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 열린책들 세계문학 246
케이트 쇼팽 지음, 한애경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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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의 휴가는 케이트 쇼팽의 '각성'을 읽으며 보냈다. 처음 접하는 소설가. 그녀의 이름 앞에는 선구적 패미니즘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각성이라는 책을 읽게 된 동기 역시 19세기 후반에 활동했던 그녀의 작품이 궁금해서였다. 여성의 부도덕한 일탈을 그리며 당시 여성상에 어긋나는 가치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출간 후 독자와 비평가들의의 거센 항의와 비난을 받았던 작품. 병적이고 천박하며 공감할 수 없는 소설이기에 결국 절판되었다가 사후 60여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페미니즘 소설의 선구로 조명되며 찬사를 받기 시작했던 '각성'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 작품 속에는 작가 케이트 쇼팽의 삶과 정신이 깊이 반영되어 있다. 오스카 쇼팽과 결혼을 해 뉴올리언스에 정착해 살았던 그녀에게 정신적이고 예술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던 사람은 어린 시절 함께 보낸 외증조할머니였다. 삶의 문제에 솔직하고 용감하게 직면하라는 가르침 때문이었을까 '각성'에서 보여주었던 주인공 에드나의 행보는 자신의 삶이 가정주부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서 살아가는 것에 반기를 들고 자신을 포장했던 거짓 자이를 벗어던지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며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에드나는 부유한 상류층 여성으로 여름 휴가를 가족과 함께 그랜드 아일에서 보낸다. 그곳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휴가를 보내기 위해 이곳을 찾은 아델 라티뇰 부인이 있다. 라티뇰 부인은 에드나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인물이다. 아직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확립되지 않았던 19세기 후반 미국의 남부 뉴올리언즈. 그 당시의 여성은 자식을 우상처럼 떠받들고, 남편을 공경하며, 한 개인으로서의 자신을 없애고 가정의 수호천사가 되어 날개 펼치는 걸 신성한 특권으로 여겼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부합되는 인물이 바로 라티뇰 부인이며, 나중에 에드나의 일탈을 눈치채고 그녀에게 애들을 생각하라는 말을 한다. 그 당시로 본다면 라티뇰 부인은 박수를 받기 충분한 전통적인 여성상이다.


하지만 주인공 에드나 퐁텔리에는 너그러운 친절과 한결같은 헌신을 보여주지만 자신을 현모양처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남편에게 행복함보다는 마음 속에 뭔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느낀다. 그러던 차에 그랜드 아일에서 로베르를 만나고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이 이끄는대로 행동한다. 남편이 있음에도 아로뱅과 가까이 하며, 가정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 그리는 일을 우선시 생각한다. 그리고 남편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그만 집을 마련해 이사를 한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언제부터였을까? 아마도 그녀가 그랜드 아일에서 그토록 무서워했던 바다에 들어가 스스로 수영을 하게 될 때부터가 아닐까.



어떤 여성도 가보지 못한 머나먼 곳까지 헤엄쳐 가고 싶었다.


어느 여성도 가보지 못한 머나먼 곳까지 에드나는 꿋꿋하게 걸어나갔다. 하지만 에드나를 사랑하고 있음을 고백한 로베르는 사회적 관습을 깨뜨릴 용기를 내지 못한 채 그녀 곁을 떠나고 만다. 로베르는 진정 그녀를 사랑했을까?. 아니면 사회적 관습에서 벗어난 사랑의 결말이 두려웠던 것은 아니었을까? 에드나는 주체적인 자아를 찾는데 결국 실패한다. 자신을 구속했던 관습의 틀에서 깨어나 영혼이 이끄는대로 살아가려 했던 그녀는 너무도 높은 사회 규범이라는 장벽을 넘지 못하고 스스로 그랜드 아일의 바다에 몸을 내던진다.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로 생각했던 사회의 관습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졌던 케이트 쇼팽. 그러나 사회는 이 소설가를 비난하고 만다. 역자의 말마따나 19세기 후반 미국의 청교도 사회에서 남성 우월주의에 반기를 들고 여성이라는 주체적 자아를 찾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케이트 쇼팽..... 선구적인 패미니즘 작가임에 알게 해 준 작품 '각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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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탑의 라푼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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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우사미 마코토의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첫 번째로 만났던 '어리석은 자의 독'은 나에게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한 방을 날려준 소설이었다. 이번에 읽은 '전망탑의 라푼젤' 역시 묵직함이 있는 작품이다. 아마도 그것은 아동 학대라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소설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를 흥미진진하게 전개함으로써 몰입감을 더욱 높게 만들고, 뭉클함을 주며 이야기를 끝낸다. 이 작품은 2019년 '책의 잡지가 선정한 베스트 10'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2020년 제33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최종 후보작으로 오른 작품이라는 점에서 읽기 전부터 많은 기대감을 주었다. 제목의 라푼젤은 그림 형제의 동화 라푼젤을 연상시킨다. 탑에 갇혀 세상과 단절된 상태로 살았던 동화 속의 라푼젤이 소설 속에서 어떤 내용으로 전개될지도 궁금하다.



