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팡세 클래식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 팡세미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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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앤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린 모두 각자의 빨간 머리를 가지고 있다.

- 소설가 천선란


긍정의 아이콘

매슈의 농사일을 돕기 위해 남자 아이를 입양하기로 매슈와 마릴라 남매. 하지만 전달이 잘못되어 빨간 머리의 여자 아이가 대신 오고, 다시 고아원으로 돌려보내려했던 마릴라는 마음을 바꿔 함께 지내게 된다. 앤과 매슈, 마릴라... 셋은 이렇게 함께 가족으로서 맺어질 운명이었나보다. 부모를 잃고 여러 집을 전전하면서 아이들을 돌봐야했던 불쌍한 처지였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긍정적인 자아를 형성해 간 앤이었기에 그런 앤의 밝은 에너지가 이 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아니었을까? 앤 그녀는 긍정의 아이콘이다.

앤과 마릴라, 매슈

어린 시절 방영되었던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 사물을 의인화해서 이름을 붙이는 등 앤은 남들과 다른 표현력을 갖고 있으며, 또래의 친구들보다 감수성과 상상력이 풍부하다.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앤이 자칫 어른들이 볼 때 버르장머리 없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앤이 어른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마릴라와 매슈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독신으로 오랫동안 살았던 마릴라로서는 수다스럽고, 공상 속에 빠지기 잘하고, 주의력이 부족한 앤에 대해 엄하게 교육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반면 마릴라가 부족한 점은 뒤에서 매슈가 든든하게 앤의 버팀목 역할을 해 주었다. 엄마와 같은 자상함, 앤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신뢰가 있었기에 앤이 예쁘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앤은 마릴라과 매슈의 삶의 기쁨이 되었고, 활력소가 되었다. 이렇게 세 사람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되어 갔다. 자식을 낳아서 길러보지 못한 매슈에게서 우리는 오히려 부모다움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행복해지는 이야기

우리나라에서는 '빨강머리 앤' 애니메이션이 1985년에 방영했다고 한다. 그 시절이면 나는 분명 어른인데도 거의 빠짐없이 '빨강머리 앤'을 시청했던 기억이 있다. 어린아이는 물론 어른까지 빠져들게하는 매력이 분명 '빨강머리 앤'에는 있다. '앤'이라는 이름과 함께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애니메이션에 등장했던 주근깨 투성이의 동그란 눈을 가진 앤의 모습이다. 마음껏 상상하고 생동감 있게 살아가는 앤을 보면서 같이 행복해하고, 역경이 닥치면 같이 슬퍼하면서 그녀만의 긍정의 마음으로 그 역경을 딛고 일어나기를 바라게 된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앤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하게 되는 것이다. 앤은 바로 '나'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꿈을 향해 전진하는 앤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것은 호기심도 많고 관심이 많다는 것과 연결이 된다. 앤의 상상력은 자유로운 사고의 원동력이 되었고, 자연스레 공부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라이벌인 길버트와 경쟁을 하면서 교사라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한 끝에 우등생이 되고 대학 진학까지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매슈의 죽음으로 앤은 자신의 진로를 우회하게 되지만 앤은 섭섭해 하지 않는다. 대학 진학의 꿈이 멀어져갔지만 실망하거나 죄절하기보다는 앤다운 긍정적인 사고로 멋지게 한고비를 넘어간다. 그런 점이 독자들이 앤에 빠지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현실 도피가 아닌 자신만의 방법으로 현실을 대처해가는 앤, 절대 무너지지 않는, 오뚝이 같은 앤을 우리는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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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의 살의
미키 아키코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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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기만의 살의'는 2021년 '본격 미스터리 대상' 최종 후보작다운 묵직한 작품이다. 소설의 핵심적인 내용은 니레 가에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이 중심이 된다. 1966년 니레 가에 일어난 살인 사건을 시작으로하여 2008년 니레 가의 마지막 남은 생존자인 하루시게와 도코의 자살 사건으로 마무리가 된다. 니레 집안의 당주였던 이이치로의 오칠일에 이 집안의 장녀 사와코와 손자 요시오가 독살되었다. 누가 이 두 사람을 죽였을까? 이렇게 사건은 니레 가문의 두 사람이 독살되면서 시작된다.


미스터리추리소설을 읽을 때는 문장 하나하나 허투루 읽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등장 인물을 의심하면서 보게 되며, 혹시 모를 트릭이 어디에 숨어있을지 생각도 이곳저곳 살펴보면서 읽는다. 이번 작품 '기만의 살의'는 책 띠지에 아예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문장 한 줄, 단어 하나, 심지어 문체와 형식까지 모든 것이 트릭이다!" 어떤 트릭이 숨어있을까? 미스터리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읽기전부터 호기심이 잔뜩 일으킬만한 문구이다.




