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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생각
박상재 지음, 김현정 그림 / 샘터사 / 2024년 11월
평점 :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었으며, 이 글은 본인의 주관대로 작성되었습니다.
「오빠 생각」은 최순애 시인이 불과 열두 살이었던 1925년 11월, 그 당시 소년 문사들이 글솜씨를 뽑내던 잔치 마당 <어린이> 잡지에 발표한 시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오빠 생각」을 모티브로 한 동화이다. 그동안 시와 동요로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랑받아 온 이 시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그림책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삼일여학교 2학년생인 순이와 순이의 단짝 친구 홍이가 등장한다. 순이에게는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다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오빠가 한 명 있는데, 순이는 그런 오빠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책에는 어느 해 봄, 순이와 홍이와 평화로운 한 때를 보내는 풍경을 그리고 있다. 하교하는 길, 방화수류정 활터에도 오르고, 화흥문과 방화수류정 사이에 있는 '용연'이라는 연못에도 들르고, 또 용두각에 올라 용연의 멋진 경치를 즐기고 있다. 여름 방학이던 어느 날 두 사람은 무지개를 만나기 위해 징검다리를 건너 광교산 골짜기까지 올라가게 된다. 그런데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그렇게 발걸음을 재촉하다보니 내리막길에서 몇 번이나 미끄러져 무릎에는 상처가 나 걷기가 어렵게 된다. 그때 다행히 수염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이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가족을 다시 만나게 된다.
이때 순이를 데리러 온 사람은 바로 다름 아닌 순이 오빠였다. 그날 순이는 따뜻하고 편안한 오빠의 등에 업혀 집으로 돌아온다. 그렇지만 그 다음 날 아침, 오빠는 다시 일본으로 떠나버렸다. 일본에서 돌아온 이후에도 오빠는 서울에 계속 머물며 '화성소년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느라 바빠 집에 오지 못했다. 오빠는 다음번 집으로 돌아올 때 비단 구두를 사 가지고 오겠노라 약속했지만, 순이는 편지 한장 보내지 않는 오빠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이 동화는 끝이 난다. 그리고 나서 이 시가 이어진다.
오빠 생각 / 최순애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 구두 사 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 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이 시를 읊으며 오빠를 그리워 했을 어린 동생의 슬픔이 너무도 고스란히 느껴져 가슴이 아팠다. 시대가 낳은 비극으로 사랑하는 오빠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 못한 어린 순이가 너무나 가엾고 안타깝다.
이 시와 동요는 어릴 때 배워 잘 알고 있었지만, 지금 이렇게 나이가 든 후 다시 읽으니 어른의 시각에서 순이를 바라보는 나로 변화되었음을 느낀다. 더이상 순이와 같은 한이 서린 그리움이 반복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 즉, 다시 어떠한 시대의 비극도 절대 반복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