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24시간 살아보기 - 2000년 전 로마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생활 밀착형 문화사 고대 문명에서 24시간 살아보기
필립 마티작 지음, 이정민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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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삶이란 제국의 영광에 환호하는 것이 아니라, 집세를 구하고 집과 일터에서 맞닥뜨리는 까다로운 지인들과 일상적 문제들에 대처하는 것의 연속이었다. 당시 로마가 아무리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도시라 해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길을 찾고, 이웃들과 사이좋게 지내며, 시장에서 값싸고 신선한 식료품을 찾기 위해 애써야 했다. - '들어가며' 중에서

 

 

로마 14대 황제 하드리아누스 시절의 로마인들

 

책의 저자 필립 마티작은 옥스퍼드 세인트존스칼리지에서 고대 로마사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0년대 후반 아직 어렸을 때 부모님께 선물 받은 고대 로마 병사의 모습을 한 작은 인형이 그를 잡아끌었다. 그 이후 그리스 로마 시대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지난 40년 동안 이에 대해 읽고, 쓰고,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그리스 로마 신화>, <로마공화정> 등이 있다.

 

당시의 로마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책에는 24명의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한번쯤은 서로를 스쳐 지나갔던 당시 로마의 이웃이다. 저자는 이들의 일상적 경험을 조합해 '한 사람'의 '한 시간' 형식으로 구성함으로써 시간별로 로마를 구성하는 개개인이 등장하는 셈이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허구가 아니라, 유물과 문학작품을 비롯해 일화와 농담, 연설, 서신 등 가치 있는 자료들을 통해 학자들에 의해 고증된 고대 로마인의 실제 모습이다.

 

서기 137년 9월 초, 로마의 권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로마제국의 영역이 메소포타미아와 다키아 지역에까지 이르고, 템스강부터 티그리스강에 이르는 광할한 지역에서 거대 제국의 명성을 떨치며 두려움과 존경을 동시에 샀다. 이 책은 서로 다른 24명의 눈을 통해 고대 로마 시대 어떤 하루로 우리를 안내한다.  

 

좀 더 나은 벌이를 위해 군중을 헤치고 좁디좁은 길을 달리던 수레꾼 비비우스
완성된 빵에 자랑스럽게 직인을 찍던 제빵사 미스트라티우스
수업료가 모이지 못하면 길바닥에서 수업을 해야 했던 선생 
공작새, 호랑이, 기린, 온갖 재료로 볼거리까지 제공하던 요리사 카이킬리우스 
취객의 난동에 회초리를 들고 다니던 술집 여주인 코파

토가를 입은 매춘부 마밀라 
체육관, 오락거리, 스낵바까지 갖춘 로마 목욕탕의 종업원 
최고의 권위를 누리다 후견인의 재력 앞에서는 꼭두각시가 되는 상원의원

 

 

 

아침식사를 책임지는 제빵사

 

시인 유베날리스로마의 서민들은 '파넴과 치르첸세스', 즉 '빵과 서커스'를 통해 권력에 예속된다고 지적했었다. 실제 로마인들은 밀을 배급받았지만, 화재에 취약한 주거지에서 누군가 불을 잘못 피우면 이웃들은 이에 분개하고 응징에 나섰다. 그래서 빈곤층은 배급받은 밀을 제빵사에게 가져가 약간의 수고비를 지불하고 빵을 구워온다. 밀 배급량은 가구당 하루에 빵 두 조각 정도이다. 제빵사는 이런 손님들로 인해 온종일 쉴 틈 없이 빵을 구워 내야만 했다. 당시 제빵사 길드는 로마의 상인 계급 중에서도 상당한 존경을 받았다. 심지어 상원에는 제빵사 출신 의원석이 따로 있었다.

 

집에서 만든 빵은 빵집의 빵에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이는 반죽이 잘 부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맛있는 빵의 성패는 효모에 달려 있다. 당시 이를 몰랐던 제빵사들은 빵 반죽을 잘 부풀리기 위해 끊임업시 실험을 했다. 빵집 안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조에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늘 빵을 굽는 열기로 빵집 안이 후텁지근한데 수레꾼을 기다리던 노예가 얇은 튜닉 한 장만 걸쳤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불빛이라고는 오븐에서 타오르는 장작불이 전부여서 마치 팬터마임 공연이 열리는 지하 극장 같은 분위기다.

 

출입문 양쪽으로는 상판에 단단한 현무암을 덧댄 큰 탁자가 있다. 그 위에는 거대하고 길쭉한 대야가 있는데 여기에 빵 반죽 재료를 붓는다. 그리고 원하는 빵의 크기에 따라 소금과 올리브유를 조절해 넣는다. 올리브유를 많이 넣을수록 빵은 말랑말랑해지고, 톡 쏘는 로즈마리 향이 풍기는 소금은 로마인이 음식에 곁들여 먹기 좋아하는 자극적인 소스와 빵을 서로 잘 어울리게 만든다.

 

 

 

주인마님의 머리를 손질하는 여종  

곱슬머리가 궤도를 벗어나기라도 하면 주인마님은 여종 프세카스에게 곧장 매질을 가할 기세로 가죽 채찍을 손에 꼭 쥔 채 묻는다. "이 머리는 왜 이렇게 뻗친 거야?" 당연한 일을 가지고 죄없는 여종을 탓하는 것일까? 이처럼 주인마님의 못생긴 코가 마님을 불쾌하게 만들어도 그 책임은 억울하게도 여종에게 있다.

 

프세카스의 손질과 동시에 그 왼편에서는 또 다른 여종이 주인마님의 머리채를 끌어당겨 빗은 다음 둥글게 말아 올린다. 마님은 머리 손질 서열 상위에 있는 여종에게 조언을 구할 것이다. 먼저 서열이 높은 여종의 의견이 반영되고, 나이와 기술에서 서열이 낮은 여종들의 의견이 나중에 반영될 것이다. 헤어스타일은 여종들의 명성, 심지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일이어서 여종들은 헤어스타일의 완벽을 기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길바닥 수업이 싫은 남학생  

푸블리우스 펠리쌈의 선생인 리테라투스는 학생수에 따라 일당을 받는다. 학생수가 스무 명에 못미치면 본전치기도 안 된다. 그래서 수업을 재판이나 회의용으로 사용하는 회당 안에서 진행하지 못하고 야외에서 해야만 했다. 회당은 햇볕과 바람을 막아주고 학생들이 벤치에 앉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학생수가 적어서 선생은 회당을 관리하는 사람에게 뇌물을 줄 수가 없으므로 푸블리우스를 포함한 학생들은 길바닥에서 수업을 받을 수밖에 없다. 

