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이야기 - 자연에게 배운, 영원히 지켜내야 할 것들
이본 쉬나드 지음, 추선영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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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만든 재킷을 사지 말라고 광고하는 기업 파타고니아는 지구에서 가장 멋진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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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이야기 - 자연에게 배운, 영원히 지켜내야 할 것들
이본 쉬나드 지음, 추선영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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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포츠든 비즈니스든 규칙을 깨뜨리는 과정에서 창의성을 발휘하고 큰 만족을 느끼는 사람이다. 심지어 규칙을 깨뜨리는 일이 규칙에 순응하는 일보다 훨신 더 쉽다. 그리고 결국 거기에서 더 나은 이야기가 탄생한다고 믿는다. - ‘들어가며’ 중에서




책의 저자 이본 쉬나드는 전설적인 등반가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파타고니아 인코퍼레이티드의 설립자 겸 소유자다. 암벽등반과 빙벽등반의 대부로 유명하던 그는 1957년 암벽 등반 장비를 설계하고 제조하는 회사 ‘쉬나드 이큅먼트’를 설립하면서 사업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쉬나드가 설립한 회사는 1970년에 미국에서 암벽등반용품 업계 1위에 올랐다. 그는 어느 날 암벽등반 중 암벽 곳곳에 생긴 하켄 흔적을 보고 비록 큰 수익을 안겨주는 장비일지라도 바위, 즉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등반장비를 새로이 고안했다. 이후 회사의 사업 방향을 아웃도어 의류로 전환하면서 현재의 파타고니아를 설립했다.


장비의 품질관리


열여섯 살 때는 와이오밍주로 건너가 윈드리버산맥 최고봉인 개닛피크에 올랐다. 그 뒤로 등반, 카약, 민물낚시에 매진했다. 1년에 200일을 침낭에서 잠을 청하던 시절이었다. 마흔 살이 될 때까지는 텐트도 사라지지 않았다. 별을 보면서 잠이 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폭풍우가 몰아치면 볼더나 낮게 드리운 알파인전나무 가지 아래에서 잠을 청했다. 며칠이 걸리는 암벽을 등반할 때는 해먹에 매달려 자야 했는데, 그것만큼 흥미진진한 경험은 또 없을 것이다.


등반에 대한 열정 덕분에 대장장이로 일하면서 돈을 벌게 되었다. 피톤, 피켈 같은 등반 장비를 만들어 판매했던 것이다. 사업을 할 생각으로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등반을 마치고 돌아올 때면 언제나 나와 나의 파트너인 톰 프로스트(Tom Frost)의 머릿속에는 기존 장비를 개선할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쳐났다. 디자인 원칙은 비행사 겸 작가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더 이상 추가할 것이 없어야 완벽한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어야 완벽한 것이다.” 누군가의 목숨이 달려 있는 일이었으므로 장비의 품질관리가 항상 최우선이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모든 기술 진보에는 단점이 따른다. 기술 덕분에 가능해진 일이라고는 더 많은 인간이 지구에 살게 되었다는 것뿐이다. 모든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따라서 자연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책임감 있게 행동하려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구에서 살아갈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계획을 수립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미국의 원주민인 이로쿼이(Iroqouis)부족은 7세대 뒤를 내다보면서 계획을 세운다. 따라서 마지막 남은 노숙림을 베어 없애거나 20년도 채 지나지 않아 토사가 쌓이고 말 댐을 지어 강을 파괴하는 재앙 같은 계획을 세울 리 만무하다. 이처럼 미래를 내다보면서 수립하는 계획이 올바른 계획이라고 생각한다면 재생불가능한 자원에 의존해서 소비재를 만드는 회사 역시 ‘옳은 일’을 해야 한다.


파타고니아, 화강암 벽 등반 루트 개척


1968년 더그 톰킨스가 파타고니아에 가보자는 제안을 해왔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작은 아웃도어 용품 샵을 운영하면서 슬리핑백과 텐트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었다. 추가로 세 명을 더 섭외해서 다섯 명이 함께 등반에 나서기로 했다. 저자와 더그는 가장 많은 등반 경험 보유자였고, 저자는 등반대의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했다.