소설은 크게 세 가지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전개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아동 상담소 직원 유이치와 아동 지원 센터의 시호가 이시이 집으로 소타의 행방을 확인하러 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소설의 배경인 다마가와시 남부 지역은 유흥 도시로 추잡하고 혼란스러움이 가득하고 빈곤, 황폐, 폭력 등 많은 문제를 갖고 있는 곳이다. 이곳 출신의 성공한 사업가가 세웠다는 전망탑이 있다. 두 번째는 열여덟 살의 카이와 나기사, 일곱 살 남자 아이 하레의 이야기이다. 카이는 필리피노로 놀림받으며 어릴 적부터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며 살아왔다. 나기사는 어느 누구보다 가장 큰 아픔을 갖고 있는 소녀이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지옥 같은 이곳을 떠나기로 한 두 사람 앞에 창고에 쭈그려앉은, 초라한 행색의 어린 아이가 보게 된다. 말 못하는 아이에게 하레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보살핀다. 왜 하레는 집에 들어가지 않고 길거리를 배회하는 것일까? 세 번째는 불임 치료를 받는 이쿠미와 그녀의 남편 게이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간절히 아이를 갖기 원하는 이쿠미. 이들 부부의 건너편에 사는 어린 아이. 이쿠미는 늘 아버지에게 혼나고 어머니도 신경쓰지 않아 바깥을 어슬렁거리는 어린 아이를 관심을 갖고 보게 된다.



세 가지 이야기는 '아동 학대'라는 공통된 화제로 연결된다. 소타와 하레 그리고 이쿠미의 건너편에 사는 어린 아이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학대와 방치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며, 친오빠에게 어릴 적부터 성폭행을 당한 나기사 역시 부모의 방치에서 오빠의 학대가 시작되었다. 이렇게 서로 각기 다른 사연을 갖고 있는 세 이야기는 어느 순간 다른 이야기가 아닌, 하나의 연결선상에 놓이게 됨을 알고 깜짝 놀란다. 세 이야기가 이렇게 연결될 줄이야. 그리고 소설은 결말로 향하며 작가 우사미 마코토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따뜻한 메시지를 읽게 된다.