 

리테라투스는 학생들에게 '오르빌리우스'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오르빌리우스는 시인 호라티우스의 스승으로 '채찍쟁이'라는 별명을 가졌는데, 학생들이 보기엔 리테라투스 선생도 이와 비슷하다고 느껴서 붙인 별명이다. 대부분의 선생처럼 오르빌리우스 역시 해방 노예로, 날씨가 따뜻해도 목에 스카프를 둘러 전 주인의 지시로 새겼던 문신을 가린다. 선생 중 상당수가 노예 출신이기 때문에 로마에서는 선생의 지위가 상당히 낮다. 오르빌리우스의 경우 하위 중에서도 최하위인데, 가르치는 과목의 난도로 지위를 평가받기 때문이다.

 

오르빌리우스는 기본 로마어 선생이다. 가르친 학생이 읽고 쓰고 기본 연산을 하고 고전 작품을 어느 정도 알면 성공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 과목의 성실한 선생은 연간 180데나리우스 정도를 벌어들이는데 다른 직종의 숙련노동자 임금의 절반 수준이다. 오르빌리우스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수사학 선생도 그보다 약간 더 벌 뿐이다.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법학자  

현재 회당에서 진행중인 재판은 이미 잘 알려진 스캔들로 비상한 관심을 몰고 있다. 한 노예 여성이 주인의 연인을 독살한 사건이다. 노예 여성은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주인의 지시를 받고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는 사건이다. 즉 그녀는 주인의 명령을 복종하지 않을 경우 끔찍한 처벌을 받는데 범행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엔 주인이 살인 혐의로 기소되었다.

 

주인은 유명 상인이라 재판장에 수많은 구경꾼들이 몰려 들었다. 넓지 않은 회당에서 수업을 받던 학생들도 쫓겨나고 말았다. 집정관과 수행원단, 피고와 그의 친구들, 목격자들과 배심단원, 자백한 노예 여성과 그녀의 경비병 등만으로도 회당 안은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구경꾼들은 열린 문 넘어 거리 너머로 몰려들었다. 집정관의 부름을 받은 법학자 가이우스의 마차도 회당으로 느리게 향했다.   

 

날씨는 화창했다. 그럼에도 가이우스는 자신의 전임자들 중 무키우스 스카에볼라 같은 부유한 귀족들이 부럽다. 법을 학문적으로 순수하게 대했을 테니 말이다. 그들은 자신처럼 다급한 통보를 받고 학문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진짜 사람들이 연관된 실제 재판에 관여할 필요가 없다. 가이우스는 법을 사랑하지만 법의 적용을 받는 실제 사람들과는 가능한 한 접촉을 피하고 싶다. 서로 팔꿈치로 쳐대고 그가 가진 두루마리를 떨어뜨리려 하는 사람들 사이를 겨우 헤치고 다니는 데 가이우스는 분명 취미가 없다.

 

 

회초리를 든 술집 여주인

미르탈리스는 술집 여주인인데, 대부분 이름 대신에 '코파'라고 부른다. 코파는 '술집 여주인'이란 뜻이다. 코파는 자신의 술집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술집은 보통 자정까지 장사하는데, 안찰관의 기분에 따라 더 늦게까지 장사를 하므로 아침식사 시간에는 문을 열 수가 없다. 코파가 내놓는 와인은 향이 진하고 잡내가 없어 인근 와인 술집의 와인들은 상대가 안 된다.

 

이런 코파에겐 '우람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시리스카의 얼굴이 와인으로 벌겋게 달아오르고 머리에 그리스풍 헤어밴드를 한 채 춤을 추기 시작하면 손님들이 일제히 주목한다. 뒤편 값비싼 소파 위에 앉아 있는 장미 화관을 쓴 부자 손님들조차 일몰까지 와인을 따라줄 바로 옆의 코파는 안중에도 없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아 넋을 놓고 시리스카의 춤사위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들의 음흉한 눈빛은 '저 여자 위에 눕고 말겠다'는 의지로 빛난다. 코파의 팔꿈치에는 히코리나무 재질로 만든 회초리가 달려 있다. 시리스카의 춤을 지금의 수직적 형태 에서 수평적 형태로 바꾸려는 남자가 있다면 바로 코파의 손목만 한 굵기의 이 회초리 맛을 기어코 보고 난 뒤 이내 쫓겨나고 말 것이다.

 

 

손님맞이 준비를 하는 목욕탕 종업원 

목욕탕은 로마 문명의 주요한 산물이다. 로마군은 어딘가에 1년 넘게 주둔해야 할 경우 가장 먼저 짓는 건축물 중 하나가 바로 목욕탕이었다. 그리고 목욕탕을 중심으로 신도시가 형성되기도 했다. 따라서 로마제국의 개척지에서 목욕탕을 볼 수 있다. 다뉴브 강변의 파노니아 평원에 있는 아퀸쿰이나 브리타니아의 아쿠아술리스가 그 예다. 

 

시인 마르티알리스"그 무엇이 네로보다 더 나쁘고, 네로의 목욕탕보다 더 좋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네로의 목욕탕은 타락한 독재자의 감각을 반영한다. 빨간 화강암과 하얀 대리석이 기본 배경을 이루며 벽을 따라 이어지는 프레스코화가 에로틱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가능한 한 최고로, 그리고 극단을 추구할 것'이라는 네로의 신조 덕분이다.