길을 떠난 지 넉 달째로 접어들고 있었지만 피츠로이에 도착하려면 아직 두 달을 더 가야 했다. 당시 피츠로이 정상에 오른 이는 두 명뿐이었다. 첫 성공자는 프랑스인 등반가 리오넬 테레이였는데, 다시 등반하고 싶지 않은 곳으로 피츠로이를 꼽았다.




준비한 텐트가 파타고니아의 강풍을 견딜 수 없기에 꼬박 31일을 설동雪洞을 파서 지냈다. 춥고 배고픈 날들이 이어지다가 마침네 날씨가 풀렸다. 이때를 틈타 재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호흡이 척척 맞는 다섯 명은 해가 저물 무렵 정상에 도착했다. 더그의 아내 수지가 손수 만들어준 현수막을 펼쳐들고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더그는 인격이 형성되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까이에서 접하게 되면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이 깊어진다고 했다. 무언가에 감사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사랑하게 되면 그것을 돌보고 보호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빙벽등반 장비 개발


더 나은 장비를 개발하면 힘을 덜 들이면서 더 수월하게 빙벽을 등반할 수 있게 된다. 장비를 탓할 시간에 등반 자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기술 발전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등반도 예외는 아니다.


장비를 디자인하고 개선하는 사람으로서 진보를 추구하는 인간의 태도가 그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도 활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이 곧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1975년, 케냐산 다이아몬드 쿨루아르를 초등하는 이본

(가후변화로 이젠 사라진 환경이다)


등반이라는 활동 자체는 주도성, 과감함, 균형 유지를 강조하기 때문에 기술적 해결책의 활용과 대척점에 서 있다. 그래서 새로운 빙벽 등반 장비를 개발할 때면 언제나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되 장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데 신경 썼다.


유년기의 경험


이본은 강해형江海形 무지개송어 낚시를 가장 좋아한다. 잡기에 까다로운 어종은 아니지만 그 수가 매우 적다. 그래서 수많은 캐스팅을 반복해야 하기에 이 어종 낚시꾼은 다른 낚시꾼에 비해 강인한 편이다. 한두 마리라도 잡는 날이면 천국이 따로 없다.


강해형 무지개송어 낚시에 푹 빠진 낚시꾼들 역시 자신들이 숭배하는 이 물고기를 닮아간다. 산이 산을 선택한 사람의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깨달음을 느낀 이본은 진학을 위해 집을 떠나게 된 딸에게 아래의 편지를 보냈다.




사람은 유전적 기질을 타고나고 유년기의 경험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들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야. 하지만 사람에게 가장 큰 변화는 열정을 쏟는 활동에 깊이 관여하게 된 이후에 찾아온단다. 매사냥, 강해형 무지개송어 낚시, 서핑, 그 밖의 모든 기예들이 네 성격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거야. 그래서 그 사람이 하는 일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해.


클레어, 이 말을 너에게 해주고 싶었단다. 진학을 위해 집을 떠나는 것은 강에서 2년쯤 자란 어린 강해형 무지개송어가 바다로 나아가는 것과 같지. 모험이 시작되는 거란다! 너는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역량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여러 차례 증명한 바 있어. 서핑과 탠덤 서핑을 몇 시간 만에 배운 적도 있었고 예술이나 디자인에도 소질을 보였지. 너의 강한 신체와 정신에는 한계가 없단다.


리스판서블 경제


파타고니아는 사람들이 소비하는 물건을 만드는 회사다. 회사의 전 임직원들은 리스판서블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회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되묻는다. 지난 1990년대에 과도한 고속 성장을 경험한 후 이젠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


파타고니아는 만족할 줄 모르는 소비주의를 동력으로 삼지 않는 경제를 추구한다. 또한 환경에 해를 입히는 실천을 중단하고 그러한 활동을 새롭고 더 효율적인 실천으로 대체하거나 여전히 원활하게 작동하는 과거의 실천으로 대체하는 경제를 추구한다. 생산하는 소비재의 규모를 확대하지 않는 경제, 마구 버린 뒤 모른 체하지 않는 경제를 추구한다.


