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리더의 맹자지혜 살면서 꼭 한번 읽어야 할 지혜시리즈 4
천신후이 지음, 김숙향 옮김 / 북메이드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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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맹모삼천지교'로 우리에게 익숙한 맹자는 전국시대 추鄒나라 사람이다. 그는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를 스승으로 모셨다. 학업을 마치고 제齊, 노魯, 위魏 나라 등 여러 제후국을 떠돌며 약 40여년 동안 '인의仁義'를 주제로 자신을 사상을 펼쳤다. 맹자가 살았던 시대에는 영토분쟁이 심하여 제후들이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켰다.

 

당시에는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비책을 가진 사람이 중용되던 시대여서 제후들은 오히려 맹자를 세상물정에 어두운 사람으로 폄하했다. 이에 그는 제자 공손추, 만장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와 후진들의 학문 양성에 힘썼다. 당시 제자들과 주고받은 질문과 응답을 한데 모아 7편을 책으로 엮었는데, 이것이 바로 사서四書 중의 하나인 '맹자'이다.

 



 

맹자는 그의 말과 행동을 기록한 유가의 경전이다. '양혜왕', '공손추', '등문공', '이루', '만장', '고자', '진심' 등 모두 7편인데, 각 편마다 상하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는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다가 송나라 때 성리학이 유행하면서 과거 시험의 과목으로 채택되면서 공자에 비해 늦게 조명된 셈이다. 맹자의 사상은 성선설性善說을 축으로 하는 '인의仁義'가 핵심이다.

맹자를 읽으면서 우리는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다. 무엇이 옳고 또한 무엇이 그른지를 우리는 생각해 볼 수 있고, 향후 자신을 어떻게 계발해야 하는지도 제시해준다. 영원한 고전인 맹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도덕이라는 힘으로 수천 년간 전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서 배우는 지혜는 21세기의 똑똑한 리더들에게 유익한 길잡이가 될 것이 분명하다.

"천 리를 멀다하지 않으시고 오셨으니 장차 내 나라를 이롭게 함이 있겠습니까?"

양혜왕이 맹자에게 나라를 흥하게 할 방법을 물었다. 그러자 맹자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 인의이며, 이익을 우선으로 도모한다면 반드시 위태롭게 된다고 대답했다. 춘추시대 진晉나라의 지백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진나라 후기, 왕실의 힘이 약해지자 여섯 가신들 즉 한韓씨, 조趙씨, 위魏씨, 범範씨, 중행中行씨, 지智씨들에게 권력이 집중되었다. 이후 한, 조, 위가 연합하여 범과 중행을 축출하여 한, 조, 위, 지의 네 가신들이 중심세력이 되었다.

이 중 지씨의 지백이 가장 세력이 강했다. 그는 기고만장하게도 한, 위씨들에게 차례로 비옥한 땅을 떼 달라고 요청하여 결국은 그 땅들을 차지하고 말았다. 이후 조씨에게도 땅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조양자는 지백의 무례한 요구에 응하지 않고 순망치한의 논리를 펼치면서 위, 한과 연합하여 지백을 멸망시켰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 했습니다. 입술을 잃으면 이가 시리듯,

우리 조씨가 없어지면 위씨와 한씨도 보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기업을 경영하는 리더라면 가장 명심해야 할 덕목 중 하나가 바로 '인의'이다. 미국의 홀푸드마켓은 1980년 텍사스 오스틴에서 25살의 청년 존 매키가 설립한 유기농 소매점이다. 살충제와 성장호르몬이 함유되지 않은 유기농 식품을 판매하면서 미국 전역에 300여개의 체인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 매장의 식품들은 타 매장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웰빙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인기를 끈다.



존 매키의 경영이념은 고객을 첫째로, 직원을 둘째로, 주주를 셋째로 생각하여 사랑 가득한 기업으로 만들고, 인류를 위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다. 존 매키의 논리는 간단하다. 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직원 개개인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직원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고객의 이익을 생각하게 되고, 또한 고객이 즐거운 마음으로 상품을 구매하면 이는 주주들의 이익으로 직결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최우선시 하는 목표는 이윤이 아니다. 홀푸드의 목표는 사람이 먹는 음식이다"

2004년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는 홀푸드마켓을 '미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마트'라고 평가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홀푸드마켓의 성장률은 월마트를 넘어서고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유기농식품에 반대하거나 의심을 품기도 하지만 존 매키와 홀푸드마켓의 성공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차별화된 경영이념과 관리체계는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홀푸드마켓의 식품을 선택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인의는 모든 일의 시작과 끝이다.

이밖에도 리더의 도덕성에 훌륭한 직원이 뒤따른다, 리더다운 진정성을 지녀라,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라,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을 키워라, 언제나 올바른 도리로 임해라, 인재의 잠재력을 꿰뚫는 통찰력을 길러라, 순수로 세상을 두드려라, 해태의 뜻을 품고 행동하라,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라, 선한 본성을 잃지 마라, 탐욕을 부리지 마라 등 열 네 가지의 이야기는 성공의 문을 여는 열쇠이다.