 

9월인 어느 날, 목욕탕 종업원은 오늘은 2,000~5,000명 정도의 손님들이 다녀갈 것이라 예상한다. 목욕탕 안으로 들어가면 지름만 6미터가 넘고 분수까지 뿜는 거대한 욕조가 보이는데, 붉은 대리석 하나를 통째로 조각해 만든 것이다. 지금은 손님들이 목욕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다. 일단 오전 영업이 끝나면 탕의 물을 모두 빼내 청소를 하고, 지하에서는 탕의 온도를 올리기 위해 노예들이 질식하기 직전까지 땀 흘려 가며 용광로에 불을 지핀다. 칼다리움(고온욕탕)은 목욕탕에서 가장 뜨거운 곳으로, 차가운 상태에서 적당한 온도로 데우는 데만 며칠이 걸리기 때문에 불을 완전히 꺼트리는 일은 드물다.

 

 

 

암모니아 냄새에 익숙해진 세탁부 

슬픈 사실은 무두장이의 작업장을 제외하면 세탁소보다 악취가 심한 곳은 몇 군데 없다는 사실이다. 무두장이의 작업장은 티베르강 서쪽 트라스테베레 구역으로 쫓겨났지만, 세탁소는 전문 직종인 데다 옷을 직접 세탁하는 로마인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 한 구역 건너 하나씩 있다. 결국 그 악취를 피할 방법은 없다.

 

로마인들은 오줌으로 세탁하면 하얀 옷은 더 하얘지고 색깔 옷은 더 선명해지며 심지어 찌든 때까지 제거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들은 옳았다. 모든 안주인들은 남편의 하얀 토가를 더 빛나게 하고 자신의 얇은 잠옷을 더 아찔하게 만드는 데 오줌이라는 마법 같은 재료를 이용했다. 두 번의 밀레니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제에 쓰이는 암모니아가 바로 오줌의 성분이기 때문이다. 인공적으로 생산하기 전에 암모니아를 구하는 최고의 방법은 값싼 자가 동력발전소, 바로 인간의 방광에서 얻는 것이었다.

 

'냄새의 습관화'라는 말이 있다. 대장간 옆에 사는 사람들이 망치로 금속을 두들기는 소리에 너무 익숙해져 이에 개의치 않는 것처럼 세탁부 타이스의 뇌 역시 암모니아로 무장한 오줌 냄새가 자신의 일상과는 전혀 상관 없는 것처럼 무시하는 법을 이미 오래 전에 터득했던 것이다. 흔히 도시인들이 시골 냄새라고 여기는 '인분' 또는 축사의 냄새를 시골에 사는 농부나 목축인들은 심지어 구수한 냄새라고 말한다.

 

 

 

채찍질 당하는 요리사  

네로 황제의 측근 그룹 중 한 명이었던 소설가 페트로니우스가 쓴 가장 오래된 소설 <사티리콘>에도 곤욕을 치르는 요리사의 삶이 적나라하게 표현되고 있다. 거대한 돼지를 지탱하는 쟁반이 식탁 위에 올랐다. 요리가 완성된 속도에 감탄하면서 보통의 가금류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구울 수는 없을 것이라 단언했다. 이 돼지는 바로 전에 나왔던 멧돼지보다도 거대했기에 훨씬 인상적이었다. 얼마 후 고기를 맛보려고 안간힘을 쓰던 해방 노예인 졸부 트리말키오가 소리쳤다.

 

"아니, 이런! 내장 제거는 된 거야? 아니잖아! 내장이 그대로 있어. 요리사 데려와!"

 

요리사가 소환되었다. 슬픈 태도로 그는 내장 제거를 까먹었다고 시인했다. 깨끗이 잊어먹었다는 것이다. "까먹었다고?" 트리말키오가 소리쳤다. "한다는 소리하고는! 누가 들으면 후추나 쿠민 따위를 까먹은 줄 알겠군. (채찍질을 위해) 이 자의 옷을 벗겨!" 잠시 후 요리사는 발가벗겨졌다. 트리말키아의 두 심복 사이에 선 그는 극도로 비참해 보였다. 모두가 요리사를 옹호하기 위해 끼어들었다.

 

"가끔 이런 일이 있잖아요. 이번 한 번만 용서해주고 혹시 이런 일이 또 생기면 그땐 저희도 가만있을게요"

 

 

환호 속에 검을 뽐내는 검투사 

세르기우스는 호구지책으로 어쩔 수 없이 싸우는 대부분의 검투사와는 달리, 스스로 원해는 싸우는 검투사이다. 이런 사람을 '아욱토라투스'라고 부른다. 그는 본래 강도죄에 대한 처벌로 경기장에 투입되어 싸우기 시작했다. 15년 전, 콜로세움에서 유명한 상대 검투사를 죽이면서 잠시 큰 명성을 얻었다. 현명하게도 이때 받은 돈으로 목검 루디스를 손에 넣고선 자유민이 되었던 것이다.   

 

이제 자유민이지만 180센티미터가 넘는 근육질에 고도로 숙련된 이 거구는 여전히 일자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세르기우스는 병사의 방패와 팔뚝만 한 길이의 단단한 검을 휘두르는 검투사, 이른바 머르밀로로서 계속 경기에 참여했다. 경기 중 갑옷도 입지만 그의 진정한 자랑이자 기쁨은 트라키아산 철로 만들어진, 넒은 테두리에 소용돌이무늬가 새겨진 황금빛 투구다. 안전망이 얼굴을 보호해주고, 투구 위에는 생선 지느러미 모양의 넓은 문장이 있어 머르밀로의 이름을 알린다. 세르기우스의 문장에는 그가 명성과 자유를 획득한 경기 장면들이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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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 - 한국 KBS, 영국 BBC, 독일 ZDF 방영 다큐멘터리
KBS 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 제작팀.류종훈 지음 / 가나출판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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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북한을 모른다. 사회주의가 붕괴되고 중국마저 개혁 개방을 내걸고 시장에 뛰어든 지 40여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대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나라, 최고 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핵을 들고 도박을 하는데도 폭주를 막을 길이 없는 나라, 그런 와중에 전문가들도 현기증을 느낀다고 할 만큼 순식간에 판을 바꿔 미국 대통령 트럼프와 협상의 장을 연 나라다. - '프롤로그' 중에서

 

 

독재 국가 북한의 실체를 파헤치다

 

책의 저자 류종훈KBS 기획제작국 소속 프로듀서이다. 2004년부터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2010년 <특별기획 김정일>제작을 계기로 이후 〈KBS 스페셜〉에서 다수의 북한, 통일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민언련 선정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한국방송대상 시사보도상, 방송통신위원회 사회문화상, 휴스턴 국제영화제 심층시사보도 대상, 뉴욕 TV 페스티벌 은상 등을 다수 수상 했다. 특히 〈탈북 그 후, 어떤 코리안〉을 연출해 세계 3대 TV 상으로 일컬어지는 반프상을 KBS 최초로 수상했다.

