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과거
은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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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저자의 글은 막힘없이 읽어내려가다가도 다시 곱씹게 되고 계속해서 생각나는 문장이 하나 둘, 하고 늘어가게 되는 맛이 있다. 그리고 이책의 시대와 나의 시대는 맞지 않지만 내가 지나온 대학생활을 다시 돌이켜보게 한다. 제목 <빛의 과거>처럼 낡은 필름카메라 속 필름들이 촤르르하고 펼쳐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책을 읽다보면 공감가는 문장들이 많이 나오는데 유독 이 문단이 기억에 남는다.

- 종종 내가 왜 이처럼 비관적인가 생각해볼 때가 있다. 어떤 일이든 내가 주도하기를 피해 비껴서 있다 보니 누군가의 처분을 기대하는 입장이 되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누군가를 미리부터 불신하거나 혹은 내게 호의적이지 않을 거라고 단정해버리는 건 또 왜 그럴까. 혹시 지금까지 나를 왜곡시킨 힘들을 폭력이라고 생각하기보다 피할 수 없는 부당함이라고 받아들여버리는 비겁함이 세상에 대한 비관으로 나타나는 것인가.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수동성이야말로 비관보다는 낙관의 도움을 바라는 태도일 텐데 말이다.

알면서도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때가 생각이 났다. 비관적인 생각들로 방울방울 이루어져 있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떤지도 생각해보게 되었고. 이렇듯 스쳐지나간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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