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도살장 (그래픽 노블)
커트 보니것 원작, 라이언 노스 각색, 앨버트 먼티스 그림, 공보경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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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유머와 반전소설의 대가라는 커트 보니것의 세계를 경험했다! 마.침.내.!!!

몇달 전, <타이탄의 세이렌>에 입장했다가 뛰쳐나온 후론 엄두가 안 났었는데 알쓸인잡 덕분에 재도전, 그래픽노블이란 형식 덕분에 완주할 수 있었다. 

저자: 커트 보니것(원작), 라이언 노스 (각색),
앨버트 먼티스 (그림)
번역: 공보경
출판: 문학동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포로였던 저자의 자전적 소설인 이 작품의 주인공은 빌리 필그림. 22살에 독일군 포로가 되어 드레스덴에서 가축 도살장으로 쓰이던 '제5도살장'에 갇힌 주인공 빌리가 시간에서 풀려난다. 

때로는 독일군 전선 후방으로, 때로는 그를 납치한 트랄파마도어 행성의 동물원으로, 때로는 자신이 죽는 순간 등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어떤 시간으로 흘러갈지는 통제할 수가 없다. 그래서 빌리는 발작하듯 시간 사이를 떠돌며 늘 두려워한다. 때문에 작품은 정신분열증을 겪는 느낌으로 각색되어 있다.

보니것의 모든 작품에 등장한다는 트랄파마도어인들은 45세의 빌리를 납치한다.  모든 순간은 동시에 존재한다고 말하는 그들은 모든 순간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시제 없는 언어, 이미지적 문자를 사용한단 측면에서 영화 <컨택트>(2017) 속 외계 생명체와 비슷하다.

빌리가 여행하는 시공간은 크게 두 개로 나눌 수 있다. 전쟁이란 비극이 벌어진 지구와 우주의 유인 행성들을 관찰하는 트랄파마도어 행성. 

지구에서의 이야기는 전쟁의 참상을 담담히 고발하는 반전 소설로 작용하고, 트랄파마도어 행성에서의 이야기는 운명론을 말하는 듯 삶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데 별다른 극적 요소 없이 모든 것이 의미심장하다.

빌리는 시공간을 초월하며 수많은 죽음을 목격할 때마다, 그러니까 무려 106번이나 '그런 거지 뭐 (so it goes)'라며 냉소한다.

처음엔 13만 명 이상의 민간인이 희생된 드레스덴 폭격 한복판에서 살아남은 보니것이라 취할 수 있는 자세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인간은 모두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것이 결코 끝은 아니다. 그러니 개의치 말라'처럼 다가온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 이 순간에 살면 된다' 같기도 하고.

보니것의 트레이드 마크라는 블랙 유머의 묘미를 즐기지 못했음에도 생각할수록 짜릿하다. 보고싶은 관련 콘텐츠도 많고 독서모임도 하고 싶고. 완전 블랙홀 같은 작품 세계를 만난 듯!

⚡️⚡️#제5도살장_그래픽노블 강추합니다⚡️⚡️

#도서제공 #문학동네 #제5도살장 #커트보니것 #알쓸인잡 #책추천 #영화추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들어보라, 빌리 필그림은 시간에서 풀려났다! -p.16

📚 하느님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차분한 마음과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와 언제나 그 차이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p.44

📚나는 트랄파마도어인이고, 당신이 쭉 뻗어나간 로키산맥을 한눈에 보듯 모든 시간을 봅니다. 말 그대로 모든 시간이죠. 변하지 않아요. 설명할 수 없어요. 그냥 그런 거니까요. 시간을 한 순간씩 떼어놓고 보면, 아까 내가 말했듯이, 우리 모두가 호박 속에 갇힌 벌레인 걸 알게 될 겁니다.-p.75

📚나는 우주의 유인 행성 서른한 곳을 방문했고, 행성에 관한 백 개 이상의 보고서를 살펴봤습니다, 필그림 씨. 그중 지구에서만 ‘자유의지’에 대해 얘기합니다. -p.75

📚끔찍한 시간은 무시하고 좋은 시간에 집중하라.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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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
메리 셸리 지음, 이경아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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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알쓸인잡> 덕분에 <애드 거 앨런 포 단편선>을 내려놓고 <프랑켄슈타인>을 재독했다.

