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유전자 - 제국을 향한 피의 역사가 깨어난다
에릭 두르슈미트 지음, 이상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동양에서 용이라는 의미는 황제, 또는 그 권위에 해당하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서양에서의 의미는 조금은 달리 사용되었다. 주로 신의 은총을 방해하거나 암흑세계에서 살고, 죽음이나 죄악과 관련지어 형상화한 모습으로 묘사되곤 하였다.

에릭 두르슈미트의 ‘용의 유전자’는 용을 중국에 비유하여 서양관점의 용의 의미를 두고 중국의 침략과 전쟁의 역사를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은 중국이 경제와 군사력 성장을 통하여 미국과 맞설만한 능력을 갖춰 이를 배경으로 동아시아 주변국에 불안감을 형성하여 주변 정세를 해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후엔 태평양의 맹주인 미국을 몰아낸 뒤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지적하며 과거의 중국의 침략과 전쟁을 통한 피의 역사를 거울삼아 중국을 경계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책의 내용은 타타르족인 몽골의 유럽침략부터 2001년 하이난 섬 상공에서 미 해군 첩보기를 전투기로 충돌한 사건으로 야기된 미․중 분쟁사건에 이르기까지 1000여 년 동안의 침략과 전쟁에 관한 역사적 사건을 총 5부로 나누어 전개하고 있다. 

1부는 몽골제국이 1218년 현재 아프가니스탄 지역인 호라즘 제국의 침략을 시작으로 기독교와 이슬람 제국을 학살(저자의 표현)한 역사를 묘사하고 있다. 2부는 15세기 명나라 정화가 7회에 걸쳐 ‘용의 함대를’을 지휘하여 동남아시아에서 아프리카의 케냐 스와힐리에 이르는 30여 국을 원정한 사건을 서술하고 있다. 이후 깊은 잠에 빠진 중국은 제국주의의 침략과 태평천국의 난 의화단운동, 난징대학살 등의 중국 수난의 역사를 서술한다. 4부와 5부는 중국의 현대를 서술한 부분으로 마오쩌둥의 홍군과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의 충돌과 올림픽 준비까지의 내력과 그 사이에 일어난 역사적 사실을 그리고 있다.

아울러 저자는 중국의 현 문제점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중국이 팽창하는 이면에는 빈부격차, 천안문 사태를 무력으로 해결하고, 정부에 비판을 허용하지 않고,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권을 허용하지 않은 점은 중국에도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저자의 서구적 관점은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하게 만든다. 유럽을 침략한 몽골을 ‘야만인’, ‘학살자’로 묘사하기도 하고 ‘태평천국의 난’을 보는 부정적 관점과 이슬람을 악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몽골제국을 중국으로 포함해야 하는가의 여부도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전쟁을 생동감 있게 묘사한 필치와, 행간에 녹아있는 서양의 독특한 유머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어 전혀 지루하거나,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침략과 전쟁을 통한 중국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올림픽의 성공, 최근 댜오위다오(釣魚島)-센카쿠열도-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분쟁, 환율전쟁, 류사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 등은 저자가 제기한 현재의 중국의 모습을 대부분 말해주고 있다.

‘용을 경계하라! 용이 잠에서 깨어나면 세상이 요동친다.”는 나폴레옹의 말처럼, 이젠 중국은 비룡을 준비하고 있다. 지리적, 역사적으로 가장 가까운 중국, 북한의 문제와 맞물린 정치적인 문제로 우리는 항상 중국과 상호 경쟁, 협력, 견제가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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