아울러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전략, 도요타와 고객의 이심전심, 명품의 상징 루이비통,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분업, 롤렉스의 정밀함, 펭귄북스의 성공비결, 바비인형의 어머니 루스 핸들러, 병 속에 과학을 담은 로레알, 모든 스를 전부 게재한 뉴욕 타임즈, 오이시 이사장의 도덕경영, 존슨앤존슨의 신조 등의 경영 메시지들은 똑똑한 CEO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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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야 삽니다 - 아픈 청춘에게 건네는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 개정판
이병욱 지음 / 중앙M&B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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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눈물은 마음의 아픔을 씻어 내는 것이니"

 - 인디언 속담

 



 

어린아이들은 아프면 울고 신이 나면 웃는다. 반면 어른들은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으면 이를 맘 속 깊히 담아 둔다. 속으로는 울지언정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며, 앙갚음할 기회를 노린다. 이렇게 어른들의 마음은 상처와 아픔이 만들어 낸 수많은 생채기들로 가득하다. 이것은 서서히 마음의 굳은살이 되어 마음을 돌덩이처럼 딱딱하고 메마르게 만든다.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은 눈물로 인생의 신고식을 치른다. 울지 않는 아이는 간호사에게 엉덩이를 얻어맞으며 울음을 터트린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과의 첫인사를 눈물로 나눈다. 눈물에서부터 생명은 시작된다. 사람의 첫 번째 언어는 분명히 울음이다. 그 다음에 배우는 것이 웃음이고, 그 다음이 바로 언어이다.

 

그런데, 성장하면서 눈물은 약자를 상징한다고 교육받으면서 상대방에게 졌다는 뜻으로 보일까봐 눈물을 흘리지 않게 된다. 눈물은 '당연히 참아야 하는 것'이 되어 버렸다. 남자들의 경우는 더욱 심했다. '남자는 평생 세 번 운다'는 유교적 통념이 진리인 것 처럼 믿게 되었다. 태어날 때, 임금이 죽을 때, 그리고 부모님이 사망했을 때에만 울어야 한다는 가르침 때문에 남자들의 눈물은 설 자리가 없었다.

 

"외로워도 슬프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들장미 소녀 캔디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몸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고, 그것은 우리의 감정을 지배하고, 그 감정은

우리 몸에 여파를 미칩니다. 그것이 가장 심각한 지경에 이르면 암이라는 질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바로 몸 안에 쌓인 감정의 독소들입니다.(23 쪽)
 
몸 안에 쌓인 독소들을 해소시키는 것이 바로 눈물이다. 눈물은 우리 마음 속에 깊숙히 감춰쳐 있던 감정의 응어리들을 풀어 내는 열쇠이다. 눈물은 곧 치유와 회복으로 나아가는 관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눈물은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없다. 감정이 그대로 실린 눈물에는 카테콜아민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들어 있다. 카테콜아민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우리 몸에 대량으로 생긴다. 이 호르몬을 몸 밖으로 배출해 내는 매개체가 바로 눈물이다.
 
개그 프로그램을 시청하다가 눈물이 찔끔 났거나 양파를 썰다 눈물이 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눈물에 간이 배어 있지 않기 대문이다. 눈물치료는 진정성을 기본으로 한다. 진정이 담긴 눈물이 인격과 감정과 마음을 치료할 수 있다. 눈물치료는 굳이 의사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생활 속에서 누구나 편하게 할 수 있는 치료이다. 눈물은 슬픔과 우울한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는 자연치유제이다.  
 
'다이애나 이펙트'란 말이 있다. 영국의 왕세자비 다이애나가 교통사고로 죽자 영국 전체가 큰 슬픔에 빠졌다. 전 세계인들도 함께 그녀의 죽음을 했다. 많은 이들이 텔레비전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고, 그녀의 장례식이 거행되는 날은 영국 전체가 흐느꼈을 정도였다. 이 사건 후 기이한 일이 생겼다. 영국에서 심리 상담원을 찾는 발걸음이 뚝 끊어진 것이다. 다이애나의 죽음으로 인해 흘린 눈물 때문이었던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 현상을 다이내나 이펙트라고 한다.
 
눈물은 의학적으로 누액淚液이라고 부른다. 눈물은 눈알의 표면 및 결막낭 내에서 분비되는 무색의 투명한 체액이다. 눈물샘에서 나오는 이 액체는 98.55%가 물이다. 눈물이 짭짤한 이유는 눈물 속에 있는 나트륨 성분 때문이다. 감정적 눈물의 화학적 구성에 대하여 오랫동안 연구해온 미국의 생화학자 빌 프레이는 눈물을 생물학적 기준에서 3가지 형태로 분류했다.
 



 

지속적 눈물은 눈동자 표면을 촉촉하게 해주는 윤활유 같은 것이다. 이 덕분에 눈동자는 촉촉하고, 깨끗하고, 부드럽게 유지된다. 자동 세척 장치라고 할 수 있겠다. 눈동자를 깜박일 때마다 이 소량의 액체는 눈동자 표면에 골고루 퍼지게 된다. 이 눈물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접근을 막는 항생 물질까지 함유하고 있다.
 
자극에 의한 눈물은 외부에서 가해지는 자극으로 눈이 손상될 위험이 있을 때에만 작용한다. 양파가 내붐는 황산 등이 속눈썹이나 눈동자와 접촉하면, 눈물 시스템이 작동해서 자극적인 물질을 희석시키고 씻어 낸다. 감정적인 눈물은 강력한 감정이 불어오는 눈물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이다. 누선을 통해 스트레스로 생긴 화학 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SBS TV의 <SBS 스페셜>'신이 내린 묘약, 눈물'편은 울음을 통해 몸과 마음의 모든 긴장을 풀어내는 사람들을 보여주었다. 20~30대 젊은 남녀들이 제각기 춤을 추다가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지치도록 울고난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개운하다"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눈물을 흘릴 때 우리 몸에선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먼저 심혈 관계 순환기에서는 심장 박동이 증가하고 씩씩해져서 몸이 좋아진다. 심장이 씩식하게 움직이므로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빨라진다. 우리몸 구석구석으로 모세혈관이 기지개를 편다. 눈물을 흘리게 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당연히 혈압도 떨어진다. 호흡기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횡격막 운동이 일어나면서 호흡량이 늘어나게 된다. 면역과 관련있는 림프계에서는 림프의 순환이 촉진된다. 눈물을 흘림으로써 면역력이 높아진다. 면역력이 증가되면 엔도르핀, 엔케펄런,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이는 우리 몸에 유용한 호르몬으로 우리 몸을 건강하게 회복시키는 데 꼭 필요하고, 활성화시키는 데도 기여한다.
 