분명 읽은 작품이고 한지상 배우 캐스팅으로 창작뮤지컬까지 봤더랬는데…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이 아니라 그 괴물의 창조자라 언급하는 대목에서 내가 크게 놀랐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 대체 뭘 봤던 거니🤦‍♀️

저자: 메리 셸리 (원작)
번역: 이경아
출판: 윌북

8년 만에 다시 읽는 <프랑켄슈타인>은 처음 읽는 듯 새로웠다. 과거에는 별 반감 없이 읽었던 것 같은데… 일말의 책임감도 없는 프랑켄슈타인에게서 영아를 유기하거나 살해한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이 보여 괴로웠다.

지가 생각 없이 그렇게 만들어놓고, 끔찍하게 생겼다고 외면하다니… 니 말대로 너희 가족의 비극은 다 네가 자초한 거다. 죄 없는 가족들만 불쌍…

이번에 본 윌북 클래식은 현대적 번역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영미권에는 존댓말이 없음에도 여자는 존대, 남자는 하대하던 기존의 성차별적 번역을 하지 않으며 '하녀'라는 표현 역시 '하인'으로 바꿨다.

혹자는 시대적 배경을 무시하는 번역이라 마뜩잖게 여기기도 하던데 난 바람직하다고 본다. 애초에 잘못이었던 것까지 답습할 필요는 없으니까.

📚"언어는 시대의 거울이다. 지금 우리가 걸어가는 방향에 발맞춘 번역은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문학의 위대한 힘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언어에 내재된 차별의 시각을 걷어내고 올바른 표현으로 문학의 무한한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이 윌북 클래식의 지향점이다."- 책소개 중

걸클래식 컬렉션, 라이트 컬렉션, 환상 컬렉션, 첫사랑 컬렉션에 이어 다섯 번째로 선보인 호러 컬렉션까지…매번 만듦새로 취향저격하는 윌북 클래식의 여섯 번째 컬렉션은 무엇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아윌웨이링뽀유🤭

#도서제공 #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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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의 질문
이화열 편역 / 앤의서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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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프루스트가 던진 100개의 질문에 답해보는 책인 줄 알았는데 아니잖아!!

근데 #연진아나지금되게신나

너한테 보내주고 싶은 책이거든. 들어봐.

빅토리아 시대부터 유행한 질문 게임이 있었대.
빨간색 가죽 표지에 '고백(confessions)'이라 써 있는 질문 노트에 답을 하는 게임인데 유럽 전역에서 유행했다더라.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덕목은?"
"당신 성격의 가장 큰 특징은?"

등의 질문이 24개 있었나봐. 프루스트란 작가는 열 다섯 살이던 1887년부터 1893년까지 이 질문 노트에 세 번 답을 적었대.

내가 본 책은 당시 프루스트가 답했던 질문을 포함해 총 100개의 질문이 담겨 있고 프루스트의 답뿐 아니라 프랑수아즈 사강, 움베르토 에코, 칼 라거펠트, 이브 생 로랑, 맷 데이먼 등의 답까지 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

그 답안에서 그들의 매력과 취향을 알 수 있었고, 몇몇의 통찰에는 감탄하기도 했단다.

근데 가장 인상적인 건 프루스트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었어. 역시 사람이 시대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나봐.

연진아, 넌 가장 싫어하는 동물이 인간이었니? 그냥 심심해서 그랬다고? 심심해 할 시간 있으면 너 자신이나 들여다봐.

지옥행을 앞둔 너에게 <프루스트의 질문> 을 보낸다. 그럼 난 먼저 일어날게. 다음 일정이 있어서. 🤣🤣

#도서제공 #앤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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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도어 프라이즈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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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필드' 란 평온한 마을의 식품점에 못 보던 기계가 생겼다. 즉석사진 부스처럼 커다랗고 커튼이 달려 있는 이 기계는 과학적인 방식으로 DNA를 측정해 당신 인생의 가능성, 그리고 당신의 신체와 정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알려준다고 한다. 값은 고작 2달러!!