그는 2018년에 영국 BBC, 독일 ZDF 등 전 세계 공영방송사를 통해 선보일 〈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 달러 히어로즈〉를 공동 제작했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사 프로그램인〈BBC PANORAMA〉에 공동 연출로 이름을 올렸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 달러 히어로즈〉는 영국 BBC를 비롯하여 독일 ZDF, 스웨덴 SVT, 노르웨이 NRK 등 전 세계 70개 방송사에 편성, 방영을 앞두고 있다.

 

북한은 지금, 어떤 로드맵을 갖고서 달려가고 있을까? 그 해답을 찾아보고자 국내외 최초로 북한의 파워 엘리트와 달러 히어로즈를 심층 분석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국제적 공조로 진행됐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는 KBS가 맡고,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은 독일 저널리스트 팀이 맡아 현장을 누볐다. 또한 러시아 정부 문서보관소, 중국 공산당사 연구소 등에 보관된 기밀자료를 방송 최초로 공개하고, 언론에 공개되지 않던 고위급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독보적인 심층성을 확보했다.

 

이 불가사의한 독재 국가를 누가 어떻게 굴리고 있는지, 우리는 잘 모른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책이 바로 이 책 <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이다. 현재의 북한을 객관적으로 바라봄으로써 변화하는 한반도에 우리 모두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 준다.

 

 

 

 

달라진 권력 구도

 

권력 구도를 파악해야 독재자 김정은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에다 힘을 집중하고 있는지 등을 짚어볼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은 공식적으로 서열 발표를 하지 않는다. 권력 구도와 내부 정보가 장막에 가려져 있기에 외부에서는 누가 실제 권력자인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서열과 권력 구도를 파악할 때는 김정은의 현지지도에 참석한 횟수, 공식 행사에서 호명하는 순서 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 제작팀은 김정은 집권 7년 동안 주요시기를 분류해 권력의 흐름을 분석해보았다. 국내 최초로 북한 권력층의 인적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했고, 그들 상호 간의 연결 관계를 네트워크 통계로 살펴보았다. 정확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로동신문〉과 조선중앙TV에 보도된 김정은의 현지지도 수행원을 전수 조사하는 것은 물론 정보기관 내부 자료와 통일부, 한국은행 등 유관기관들이 조사한 자료도 모두 수집해서 반영했다.

 

놀라운 분석결과가 나타나났다. 김정은 집권 이후 2012년 1월부터 동년 7월까지 6개월 간 조사한 끝에 평양 파워 엘리트들의 사회연결망 분석을 완료했다. 지금의 김정은 정권과는 확연히 다른 권력 구도가 나타났다. 이는 그동안 김정은 주변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즉 초기엔 장성택, 김기남, 최태복, 리영호, 김영춘, 김정각, 우동측 등 소위 '운구 7인방'이 당과 군의 요직에서 김정은의 권력 세습을 도운 공동 통치 기간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모습을 드러낸 김정각을 제외한 나머지 6인은 김정은 옆에 없다. 밀월 기간이 끝나자 대대적인 숙청 작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도의 변화는 현재도 진행형이라고 봐야 한다.

 

 

김정은의 최측근

 

김여정이 공식적으로 텔레비전에 모습을 비친 것은 2011년 12월 20일 아버지 김정일의 유체가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당시 금수산기념궁전)에서 김정은이 조문객을 맞는 장면에서다. 그 자리에 김정일의 다른 아들들인 김정남과 김정철은 없었다. 김정일이 총애하며 신뢰했다는 김설송의 모습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공적인 추모의 자리에 김정은과 김여정만 있었던 것이다.

 

"김여정은 김정은의 권력 기반을 확고히 하고, 그의 리더십을 굳건하게 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또한, 김여정의 권력은 지도자와의 근접성 때문에 존재합니다. 김여정은 김정은이 그 누구보다 신뢰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 국장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 

과연 김정은은 비핵화의 길을 걸을 것인가. 북한이 경제를 비롯해 여러 방면에서 협력을 끌어내고 국제사회에서 투자를 유치하려면 북미관계 정상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과거 리비아의 예를 보면, 핵을 포기하고 미국과 국교 정상화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카다피 정권은 붕괴했다. 또 미얀마도 미국과 국교 정상화를 했지만 군부가 아웅 산 수 치의 인권을 탄압하자 미국은 일방적으로 대사관을 폐쇄했다. 김정은이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김정은이 대화 테이블에 나온 것은 국제적인 강력한 대북 제재에 그 원인이 있는 듯하다. 국내외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결코 북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고 있다. 우리도 이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북한 노동자들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힘든 일을 기피하는 현상이 생기자 중국은 부족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북중노무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북한의 노동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그 결과 단둥과 투먼, 훈춘 등 북중 국경지대에는 2만 명이 넘는 북한 여성 노동자가 넘어와 있다. 이들은 대부분 봉제와 식품 가공 공장에서 일한다.173

 

중국의 경제 성장을 위해선 북한의 노동력이 없어서는 안 될 정도이다. 매우 힘든 노동, 불합리한 처우, 감시와 처벌에서 자유롭지 못한 생활, 현지인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데도 북한에서 일하는 것보다 벌이가 낫다는 이들이 많아서다. 값싸고 질 높은 노동력을 바라는 중국과 외화 획득을 원하는 북한의 밀월관계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변화, 경제로부터 시작되다