"울어야 살 수 있습니다"
 
울어야 할 때 울면 ‘글로블린G’라는 면역항체가 두 배 가량 생겨 암세포의 발생을 억제하거나 감소시킨다. 공포로 우는 아동들은 울지 않는 경우보다 질병회복과 정신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일본과 구미에서는 오래 전부터 정신과 치료의 일환으로 ‘눈물요법’까지 등장했다. 슬픔과 분노 따위로 생기는 스트레스를 다스리기 위해 심리적으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치료방법이다.
 
 

결론적으로 눈물은 참지 말고 흘릴수록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것도 횡경막이 떨릴 정도로 크게 우는 것이 좋다. 울어야 할 때는 실컷 울도록 권유하는 의사도 있다. 눈물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자연 치료제인 셈이다. 지금 몸이 아픈 상태라면 울자. 캔디처럼 울고 싶을 때 울지 않고 참는 것은 건강의 적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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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하게 일하라 - 세계 최고 기업들의 스마트 3.0
강미라.허미연 지음 / 가디언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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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워크란 기업의 전산시스템부터 사무실 공간 배치, 일하는 방식, 임직원의 마인드 셋까지

전사적인 영역의 변화를 다루는 큰 개념이다.

그런만큼 구성원들의 개인적인 노력과 투자가 꼭 수반되어야 한다" (6 쪽)

 



 

기업은 구성원들이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가로 매월 꼬박꼬박 월급을 지급한다. '이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다'를 전제로 고용계약에 입각하여 임직원들에게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의 완성도가 형편없이 모자란 경우가 허다하다. 이도 부족해 어떤 구성원은 심지어 회사에 경제적으로 손해를 입히는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한편, 직원 개인의 입장을 살펴보자. 매일 아침 상사보다 일찍 출근하는 것은 기본이다. 지각 한 번 없이 출근하여 주어진 업무를 완수하려고 야근도 불사한다. 그도 그럴 것이 툭하면 회의 참석에, 보고서 작성 등에 시간을 허비하니 야근이 끊어질 수 가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직장인들이 야근을 당연한 듯 일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동짓달 기나긴 밤에 사무실에 모여 앉아

결론 없는 회의와 보고서 줄 맞추기

마눌님 팥죽만 하염없이 식는구나"

 

일과 성과를 놓고 개인과 회사 간의 이견 차이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대척점을 해결하기 위해 ‘삼일PwC Advisory’의 강미라 상무와 허미연 시니어 컨설턴트가 함께 해답을 제시했다. 즉 개인 차원에선 스마트하게 일하는 법을, 조직 차원에서는 직원들의 성과를 이끌어내고 그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방안들을 다루고 있다.

 

책 내용은 중요하지만 간과했던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창의적인 해결안을 도출하는 법과 더불어 상사에게 보고하는 방법, 상사로서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법, 내외부 고객을 설득하는 프레젠테이션 방법 등 어떻게 하면 일을 제대로 잘 처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침부터 임원 또는 사장으로서 더 높은 생산성, 더 높은 직원 만족도, 더 적은 이직률을 달성하기 위한 실용적인 팁까지 스마트한 조직과 스마트 워커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해법들을 제시하면서 친절하게 일하는 과정 하나하나 세세하게 짚어준다.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라

 

"경쟁사들이 우리 시장에 불길을 던지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을까요? 뒤로 물러서서 대세를 놓쳤고 대응할 시간을 잃었습니다. 우리는 수년을 뒤지고 말았습니다. 아이폰이 처음 나온 게 2007년 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비슷한 제품조차 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13 쪽)

 

한 시대를 풍미했던 노키아. 2011년 2월 10일, 노키아의 CEO 스테펀 엘롭은 사내 메일을 통해 의미심장한 메세지를 전달했다. 이 메시지는 급변하는 시장환경에서 과거처럼 매뉴얼을 따라 일만 '열심히'해서는 성과를 낼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업이든 구성원이든 성실이라는 무기만 믿고 일했다가는 고문관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할 상황이다.

 

앞으로 다가올 스마트 워크 사회에서 일 잘하는 사람은 '밤늦게까지 야근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주어진 문제를 탁월하게 해결하는 사람'이다. 즉 무조건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일의 성과를 내는 시금석이다. 따라서, 열심히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의 본질 '그것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2000년대 초반 게임업체들은 게임을 더 화려하고 현실적으로 만들며, 훨씬 복잡한 스토리를 담는 것에 몰두해왔다. 이럴수록 게임기는 더욱 높은 사양의 하드웨어를 필요로 했다. 주고객인 10대를 잡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경쟁업체들이 이렇게 '더'에 집중할 때 닌텐도는 왜 극소수만이 게임을 즐길까라는 화두를 잡고 있었다. 마침내 닌텐도는 사람들은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원한다는 니즈를 정확하게 간파했던 것이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그의 저서 <프레임>에서 프레임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프레임을 통해 세상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삶으로부터 얻어내는 결과물들이 달라지므로 최상의 창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려면 회사의 전략, 구조, 프로세스, 사람, 기술이라는 5가지 프레임을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다.

