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놈은 반응이 매우 무딘 편이다.

황우석 박사의 쾌거에도 별로 기쁘지 않았기에

그의 추락에도 나라가 망한 것처럼 슬퍼하지 않는다.

그건 아마도, 내가 건강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물만두님의 페이퍼를 보고서야 슬퍼지기 시작했다.

많이 아프신 만두님은 나같은 인간과는 다르게

황박사의 쾌거가 더 기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내가 건강하다는 것, 그리고 마음껏 걷고 놀 수 있다는 것이

미안하기만 하다.

그러면서도 난 세상이 온통 잿빛이니 뭐니 하면서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

역시 미안한 일이다.

황박사의 추락이 나라가 망할 슬픈 일은 분명 아니지만

이로 인해서 황박사의 연구가 중단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냉정히 말해서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그렇게 윤리적인 나라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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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5-11-26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작정 추락하기에는 국민들의 성원이 더 큰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ㅎㅇ

니콜키크더만 2005-11-28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사요나라님... 반갑습니다. 근데 성원이 너무 지나친 듯 싶어요..

sayonara 2005-12-01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이런 영웅(?!)을 워낙 오랫만에 가져보기 때문에 다소 맹목적인 면이 있는 것 아닐까요!? 저도 그 중의 하나같은딩... -_-;
 

일요일날 그녀를 만났다.
저녁을 먹었고
차를 마시러 갔다.
저녁을 먹는 동안에도
차를 마시는 동안에도
난 별로 말을 하지 않았다.
재미있는 남자가 각광받는 시대에서
나같은 남자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여자 혼자 열심히 떠들었다.
반면에 난
하고픈 말도 없고
말을 하려고보니
자체 검열도 작동한다.
이말을 할까 하다가 관두고 저말을 할까 하다가 또 관두고
뭔가 강렬한 말이 아니면 해서는 안될 것 같은 분위기가
난 참 어려웠다.

다른 연인들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너무 오랫동안 혼자 있었더니
감각을 잃어버렸다.
기껏 한다는 말이
"저...영화나 보실래요?"였는데
여자는 너무 늦었다면서 차만 마시고 집에 갔다.

연애란 무엇일까.
밥먹고 차마시고 영화보는 게 연애일까?
아니면 손잡고 팔짱끼고 잘하면 키스도 하는 게 연애인가.
개인적인 견해로는 연애가 "함께 뭔가를 하면서 서로에게 정을 느끼는 것"인데
내 말대로라면 우린 연애를 하고 있는거다.
하지만
과연 그녀가 날 좋아하는가 하고 스스로에게 물으면
별반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럼 난 그녀를 좋아하는가?
그것 역시 자신없다.
데려다주겠다는 걸 마다하고 총총히 귀가하는 그녀를 보면서
난 더이상 연애를 할 수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절망감에 빠져본다.
하지만 세상에는 많은 여자가 있고
그들 중 하나는 외로움을 나와 나누고 싶어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살포시 가져본다.

그날 밤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럼요, 잘 들어갔어요. 진옥씨는요?"
저녁 때 그렇게 말이 안나오더니
전화를 하니깐 하고픈 말이 많아졌다.
이십분이 넘게 이말저말을 했나보다.
전화기가 뜨거웠다.
감각이 다시 되살아나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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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5-11-17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운내세요...
잘 들어주고.. 맞장구 잘 쳐주는 것도 방법이지요..
감각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니 기쁘고.. 간만에 님 서재에 들어왔는데.. '그녀'의 이야기가 반갑네요...

2005-11-18 0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11-18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감각의 되살아남에 ...저까지..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고요~ !!

2005-11-18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1-18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콜키크더만 2005-11-23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글케 생각 안해요^^
이카루님/자전거 오래 안타다 타도 곧 적응하잖아요^^
속삭이신 분/말씀 감사합니다. 강한여자와 부드러운 여자가 있다...제가 만나는 그녀는 부드러운 쪽인 것 같습니다. 제가 자상하고 재밌는 말 많이 해야겠군요. 아, 갑자기 걱정이 되네요.
실론티님/언제나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해보겠습니다.
 