파타고니아는 이와 같은 경제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이야말로 모든 기업이 그와 같은 경제에 대해 검토하고 행동에 나설 때라는 것이다. 이래서 포천은 “지구에서 가장 멋진 기업”이라고 칭송했다.




#파타고니아 #파타고니아이야기 #파타고니아50주년 #이본쉬나드 #ESG #지구 #환경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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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필드 2023-05-24 15: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때는 서핑을 읽었었는데
그책은 기업 철학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었어요 그에 비해 이책은 두께도 두껍고 이본 쉬나드에 관해
상세한 내용들이 많겠군요

그레이스 2023-05-31 06: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산악등정의 역사에 관해 몇권 읽었는데, 이 리뷰 보니 이 책과 함께 다시 읽고 싶어지네요
 
조금 수상한 비타민C의 역사 - 아주 작은 영양소가 촉발한 미스터리하고 아슬아슬한 500년
스티븐 M. 사가 지음, 김주희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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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이전, 비타민을 둘러싼 문제는 얼마나 추가로 섭취할 것인가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 수백만 명이 비타민 부족으로 사망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비타민 부족이 전염병만큼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의학이 성취한 가장 큰 성과로 예방접종과 항생제가 종종 언급되지만, 비타민의 발견과 그에 따른 식단 개선도 그 못지않게 공중 보건에 영향을 미쳤다. - ‘들어가며’ 중에서




우리는 비타민이 풍부한 다양한 음식을 즐긴다. 그 결과 인간이 과거 한때 흔히 겪은 괴혈병, 각기병, 펠라그라, 구루병 등이 이젠 낯설게 들리는 질병들이다. 그래서 어릴 적 학교 시험에도 자주 출제되던 이런 질병에 대해 현대의 의사들도 책에서만 접하며 실제 치료를 경험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에 우리들은 과거의 역사 속으로 시계를 되돌려보자. 최초의 인간은 조상 격인 유인원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 속에 비타민 C를 체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물려받지 못했다. 그래서 이를 충당하려면 외부에서 얻은 음식에 의존해야만 했다. 수많은 식물이 이런 비타민을 많이 지니고 있었기에 수렵과 채취 내지는 농경 생활을 하던 당시 인간들에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인류는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을 떠나 유럽과 아시아 등지로 이주하면서 항시적으로 이를 섭취하는 게 어렵게 되었다. 특히, 추운 날씨의 북쪽 지방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겐 신선한 과일과 채소 없이 상당한 기간 동안 지내야 했기에 비타민 C의 결핍 현상이 필연적으로 생김에 따라 괴혈병 환자들이 흔했던 것이다.


사실 이 병은 고대와 중세에도 있었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15세기 말 탐험가 바스코 다가마의 첫 인도 항해 일지에 처음 등장했었다. 즉 이들은 아프리카 동쪽 해안을 항해하던 6개월 이상 신선한 과일과 채소들을 공급받지 못해서 팔다리와 잇몸이 부어서 아무것도 먹질 못했다. 결국 허약 상태에 빠진 대부분의 선원들은 죽음을 맞이했다.


탐험가 다가마는 치료법을 발견했다. 아프리카 해안에서 자라는 오렌지 나무에서 오렌지를 채취해 이를 열심히 섭취한 끝에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우연히 얻은 이런 지식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대항해시대에는 이같은 괴혈병이 폭풍과 전투보다 더 위험한 요인이었던 셈이다. 또한 해상뿐만 아니라 육지에서도 발생하고 있었는데, 당시 유럽인 수백만 명이 이 병으로 사망했다고 알려진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을까? 그 시대의 관료(왕의 신하)나 의사들이 비타민에 대한 지식이 없었고 또 질병에 대한 개념도 매우 부족했기 때문이다. 탐험가 다가마가 우연히 발견한 치료법에도 불구하고 영양결핍으로 인해 괴혈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데 무려 400년이나 걸렸으니 말이다.