그림 동화 속에 등장하는 라푼젤은 나기사에 의해 재구성된다...... 아버지에게 매를 맞고 카이와 나기사를 찾아온 하레에게 나기사는 말해 준다. - 라푼젤은 불쌍한 아이를 보면 자기 머리카락을 내려서 탑 위로 끌려주며, 탑 꼭대기에 올라가면 그뒤로는 아무도 데려갈 수 없기에 불쌍한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장소라고.... 나기사 자신도 지옥 같은 곳에서 학대를 당하며 살고 있지만 언젠가 라푼젤이 자신을 끌어 올려 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살았던 것이다. 나기사에게 이런 희망이 없었다면, 전망탑의 라푼젤이 없었다면 아마 하루도 살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아동 학대..... 소설 속에서 가해진 아동 학대도 그렇지만 아동 학대는 주로 가정에서 이루어지며, 아동 학대의 가해자는 대부분 아동의 부모라고 한다. 소설 속의 이시이와 소타 부자의 이야기는 가장 충격적이다.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며 살았던 이시이가 어른이 되어 자신이 겪었던 불행을 다시 아들에게 안겨주었던 것이다. 잘못된 행동임을 부모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인식하는 잘못된 생각과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학대는 우리 사회가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할 숙제임을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누구보다도 가장 큰 아픔을 지닌 나기사이지만 그녀는 어린 하레를 따뜻하게 품어준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나기사는 그 도시를 떠나지 않고 가게를 운영했으며 어린이 식당을 열었다. 나기사가 멋진 어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전망탑의 라푼젤이 언젠가 자신을 불행으로부터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기사에게 라푼젤은 과연 누구일까? 그녀를 구하다가 죽은 카이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폐창고에서 떨고 있는, 말 못하는 하레에게 나기사와 카이가 라푼젤이었으며. 소타에게 라푼젤은 이쿠미였을 것이다. 작가 우사미 마코토는 아동 학대라는 고통을 안겨 주는 것도 인간이지만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것도 결국 인간의 사랑임을 강조하고 있다. '전망탑의 라푼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인식 변화와 관심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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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53회 나오키상 수상작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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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것은 표지를 장식한 어마어마한 수상들을 보면서이다. 제153회 나오키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일본 서점 대상 등 일본 3대 문학상을 동시 석권한 전대미문의 걸작. 거기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심사평 -'내가 심사를 맡은 이래 단연 최고의 작품이다.'-이 한 몫을 더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흥미진진한 소설일까?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더욱 이 작품이 끌릴 수밖에 없었다. 분명 뭔가 미스터리한 사건이 발생했을 것이고 그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인물이 나와 사건을 진행시켜 나가겠지..... 나름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고 책을 펼쳤다. 그러나 이야기가 기존에 내가 읽었던 미스터리 작품들과는 완전 성격이 달랐다. 뭐랄까 할머니가 옆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1975년 대만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은 1975년 대만의 총통 장개석의 사망을 시작으로 하고 있다. 열일곱 살의 예치우성은 그해 할아버지 예준린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채 죽어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할아버지 예준린을 왜, 누가 죽였을까? 형사도 밝히지 못하는 범인.... 손자 치우성은 할아버지의 죽음을 마음속에 둔채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고자 한다. 이 소설을 미스터리 작품으로 말하는 이유는 아마도 할아버지 예준린의 미스터리한 죽음 때문일 것이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들.... 치우성은 과연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열일곱 살의 예치우성이다. 치우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다양하게 펼쳐진다. 그의 가족들, 학교 친구들, 치우성의 첫사랑 마오마오와의 연애, 군대 생활, 직장 생활..... 치우성의 이야기는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 몰입감도 최고다. 이 소설은 삼 대에 걸친 이야기다. 할아버지 예준린의 삶. 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살짝 중국 근현대사를 알고 읽는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중일전쟁, 국공내전, 대륙을 떠나 대만에 정착한 예준린의 대륙에서의 행적.... 그리고 아직도 대륙에 살아있는 할아버지 예준린의 의형제 마 할아버지로부터 듣는 치우성이 알지 못했던 할아버지의 행적들....이야기는 전혀 지루함을 느낄 사이도 없이 할아버지 죽음에 다가간다.


중국과 대만의 관계는 현재 우리의 상황과 많은 점에서 닮아 있다. 그래서일까 소설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의 심리에 충분한 공감을 느끼며 읽게 된다. 본토로 돌아갈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노인들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국공 내전으로 전쟁과 상관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할아버지의 죽음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일 수도 있다. 할아버지 죽음은 결국 중국의 아픈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치우성의 10대 시절은 삶의 희로애락을 다 겪은 것 같다. 이런 성장통을 겪으며 어른이 된 치우성. 아버지, 할아버지와 다른 모습으로 멋진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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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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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을 말할 때 책과 뮤지컬을 결코 따로 떼어서 생각해 볼 수 없을 정도로 '오페라 유령'은 언제나 나에게 감동 그 자체인 작품이다. 책의 내용과 다른 점은 있지만 뮤지컬 '오페라 유령'을 보았을 2001년 당시 벅차오르는 감동에 관객들이 다 자리를 떠나고 난 후에도 그대로 자리에 앉아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래서일까 20년이 지난 지금 책을 읽는 순간에도 글 한 문장 한 문장 읽을 때마다 뮤지컬의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살아서 꿈틀거린다. 지하 세계에 갇혀 유령으로 살 수밖에 없는 에릭의 크리스틴을 향한 사랑의 과정이 다소 공포스럽지만 그녀의 사랑을 위해 자신의 사랑을 희생한 에릭에게 연민의 마음이 가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오페라 극장에서 일어나는 유령 사건을 시작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과연 유령의 실체는 무엇일까? 오페라 건물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 오페라 극장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은 당연히 오페라의 유령의 짓으로 생각한다. 독자들 역시 가면으로 얼굴을 감추고 있는 오페라 극장의 유령에 대해 궁금증을 안고 읽게 된다. 그리고 유령이 전한 편지 속의 크리스틴..... 유령과 크리스틴의 관계는? 라울의 등장으로 오페라 유령의 베일이 조금씩 밝혀지기 시작한다. 지독히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에릭. 그가 가면을 쓸 수 밖에 없음을 알게 됨으로써 독자는 유령이 아닌 에릭에 연민을 느끼기 시작한다.