 

흥하는 기업과 망하는 기업의 결정적 차이, 보고와 지시

 

컨설팅 기업인 액센츄어는 흥하는 기업의 특징으로 '투명한 경영으로 비밀이 없고, 회사 일을 언론보다 임직원이 먼저 알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망하는 기업의 전조로 사장 앞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없는 직원들, 어차피 말이 안 통하므로 과묵할 수밖에 없는 직원들 그리고 '나 아니면 안 된다'식의 고집불통 사장 또는 상사를 꼽았다.

 

흥하는 기업은 소통이 잘되고, 망하는 기업은 소통이 잘되지 않는다. 소통이 잘되면 기업은 흥하고,

소통이 잘되지 않으면 점점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107 쪽)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1997년 괌에서 KAL기 추락 사고가 발생했는데 탑승객 254명 중에서 228명이 사망했다. 이 사고의 원인이 놀랍게도 '한국어 문화' 때문이었다. 한국어에는 극존칭부터 반말까지 호칭의 종류가 다양하다. 언어는 사고를 지배한다고 한다. 부기장은 기장의 실수를 인지했지만 선배이고 상사라는 기장과의 수직적 관계에 눌려 자신의 의견을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죽고 말았던 것이다.

 



 

원인이 밝혀지자 대한항공의 해결책이 흥미롭다. 비행시 사용하는 공용어가 영어라는 데 착안하여 조종실 내에서는 한국 사람끼리라도 반드시 영어로 의사소통 하도록 조치한 것이다. 존칭을 사용하지 않는 영어를 사용함으로써 기장과 부기장 사이에 수평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이후 대한항공은 획기적으로 사고 비율이 감소했고, 세계적인 항공사로 발돋움했다.

 

보고서 - 퇴자 맞는데는 이유가 있다

 

회사내 커뮤니케이션 중에서 말을 통해 진행되는 것은 전체의 30%이고, 글로 정리한 방식은 70%에 달한다. 비즈니스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명확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므로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정리한 문서를 토대로 의견을 주고받는다. 그래서 보고서는 조직 내에서 대표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이다. 특히, 이는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보고서는 언제든지 타부서와 공유할 수 있는 서류인 만큼 보고서에 대한 인상은 남기 때문에 신경을 써서 작성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직속 상사는 부하직원이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평가하는 하나의 척도로 이를 활용한다. 또한, 향후에 발생할 수 있는 책임의 소재를 분명하게 해두려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이다. 정확성과 품격 유지는 물론 논란이 될 만한 문구는 배제해야 한다.

 

퇴짜를 맞는 보고서는 크게 3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기본적인 틀을 갖추지 못한 경우이다. 둘째, 내용이 장황하고 불명확한 경우이다. 셋째, 보고서의 작성에 고민한 흔적이 없고 정성을 들이지 않은 경우이다. 보고서는 사안에 따라 적절한 서식에 따라야 한다. 보고서를 받아서 읽을 사람이나 그 내용에 따라 문체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항상 핵심내용을 간결하게 써야 할 것이다.

 

좋은 보고서에는 3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논지가 명확하고 강조하려는 내용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둘째, 복잡하지 않게 구성함으로써 직독 직해가 가능하다. 셋째, 한눈에 의미가 파악된다. 이 중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메시지 배열만 잘 해도 그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첫 단락부터 인상적인 문장을 쓰는 초두 효과나 첫 이미지가 긍정적이면 나중에 들어온 정보도 긍정적으로 처리된다는 맥락 효과가 그것이다.

 

"영리하게, 똑똑하게, 스마트하게 일하라"

 

 

스마트 워크가 기업에 도입되려면 CEO와 직원 모두 스마트 워크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사무실 이외의 장소에서 한 일에 대해서도 생산성을 동일하게 인정해주는 기업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둘째, 탄력근무제 같은 과도기적 형태의 스마트 워크를 우선적으로 도입하여 직원과 관리자 모두가 스마트 워크에 적응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셋째, 스마트 워크로 우려되는 단점(예: 인사고과 불이익, 사생활 침해, 직원 유대감 약화 등)을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경영진의 사전 노력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향후 절대로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대로 일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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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생각 습관 20 - 편리하고 빠르지만 너무나 치명적인
레이 허버트 지음, 김소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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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리스틱(heuristic)은 우리가 일상적인 의사결정과 판단을 내릴 때 사용하는 인지적 경험법칙이자

우리 마음 속에 내재된 정신적 지름길이다" (10 쪽)

 




 
 