마침내 20세기 초에 괴혈병의 실체가 밝혀지고, 화학자들은 괴혈병 치료에 필요한 영양소를 구하려고 연구에 돌입했다. 1930년대 초 과학자들은 괴혈병 치료 물질인 아스코르브산(항괴혈병이란 뜻)을 규명했으며, 이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었다. 이후 교통과 농업의 발전과 함께 전세계에 신선한 농산물이 보급될 수 있었고, 더불어 음식과 음료에 아스코르브산이 방부제오 첨가됨에 따라 선진국에선 이 괴혈병이 거의 사라졌다.


책은 해적의 바다, 욕망의 과학자, 비타민 비즈니스 등 3부에 걸쳐서 총 12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저자 스티븐 M. 사가는 비타민 C에 숨겨진 이상한 역사에 관심을 갖고 이를 파고 든다. 책엔 

3년 9개월간의 세계일주를 마치고 귀환한 배에는 겨우 188명만이 살아 있었다. 대부분 비타민 C 결핍으로 인한 괴혈병으로 사망한 것이다.


당시 앤슨은 영국 해군 본부의 특명을 받고 있었다. 선전포고를 발동한 스페인의 보물선 갈레온을 나포하라는 것이었다. 센추리언호는 포모사(대만의 옛 이름)에 도착, 마침내 금은보화를 실은 무역선 마닐라 갈레온을 나포했으며 생존자들은 1743년 6월 영국에 도착했다. 사망 원인은 대부분 괴혈병이었다. 앤슨과 생존한 선원들은 마닐라 갈레온에서 약탈한 어마어마한 보물을 센추리언호에 가득 싣고 돌아와 부자가 되었다.


제임스 린드의 연구


‘영국 해군 보건위생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임스 린드(1716~

1794년)는 1748년 해군에서 퇴역한 후 개인 진료소를 개업했다. 그는 괴혈병을 주제로 첫 논문을 쓰고 이를 1753년 발표, 당시 해군 장관인 조지 앤슨에게 이 논문을 헌정했다.


그는 해군 군의관으로 복무하면서 지중해와 영국 해협을 항해하는 동안 괴혈병 환자 수백 명을 목격했다. 자신이 직접 목격한 장면들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그가 목격한 선원들은 대체로 구강에 문제가 생겼고 뚜렷한 특징을 보였기에 잇몸 병변이 생겨야만 괴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잘못 판단하고 있었다. 구강위생이 양호하거나 잇몸 염증이 없거나 치아가 없는 사람에겐 구강에 아무런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린드는 괴혈병 환자의 근육에 출혈이 빈번하게 발생하며, 출혈 부위의 색은 시간에 따라 파란색, 빨간색, 노란색, 검은색 등 다양한 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부러진 뼈의 양쪽 끝이 서로 맞부딪히는 증상을 섬뜩하게 묘사했다. “몇몇 환자가 움직일 때는 뼈 부딪히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이들의 시체를 칼로 가르자 골단(긴 뼈의 말단)이 뼈에서 완전히 분리된 채 발견되었다. 두 골단이 서로 맞부딪히며 그러한 소리를 냈던 것이다.”(67쪽)




린드의 논문은 질병에 과학적으로 접근한 첫 시도로 널리 인정받는다. 그는 계몽주의 사상을 받아들여 자신이 직접 관찰하고 실험란 결과를 토대로 내세웠다. 말하자면 그의 임상실험은 치명적인 질병에 대한 치료법을 제공한 획기적인 사례였다. 그러나 그의 놈눈 바표에도 불구하고 해군 본부는 방침을 변경치 않았고 선원들에게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제공하려 하지 않았다.


비타민 C는 무엇인가


첫 번째 발견자가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과학에선 더 그러하다. 20세기 초는 과학자가 경쟁에서 1위를 차지하면 빛나는 영예를 누릴 수 있었던 첫 번째 시기였다. 인기 있는 주제인 비타민은 공개적인 경쟁의 장이었다. 비타민을 정제하고 화학 특성을 규정하는 첫 번째 인물이 되면 학문적 명성과 대중의 인정을 동시에 얻었다. 이에 커다란 야망과 자부심을 지닌 과학자들을 비타민 연구로 끌어들였다.


1920년대 과학계는 생명 활동에 꼭 필요한 물질이 결핍되면 괴혈병이 발생한다는 개념을 받아들였다. 비타민은 각기병과 괴혈병을 예방하는 물질이었다. 이들의 화학적 특성은 대강 이해되었고 분자구조는 알려지지 않았다.


