진행 중이던 곳. 소설 속 어린 시절을 보낸 '나'의 고향에 들어온 철도... 산업화와 자연스레 연결되는 느낌이다.


철학을 전공한 차페크는 앙리 베르그송 철학을 그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진정한 삶의 가치는 기술에 의한 완전한 인간 해방이나 물질 향우의 극대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성 속에서 사랑과 긍정적 태도를 실천하는 평범한 삶에 있다는 것이 그의 문학이 전하는 메시지라 한다.


이 소설은 어느 철도 공무원의 자서전적인 내용으로 크게 철도 공무원인 '나'의 어린 시절, 청소년기,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시인을 만난혼란스러운 시절, 직장과 가정에서의 평범한 삶. 그리고 전쟁과 전쟁 후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 제목 그대로 주인공의 평범한 인생을 쓴 소설이란 생각이 들 즈음 '나'의 또 다른 자아 즉 출세를 위해 몸부림 치는 자아가 나타나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자아와 충돌하고 갈등한다. 이 과정에서 '나'는 자신의 지난 평범한 삶이 욕망과 야심으로 점철된 인생이었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다시 자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소극적이며 방어적인 우울증을 가진 자아가 등장한다.


우리도 저마다 몇 개의 자아를 갖고 살아가고 있다. 소설 속 '나'처럼 평범하고 착하게 살아가려는 자아도 있고 명예욕, 출세욕 같은 욕망을 지닌 자아도 있을 것이다. 또한 홀로 자신의 세계 속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자아도 있을 것이고, 욕망을 억누르며 올바른 길을 가려는 자아 등 여러 형태의 자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많은 자아들은 별개의 것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의 삶 속에 뒤섞여 있으면서 때로는 이 삶이, 때로는 저 삶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렇듯 내면에서 서로 다른 자아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고 인생인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비록 주인공 '나'와 현재의 내가 살아가는 시대와 환경이 다르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내면에 깃든 여러 자아가 충돌과 갈등의 과정을 겪으면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라는 것에 공감을 하게 된다. 우리의 삶은 다른 누군가의 삶에 어떤 형태이든 연결이 되어 있으며, 많은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삶은 더욱 완성되어 가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나'의 인생이 평범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의 다양한 내면적 자아를 만나게 되면서 이 소설은 묵직한 한 방을 날려버린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소설이다. 죽음을 앞둔 인간의 내면적 탐구가 섬세하게 그려진, 너무도 공감되는 '평범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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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유괴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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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무라 교타로는 일본에서는 '국민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은 일본 미스터리계의 거장 중의 거장으로 알려져 있음에도 나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이 '살인의 쌍곡선'. 출간 작품 수가 약 7백 편 가까이 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 알려진 작품을 그리 많지 않다. 그가 쓴 작품을 알고 싶어 검색을 해보는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노령의 거장은 올해 3월 작고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아쉽게도 서점에 올라온 작품으로는 '종착역 살인 사건', '명탐정 따위 두렵지 않다' 정도이고, 이마저도 절판된 상태이다.


'화려한 유괴'는 1977년 첫 출간하였고, 그 후 여러 번 새로운 판본으로 재출간 거듭한 뒤. 2020년에 완성판으로 만들어진 작가 니시무라 교타로의 초기작이면서 대표작이다. 작가의 작품 세계라든지 그의 다른 작품에 대해서는 사실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화려한 유괴'는 다행히 내가 읽은 '살인의 쌍곡선'과 함께 미스터리 애독자들의 '올 타임 베스트 미스터리'로 자주 언급되는 작품이고 작가 스스로 자신의 작품 중 베스트 5로 꼽는 작품이라고 한다.


소설은 그야말로 상식을 뛰어넘는 천재들의 '일본 전 국민 납치' 사건이 벌어진다. 어느 곳이든 자신들이 원하는 시간, 장소에서 인질을 죽일 수 있다고 하는 블루 라이언즈. 천재들의 요구도 기발하지만 그런 소재를 생각해 낼 수 있는 작가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일본 국민 모두를 인질로 잡았다는 그들, 그러나 국민들은 자신이 인질로 잡혔다는 사실을 모른다. 당연히 모를 수밖에.... 결국 납치가 성립되지 않는 납치이다. 그래서 블루 라이언즈는 인질을 죽이는 방법으로 확인시킬 수밖에 없었고, 결국 비행기 폭발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인당 5천 엔을 돈을 보내면 인질에서 해방되어 안전해질 수 있음을 신문사에 알린다......


