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일 : 25.03.26한줄평 : 내가 나비의 꿈을 꾸는 것인가? 아니면 나비가 나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장자, 호접몽)마음에 남은 문장 : 그 서운함이, 종이에 베인 상처처럼 작고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으면서도 꽤 오래 아플 것 같았다. 감상평 : 각자의 욕망과 처지가 다른 네 사람. 불가사의한 힘을 지닌 수첩. 인간의 어두운 단면을 통해 알 수 없는 세상이 고개를 내민다. 긴 시간을 현실과 꿈이 혼재하는 삶을 살아가며 운명은 그들을 다시 마주하게 만든다.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함이 유혹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우리는 현실에서 꿈을 꾸는 사람이니까.장자의 호접몽이 생각나는 소설이었다. 등장인물들의 현실과 꿈의 경계가 구분되지 않아서 읽으면서도 혼란스러웠다. 모든 것은 수첩에서부터 시작된다. 누구든 펼쳐보기만 하면 기묘한 일이 벌어진다. 금기된 힘을 끌어다 쓰는 기분이었다.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수첩을 봤기에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속절없이 수첩의 힘에 이끌려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한 꿀 속으로.
완독일 : 25.03.24한줄평 : 옛날이 되어버릴 우리에게마음에 남은 문장 : 모두 똑같은 달력을 넘기고 있지만, 살아가는 시대는 제각각이니까.감상평 : 우리는 모두 미래를 향해 간다. 시간이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흘러가고 있으니까. 할 수만 있다면 붙잡고 늘어지고 싶은 과거의 순간을 놔둔 채 말이다. 아홉 편의 단편들은 서로 다른 주인공과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공통점들도 종종 보인다. 남해가 유독 자주 배경으로 등장한다거나 SF 판타지스러운 글도 있고 누군가의 일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글도 있다. 글을 쓰는 사람도 꽤 자주 등장하기도 하고.미래에서 간혹 과거가 그리워진다면 펼쳐본다. 나와 우리의 이야기를.
완독일 : 25.03.19한줄평 : 행복한 삶에 필요한 것마음에 남은 문장 : 효과적으로 자율성을 부여했는데 잘 풀리지 않는 일은, 철저하게 통제한다고 해도 결국 안될 일입니다.감상평 :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 세 가지 키워드로 알아보는 행복한 삶으로 향하는 자세. 살면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 포인트들. 지금 나의 현재는 내가 원해서 선택한 모습인가? 질문을 던져봤다. 사실 백프로 내가 알아서 결정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애초에 누군가가 내민 선택지 중에서 골랐던 것도 있으니까. 하지만 내가 정말 원해서 선택했던 일들이 늘어가고 거기서 오는 기쁨은 순도가 높다. 정신없이 빠져든다. 무언가 결정할 일이 생길 때는 내가 원하는 바를 한번 들여다보자. 정말 나를 위한 삶을 위해서!
완독일 : 25.03.16한줄평 : 남해를 소개합니다마음에 남은 문장 : 복잡한 고민의 실타래가 풀린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사라진 것 같기도 하고, 어딘가에 있는데 그냥 숨겨둔 것 같기도 하고.감상평 : 이 책을 읽으면서 작년 11월에 다녀온 남해의 겨울이 떠올랐다. 다녀온 지 오래되지 않은 여행지에 대한 책이라니. 내적친밀감이 느껴졌다. 그 겨울에도 온기를 품고 있던 남해였기에 작가님의 제일 좋아하고 자주 간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할 수 있다면 틈나는대로 기웃거리고 싶은 곳이니까. 생각지 못했던 따스함이 스며들었던 남해의 기억. 그때 이후로 남해의 다른 계절이 궁금해졌다. 읽는 동안 남해를 자주 다녔던 만큼 소개해주는 장소들이 키포인트처럼 튀어나와 즐거웠다. 겨울에는 관광객이 많지 않아서인지 많은 가게가 문을 닫고 휴가를 떠날 때가 많은 듯 하다. 그래서 여행을 갔을 때 유명하지만 닫힌 문만 바라보고 온 곳들도 많았다. 그런 장소들을 추천 목록에서 발견할 때면 잘 찾아두긴 했나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꼭 가고 말겠다는 다짐과 함께. 꼭 유명한 곳이 아니어도 직접 가본 곳들을 추천해줘서 다음 남해 여행에는 방문하고 싶은 곳이 잔뜩 늘어났다. 사진 찍는 꿀팁도 중간중간 있어서 참고하기 좋다. 서툴어도 카메라에 풍경을 담아 기억에 저장해본다. 힘든 순간에 찾아오고 싶은 마음의 여행지를.
완독일 : 25.03.16한줄평 : 미래에서 보여주는 슬픔마음에 남은 문장 : 이따금 식은땀을 흘리고 가슴을 두근거리며 한밤중에 일어나 보면, 포털이 내 방 안에 있다는 기분이 엄습했다. 상처처럼, 나를 볼 수 있는, 나를 아는 상처처럼.감상평 : 읽으면서 미래의 방식으로 슬픔을 보여준다고 느꼈다. 차마 털어놓지 못했던 슬픔들은 우주에 구멍을 냈고 그건 포털이라는 존재로 나타났다. '우리에게는 슬픔이 부족하지 않았다'라는 짧은 문장의 여운이 오래도록 남았다. 버전들을 보면서 신기술이 불러오는 장단점들이 있지만 정해진 프로그래밍 내를 맴돌 수 밖에 없는 운명의 슬픔을 느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먹먹함만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