아버지 김정일과는 달리 유럽 유학을 다녀온 김정은은 훨씬 더 개방적이고 실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서구 문명 생활에 대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북한 체제의 생존을 위해, 또 자기 개인의 생존을 위해 어떤 선택이 올바른지 잘 알고 있을 터이다. 비록 지금은 고립되고 제재받는 국가의 지도자이지만 국제사회에서 남부럽지 않고 남에게 뒤지지 않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열망을 품어왔을지도 모른다. 237-8 

베트남은 중국처럼 사회주의 체제이지만 지도자 호찌민 덕분에 일찍부터 실리주의 노선을 걸었다.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과 수교를 회복한 후 개방과 개혁 정책으로 세계 제조업의 신흥 강자로 급부상했다. 이에 북한도 베트남 개혁개방 모델을 많이 연구해왔다고 알려져 있다. 김일성종합대학과 사회과학원을 통해 경제 분야를 연구하는 엘리트들도 많이 양성했다. 김정은은 2012년부터 사회주의 개혁개방 모델 연구를 지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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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마케팅 - 그들은 어떻게 비용을 수익으로 바꾸었나?
조 풀리지.로버트 로즈 지음, 박상훈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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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등장은 지금까지의 모든 마케팅 활동을 뒤흔드는 카오스를 일으켰다. TV, 라디오, 잡지, 신문 등의 전통 미디어 4대 매체의 운영 공식이 깨지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새로운 형태의 매체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를 어떻게 운용해야 효과를 낼지 우왕좌왕하며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 '추천의 글' 중에서

 

 

'배달의 민족'은 왜 잡지 <매거진 F>를 만들었을까?

 

이 책의 저자 조 풀리지는 2001년부터 '콘텐트 마케팅'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 용어 창시자다. 2012, 2013, 2014년 <잉크INC.> 선정 최고의 급성장 비즈니스 미디어 회사, 콘텐트마케팅연구소CMI의 창립자이며, 다른 여러 스타트업 회사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CMI는 북미 지역 최대 콘텐트 마케팅 행사인 '콘텐트 마케팅 월드'를 매년 주최하고 있으며, 콘텐트 마케팅 잡지 <최고 콘텐트 책임자CHIEF CONTENT OFFICER>를 매년 발간하고 있다. 콘텐트 카운슬에서 수여하는 '존 칼드웰 평생공로상 콘텐트 마케팅 부문'을 수상했다.

 

공저자 로버트 로즈CMI의 콘텐트 전략 책임자이자, 컨설팅 및 자문 그룹인 콘텐트 자문단의 창립자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포춘 100대 기업에 속한 15개 회사를 포함해 5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규모의 회사와 협업했고, 캐피탈원, 델, 언스트앤영, 휴렛팩커드, 마이크로소프트, UPS 등 글로벌 회사에 전략적 마케팅 자문 및 카운슬링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마케터들이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했다.

 

최근 기업들이 광고주에서 아예 미디어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아마존은 '워싱턴포스트'를, 알리바바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각각 인수했다. 국내에서도 음식 배달 앱 서비스 기업 '배달의민족'이 음식전문잡지 '매거진F'를 창간했다. 기업이 독자적인 미디어를 통해 수준 높은 콘텐츠를 창출하고 공유하는 현상의 배후에는 마케팅의 패러다임 전환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이런 마케팅의 대혁신을 상세히 파헤친다. 세계적 선두 기업들은 업종과 상관없이 모두 미디어 회사가 돼 독자적이고 수준 높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창조하고 이를 매개로 오디언스와 소통하려 한다. 나아가 마케팅 활동이 일종의 비즈니스 모델로 형성돼 자체적인 수익 창출도 이뤄낸다. '콘텐트 마케팅'의 대가인 두 명의 저자들은 이제 마케팅을 비용이 아니라 수익 사업으로, 타깃 고객을 오디언스로 바꾸는 발상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그동안 마케팅 부서를 예산이나 축내는 조직으로 인식해왔다. 하지만 이제 시대는 변했다. 비용을 낭비하는 그런 비효율적인 마케팅 조직이 아니라 오히려 자체 미디어를 활용해 많은 수익을 달성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우리들에게 조언하고 있다. 예를 들어, 레드불이 만든 콘텐트는 레드불의 사업을 뒤바꿔 에너지 음료를 판매하는 미디어 회사라고 공표할 정도이다. 

책을 관통하는 메세지는 '콘텐츠를 핵심에 두고 이에 따른 가치와 충성 고객을 창출하라'는 요구이다. 기업들이 제품뿐만 아니라 스스로 미디어 회사가 되는 것도 충성 독자들과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상호신뢰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5년 이내에 자신들의 콘텐츠 중 절반 이상을 오리지널 콘텐츠로 채우겠다고 한 것 역시 '나만의 콘텐츠'에 대한 절박함 때문이 아니겠는가.

 

 

비행기 사고는 발명된 것이다(?)

 

프랑스의 문화 이론가, 도시 계획가, '속도의 철학자'로 불리는 폴 비릴리오는 새로운 기술을 발명하면 이와 동시에 그 기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까지 발명된다고 주장한다. 즉 생뚱맞게 들릴지 몰라도 그는 "배를 발명하면 난파難破도 발명되는 것이고, 비행기를 발명하면 비행기 사고도 발명되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모든 기술의 발명은 이에 상응하여 우리 인간들에게 끼치는 피해 요소가 있다. 이는 바로 우리들이 지금껏 마케팅에 관해 명백한 사실이라고 믿었던 게 오히려 사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일 수도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즉 마케팅의 시작(발명)과 함께 이미 그 침몰도 발명되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마케팅에 대해 새로운 디자인이 요구되는 것이다.

 

마케팅을 비용 센터가 아닌 사업 모델로 바라본다면? 한 단계 더 나아가서 메시지의 전달을 최대화하고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설명하는,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마케팅을 없애는 것뿐 아니라 마케팅 업무 일부를 수익을 창출하는 업무로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또한 오디언스와 소비자에게 굉장한 가치를 제공하는 마케팅 기능을 만들어서 마케팅 비용을 충당할 수 있게 된다면? 그리고 자급자족을 넘어서 비용보다 더 큰 수익을 낸다면 어떨까?