변호사인 주인공 하루시게는 두 사람의 살인범이 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정황이 자신에게로 향한 이상 더 이상의 부정은 오히려 사형이라는 판결이 내려질 수 있기에 그는 거짓 자백을 하고 감옥 생활을 하게 된다. 무려 40년이 넘도록.....오직 살아남기 위해서.....


하루시게는 결국 2008년 감옥에서 나오게 된다. 그리고 니레 가의 마지막 생존자 도코에게 편지를 보낸다. 이 소설의 내용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편지이다. 하루시게가 도코에게 보낸 편지가 3통, 도코가 하루시게에게 보낸 편지 2통 총 5통의 편지.... 소설의 많은 부분을 편지에 할애한만큼 우리는 그 편지들을 문장 한 줄, 단어 하나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어떤 내용이 트릭일까? 어떤 트릭이 숨어있을까? 머릿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떠올리며 읽을 수밖에....


편지 내용속에는 그간 알려지지 않은 두 사람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누구를 감싸기 위한 거짓 자백이었을까? 도코 역시 하루시게가 범인이 아님을 알고 있다. 40년을 넘게 범인으로 몰려 죄도 없이 감옥에서 보낸 하루시게 입장에서 볼 때 진범을 꼭 찾고 싶었을 것이고, 니레 가를 마지막으로 지키고 있는 처제 도코에게 의견을 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독살 사건의 진범은 과연 누구일까? 두 사람이 주고 받는 편지에서는 고도의 심리전이 펼쳐진다. 범인이 누구일까에 대한 생각이 일치하지 않는다.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범인을 좁혀간다. 문장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문장 하나하나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반박하면서 범인을 찾게 된다.


그런데 왜 그들은 각기 다른 장소에서 자살을 선택했을까? 자살을 할 수밖에 없는 또다른 이유가 있을까? 이 모든 수수께끼는 그들이 죽은 후 또다른 편지 속에서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만다. 소설이 끝날 때까지 안심하면 안된다. 반전이 도사리고 있으니까... 기만은 누구에 대한 기만일까? 하루시게를 향한 기만일지 도코를 향한 기만일지 아니면 독자를 향한 기만일지...... 책을 덮을 때 즈음 세상을 기만한 하루시게에게 뒷통수를 맞았지만 오히려 그에게 측은지심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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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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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라는 인물 앞에 붙은 수식어 '그리스인'. 어떤 점 때문에 조르바를 그리스인으로 강조한 것일까? 그리스인다운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제목을 보면서 누구나 떠올리는 생각일 것이다. 이 작품은 조르바가 두목이라 부르는 '나'가 조르바를 만나 실체와 생생함이 없는 이념뿐인 자신의 삶을 조금씩 벗어던지는 모습을 담고 있는데, 자유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작가가 실제 조르바라는 인물을 만나서 경험했던 내용을 쓴 자전적 소설이다.

1883년 터키의 지배하에 있었던 크레타 섬에서 태어났다. 젊은 시절 인간 개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니체의 철학에 빠진 카잔차키스는 중년에는 정치권에 뛰어들었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 글을 통해 그리스의 역사에 대해 얕게나마 살펴본다. 조르바의 '자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근대 그리스의 역사를 다 옮길 수는 없지만 소설 속 '나'는 터키의 지배에 놓여 있던 크레타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가 맞닿은 전쟁터에서 자랐다. 조르바 역시 크레타 반란군에 가입하여 치열한 싸움을 했으며, 오르탕스 부인은 크레타가 러시아,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열강이 개입했던 젊은시절의 이야기를 한다. 한때 4개 열강의 제독들을 사로잡았다는 그녀의 회상 속에는 크레타섬이 겪었던 전쟁의 상처가 고스란히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경험보다는 책과 이념을 통해서 살아가는 행동하지 않는 지식인이며 이상주의자인 '나'와 다르게 조르바는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사는 행동가이며 감각적인 인물이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 '나'는 조르바를 만나 갈탄광 개발을 하는 동안 점점 조르바에게 빠져들게 된다. "인간의 영혼이란 기후, 침묵, 고독, 함게 있는 사람에 따라 눈부시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네."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 자신의 삶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음을 드러낸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든 것일까?

