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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꿈들 - 장소, 풍경, 자연과 우리의 관계에 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양미래 옮김 / 반비 / 2022년 11월
평점 :
"장소는 우리에게 가르침을 준다. 우리가 그것을 허하기만 한다면."
리베카 솔닛의 <야만의 꿈들>은 그녀에게 글 쓰는 법을 가르쳐준 네바다 핵실험장과 희망을 품는 법을 가르쳐준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란 장소를 통해 풍경, 자연과 우리의 관계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솔닛은 반핵운동을 위해 찾은 장소인 네바다 핵실험장에서 '식민지'로서의 미국 서부 역사를 발견했다.
📚"핵물리학의 역사, 군비경쟁, 반공주의, 시민 불복종, 아메리카 원주민의 토지 권리를 둘러싼 투쟁, 환경 운동, 그리고 유대-기독교에 영감을 불러일으킨 듯한 사막을 향한 신비주의와 광적인 믿음 등이 전부 하나로 합쳐져 네바다 핵실험장을 단지 자연지리학이 아닌 문화지리학의 일부로, 단순히 구체적인 장소만이 아니라 추상적이기도 한 장소로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무언가가 수렴하는 장소는 언뜻 무관해 보이는 역사들을 맞붙이며, 그로써 역사들이 하나로 합쳐지면 우리의 개인적 역사와 공공의 역사와 이야기들 속에서 새로운 연결고리를, 심지어는 충돌까지 발견할 수 있게 된다.-.p.57
그래서 찾은 곳이 요세미티 국립공원. 겉보기엔 핵실험장과 상통하는 구석이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장소의 역사를 들여다봄으로써 인간들이 자연에 미친 악영향을 고발하고 성찰로 이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정말 방대한 내용을 다루는데 놀랍게도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래서 그녀의 지성과 필력, 삶에 대한 자세에도 감탄하게 되지만 정보량이 너무 많아서 솔직히 머리가 다 아팠다. #오웰의장미 도 비슷한 느낌이었음…😂
장소로부터 가르침을 얻으려면 우리의 허락이 선행되어야 하듯이, 솔닛의 책으로부터 무언가 얻고 싶다면 반드시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고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 고로 난 빼박 재독각. 아하하하하 😂
📚장소 자체가 나의 글쓰기 스승이었다. 장소는 역사, 수렴, 경험의 복잡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왔다. 어쩌면 그건 작가를 겨냥한 질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장소가 제기한 질문 중 일부는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었다. 이를테면 네바다 핵실험장은 전쟁의 본질과 권력의 본질에 관해 물었다. 40년 동안 네바다 사막에서 한 달에 하나씩 핵폭탄이 터졌음에도 어째서 사람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핵전쟁이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를 무시무시한 일이라고만 생각하는 걸까? 점점 더 강력해지는 핵무기가 취약성과 위험만 강화하는 듯했을 때 그걸 가능하게 한 힘은 어디에서 비롯한 걸까? 우리가 폭발하는 작은 항성들과 10만 년 동안 사라지지 않을 독성 물질들을 생성하는 능력, 전면적인 핵전쟁으로 지구 생명체의 상당수를 절멸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을 때 인간적 척도(human scale)의 의미는 과연 얼마나 달라진 걸까? 우리 각자가 벌인 일에 대해 무엇을 해야 하고 또 무엇을 할 수있을까? 보통 사람들이 가진 권력과 책임은 무엇일까?-p.13~14
📚새로운 장소든 오래된 장소든 내가 있는 장소를 이해하려면 내가 떠나온 장소를 알아야 하며, 그런 점에서 진정으로 완전한 의미의 기억상실증을 가진 사람만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서 어딘가에 도착할 수 있는 듯하다. 우리는 모두 역사와 욕망이라는 짐을 짊어지고 있다. 그러니 때로는 그냥 앉아서 짐을 풀어보는 것이 좋다.-p.58
#도서제공 #반비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