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나는 어떻게, 혹은 어째서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에 있는 바울의 이미지가 우리의 전통적인 이해와 단절되었는지를 다루려 한다. 한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다. 말하자면, 바울은 유대인과 이방인의 관계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무엇에 근거하여 우리가 구원을 얻는가?"를 바울의 질문이라고 상정하고 바울서신을 읽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얻는다‘는 대목을 읽으면서 유대인-이방인이 하나의 예로 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바울은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의 관계에 대해 주로 관심을가졌다—그리고 이 관심이 발전되면서 이신칭의 사상이 바울의주장들 중 하나로 사용되는 것이다. - P42

로마서가 갈라디아서와 어떻게 다른지 주목하는 것은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즉, 갈라디아서는 유대주의자들(Judaizers) 즉, 유대적인 방식에 열중한 이방인들에 대해 다루는 반면, 로마서에서는 유대인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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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적 공격이라는 용어는 외집단에 대한 고의적이지 않은 차별을 낳는 말과(또는) 행동을 뜻한다. 미시적 폭행과 더불어 미시적 공격은 미시적 모욕micro-insult과 미시적 무효micro-invalidation를 포함할 수 있다. 미시적 모욕은 무례하고 무분별하지만 명시적이지는 않은 단어, 대화 또는 (종종 무의식적인 행위이다. 예를 들어, 장애인에게 어떻게 비장애인과의 경쟁에서 직업을 구했는지 묻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미시적 무효화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배제를 일삼는 단어, 대화 또는 행위이다. 예를들어, 백인이 영국 태생 아시아인에게 ‘진짜‘ 출신이 어디냐고 묻거나, 백인이 흑인에게 흑인의 정체성과 유산이 지닌 중요성을 부정하면서 ‘나는 피부색을 보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 P36

공유된 혐오를 표현하려 함께 모이는 행위는 집단 내의 개인을 최소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탈개인화deindividuation라고 한다. 혐오집단에서는 나쁜 행동에 제동을 거는 데 필요한 개인의 책임감이 군중심리에 의해 사라지고 만다. 개인과 집단은 ‘융합‘된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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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에 관한 새 관점
제임스 D.G. 던 지음, 김선용 옮김 / 감은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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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D.G. 던은 신약학자로 케임브리지에서 C. F. D. Moule 지도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습니다. 노팅엄 대학과 더럼 대학에서 신약학을 가르쳤습니다. 한국에는 바울의 새관점 학파(?)의 대표 학자 중 한 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흔히 새관점 학파라고 하면 N. T. 라이트 주교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학문적인 업적 면에서 라이트은 던에 비교할 바가 못됩니다. 역자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소위 ‘바울에 대한 새관점‘이란 논의의 장으로 학자들을 끌어들이면서 학문적인 논의를 주도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바울에 대한 새관점 논의가 시작되었던 1980년대 초의 논문입니다. 이 논문에서는 던의 새관점에 대한 주요 논점과 기존 바울신학과의 차별점을 대략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주로 언급되는 내용은, 유대교 혹은 유대주의에 대한 기독교 내의 인식의 전환을 시도한 E. P. 샌더스의 ‘언약적 율법주의‘에 대한 던의 평가와 갈라디아서 2장 16절에 언급된 ‘율법의 행위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던의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주로 율법의 행위들에 대한 해석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던은 이것이 할례와, 음식법 등을 의미하며, 결국 이것들이 당시 유대인들의 민족적 표식으로 작용했고, 이방인 선교에 집중했던 바울이 이러한 민족적 배타성을 비판했다는 식으로 해석을 합니다. 이런식으로 샌더스의 언약적 율법주의를 보완하고, 바울의 율법에 대한 태도를 보다 정합적으로 설명하는 데 성공한 것 같습니다.

언악적 율법주의, 은혜의 종교, 하나님의 의, 의롭게 됨, 루터주의적 관점, 율법의 행위들과 율법의 차이 등등 복잡한 신학적 개념이 특별한 부연설명 없이 사용되고, 기존 논의에 대한 던의 비판과, 던에 대한 다른 학자들의 비판이 간단하지만 밀도있게 다뤄지는 통에 짧은 책이지만 꽤 공을 들여 읽을 필요가 있는 책입니다. 게다가 초기 논의이다보니 다듬어지지 않은 표현도 다수 등장합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바울에 대한 새관점 논의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이 논의에 뛰어든 학자들이 누구며 각자가 어떤 입장인지 대략적으로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얻는 게 많은 것 같습니다. 다만 바울에 대한 새관점의 개론서는 아니니 관련서적을 먼저 읽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한 때 톰라이트 열풍이 분 적이 있어서 새관점 관련된 책은 그나마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독일학자들의 책은 대부분 번역이 안되어 있으니 전반적인 논의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은 있습니다.

책 좀 읽는 개신교인들이 무슨 볼드모트처럼 대하는 자유주의의 화신인 불트만이 사실 새관점의 입장에서는 고전적이고 보수적인 입장이라는게 재밌습니다. 그냥 다 믿는 새관점의 톰 라이트도 무슨 빌런 취급당하고 있는 한국 현실에서꾸준히 이렇게 읽을 만한 책이 번역된다는 게 기적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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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회고록 - 꿈이 모여 역사가 되다
이해찬 지음 / 돌베개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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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이해찬이야말로 회고록을 쓸 자격이 있고, 또 써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말에 공감합니다. 사적인 삶만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저로서는, 이렇게까지 ‘퍼블릭 마인드‘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그래서 이 회고록을 읽으면 박정희 때부터 현재까지 한국 정치사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좋은 책이고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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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너머 - 얽힘·고통·타자에 대한 열 개의 물음
전의령 지음 / 돌베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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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류학을 전공한 전의령이 경향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보완하고 수정한 것입니다. 신문 연재글이라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본적으로 포스트 휴머니즘과 페미니즘 그리고 행위자-연결망 이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으면 읽기가 쉽지 않은 책인 것 같습니다. 개념을 잘 몰라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습니다.

전의령은, 동물에 관한 문제에서 동물이 우리 ‘인간‘이 생각하는 ‘동물‘을 넘어서기도하고, 또한 동물담론이 그 너머에 있는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동물에 관한 책을 쓰면서 제목을 ‘동물 너머‘로 했다고 말합니다. 즉 인간-동물 관계는 비선형적이고 예측불가능한 방식으로 얽혀 있고, 인간-동물의 관계가 결국 인간-인간의 관계이기도 하다는 점을 전의령은 강조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에서 반려동물, 길고양이, 식용개, 동물싸움,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의 죽음, 축산산업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룹니다. 우리가 대개는 미디어에서 접했던 내용들이었는데, 저자의 시각으로 동물권 담론이나,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석합니다. 둔촌 주공 아파트 재개발과 그 지역의 길고양이 구조 사건을 연관짓는다거나 동물을 도살하는 축산산업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다루며, 개고기를 둘러싼 담론을 새로운 인종적 담론으로 다루는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기도 합니다. 저는 동물이 계급적•인종적 타자성을 매개하며 이는 포스트인종 포스트식민 시대의 특징이라고 하는 주장이 흥미로웠습니다.

개인적으로 보는 프로그램이 동물농장을 포함해서 딱 2개 뿟입이다. 그런데 동물농장을 보면서 뭔가 이 부분은 시선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점이 자주 있었고, 이 책을 통해서 어떤 부분은 스스로 해석할 수 있는 언어를 발견한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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