 

 

마케팅으로 창출한 사업 성과의 측정

 

마케팅으로 창출한 사업 성과를 측정하도록 더 나은 방법을 찾을 기회뿐 아니라 이런 활동을 재정립할 기회도 우리들에게 있다. 중요한 것은 클릭이나 방문, 경로, 사이트 체류 시간, 구매에 대한 즉각적인 수익률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 수익화할 수 있는 오디언스의 관심과 접근 기회에 집중하는 데 투자하는 것이다.

 

이는 단지 마케팅 전술만을 변혁시키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변혁이기도 하다. 즉 마케팅을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바라보는 것이다. 오디언스라는 진정한 투자 대상에게 접근하고 그들의 관심과 충성을 축적하는 수익성 높은 투자를 하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미케팅

 

콘텐트를 전략적으로 사용하여 오디언스를 구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갯을 창출하고 유지할 수 있다. 그것도 수익을 발생시키면서 말이다. 이는 지금껏 우리가 알고 있는 마케팅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변형시킬 것이다. 이로 인해 마케팅 업무가 진화될 것이며, 마케팅 업무의 일부 또는 전체를 단지 비용을 쓰는 업무가 아니라 수익을 발생시키는 업무로 변모시킬 것이다.

미래의 마케터들은 빅터 가오애로우 일렉트로닉스를 운영하듯 전체 마케팅 부서를 그 자체가 사업인 것처럼 운영할 것이며, 사업 목표를 지원하기 위해서만 운영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래의 마케터들은 마케팅을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CEO나 출판인이 출판 및 미디어 사업을 운영하는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알아야 할 것이다.

 

마케팅 부서는 그 역할을 특정 제품을 지원하는 데 국한하지 않아도 된다. 일단 충성도 높은 오디언스를 구축하고 나면, 마케팅 부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매출을 올리고 이윤을 창출하여 조직에 가치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레고 클럽 매거진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레고는 조립 장난감 경쟁사들로부터 많은 위협을 받으면서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고 모방회사들에 맞기 위해 통합 마케팅을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레고에서 기획한 놀라운 브랜딩 및 콘텐트 마케팅 방안 한 가지가 지역 시장 및 고객 연령별로 구독자를 나누어 출판한 <레고 클럽 매거진>이다. 이 잡지는 모든 연령의 아이들에게 재미있고 휴대하기 편리한 형식으로 맞춤형 콘텐트를 제공했다.

2011년에 레고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인기 있는 아동 회원제 클럽 중 하나인 '레고 클럽'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확대할 목적으로 잡지 상품을 대폭 개선하는 노력을 했다. 잡지에 레고 블록 만화를 추가하고, 고객 사진 통합 방식을 개선했으며, 레고 매장에서의 놀랄 만한 서비스 프로그램과 새로이 '마스터 빌더 아카데미'를 출시했다. <레고 클럽 매거진>은 원래 1987년에 '브릭 킥스Brick Kicks'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다.

 

 

e뉴스레터의 가치

 

CMI와 마케팅프로프스 연구에 따르면, 마케터의 80% 이상이 e뉴스레터를 운영한다. 이런 e뉴스레터 운영자 중 4명 중 3명이 블로그와 기사, 영상 등에서 소비자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주된 방안으로 e뉴스레터를 사용한다. 우리는 이메일을 비효율적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아래는 작성을 위한 3가지 고려 사항이다.

 

3가지 고려 사항

 

일관성~ 매일, 매주, 매달 같은 시간에 발송 

진정한 가치 제공~ 타깃 오디언스에게 정말 중요한 정보를 제공

독점성~ 정말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한다

 

그리 어렵지 않다. 일관성과 독점성이 있으며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는 것, 그것뿐이다. 이제 자신의 e뉴스레터를 다시 살펴보라. 이 3가지 중 몇 가지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가? 이처럼 간소화된 모델로 독자들이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었으면 한다. 오디언스를 구축하려면 시간과 에너지, 노력이 많이 들기 때문에 수많은 채널에 여러 불필요한 콘텐트를 만드는 것은 더욱 피해야 한다.

 

 

콘텐트 비즈니스 모델의 구축 

콘텐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때 거기에 완전히 몰입할 것이 아니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것이 낫다. 콘텐트 비즈니스 모델에 몰입하면 점차 발전해 성공하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몰입하지 않으면 아마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대부분의 마케터는 콘텐트 마케팅에 "부분적으로 몰입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도대체 무슨 뜻인가? 이것은 "임신을 했다, 하지 않았다"와 같이 명확하게 대답해야 할 문제다. 마케팅은 모 아니면 도다. 미적지근한 태도는 있을 수 없다.

 

 

결론은 '콘텐트'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마케팅 옷을 입어야 성공에 도달할 수 있다. 콘텐트는 기업과 오디언스를 연결해주는 매개체이며, 정작 중요한 것은 충성스런 오디언스를 확보하는 것이다. 음식 배달 앱을 서비스하던 '배달의민족'이 식재료 잡지인 '매거진 F'를 창간한 이유도 결국엔 자신들만의 콘텐트를 확보해 충성도 높은 오디언스를 확보, 유지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마케팅 업무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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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잘러를 위한 이메일 가이드 101
조성도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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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직장인이 매일 수많은 이메일을 주고받지만 이메일을 작성하고 다루는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매일 이메일을 쓰면서도 우리는 왜 이메일을 잘 쓰는 게 어려울까?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도 이메일 작성법을 강의하는 경우가 드물고, 내부 매뉴얼이 잘 갖춰진 곳이 아니면 회사에서 배우기도 쉽지 않다. 참고할 책이 있나 찾아봐도, 영어로 이메일 쓰는 법 같은 외국어 학습 카테고리에 속한 것들뿐이다. 운이 좋으면 학생들이 아무렇게나 보내는 이메일에 질린 교수에게 배우거나, 실력 있는 상사에게 스킬을 전수받을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행운이 닿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직장인들을 위한 이메일 작성법


책의 저자 조성도는 첫 이메일 계정을 생성한 때가 1994년이고, 첫 비즈니스 이메일을 보낸 때가 1997년이다. 열여섯 살에 웹진 편집장을 맡으며 처음으로 비즈니스 이메일을 보냈던 그는 이후 인터넷 기반의 시민운동, IT 스타트업 창업, 사회적기업가 인큐베이팅 등을 거쳐 현재 크리에이티브 솔루션 기업 슬로워크에서 COO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비즈니스 이메일 쓰기의 기초를 닦은 시기는 2004년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는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인턴십을 할 때였고, 2007년에 첫 창업을 하면서 실전에서 부딪히며 많이 배웠다. 2010년에는 사회적기업가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며 공공 영역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했으며, 슬로워크에 입사한 이후에는 다양한 분야의 고객과 이메일을 주고받았고, 수많은 입사지원자들의 이메일도 받아보았다. 


