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메스꺼움

계급과 옷에 갇힌
나는 흰 옷을 입고 회색 거리로 나선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우울한 사람들과 상인들.
구역질이 나기 전에,
무기 없이 혁명을 일으킬 수 있을까?

시계탑에 꽂히는 더러운 눈길:
아니, 아직은 완전한 정의의 시간이 아니다.
배설물, 나쁜 시, 환각, 기다림의 시간이 지루하게 이어진다.

안타까운 시대, 불쌍한 시인
막다른 골목.

설명하려 하지만 모두 헛수고. 벽은 듣지 못하고.
단어라는 허울 뒤에 숨은 수많은 암호와 부호.
태양은 병자를 위로할 뿐 새롭게 하지 못하고
맥락을 잃고 떠도는 슬픈 현실을 딛고

한 송이 꽃이 거리에 피어났다!
이 지루함을 도시에 토해내리라.
40년이 흘러도 문제 해결은커녕
수습조차 요원한데,

편지 한 장 전하지 않은 채
집으로 돌아온 남자들.
완벽한 자유를 누리지 못하지만 신문을 보고
세상을 해독해 세상을 잃었음을 확인한다.

지구에 대한 범죄, 그것을 어떻게 용서할 것인가?
나도 동참하거나 은폐한 범죄.
나의 그럴 듯한 생각들이 신문에 게재되기도 했다.
가벼운 범죄 덕분에 이어가는 삶.
집집마다 배달되는 일상의 오류.
악하고 치열한 제빵사.
악하고 사나운 낙농업자.

모두 불태우라. 나까지도.
사람들은 1918년의 소년을 무정부주의자라 칭했다.
하지만 증오는 나의 것.
증오야말로 나를 구원하고
작은 희망을 주는 존재.

트램, 버스,
강철 자동차의 물결 사이에서
색이 바랜 꽃.
경찰의 눈을 피해 아스팔트를 뚫고 피어난 꽃.
완전한 침묵 속에 당신의 사업을 멈추게 하고
피어난 꽃.
색상도 없고
꽃잎도 오므린 꽃.
책에 이름조차 못 올린 꽃.
예쁘지는 않지만, 진정한 꽃.

오후 5시, 이 나라 수도 바닥에
주저앉아
천천히 이 여린 존재에게 손을 내민다.
산에서 거대한 구름이 일어나고
바다에서 하얀 파도들이 부서지니
닭이 허둥지둥한다.

예쁘지 않아도 꽃은 꽃이다.
아스팔트, 지루함, 혐오, 증오를 헤치고 꽃이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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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M 50 음악 속으로 - records from the history
류진현.ECM Records 지음 / 에이치비프레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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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7. 재즈프레소 에서…
시원한 움향으로 듣는 재즈 LP들의 세계, 사장님과의 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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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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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구본 연구소 유투브 채널을 통해 물질의 세계 샘플북 이밴트에 당첨되어 프롤로그와 1부 모래를 누구보다 빨리
읽을 수 있었다.

2. 요약과 감상을 간략히 남긴다. 유려하게 쓸 자신은 없기 때문에 평소 기록하던 방식대로 할 수 밖에…

3. 내 표현으로는 이 책은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는 가치 있지만 값싼, 혹은 아예 눈에 보이지 않는 것만 같은 그러나 삶과 사회와 세계의 근간이 되는 물질들에 대한 스토리텔링이다.

4. 경제기사를 주로 다루는 작가의 표현으로는 이 세상에 없다면 문명이 멈춰 서게 할 정도로 중요한 물리적 요소가 되는 물질과 실제 그것들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그 기원과 여정에대한 이야기이다.(p17,19)

5. 지구를 여러 바퀴 돌고도는 얽히고 설킨 복잡계에 존재하는 이 물질의 예시로 58년 경제학자 레너드 리드가 쓴 에세이 <나,연필>을 소개하며 시작하는데 하나의 물건이 어떤 물질들로 이루어지고 어떤 여정을 거치는 감을 잡을 수 있게 해준다.

6. 1부에서 다루어지는 모래는 이후 유리, 콘크리트, 반도체 까지 이어지는데 이 대체하기 어려운, 근본적 혁신인, 가장 저평가된 물질이며 현대적 삶의 기초가 되는 모래를 저자는 이야기를 진행하며 여러가지 정의를 해나간다.

7. 추출되고 채굴되며 인류가 지구에 남긴 발자국은 어느새 자연보다 더 힘이 세진 듯 인류세 개념을 만들기도 하고,
콘크리트의 공과 과, 빛과 그림자… 여러가지 저주들을 이야기하면서 시멘트 산업이 만들어낸 규모라는 개념이 반도체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흥미로웠다. 이는 현실세계에서 AI산업까지도 이어지는 그 통찰이 감탄스럽기도 하다.

8. 또한 물질과 관련된 역사 속 전쟁- 고무, 유리, 모래, 반도체 등에 대한 소개와 존재하되 설명할 수 없는 물질의 미스터리에 대한 기술도 흥미진진하다.

9. 충분한 노력과 지원이 있으면 한 국가의 산업을 활성화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기술 습득은 가능하다지만, 아무리 마법을 부린다 해도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는 만들어낼 수가 없다. (p72) _ 그렇기 때문에 물질의 세계를 이야기하고 들여다 보는 것이리라.

10. 겉으로 죽은 듯 보이는 암석이 실은 살아 있으며, 고대는 미래를 닮은 무언가의 형태를 띤다. (p92)_ 결국 과거와 역사 그리고 물질의 토대 위에 현재의 우리와 세계가 있고 복잡한 현실 기저에 흐르는 물질의 가치,물성,형태,순도… 때로는 공급망과 활용법, 생산공정과 이동거리까지도 알아가며 현재의 고찰을 뛰어넘어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통찰까지 일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게 되는 독서 였다.

11. 굵직한 스토리라인관 빌드업이 훌륭할 뿐 아니라 디테일한 각주가 궁금하기도 하다. 때론 TMI까지고 흥미로우니 읽는 재미가 쏠쏠하고 지식과 세계를 보는 눈을 확장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책, 물질의 세계에 별 다섯을 매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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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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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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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인물사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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