미국 시사 주간지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에서 에디터로 일했으며 25년 경력의 과학 저널리스트인 레이 허버트는 20가지의 휴리스틱들을 소개한다. 휴리스틱은 한마디로 무의식적 선택 습관이다. 겨울이 되면 더 외롭다고 느끼는 본능적 휴리스틱, 익숙한 글씨체에 더 호감을 보이고 낯선 이름에는 위협을 느끼는 유창함 휴리스틱, 주위에 별로 없기 때문에 금에 열광하는 희귀성 휴리스틱 등을 풍부한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휴리스틱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아주 오래전 우리의 원시 조상들이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진화하고 있을 때 그들의 뇌는 환경에 적응하도록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무수한 위험으로부터 자신의 생명을 지키려면 신속한 판단과 선택이 필요했다. 이런 진화의 경향이 아직도 현대인에게 휴리스틱으로 남아 상당수는 잘못된 사고로 이어지고 심지어 오늘날 우리의 생활양식에 더 이상 적용되지 않음에도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일부 휴리스틱들은 우리의 원시 조상들이 남긴 유산인 반면 일부는 여러 세대를 거쳐 재학습되면서 전승되어온 문화적인 유산이다. 또한 어떤 휴리스틱들은 유아기의 두려움이나 욕구 같은 최초의 경험애서 비롯되어 차츰 성장하면서 우리들의 사고를 형성한다. 추위라는 본능적 휴리스틱을 생각해보자. 추위를 피해 안락함을 찾는 유아는 따듯한 어머니의 품에 안기면서 점차 추위를 '혼자 있음'과 연관시킨다. 그 결과 추위와 외로움의 개념은 매우 밀접해져 더 이상 두 경험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본능적 휴리스틱 - 겨울이 되면 더 외로운 이유

 

시인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 1932~1963)는 미국 보스톤대학교의 생물학 교수이면서 땅벌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였던 아버지 오토 플라스의 딸로 태어났다. 실비아 플라스의 작품 세계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한 것은 그녀의 나이 8살 때 목격한 아버지의 죽음에 의한 충격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아버지가 죽은 이듬해인 아홉 살 때 첫 번째 자살 시도를 벌인다. 대학시절 다방면으로 뛰어난 재능을 보인 플라스는 장학금을 받고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 재학 중에 알게 된 시인 테드 휴즈와 결혼한다. 1963년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지난 여름 날의 갈대들은

모두 얼음 속에 새겨졌네.

마치 내 눈에 당신 모습이 그렇듯.

메마른 서리는 내 상처의 창문에 내려앉았네.

바위에 어떤 위로가 흘러 나와

마음의 황무지를 다시 푸르게 만들까?

누가 이 황량한 곳에 걸어 들어올까?

 

<바위가 있는 겨울 풍경>중에서

 

이 시詩는 그녀가 24살에 쓴 작품이다. 그녀가 겪은 고독의 고통은 시에 표현된 추운 겨울이라는 은유에서 분명히 나타난다. 왜 추운 겨울일까?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이 젊은 여성은 자신의 인생의 황량함과 외톨이 같은 기분을 표현하고자 했을 때, 왜 얼음과 서리가 생각났을까? 외로움은 과연 온도와 상관이 있는걸까?

 

토론토 대학교의 두 명의 심리학자 첸보 중과 제프리 레오나델리는 사고와 판단에 사용되는 은유가 우리의 기본적인 지각과 감각을 통해 뇌에 들어온 정보에 영향을 받은 것이지 알아보았다. 원시 시대의 우리 조상은 따뜻함과 친목을 생존의 도구로 연결했을 것이다. 유아들은 오늘날에도 이 두 가지를 연결시킨다. 몸의 따뜻함은 안락과 안전을 의미한다. 정반대는 어떨까? 

 

실험의 참가자를 두 집단으로 나누었다. 한 집단은 클럽에서 거부당하거나 대학교 농구팀에서 잘리는 등 사회적으로 거부당했던 개인적 경험을 회상하라고 주문했다. 다른 집단은 집단에서 수용되었던 행복한 경험을 회상하도록 했다. 잠시후 모든 참가자들에게 자신들의 방 안 온도를 추정하도록 했다. 고립되고 거부당한 느낌을 가진 부류는 온도를 5도 가량 더 낮게 추정했다.

 

이후 모든 참가자들에게 뜨거운 커피, 차가운 콜라, 크래커, 사과, 뜨거운 수프 등 특정한 음식과 음료를 얼마나 원하는지 알아보았다. 그 결과 거부당한 경험을 가진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보다 뜨거운 커피나 수프를 더 원했다. 따뜻하고 몸을 풀어주는 음식을 선호한 이유는 냉대를 받았을 때 실제로 더 추위를 느꼈기 때문인 것이다.

 

고립은 마치 추위 속에 남겨진 기분을 느끼게 하고, 그것이 자신을 더욱 외롭게 만들고, 그러한 감정은 다시 더욱 춥게 만든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자살이 당시의 추운 날씨 때문은 아니었는지 의문을 가진다. 사실 그녀는 영국에서 수백 년 만의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때인 1963년 2월 런던에서 가스 오븐에 머리를 넣고 자살했기 때문이다.

 




 

유창함 휴리스틱 - 왜 익숙한 글씨체에 호감을 보일까

 

"모세는 방주에 동물을 몇 마리씩 실었을까?" (65 쪽)

 

이미 잘 알고 있는 걸 선호하는 건 인간의 근원적인 본질이다. 익숙함은 우리의 얼굴, 대화, 사설, 주식 공모 등 세상의 모든 측면을 처리하고 이해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다시 질문에 답해보라. 대다수 사람들은 문제를 듣자마자 "두 마리"라고 대답한다. 조금 더 주위를 기울인 사람은 문제가 잘못된 것임을 알아차린다. 방주와 관련있는 인물은 노아이기 때문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이런 오해를 '모세 착각'이라고 부른다. 이는 우리가 날마다 어떻게 문제를 처리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접하는 대화와 텍스트를 처리하고 이해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언어는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온갖 방식으로 우리를 함정에 빠트릴 수 있는 왜곡들로 가득하다.

