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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ㅣ 어느 지하생활자의 행복한 책일기 1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나에게는 두 가지 꿈이 있다.
첫번째는 인도에서 짜장면 팔기이다. 달달한 짜이를 하루 몇잔씩 마시는 엄청난 인구 대국에서 카레만 편애한다는 의문에서 나온 생각인데 짜장면이라면 무조건 사랑받을 거 같다. 베지테리언 대세이니 돼지고기 식감을 대체할 무엇을 찾고 레시피의 현지화가 필요할 듯 하지만 카라멜이 함유된 한국식 춘장은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실현하기 위해 나에게는 긴 수명과 체력과 재력이 필요할테다. 뭐 지금이라도 나의 참신함과 몰두력 그리고 실행력을 믿어주는 인내심 많은 투자자가 나타난다면 불가능하진 않다고 본다.
두번째는 완행열차만 다니는 기차역 앞에서 헌책방을 여는 것이다. 내가 읽어 좋았거나 이런 귀동냥 저런 추천사에 읽고 싶거나 그런 책들. 또 도저히 내가 읽을 자신은 없지만 언젠가 피고 되고 살이 될 수 있을거 같아 보이는 책. 소위 지식 수준을 과대 포장할 장식물 같은 책들을 서가에 꽂아 놓고 여행자 위주의 손님을 기다린다면 폼날 거 같다. 도달하지 못한 지적 허영심이 대리충족될 거 같은 기대감 뿜뿜이다. 셰프도 바리스타도 필요없이 방문자를 위한 간단한 간식과 차를 곁들여 싸게 판다면 지금의 나같은 방랑자에겐 여행 중 만나는 저렴하고 좋은 휴게소가 될 것이다.
책방은 유일할 필요는 없다. 도시마다 동네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거 같다. 다만 책방지기는 소박하고 검소한 여생을 각오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나에게는 두번째 꿈 마저도 긴 수명과 체력과 재력은 여전히 필요할 듯 하다.
- 윤성근님의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SARURU 펜으로 낙서하면서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