인생네컷 보다 싼 데 안 해 보실라우?
면봉으로 볼 안쪽만 한번 문지르면 되는데 안 해보실라우?

단, 당신의 새로운 가능성이 유발할 수 있는 스트레스는 책임 못 집니다!🤣

🌸🌸🌸

영미소설은 몇 줄 삭제해도 대세에 아무 지장 없을 것 같은 문장이 너무 많달까. 질보다 양...밀도가 떨어지는 느낌일 때가 많다.

이 소설 역시 어느 순간부터 흐린 눈으로 읽었다. 작품 전체가 좋았다기보단 결말과 감사의 말에서 작가가 따뜻한 사람이란 게 느껴진 점이 좋았다. 500페이지를 읽기가 쉽진 않았는데 마무리를 잘해준 셈.

평범한 본문 문체와 달리 소제목들은 좀 독특하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운 좋게 얻은 선물'이란 뜻의 제목과 모든 소제목은 유머러스한 곡으로 알려진 전설적 포크가수 존 프린의 노래 제목과 가사에서 따온 것이란다.

존 프린은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2020년에 사망했는데 옮긴이에 따르면 그의 엄청난 팬이었던 저자가 지금껏 자신에게 영감을 준 스타에게 이 작품으로 경의를 표한 것 같다고. 그런 의미가 있었구나. 저자에겐 아주 뜻깊은 작품이겠다.

이런 기계 있으면 믿든 안 믿든 일단 해볼 것 같은 내가 새겨들어야할 문장이나 남겨둬야지.

📚"추측(assume)이란 너와 나를 바보로 만들 수 있는 (make an ASS out of U amd ME) 것"-p.112

📚"나는 나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은가?"—p.494

#도서제공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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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1~3 세트 - 전3권 - 정윤정 대본집 인생드라마 작품집 시리즈
정윤정 지음 / 세계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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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피디아'란 어플을 7년째 쓰고 있다. 평가한 1,425개 콘텐츠 중 별점 5개를 준 국내 드라마는 딱 열다섯 편이다.

그 중에 윤태호 작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미생 >이 있다. 아니, 있었다. 작품집 수령 후 틈틈이 드라마를 다시보기한 난 별 반 개를 뺐다.

K-드라마 특유의 불필요한 러브라인이나 신파는 없고
바둑판 위에 인생이 있었구나 싶은 주옥같은 대사들은 여전하다.
장그래가 미생에서 완생으로 나아가는 동안 또 같이 울고 웃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한 '오상식'도 그때 그모습 그대로였다.

그런데 왜 별점을 깎았냐고? 바로 그 오상식이 문제다. 이 드라마가 많은 사회인의 인생드라마가 된 이유는 직장인들의 애환과 온갖 인간군상을 아주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데 있다. 사내 정치력은 제로에 가깝고 정도(正道)를 고집하는 오상식 같은 사람은 능력이 암만 출중해도 작중에서 그려진대로 만년 과장 신세를 면치 못하거나 쫓겨나는 게 현실이다.

8년 전의 나는 그 현실적 스토리와 결말에 크게 공감하면서도 오상식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런 상사를 만날 날도 기대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오상식은 완전 유니콘이다. 내게도 선배보다는 좋은 언니 같은 사람 한 명쯤은 있지만…. 언니도 오상식처럼 자신을 위기에 빠뜨리면서까지 우리 먼저 생각해주진 않았다. 그래도 사회에서 만난 관계라 그런지 그정도만 해도 충분히 좋은 사람으로 남는다. 나도 마찬가지고. 그렇게 사회에 찌든 내가 별 반 개를 뺀 거다.

그 똑똑한 안영이가 상사에게 잘 보이려 '저도 애교를 배워보려고 합니다." 라고 하는 것도 너무 충격이었고. 직장에서 애교를 대체 왜 부려야 하는지. 미생은 좋은 드라마지만, 이 장면을 떠올리니 다시 부글부글해서 이만 써야겠다.

#도서제공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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