 

만약 좀전의 질문을 "빌 클린턴이 방주에 동물을 몇 마리씩 실었을까?"로 했다면 우리들은 결코 속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언어의 유창함이 우리가 비논리적 사고를 잡아낼 정도로 마음의 속도를 늦출지의 여부를 결정한다고 추정하는 심리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시건 대학교의 송현진과 노버트 슈와츠는 이를 테스트하려고 재미있는 실험들을 수행했다.

 

참가 집단에 모세 질문을 던졌다. 질문은 종이에 적혀 있었다. 일부는 읽기 쉽게 평범한 글씨체로 된 또렷하고 검은 색으로 인쇄된 질문지를 받았다. 다른 참가자들은 익숙하지 않은 글씨체로 흘려 쓴 데다가 밝은 회색으로 인쇄되어 읽기 힘든 질문지를 받았다. 그 결과, 읽기 어려운 글씨체로 된 질문지를 받은 사람들은 모세 착각에 덜 속았고 반면 읽기 쉬운 글씨체의 질문지를 읽은 사람은 두 마리라고 즉각 반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리학자들, 특히 행동경제학자들은 우리가 물건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에 관심이 크다. 그런데, 이것이 이성적인 결정이 아니라면 과연 무엇일까? 프린스턴 대학교의 심리학자 다니엘 오펜하이머와 뉴욕 대학교의 아담 알터는 우리가 내리는 많은 경제적인 결정이 객관적 가치와 거의 상관없다고 말한다. 일련의 실험에서 두 학자는 우리의 경제 행위가 모세 착각에서 작동한 유창함 휴리스틱의 산물임을 밝혀냈다.

 

참가자 집단에 1달러로 클립, 껌, 종이냅킨 등 일상적인 물건을 얼마나 살 수 있는지 평가하도록 했다. 일부는 조지 워싱턴이 인쇄된 익숙한 1달러 지폐를 받았고, 다른 이들은 상대적으로 덜 익숙한 수전 앤서니가 새겨진 1달러 동전을 받았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익숙한 지폐가 덜 익숙한 동전보다 더 많은 구매력을 갖는다고 믿었다. 이는 분명 비논리적이다. 뇌는 익숙한 것들을 더 빨리 힘들이지 않고 직관적으로 처리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식투자를 할 때 저가주가 고가주보다 상대적으로 싸다고 느끼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희귀성 휴리스틱 - 쓸모없는 금에 열광하는 이유

 

만일 뭔가가 드물다면 그건 분명 가치 있는 거라고 그리고 뭔가가 가치 있다면 그건 분명 드물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바로 희귀성 휴리스틱이라 한다. 금이 소중한 이유는 이것을 갖고 마천루를 짓거나 암을 치료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들의 주위에 별로 없는 희귀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소르본 대학교의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짧은 음악을 들었다. 베르디의 레퀴엠이나 마일즈 데이비스의 곡이 아니라, 감정을 휘저을 것은 하나도 없는 음악이다. 이후 일부 참가자들에게 그 음악을 다시 듣는 데 돈을 얼마나 지불할지 물어보았다. 반대로 다른 이들에게는 돈을 얼마나 주면 다시 들어보겠냐고 물어보았다.

 

Miles Davis by Palumbo

마일즈 데이비스(1926~1991)


 

애매모호한 상황에 직면할 때면 돈을 얼마나 낼 건지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그 경험을 즐겁거나 가치있는 것으로 가정한다. 하지만 돈을 얼마나 받겠느냐는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정반대로 즉 그 경험은 가치가 거의 없고 심지어 별로 좋지도 않다고 가정한다. 이후 심리학자들은 모든 참가자들에게 얼마나 오래 음악을 들었는지 시간을 추정하라고 질문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돈을 지불받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받은 사람들보다 음악 감상 시간이 짧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돈이 교환된 것이 아니지만 돈을 지불한다는 생각이 그들에게 가치를 인지하도록 만들어 희귀성 휴리스틱을 유도한 것이다.  그 결과로 그들은 상당히 즐거운 음악을 많이 듣지 못했다면서 희귀성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1980년대 양배추 인형 광풍은 어떠했는가? 큰 머리, 커다란 눈, 헝겊 몸통의 바보스런 모습의 인형이다. 인형마다 이름이 정해져 있고, 이를 구입하면 입양 서류가 딸려 온다. 한동안 이 인형은 인기를 끌어 품귀 현상이 나타났다. 희귀성은 시장의 공포를 가열시켰다. 부모들은 백화점 복도에서 양배추 인형을 차지하려고 난리였고, 상점들은 양배추 인형을 전담하는 경호원까지 고용했다. 여러 상점들이 약탈당했고, 암시장에선 150달러 이상에 거래되기도 했다. 희귀성의 생생한 사례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이런 현상은 흔히 발생한다. 그러나 결국 이 거품은 사그라진다.

 


1983년 12월호 

 

 

익숙함 휴리스틱은 식료품 구매 방식뿐만 아니라 소비자 선택과 개인재무관리 영역에서도 널리 연구되었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심리학자들은 신생회사의 이름이 말하기나 읽기가 쉬울수록 그 회사의 주식을 사려는 경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이 주식의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편, 미시건 대학교의 심리학자들은 인쇄된 글시체가 우리의 지각에 영향을 미쳐 롤러코스터의 위험성을 더 높게 또는 더 낮게 인식하도록 만들거나 부담감을 더 많이 도는 더 적게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익숙함 휴리스틱이 우리의 크고 작은 선택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이 책은 잘못된 휴리스틱 충동을 제거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일단 잘못된 사고를 알아차리면 우리는 더 나은 사고를 하게끔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다. 특히, 주식투자자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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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의 산을 가다 - 테마가 있는 역사기행, 태백산에서 파진산까지 그 3년간의 기록
박기성 지음 / 책만드는집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저자 박기성은 대학에 입학하여 등산을 시작한 역사학도 출신으로 등산 전문 잡지 <사람과 산>의 편집국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편집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삼국사기의 산'을 기획하고 삼국사기에 기록된 역사적 사건이 있었던 산을 찾거나 직접 산에 올라 그 현장을 관찰하고 음미하는 등 2006년 6월부터 2009년 7월까지 꼬박 3년의 세월 동안 이 일에 몰두하면서 많은 역사적 인물과 유적들을 만나게 되었고 이를 토대로 이 책이 출간되었다.