조르바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며, 과거와 미래에 얽매이지 않고 현실에 충실한 사람이다. 그의 여성에 대한 인식은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볼 때 난감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오르탕스 부인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조르바의 모습을 통해 열정적이고 인간적인 욕망에 충실하며,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인물로만 그를 생각하려 한다. 이념과 제도로부터 얽매이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현재형 인간 조르바로서......책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했던 '나'였기에 조르바의 행동과 사고는 놀라움 그 자체였을 것이다.

두 사람이 극렬한 대립을 보였던 '조국'의 실체.... 조르바는 말한다. "내 조국이라고 했어요?.... 당신은 책에 쓰여 있는 그 엉터리 수작을 다 믿어요?" 조국 같은 게 있는 한 인간은 짐승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덜어내면서 인간이 되고 있다는 조르바. 언제나 쾌활하고 단순하게, 근심 걱정 없이 세상과 어우러지는 조르바에게 전쟁의 허무함을 피부로 느꼈던 이야기는 결국 '나'를 눈물 짓게 만든다.

오랜 전쟁과 내전 속에서 점점 전쟁의 당위성은 사라져 간 상황 속에서, 목숨을 바친 조국은 결국 인간을 짐승처럼 만들어 버렸음을 조르바는 깨달았던 것이다. 그가 외쳤던 자유는 바로 이런 값어치 없이 희생되어 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의 자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의 방식대로, 그 어떤 제도의 얽매임 없이 자신의 현재 삶에 최선을 다하며 살았던 조르바. 우리는 이런 조르바의 자유를 열망하는 것이다. 한번 뿐인 자신의 인생, 부질 없는 욕심, 남들의 시선과 평가 따위는 모두 벗어던지고 주체적으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조르바. 그가 추구했던 자유는 솔직함이며, 인간다움이며, 행복이며, 욕심을 초월한 삶이었다. 나는 과연 조르바처럼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나에게 있어 '자유'라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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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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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에서 창립 35주년을 기념하여 주옥같은 세계문학 중단편을 모아 noon 세트 10권과 midnight 세트 10권을 출간하였다. midnight 세트에는 변신, 이방인, 인간 실격,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비곗덩어리, 타임머신, 6호병동, 도둑맞은 편지, 이반 일리치의 죽음, 죽은 사람들이 들어 있다. noon 세트은 이미 읽은 책들이 대부분인 것에 비해 mignight 세트는 네 작품밖에는 읽지 않았다. 이들 작품들을 우리는 왜 명작이라 부를까를 생각해보았다. 읽고 난 후 가슴에 주는 무게감은 정말 묵직했다. 묵직한 것들은 오래도록 가슴 속에 남기 마련이다.

내가 마치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함께 떠나보는 길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가슴 아파하기도 하고, 때로는 속상해하고 안타까워 하면서 주인공과 함께 거의 두 달 넘는 시간을 보냈다. 암초들이 가로막고 있어 힘들게 할 때도 있었지만 이번 독서 여행은 정말 뿌듯했다. 나에게 독서는 나의 삶을 성찰하게 만들고, 의미있는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짐으로써 나를 성숙하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열린책들에서 창립 35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세계문학 중단편집을 읽으면서 보낸 두 달은 정말 의미있는 시간들이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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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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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에서 창립 35주년을 기념하여 주옥같은 세계문학 중단편을 모아 noon 세트 10권과 midnight 세트 10권을 출간하였다. 오래 전에 읽었다고 책장에 그대로 꽂아두었던 작품, 너무도 유명해서 왠지 손이 안갔던 작품, 내용이 심오해서 다 읽지 못하고 덮어두었던 작품, 읽어야지 하면서 이 핑계 저 핑계로 아직 읽지 못한 작품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noon 세트에는 우리에게 낯익은 작품이 많이 보인다. 어린왕자, 동물농장, 노인과 바다. 자기만의 방, 행복한 왕자, 토니오 크뢰거, 백야, 벨낀이야기,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 푸른 십자가...

이번에는 작정을 하고 읽었다. 편협한 나의 독서 습관을 고치고자..... 명작이라는 수식어는 괜히 붙는 것이 아님을 이번에도 절실히 느낀다. 다른 어떤 책들을 읽었을 때보다 읽고 난 후 느끼는 감동은 배 이상으로 다가왔다. 그 뿌듯함은 읽어본 자만이 알 수 있는 기쁨일 것이다. 장편이 아닌 중단편을 모은 것이라 읽기에도 큰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열린책들에서 종종 이런 중단편을 모아 출간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기회를 갖을 수 있도록 좋은 명작을 선별해 출간한 열린책들 출판사에도 감사한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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