야구팬에게 11월은 힘든 계절이다. 한국과 미국의 야구가 모두 끝나버려 허무하기 짝이 없는 시기니까 말이다. 도대체 무엇에 정을 붙여야 할지 망설이다가 여자와 소개팅을 했다. 별 생각없이 나갔는데 이럴수가, 잘됐다. 나같은 남자가 좋다는 여자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아무래도 그녀는 혼자 가을을 보내고 싶지가 않았기에, 그렇게 절박했기에 내게 호감을 보였던 게 아닌가 싶다.

만난지 20일이 다 되어가는, 그래서 좀 안정적이 되어가는 때라 과감히 공개를 하자면, 그녀는 스물아홉살이며 귀여운 외모를 가졌다. 아직 우리는 말을 서로 놓지 못했지만, 가끔씩 손은 잡는다. 그녀의 손은 따스했고, 부드러웠다. 그 이상은 아직 가지 못했다. 그럴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나 스스로에 대해 자신도 없기에 어줍잖게 키스라도 했다가 올 겨울을 아주 춥게 보낼 수도 있을 것 같아 자제하고 있다. 알라딘에서 첫키스 릴레이를 할 때, "이 여자와 키스를 한 다음에 올려야겠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결국 첫키스를 못한 채 릴레이가 끝나 버렸다. 하긴, 키스는 무르익을 때 해야지 페이퍼를 쓰려고 키스를 하는 건 좀 문제가 있다.

이십여일 이러니까 좀 오래되어 보이지만, 사실 그녀와 난 겨우 다섯번 만났다. 손을 잡은 것도 지난번 만났을 때다. 내가 워낙 재미가 없고 말주변도 없어서 주로 그녀가 떠드는 편인데, 난 어줍잖은 유머를 구사하다 분위기를 차게 만드는 게 고작이다. 평소 유머를 연마해놓지 않은 게 무척이나 후회된다. 그녀는 좀 시간이 있는 편이지만 우리 회사는 내가 연애를 시작하자마자 미친 듯이 바빠져 내 연애를 방해한다. 일부러 그러는 걸까? 오늘도 그녀를 만났으면 좋겠는데 야근이라니. 야속한 회사여.

*근데 너무 오래 키스를 안했는지 언제 어떻게 키스를 해야 하는지 잊어버렸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생각이 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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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11-09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오래 키스를 안하셨다 함은... 저 위의 첫키스란 얘기랑 상반되는군요..^^
흐흠~ 어느게 맞을까나? 흐흐~
그나저나... 여자친구 생겨서 페이퍼가 뜸하셨던 건가요? ^^

icaru 2005-11-10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구야!!! 축하를 드려얄 것 같네요~~!!
"나 스스로에 대해 자신도 없기에 어줍잖게 키스라도 했다가 올 겨울을 아주 춥게 보낼 수도 있을 것 같아 자제하고 있다."

하하하하.... !

니콜키크더만 2005-11-13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축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따 만나기로 했는데 마음이 싱숭생숭하네요.
날개님/타이밍 잡는 걸 까먹은 것 같습니다. 많이 도와 주십시오^^

ceylontea 2005-11-17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스란 것이 어디 머리로 하는 건가요?? 마음으로, 몸이 알아서 하는 것이지요...여튼 축하드립니다~~!!

니콜키크더만 2005-11-23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과 몸으로 하는 거라구요. 무섭습니다. 많이 도와 주십시오.
 

