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정민 지음 / 푸른역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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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야 미친다!!

요즘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아이들이 자꾸 묻는다. " 선생님.. 그게 무슨 책이예요? " " 무슨뜻이죠?" "재미있어요?"

그래 재미있지. 미쳐야 미친다.. 不狂不及..이라. 미치지 못하면 미치지 못한다라는 뜻이다..아리송한 표정... 의 아이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미쳐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어떤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을 해주면 그제서야 아하.. 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까부는 몇놈은 멋있네요 하면서 박수도 치고...   그런 다음 아이들에게 책의 내용 중 한가지를 소개해주면 알아 듣는 지 못알아 듣는지, 지나고 나면 행동은 변화가 없다.

이 책의 내용 한 가지를 꼭 우리반 반장 녀석에게 들려주고 싶은데 아직 시간을 내지 못했다. 독서광 김득신에 대한 이야기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한 번 보고 다 아는 천재도 있지만 죽도록 애를 써도 진전이 없는 바보도 있다. 정말 갸륵한 이는 진전이 없는데도 노력을 그치지 않는 바보다. 끝이 무디다 보니 구멍을 뚫기는 어렵지만 한 번 뚫리면 크게 뻥 뚫린다.  바로 이런 이에 대한 이야기가 김득신에 관한 이야기다. 필자는 김득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렇게 시작을 하고 있다.

김득신은 쉽게 말하면 좀 둔한 사람이었던 듯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천재에 대한 동경은 지나치고 둔재에 대한 폄하도 심한 세상. 김득신은 천재는 커녕 오히려 뒤떨어짐이 있었던 사람이니 그 주변 사람들의 무시가 어떠했을까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하지만 김득신은 책을 사랑한 사람이다. 자신이 책을 빨리 깨우치지 못함을 알고 있기에 글을 보통 만번 이상을 읽었다. 수천번 씩 읽은 글은 <독수기>에 올리지도 않았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글을 읽고 또 읽었을까? 이런 바보가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  바보스러울 정도로 책읽기에 열심히 하다보니 대기만성이라고 하는 말처럼 그는 마침내 큰 시인이 될 수 있었다.

필자가 이야기 했듯이 한 때 천재라 칭송받고 유명하여 이리 저리 불려 다니던 자들의 글을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오히려 그 당시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바보라 보일 정도로 열심히 노력을 했던 사람들이 후대에 남아 전해지는 것이다.

이 글을 꼭 이야기해주고 싶은 반장 녀석도 좀 둔하다.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닌데 깨우치고 남의 말을 알아 듣는데 좀 느리다. 하지만 느릿느릿해도 계속 정진하다 보면 잰걸음으로 천걸음을 가는 것보다 더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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