그 사건을 파헤지는 천재 탐정 사몬지. 열심히 발로 뛰지만 진전없는 경찰에 비해 사몬지탐정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그는 예리한 판단과 추리로 몇 명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천재들의 실체에 조금씩 다가간다. 전 국민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이는 천재들의 두뇌는 과히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속담이 있듯이 천재들 위에는 천재 탐정이 있었다. 이들을 이기기 위한 방법은 단 한가지.... 그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사몬지의 덫에 걸리고 그의 말대로 파멸의 길로 들어서고 만다......


왜 그들은 전 국민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저질렀을까? 작가는 블루 라이언즈의 입을 통해 일본 내각의 총리를 비롯한 당시 정치인들의 이중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을 신랄히 비판하고 있다. 일부의 이익을 위해 국가 예산을 멋대로 배분하여 쓸데없는 다리와 도로를 만들고, 지역구 주민을 위한답시고 논밭 한복판에 유령 역을 만들었다. 또한 일본의 안전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별 쓸모도 없는 전차나 비행기, 군함 따위를 사들이는데 5천억 엔의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말한다. 자신의 이익이 아닌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얼마나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인가를 전국민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블루 라이언즈. 하지만 그들은 옳지 못한 방법을 택했다. 그들 역시 물질만능주의에 젖어 있는 인간일뿐.... 천재 탐정 사몬지는 이 점을 간과하지 않았던 것이다.


비뚤어진 천재 범죄 집단이 벌인 사건과 그 사건을 파헤치는 천재 탐정 사몬지의 대결이 흥미진진하다. 한번 책을 손에 잡으면 내려놓지 못할 정도로 몰입감이 최고인 작품이다. 수많은 범죄 관련 작품을 읽어보았지만, 소재에서 기발함을 보여 준 작품은 별로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옮긴이의 말처럼 진짜 천재는 작가 니시무라 교타로가 아닐까 생각에 나 역시 100% 동감을 한다. 나는 '화려한 유괴'를 통해 멋진 외모의 또 한 명의 탐정을 만났다. 사몬지 탐정을 또 만날 수 있을까?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을 오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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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전3권 + 다이어리 1종 세트 (다이어리 3종 중 1종 랜덤)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은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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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사실주의 소설의 대가 레프 톨스토이. 소담출판사에서 출간한 보라빛 예쁜 표지의 '안나 카레니나'를 다시 읽어 본다. '전쟁과 평화'와 더불어 톨스토이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으며, 도스토에프스키는 이 작품을 "완벽한 예술 작품"이라고 평가할 정도의 찬사를 보내기도 했으며, 토마스 만은 세계 문학에서 가장 위대한 사회소설이라 평한 작품 '안나 카레니나'. 1873년 집필을 시작하여 1877년 약 5년에 결쳐 완성된 안나 카레니나는 제1권 '행복한 가정은 모두 서로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각기 달리 불행하다.'라는 첫 문장을 시작으로 제3권의 마무리는 레빈의 깨달음을 얻는 독백으로 마무리된다.

브론스키 백작을 만나 사랑에 빠진 안나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 세상에 영원한 사랑이 과연 존재할까? 불같이 타오르던 그들의 사랑도 결국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하고 변질되어 간다. 그녀의 오만한 사랑은 스스로를 옥죄고, 온전하지 못한 정신 상태에서 안나는 사랑했던 브론스키를 벌하기 위한 방법으로 죽음이라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결국 행복하기 위해 선택한 길은 행복이 아닌 파멸의 길이었다.