또한 그는 이메일 마케팅 서비스 스티비stibee를 기획하며 마케팅 이메일을 깊이 연구했고, 그렇게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한 강연과 여러 매체들에 기고를 했으며,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한 조직문화와 업무 효율이라는 관점에서 비즈니스 이메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이메일은 비즈니스에 있어서 필수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고, 디지털 시대 그 역할과 영향력은 더욱 강력하다. 하지만 이에 관해 지금까지 제대로 된 가이드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이 책에서 주소 작명법부터 이메일을 통해 업무를 지배하는 방법을 전한다. 비즈니스 이메일의 A부터 Z까지를 다루고 있으므로 이 책은 취업준비생과 신입사원에게는 비즈니스 이메일의 기본적인 사용법과 에티켓을, 사회초년생과 경력자에게는 자신의 이메일을 체크하고 이메일 스킬을 업그레이드하는 가이드를 제공한다.

 

 



이메일 잘 쓰는 게 왜 그리 중요한가?


PUBLY의 박소령 CEO는 수많은 커뮤니케이션 도구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도구로 이메일을 제일로 꼽으면서, 매일 이메일을 쓰면서도 잘 쓰는 게 여전히 어렵다고 고백한다. 왜 그럴까? 이는 우리 모두가 이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고등학교까지의 학창시절은 물론이고, 대학에서의 수업에서도 이메일 작성법을 강의하는 경우가 드물다. 심지어 회사에 입사한 후에도 배우기가 쉽지 않다.


지금과 달리 내가 직장생활을 할때 외국으로의 메세지는 텔렉스를 사용했다. 문장을 작성하여 텔렉스실에 접수하면 이곳에서 해외로 발송했다. 그러다보니 텔렉스실에선 자신들의 편의 때문에 해외지역별로 접수 마감 시간을 운영했기에 남보다 일이 많은 나는 자주 텔렉스실 사람들과 다투었던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 당시에도 텔렉스 용어를 배운 적이 없어서 여기저기에서 배워야만 했었다.

 

세계적으로 이메일 사용자는 약 28억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약 20억 명이 사용한다는 페이스북을 훨씬 능가하는 규모이다. 사실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메일 주소는 있다. 누구나, 어디에서나 사용가능하므로 상대와 소통하거나 업무를 볼 때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바로 이메일이다.

 

직책, 경력, 업종을 떠나 이메일을 잘 쓰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누구든지 이메일 한 통을 보내려고 상당 시간 고민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받는 이에게 자신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다. 특히, 입사지원서를 이메일로 제출할 경우엔 더욱 더 그러하다. 특출난 문장 실력이 요구되는 게 아니라 필수 형식이나 기능 등을 미처 습득하지 못해서 그럴 것이다.

 

 

이메일 주소는 비즈니스의 시작이다

 

상대방이 나의 이메일 주소를 아는 순간,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이 시작된 셈이다. 그런데, 이메일 주소는 자신의 첫인상이 된다. 입사지원서 상의 성명과 이메일 주소가 전혀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면 이는 첫인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즉 이메일 주소 아이디를 봤을 때, 이름이 즉각 연상되지 않아서다. 아이디로 정체성을 드러내는 게 최상이다. 아래는 아마추어스러운 이메일 주소의 특징이다.

 

 

또한 오랫동안 사용한 개인 이메일 주소라면,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이메일상의 아이디를 통해 과거의 행적을 검색할 수도 있다. 따라서 개인 이메일 주소와 비즈니스용 이메일 주소는 분리하는 게 좋다. 그렇다면 입사지원서의 성격은 뭘까? 그렇다. 입사지원서를 발송하는 것도 비즈니스의 일부이다.

 

 

스레드thread 하나에 주제도 하나

 

이는 원칙이다. 비즈니스 이메일은 사담이나 잡담을 나누는 용도가 결코 아니다. 이메일 스레드란 가장 먼저 쓰여진 이메일부터 답장들이 쭉 이어진 리스트를 말한다. 스레드 하나에 여러 주제를 다룬다면 나중에 발신자와 수신자가 내용을 확인하거나 편지함에서 검색하기도 어렵다. 만약에 이메일을 주고받다가 이야기가 다른 주제로 흘러간다면 새로운 이메일 제목을 작성, 스레드를 분리해야 한다.

 

 

잘못 쓴 이메일 제목

 

제목만 보고 도저히 짐작할 수 없다면 수신자는 이를 스팸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사람은 제목에 회사명만 적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갑질'로 보일 수도 있다. 용건을 명확하게 적어야 추후에 내용을 확인하기도 쉽다. 지나치게 간단한 제목을 사용한다면, 예컨대 '가격 문의'라면 구체적인 상품명이 없어서 핵심이 빠진 모양새다.

 

또 흥미를 돋우기 위해 일부러 모호한 제목을 작성하는 사람들도 있다. 수신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겠다는 의도인데, 이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명확한 제목을 정하기가 어려울수록 혹시 여러 주제를 이메일 하나에 담으려고 하지 않았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도록 하자. 원칙은 '스레드 하나에, 주제도 하나'임을 상기하자.