크리스틴에게 다가온 목소리....아버지가 하늘나라에서 보내준 음악 천사로 생각한 크리스틴. 그에게서 음악 레슨을 받고, 많은 사람들에게 비로소 인정을 받게 된다. 하지만 라울의 등장으로 그녀는 혼란을 겪는다. '목소리'가 라울을 질투한다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크리스틴은 유령에게서 라울을 지키기 위해 자기의 사랑을 일부러 감추지만 유령 에릭은 모든 것을 눈치챈다. 부모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한 추악한 기형의 얼굴을 한 에릭. 오페라 극장에서 그는 최고이고 싶어했다. 이 세상에 얼굴을 드러낼 수 없는 자신의 존재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의 목소리를 통해 최고임을 증명해 보고 싶었으리라. 그에게서 크리스틴은 곧 자기자신이었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에릭은 크리스틴을 사랑하게 되었다. 처음 느끼는 사랑. 사랑하는 법을 알지 못했던 에릭은 질투의 화신이 되었고 결국 그녀를 납치까지 하게 된다. 크리스틴에 의해 가면이 벗겨지고 자신의 얼굴이 드러나는 에릭. 하지만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온, 그래서 유령이 될 수밖에 없었던 에릭을 가엾게 생각하고 그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진심어린 키스를 하게 되면서 에릭의 닫힌 마음을 열어놓는다. 과연 크리스틴은 그를 사랑했을까? 연민이었을 것이다. 에릭 역시 연민임을 알았을 것이다. 그는 크리스틴의 마음이 비록 연민일지라도 자신을 유령이라는 공포의 대상이 아닌 한 인간으로 대한 그녀를 보고 한없는 눈물을 흘린다. 자신의 왜곡된 사랑이 올바르지 못한 길로 들어서기 전 에릭은 자신을 버린 세상을 용서하고 화해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진정한 사랑법을 보여준다.


평생 누구에게도 받아보지 못한 사랑을 받은 것으로 에릭은 세상과 화해했다. 사랑이라는 너무도 평범한 욕망이 크리스틴으로 하여금 충족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한 인간으로서 인정받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 사랑했던 여인을 라울에게 떠나보내는 에릭. 너무도 가슴 아픈 한 남자의 사랑법이 아직도 내 가슴 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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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 - 미사키 요스케의 귀환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6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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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카야마 시치리의 선물입니다.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6으로 다시 만나게 된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합창 - 미사키 요스케의 귀환'. 이미 선보였던 다른 미사키 요스케의 작품도 좋지만 이번 작품은 책을 잡은 순간부터 흥미로웠다. '다시 한번 베토벤'에 등장했던 사법 연수원 시절의 아모의 등장도 반가웠고, 내가 아직 읽지 않은 책에 등장했던 악덕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 괴짜 부검의 미쓰지키 교수, 사이타마 현경의 와타세와 고테가와 등의 등장도 신선했다. 거기에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역시 반가운 인물이다. 아, 그래서 이번 '합창 - 미사키 요스케의 귀환'을 나카야마 시치리 월드 인기 캐릭터 총출동이라고 했는가? 아참, 얼마전 읽었던 '비웃는 숙녀 두 사람'에 등장한 우도 사유리 역시 살짝 언급되었다.