브론스키를 마음에 두고 있는 키티에게 청혼 후 거절을 당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키티와 결혼한다. 키티와의 결혼 생활에 행복해하지만 질투심에 변덕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무신론자인 레빈은 난 무엇이고,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에 대해 끊임 없이 사유하던 중 한 농부의 말을 들은 후 이성으로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을 찾으려고만 했던 자신의 어리석음과 다른 종교들과 그들의 신에 대한 관계에 대해서도 자신에게는 결정할 권리가 없음을 깨닫는다. 결국 레빈은 앞으로도 지금과 달라지지 않는 생활을 살겠지만 매순간의 삶은 무의미한 것이 아닌, 의심할 여지없는 선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당시 러시아 귀족 사회의 사회적인 불평등과 부조리에 깊은 절망을 느낀 톨스토이. 그는 끊임 없는 사유를 한다. 특히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에 대한 내면적 탐구와 정신적 고뇌가 레빈이라는 인물에 투영된 모습을 보인다.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것은 결국 우리의 마음에 달려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등장인물의 의식 흐름 속에 나타난 탁월한 심리 묘사는 소설의 몰입감을 더해주면서 살아있는 인물의 삶에 공감 형성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참혹한 죽음을 선택한 안나. 결국 그녀의 사랑도 카레닌과 색깔만 다를 뿐 허위에 지나지 않은 사랑이었기에 더욱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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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은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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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3년 집필을 시작하여 1877년 약 5년에 결쳐 완성된 안나 카레니나는 제1권 '행복한 가정은 모두 서로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각기 달리 불행하다.'라는 첫 문장을 시작으로 제3권의 마무리는 레빈의 깨달음을 얻는 독백으로 마무리된다. 모든 인간이 추구하는 절대적 가치인 '행복'. 행복의 기준은 무엇일까? 안나는 자신의 행복을 브론스키를 통해 찾는다. 위선적이며 냉정하고, 계산적인 남편 카레닌에게서 그녀는 결코 행복하지 않았기에 정열적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브론스키에게 그녀는 모든 것을 다 걸고야 만다. 그녀는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다 잃었다. 사랑하는 아들까지도 잃으면서도 자신의 행복을 찾아간다.


우아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여인 안나가 자신의 의지에 의해 선택한 사랑의 길. 그러나 그녀는 자신 앞에 펼쳐진 험난한 자갈길을 끝내는 이겨내지 못하고, 정신적 아픔에 시달리다 죽음의 길을 선택하고 만다. 이 세상에 영원한 사랑이 과연 존재할까? 불같이 타오르던 그들의 사랑도 결국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하고 변질되어 간다. 그녀의 오만한 사랑은 스스로를 옥죄고, 온전하지 못한 정신상태에서 안나는 사랑했던 브론스키를 벌하기 위한 방법으로 죽음이라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결국 행복하기 위해 선택한 길은 행복이 아닌 비극적 길이었던 것이다.


안나와 대조적인 인물 레빈. 브론스키를 마음에 두고 있는 키티에게 청혼 후 거절을 당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키티와 결혼한다. 키티와의 결혼 생활에 행복해하고 그녀에 대해 절대적인 사랑을 보이면서도, 키티의 사랑에 자신감 없고, 질투심에 변덕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무신론자인 레빈은 난 무엇이고,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에 대해 끊임 없이 사유한다. 한 농부로부터 포카니치 농부가 영혼을 위해 정직하게 하느님의 뜻대로 살고 있다는 말과 레빈 역시 남을 노엽게 하는 일은 안하지 않느냐는 말 속에서 사유의 해답을 찾는다. 이성으로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을 찾으려고만 했던 자신의 어리석음과 다른 종교들과 그들의 신에 대한 관계에 대해서도 자신에게는 결정할 권리가 없음을 깨닫는다. 결국 레빈은 앞으로도 지금과 달라지지 않는 생활을 살겠지만 매순간의 삶은 무의미한 것이 아닌, 의심할 여지없는 선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당시 러시아 귀족 사회의 사회적인 불평등과 부조리에 깊은 절망을 느낀 톨스토이. 그는 끊임 없는 사유를 한다. 특히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에 대한 내면적 탐구와 정신적 고뇌가 레빈이라는 인물에 투영된 모습을 보인다. 레빈의 깨달음은 학문에서, 책에서, 철학자에게서 얻은 것이 아닌 농부의 말이 시발점이 되어 끊임 없이 괴롭히던 죽음도 극복해 나가게 된다.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것은 결국 우리의 마음에 달려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등장인물의 의식 흐름 속에 나타난 탁월한 심리 묘사는 소설의 몰입감을 더해주면서 살아있는 인물의 삶에 공감 형성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참혹한 죽음을 선택한 안나. 결국 그녀의 사랑도 카레닌과 색깔만 다를 뿐 허위에 지나지 않은 사랑이었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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