 




 

 

태백산 정상에서 제사를 올린 신라 7대 왕 일성이사금, 왕이 되려는 야망을 품었던 탈하이, 천 년에 한 명 나올가 말까 한 천재 전력가 이사부, 대야성 최후의 날 남편 김품석과 함께 자결한 고타소랑, '맞장 뜨기'방법으로 고비를 넘겼던 김유신 등의 인물을 소개하고 박제상은 왜 그렇게 고집부리다 왜에 처참하게 죽었는지, 광개토태왕이 보낸 고구려군 5만이 왜군의 항복을 받았던 임나가라 종발성은 어디인지, 관산성에서 성왕과 백제군 29,600명은 어떻게 해서 몰살 당했는지 등의 수많은 미스터리들도 저자는 풀어낸다.

 

또한, 유적들의 대종은 산성이다. 12년 동안  여섯 번의 싸움이 벌어졌던 대구 와룡산(성), 침전지 연못을 만들어 방어한 문경 고모산성, 당나라 장수 소정방의 본진이 머물렀던 논산 황화산성, 유럽의 성들처럼 원통형 치雉들이 있는 유일한 구조물 삼년산성, 목간이 가장 많이 출토된 함안 주산성 등 산성은 방어 진지만이 아니라 이동 진지 역할까지 했음을 알게 되었다. 행군 중 로마군은 날이 저물면 참호 진지를 만들었듯이 서라벌군은 토성을 쌓았던 것이다.

 

태백산 - 2천 년 전 시작된 산악신앙의 단초

 

서기 138년 서라벌의 7대 왕인 일성이사금이 태백산을 순행했다. 몸소 산신에게 제사를 올리며 북으로는 말갈, 남으로는 가야를 물리치고 명실상부한 영남의 패자가 되게 해달라고 기원했다. 말갈의 침입을 받았고 6대 왕 지마이사금은 가야를 공격하러 낙동강을 건넜다가 대패를 당하고 귀국했던 서라벌이었던 것이다

 

당시 서라벌은 경주, 울산, 영일, 청도, 양산, 동래, 경산, 영천, 대구 정도의 약소국이었다. 반면 가야연맹(알타이어語로 '가야'는 '철'을 뜻한다)은 선진 제철업과 중계무역으로 번영을 구가 중이라 서라벌은 그 국력이 가야에 비할 바가 못되었다. 또한, 뛰어난 기마 궁수 집단인 말갈족은 동해안을 타고 내려와 경계인 영일 죽령을 넘어 남침하기를 밥 먹듯 일삼는 이런 상황에서 일성이사금의 순행이 이루어졌다.

 

서라벌 사람들이 태백산을 성스러운 산으로 받드는 풍습은 혁거세(알타이어로 '족장'을 뜻한다)가 건국할 당시부터 비롯되었다. 그는 부전강과 동해안을 잇는 고대 교통로를 따라 내려오면서 그때 태백산(오늘날의 백두산)의 위용을 보았고 산을 숭배하는 초원사람들의 관습대로 그 산을 영산으로 받들기 시작했다. 이후 서러벌 사람들은 진한 북쪽 끝에 또 하나의 태백산이 있음을 알게 되면서 꿩 대신 닭으로 이 산을 숭배해왔다. 2천 년 뒤 오늘날까지 이어진 산악신앙의 단초端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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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각화사 대웅전

 

각화사를 출발하여 태백산 사고史庫터에서 1박 한 다음 정상에서 두 번째 밤을 지내고 남동쪽의 청옥산으로 내려와 정상이 잘 보이는 영마루에서 1박 하는 3박 4일의 산행 계획을 잡았다. 최초로 성산 대접을 받은 태백의 위용은 청옥산에서 가장 잘 바라볼 수 있을 듯했다. 이번 산행의 목적은 그 역사적인 현장의 답사이며 그 개연성을 찾는데 있었다.

 

"마침내 풀렸어, 이사금들의 순행 미스터리가. 일성이사금은 바로 여기, 아니 천왕단까지 와 제사를 지냈던 거야. 각화사 자리에서는 입산제, 여기서는 산신제, 천왕단에서는 하늘님께 제사를 올렸던 거야" (20 쪽) 

 

토함산 - 탈하이가 서라벌을 엿보다

 

기원전 19년 서라벌 동남쪽 바닷가 아진포에 9척 거구의 한 사나이가 나타났다. 그의 이름은 탈하이脫解.  서라벌 천 년 역사상 위대한 인물 중의 한 사람이다. 탈하이란 몽고어로 '대장장이들'이라는 뜻이다. 그의 고백에서도 자기의 조상은 본래 대장장이였음을 밝히고 있다. 사실상 이들은 선진 기술을 보유한 제철 기술자 집단이었음에 분명하다.