자신의 진로와 관련하여 아버지와 갈등을 빚고 있는 미사키 요스케. 그는 사법연수원생 시절 아모가 몰래 준비한 교향악단 정기공연에서 베토벤의 '황제'를 들은 후 법조계를 떠나 피아니스트로서의 진로를 확실하게 결정한다. 그것이 고마웠을까? 이번 작품은 그 후 10년이 지난 후 아모는 유치원생 세 명과 유치원 선생님 두 명을 마약을 한 채 무참히 살해한 '사상 최악의 흉악범' 센가이 후히토의 담당 검사가 되고, 그를 소환하여 조사하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게 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센가이가 자신의 손에 들린 총에 맞아 죽은 일이 벌어지게 된다. 과연 아모가 센가이 후히토를 죽인 것일까?


미사키 요스케가 귀환하게 된 이유는?

도입 부분에 일어난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다. 검찰에 송치된 센가이 후히토는 마약을 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었기에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항간에서는 센가이가 일본 형법 39조는 심신 상실 상태에서 저저른 일이기에 죄를 물을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형법 제 10조 2항에 따라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술, 마약 등 향정신성약물로 심신미약 상태에 빠진 경우 감경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조두순 역시 술에 취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점을 인정해 너무도 가벼운 징역 12년형을 내려졌던 것이다. 이런 점을 떠올리며 소설의 주된 내용이 센가이 후히토가 계획적으로 저지른 범행임을 밝히는 흥미진진한 과정이 전개되지 않을까 생각하던 찰나,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버렸다. 담당 검사 아모가 그를 총으로 쏘아 죽인 것이다. 누가 과연 그를 변호해 줄 것인가? 바로 부분에서 우리의 천재 피아니스트 미사키 요스케가 등장한다. '미시키 요스케의 귀환'이라는 제목과 자연스레 이어졌다.

드디어 등장한 미사키 요스케. 역시 멋져!!!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떨치는 그는 모든 스케줄을 미루고 10년 전 피아니스트로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했었던 아모 검사를 위해 귀환한 것이다. 그리고 그를 위해 엄청난 돈을 주고 미코시바 레이지에게 변호를 맡긴다. 상대 검사는 고검의 차석검사이며 요스케의 아버지인 교헤이였다. 그렇다면 교헤이와 레이지의 대결인가? 요스케는 어떤 역할일까? .......요스케의 역할이 미미할 것이라 생각하면 안돼요.....^^ 아모의 무죄를 밝혀가는 과정을 읽으면서 우리는 사법 시험에 수석 합격했던 요스케의 모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또한 미코시바 레이지의 부상으로 아모의 특별 변호인으로 선임되고 아버지와 맞서게 된다. 그가 법정에서 펼쳐보이는 변론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구원과 화합의 하모니 '합창'

제목 합창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합창은 두 사람 이상이 함께 부르는 노래이다. '합창 - 미사키 요스케의 귀환'은 아모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한데 모여 손을 잡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이다. 즉 모두가 조금씩 함께 입을 맞춰 부르는 합창과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은 베토벤의 제9번 교향곡 '합창'의 4악장과 4악장 속의 남자 베이스 독창자가 불렀던 '오, 나의 벗이여, 이런 소리가 아니라네.'를 소제목으로 하여 총 5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 나의 벗이여, 이런 소리가 아니라네. 더욱 즐겁고 희망찬 노래를 부르자!'라는 가사처럼 기쁨과 환희의 송가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사상 최악의 흉악범' 센가이 후히토의 범행. 과연 극악무도한 조두순처럼 심신 미약의 상태에서 저지른 죄에 대한 감경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생각해 보았다. 아모를 구하기 위해, 아모 조차도 잊었던 약속을 지켜 귀환한 미사키 요스케. 천재 피아니스트이지만 사법 연수원 수석 합격자답게 그가 보였던 타고난 추리력과 판단력, 관찰력은 다른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를 아직 읽지않은 독자라하더라도 그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할 것이다. 구원과 화합의 메시지를 다룬 작품 '합창'. 우리가 사는 세상. 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어서 빨리 화합의 세상이 오기를 기원한다. 다음 시리즈 '이별은 모차르트' 역시 눈빠지게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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