박지성과 이영표의 대결, 우리나라 축구팬으로서는 가슴 벅찬 경기리라. 몇년 전만 해도 최고 수준의 프리미어리그에서 우리나라 선수끼리 맞붙는 걸 꿈이라도 꿔봤을까? 야구에서 최희섭과 김병현 또는 서재응의 대결이 최희섭의 결장으로 번번이 무산되어 아쉬움을 줬던 반면, 오늘 경기에선 이영표와 박지성이 풀타임으로 출전해 기량을 뽐냈다.

둘 중 누가 잘했고 못했고를 떠나서 경기 자체는 그다지 재미있진 않았다. 하지만 가뜩이나 루즈한 경기를 더 짜증나게 한 것은 바로 MBC ESPN이었다. 오늘 MBC가 동대문에 만든 특설무대에 일부 팬들이 모여 경기를 본 모양인데, 추워서 그런지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거기 사람들을 한두번 비춰준 것은 그럴 법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빈도가 겁나게 잦았다는 것, 그리고 그 타이밍이 꼭 경기중이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쉬는 시간에 보여주면 몰라도 왜 경기 중에 화면을 반으로 갈라서 의자에 앉아있는 연인 혹은 친구들을 비춰주는가? 우리집 TV가 가뜩이나 작아서 그때마다 경기보는 걸 포기하고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 왜?

네이버 게시판은 그래서 난리가 났다.
choshark  (61.251.xxx.33) 10-23 01:17:41    
관중석이 잠깐나오는건 모르겠는데;;; 주요장면 한 1분정도씩 계속 화면1/4만해지는데 노트북작은화면으로 티비보는데 환장하는줄알았음.-ㅇ-;;동대문
tyndall  (220.120.xxx.10) 10-23 01:17:04    
다음방송은 청계천이 유력하다고 함.. 명박이가 로비 중...
nalf  (61.102.xxx.237) 10-23 01:16:53    
ESPN "오늘 중계는 맨유 홈구장이 아닌 동대문을 중심으로 했다" 훈훈한 감동
ompaross  (211.239.xxx.42) 10-23 01:16:48    
오늘동대문에서축구하거야?  
kokoa107  (61.42.xxx.173) 10-23 01:16:47    
동대문 저주 검색어 1위네...ㅋㅋㅋㅋㅋ 배꼽 빠지겠다 ㅋ
alphabono  (219.255.xxx.237) 10-23 01:27:34    
맨날보는 동대문이 이렇게 날 흥분시킬줄은 예전엔 미처몰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엠비씨가 오늘 축구중계의 한 획을 그은 모양이다. 박지성은 7점, 이영표는 8점이라는데, 선진축구중계를 보여준 엠비씨에는 기꺼이 10점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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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 불세출의 스타 선동열이 삼성에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혼자서 이런 상상을 했다.
"애들아 모여봐. 지금부터 제구력 연습을 하겠다. 내가 여기다 내 속눈썹 한털을 매달아 놓을테니 니들이 18.44미터(투수와 포수의 거리) 떨어진 곳에서 공을 던져가지고 이걸 맞춰야 해. 단 직구는 150킬로 이상, 슬라이더는 140킬로 이상으로 던져야 해"

농구천재 허재가 KCC 감독으로 데뷔했다. 비슷한 생각이 든다.
" (조)성원아, 거기서 왜 패스를 해? 그냥 네가 수비 세명을 제낀다음 레이업 슛을 했어야지."
"(추)승균아, 이럴 때는 니가 슛을 쏘기보다는 비하인드 백드리블을 한번 쳐준 다음에 노룩 패스로 (이)상민이한테 연결해줬어야지!"
"헤이 민랜드. 그냥 슛을 하니까 슛블럭에 걸리는 거야. 공중에서 바로 내려오지 말고 한 5초쯤 있다가 상대가 내려온 다음에 슛을 하면 블럭에 걸릴 염려가 없잖아?"
이러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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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10-22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뭐.. 저대로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비슷한 상황은 있었을걸요? 본인들이 워낙 잘하니.. 다른 선수들이 못하는게 이해가 안될거란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