1933년 비타민 C가 아스코르브산으로 확인되고 화학적 특성 이 규명된 이후, 과학자들은 생명 활동에서 비타민 C가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해왔다. 1937년 영국의 유기 화학자 월터 하스(1883~1950년)는 아스코르브산 구조를 밝힌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아스코르브산은 산소가 20%를 차지하는 대기에서 동물이 살 수 있게 해준다. 생물은 산소가 없으면 살 수 없다. 세포는 산소를 이용해 세포 대사, 근육 수축, 신경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성한다. 다른 한편으로 산소는 위험할 수 있다. 다양한 부작용을 나타내는데, 예컨대 혈관 벽에 지방의 축적을 촉진하거나 뉴런을 약화한다. 이처럼 지속적인 산화는 노화 과정의 일부이다.


비타민 역사의 의미


비타민 C 역사가 우리들에게 던지는 화두는 ‘현실에 대한 선입견이 우리의 사고를 구속하여 증거를 객관적으로 해석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는 것이다. 괴혈병을 이해하는 데 400년이나 늦어진 사례가 이를 설명하는 셈이다.


1936년 영국 의학연구위원회 영양부는 비타민 발견에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질병에서 비롯한 증거는 식품 성분과 그 기능에 대한 개념으로 빠르게 이어졌지만, 사고에 비정상적인 편견이 있었다. 영양결핍 질환이라는 개념이 뿌리내리기 어려웠다.”


또 다른 교훈은 과학이 답을 밝혔음에도 우리가 이에 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과학적 증거를 믿지 못하고 심지어 이를 거부가지 한다. 건강에 나쁘다는 음식을 끊지 못하고 코로나 재난 시기에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게 좋은 사례이다. 본인의 생각이나 행동 변화에 격렬히 저항하지만 결국엔 과학이 밝힌 진실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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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중용 쉽고 바르게 읽는 고전
증자.자사 지음, 박삼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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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알고 있는 사서삼경의 사서에 포함되는 대학과 중용을 친절한 해설서와 함께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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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중용 쉽고 바르게 읽는 고전
증자.자사 지음, 박삼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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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선한 본성을 되살려 평화로운 세상을 열어가기 위한’ 공자 사상이 후세에 널리 퍼져 영향을 미친 중심에는 <논어>가 있지만, <대학大學>과 <중용中庸> 역시 지대한 공헌을 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 ‘머리말’ 중에서




<대학>과 <중용>은 유가 경전인 <예기禮記>에 각각 제42편과 31편에 수록된 글이었다. <예기>엔 총 49편의 글이 수록되었음을 감안할 경우 불과 2편 정도인 <대학>과 <중용>이 처음엔 사람들에게 크게 주목받지 못했음은 당연하다.


이후 당나라 때 문장가이자 사상가인 한유가 유가의 정신을 수호한다는 기치 아래 이 두 편의 글을 중시하면서 비로소 훌륭한 경서로 추앙받기 시작하더니 송나라 때의 유학자 주자朱子가 두 편을 성인聖人의 저서로 여기며 <예기>에서 분리해 단행본으로 엮어냈다. 우리들이 알고있는 사서四書(논어, 맹자, 대학, 중용)에 포함된다.


대학大學


<대학>의 저자는 공자의 제자 증자로 알려진다. 이 책에는 태평성세를 이룰 수 있는 풍부한 지혜와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다. 즉, 수신修身을 바탕으로 한 제가· 치국· 평천하를 이룩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은 유가儒家 사상의 실천 방법과 이상理想 목표라는 두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학>은 주자가 말한 것처럼 ‘대인지학大人之學’일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이 관심갖고 공부해야 할 ‘범인지학凡人之學’이다. 사람은 누구나 <대학>의 가르침을 성실히 배우고 깊이 체화함으로써 뛰어난 지성과 고상한 덕성을 갖춘 ‘대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