 

"시종 두 명과 함께 지팡이를 들고 토함산으로 올라가더니 석총을 지어

7일 동안 머무르면서 성안에 살 만한 곳이 있는가 바라보았다"

- <삼국유사> 중에서

 

동천강을 거슬러 사로 6촌의 하나인 가리마을, 지금의 경주 외동읍과 울산 북구 일대로 들어와서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철광 찾기였을 것이다. 우리말로 쇠곳鐵場. 울산 북구 달내達川洞에서 이 땅 최고의 쇠곳을 찾아내고 곧바로 쇠둑부리鎔鑛爐 세우는 일에 착수했을 것이다. 외동읍 모하리 속칭 아랫장터에 쇠북두리가 있다고 <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도 나와있다. 지도를 펼쳐보니 그 동쪽에 삼태봉이 있는데 이는 토함산 줄기이다. 그렇다면 탈하이가 올라간 토함산이 바로 삼태봉이란 해석이 된다.

 

탈하이가 거기에 뭐하러 올라갔을까? 서라벌에 살 만한 곳이 있는가 살펴 본 것이리라. 툭 트인 장소에서 서라벌을 내려다보았을 것이다. 산에 올라 삼태봉의 가장 높은 북쪽 봉우리(650m)에 올라갔은데도 서라벌은 보이지 않았다. 하산로를 입실 쪽으로 잡고 지도에 나와 있는 오솔길을 따라 5분쯤 갔더니 갑자기 숲이 사라지며 외동의 들판이 바둑판처럼 나타났다. 마침내 '탈하이의 토함산'에 도착한 것이다.

 

대구 와룡산 - 서라벌의 명운을 걸고 전쟁을 벌였던 '개구리소년'의 산

 

"전全 진한 임금은 하나도 빠짐없이 와서 이 위대한 왕에게 무릎을 꿇어라" (53 쪽)

 

서기 63년, 백제의 다루왕이 회맹을 소집했다. 이는 진한의 맹주 서라벌을 겨냥한 처사였다. 당시의 서라벌은 백제와는 비교가 안되는 작은 나라였다. 서라벌은 죽기 살기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 화백회의는 전쟁을 결의했다. 진한의 작은 나라들 또한 큰 나라 백제 편을 들지 아니면 서라벌 쪽에 붙을지 결정해야만 했다.

 

이듬해 백제는 군대를 보내 와산성蛙山城을 공격했다. 이로부터 12년 동안 여섯 번의 싸움이 벌어졌다. 역사 속의 와산성은 어디일까? 전쟁터는 아무래도 달구벌일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 진한은 길이 난 고개가 거의 없어서 보급은 물길을 이용했다. '개구리소년'사건으로 유명한 와룡산은 최고 높이 299m, 말발굽 테두리 거의 전부가 200m 이상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은 금호강 쪽에 토성만 쌓으면 강이 바로 해자가 되는 난공불락의 철옹성이다.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던 백제는 결국 와산성 공략에 성공한 뒤 200명의 수비군을 이곳에 주둔시켰다. 이 때 아르치閼智가 무리를 거느리고 나타났다. 아르치 병사들은 과감하고 신속했다. 그리고 그들은 잔인했다. 포로가 된 백제군 200명을 모조리 죽이고 말았던 것이다. 금金은 알타이어로 '알트', 복수로는 '알타이'이다. 이 알트가 아르치로 변한듯하다. 즉 아르치는 '금 제련, 세공 기술자'인 셈이다. 나중에 김씨가 되는 아르치 집단은 북방계라는 것이 정설이다.

 

비음산 - '임나가라 종발성'

 

"신라 성에 이르니 왜병이 가득했는데 고구려군이 도달하자 도망하기 시작했고

임나가라 종발성從拔城에서 마침내 항복" (115~116 쪽)

 

임나가라에 망조가 든 것은 서기 400년, 광개토태왕이 보병과 기병 도합 5만명의 군대를 파병하여 서라벌을 구원하면서부터였다. 고구려가 신라의 지원 요청을 받고 남정에 나섰던 이유는 야마토가 백제와 화해하면서 서라벌을 침략, 그들의 세력권에 두려고 하는 것을 방기하기 위한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창원 용동과 김해 진례면 사이에 있는 진례산성이 일명 염산고성簾山古城이라고 기술되어 있다. 종발의 '발'을 '발 렴簾'자에서 차음했다면 이보다 더 적당한 입지도 없을 것이다.

 




진례산성

 
창원시 토월동에서 비음산 북릉 안부로 올라서니 허물어진 석축 성벽이 보이고 '진례산성 남문'이라는 표지판이 서 있다. 비음산 정상을 돌아 진례산성 동문을 지나서 용추계곡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마침내 드러난 성의 규모가 어림잡아 둘레 5km가 되는 큰 성이다. 계곡이 서쪽으로 꺾이면서 경사가 완만한 폭포를 이루는 암반 지형이다. 별다른 축성 기술이 없었을 400년대에도 방어 장치로 충분한 골짜기, 진례산성은 종발성이 맞는 것 같다.

 

 

산은 일반적으로 오르기는 지루하고 내려가기는 팍팍하다. 그래서 꽤 많은 이들이 야생화 사진 찍기, 약초 캐기, 나물 뜯기 등으로 소일하면서 지치지 않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산행을 즐긴다. 그러나, 이렇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앞사람 발뒤꿈치만 바라보면서 무작정 걷는다. 이럴 때 <삼국사기>와 함께 산을 찾는다면 그 느낌이 다르고 산길에서 차이는 돌멩이 하나도 그냥 보아 넘기지 않을 것이다. 도 닦는 길이 달리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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