<대학>은 도덕 수양의 방법을 비교적 체계적으로 논하고 있다. 유자가 추구해야 할 근본 목표로 ‘삼강령(三綱領)’이, 구체적인 도덕 수양의 내용으로 ‘팔조목(八條目)’이 제시되어 있는데, 삼강령 중에서도 ‘지극한 선에 머무름(止於至善)’이 가장 궁극적 목표이고, 팔조목의 중심은 ‘수신修身’에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서 읽으면 전체 체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삼강령: 명명덕(明明德)·신민(新民)·지어지선(止於至善)

★팔조목: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


대인지학大人之學의 근본이념은 첫째, 사람의 밝고 선한 천부적 덕성을 밝혀 드러나게 함에 있고, 둘째, 사람들로 하여금 낡은 악습을 버리고 본연의 선성善性을 새롭게 발휘하게 함에 있으며, 셋째, 사람이 궁극적으로 더할 나위 없이 선한 경지에 이르러 머무르게 함에 있다.


<상서> ‘강고편康誥篇’에서 말했다. “크게 드러나 빛나신 아버지 문왕께서는 천부의 덕성을 한껏 밝혀 만백성에게 널리 은덕을 베푸셨도다.”


‘태갑편太甲篇’에서 말했다. “탕왕湯王께서는 항시 이 하늘이 내린 밝고 빛나는 사명使命을 생각하셨소이다.”


‘요전편堯典篇’에서 말했다. “요임금께서는 능히 그 위대하고 숭고한 덕성을 밝혀 널리 은덕을 베푸셨도다.” 이는 모두 각기 스스로 자신의 ‘명덕明德’을 밝혀 널리 베풀어야 함을 일깨운 것이다.




중용中庸


<중용>의 저자는 공자의 손자인 자사라는 게 통설인데, ‘사서四書’ 중에서 가장 철학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최고의 덕으로 규정되는 ‘중용(中庸)’, 하늘의 도이자 사람이 추구해야 할 도로 규정되는 ‘성(誠)’, 그리고 사람은 자신의 본성인 이 ‘성(誠)’을 추구함으로써 천지와 나란히 설 수 있다는 천인합일天人合一 사상이 주된 내용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천天·도道·인人’ 삼자三者의 관계에 착안하고 근거해 아름다운 삶의 향유를 가능하게 할 ‘중용의 도’의 고귀한 가치를 부각 역설했다. <중용>이 전적으로 개인의 도덕 수양에 근본 의의를 두면서 실천 윤리의 철리哲理를 설파했다.


‘중용’은 바로 누구나 충분히 운용·적용할 수 있는 불편부당하고 무과불급無過不及하며 적중適中·적정한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은 언제 어디서나 변함이 없으며 우리의 일상생활에 두루 적용되고 통용된다.


하늘이 사람에게 부여한 본질이 ‘성性’, 즉 사람의 본성이요, 그 본성을 따르는 것이 ‘도道’, 즉 만사만물의 보편 법칙이며, 그 법칙을 닦아 널리 밝힘으로써 사람들이 따르게 하는 것이 ‘교敎’, 즉 교화敎化이다.


사람의 본성, 본질적 성품은 천부의 것으로, 만인이 모두 동일하다. 공자가 “사람의 본성은 본디 비슷하지만, 후천적인 습성으로 인해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 라고 한 것은 바로 그 같은 견지의 설명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의 언행은 중용의 도에 들어맞고, 소인의 언행은 중용의 도에 어긋난다. 군자의 언행이 중용의 도에 들어맞는 것은 군자는 언제 어디서나 그에 맞게 적중과 조화를 추구하기 때문이요, 소인의 언행이 중용의 도에 어긋나는 것은 소인은 언제 어디서나 기탄없이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공자는 중용의 도를 얼마나 잘 지키고 실행하느냐의 여부를 기준으로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을 구분했다. ‘중용’은 비록 처신·처사의 보편적 원칙이긴 하지만 결코 누구나 능히 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위 군자는 도덕 수양이 높고 품성이 선량한 만큼, 중용의 도를 깊이 체득하고 마음에 새겨 항시 스스로 경계하고 삼가며 자신을 성찰하고 단속한다. 그러므로 중용의 도를 배우고 익히고 실행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품성을 수양해야 한다. 이는 <대학>에서 말한 ‘수신修身’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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