 

 

 

프로이메일러로 만들어주는 앱

 

부메랑~ 유료, 일부 기능 무료, 지메일의 애드온으로 가장 먼저 출시, 발송 예약

뉴턴~ 유료, 일부 기능 무료, PC와 모바일에서 동시 사용가능

믹스맥스~ 유료, 일부 기능 무료, 오픈율과 클릭률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폴리메일~ 유료, 일부 기능 무료, 지메일 계정이 없어도 다른 계정으로 사용가능

메일스프링~ 유료, 일부 기능 무료, 윈도우에서도 사용가능

 

 

오픈과 클릭 추적, 반응 예측하기

 

"나는 고객이 1분 후에 할 일을 알고 있다"

 

오픈과 클릭 추적은 이메일 마케팅의 전통적인 영역이다. 네이버와 다음 메일 등도 수신확임 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오픈 했는지의 여부, 했다면 언제 오픈했는지만 알  수 있고 몇 번 오픈을 했는지, 링크를 클릭했는지는 알 수 없다. 최근에는 믹스맥스, 폴리메일, 메일스프링 등의 앱에서는 이를 서비스해 준다.

 

 

수신자는 한가하지 않다

 

이 책의 주제를 관통하는 메세지이다. 그래서 우리들이 이메일 작성법을 제대로 터득해야 하는 이유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수신자가 한가하다면 발신자 이름이 이상해도 내용과 아무런 상관 없는 제목이어도, 또는 새벽에 이메일을 보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는 그렇게 한가롭지 않다. 책에서 소개하는 101가지 가이드를 잘 숙지해서 일잘하는 사람으로 평가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직장인들에게는 이 책의 필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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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민주주의 - 새로운 위기, 무엇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가
야스차 뭉크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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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평화롭고 번영한 시대에 살면서 부귀를 누려 왔다. 지난 몇 년 동안의 사건들이 혼란스럽고 심지어 어쩔 줄 모를 만한 것이었을지라도, 우리는 여전히 더 나은 미래를 만들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30년이나 15년 전과 달리 지금은, 더 이상 느긋한 마음으로 미래의 영달을 기대할 수 없다. 민주주의의 적들은 수호자들보다 사회의 틀을 바꾸는 일에 더 몰두하고 있다. 평화와 번영을, 국민자치와 개인의 권리를 보존하고자 한다면, 지금이 평상시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 특별한 때에 특별한 길로 나아가야 한다. - '서론' 중에서

 

 

새로운 정치 환경에 대하여

 

이 책의 저자 야스차 뭉크는 포퓰리즘의 부상과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연구로 명성이 높은 학자이자 작가이며 연설가이다. 폴란드인 부모를 둔 그는 독일에서 출생했으며,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하버드 대학에서 정치 제도에 대해 강의하고 있으며, 미국의 정치 분야 싱크 탱크인 뉴 아메리카 재단의 수석 연구원이자 토니 블레어 국제 변화 연구소의 전무 이사로 재직 중이다.

그가 집필한 주요 저서로는 독일에 대한 회고를 담은 <STRANGER IN MY OWN COUNTRY>(2014년)와 개인의 책임이란 개념이 변모 시킨 서구의 복지 정책을 설명하는 <THE AGE OF RESPONSIBILITY>(2017년), 포퓰리즘의 부상과 민주주의의 위기를 분석하는 이 책 <위험한 민주주의>(2018년) 등이 있다.

 

2016년 11월, 도널드 트럼프가 모든 정치 평론가들과 정치학자들의 예상을 뒤엎고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당선됨으로써 가히 충격적인 사건으로 평가받는다다. 저자도 이런 해프닝은 어쩌다가 한 번 있을 법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재벌 출신으로 정치 경력이 전무한 인사가 막발을 쏟아내면서 소수자에 대한 경멸적인 태도와 언론의 자유를 우습게 여기는 그런 반민주적인 선거 유세를 펼쳤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 남미, 유럽, 아시아 등에서도 포퓰리즘을 앞세워 권위적인 '스트롱맨'이 집권함으로써 민주주의의 뿌리를 흔든 사례들이 있어왔다. 또 유럽연합의 집행위원회 같은 테크노크라트들은 국민들이 선출한 정치인들을 압도하면서 회원국 국민들의 삶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남유럽국가의 실패를 책임지지 않겠다고 유럽연합에서 탈퇴한 '브렉시트'도 이런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무튼 권력분립, 언론자유, 법치주의 등을 무력화시키며 높은 지지율로 포장한 '국민의 뜻'을 내세워 일방 독주하는 그런 권위적인 지도자가 독재로 치닫는다면 과연 진정한 국민의 뜻이 숨을 쉴 수 있겠는가. 소수가 민주주의를 지배하는 '민주주의 없는 권리 보장'이 창궐하면서 자유민주주의는 분열의 위기를 맞았다는 게 저자의 의견이다. 나아가 저자는 이런 추세를 극복할 방법을 이 책에서 논하고 있는 것이다.

 

 

 

 

책은 3개 파트 총 9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여기서 저자는 새로운 정치 환경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첫째 자유민주주의가 이제 구성 요소별로 분해되어 한쪽에선 반자유적 민주주의, 다른 한쪽에선 비민주주적 자유주의가 등장하고 있고, 둘째 정치체제에 대한 환멸이 자유민주주의 생존에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셋째 이런 위기를 초래한 근원적인 원인을 설명하고, 넷째 흔들리는 정치 질서하에서 진정 가치 있는 것들을 구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2개의 체제로 분리된 자유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가 두 가지 방식으로 삐뚤어질 수 있다. 민주주의는 반자유주의가 될 수 있다. 특히, 독립기관을 행정관들의 자의적 통치에 종속시키기를, 또 소수자들의 권리를 축소하기를 선호하는 곳에서 이런 경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자유주의 체제이며 경쟁적인 선거를 치르고 있을지라도 비민주적으로 될 수 있다. 특히, 정치제제가 엘리트 위주로 왜곡된 상태에서, 선거가 국민의 뜻을 공공정책으로 이어지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에 나타날 수 있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우연히 서로 함께한 기술, 경제, 문화적 조건에 의해 결속되어 왔다. 하지만 이 둘을 결속하게 하는 힘이 지금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 다시 말해 북미와 서유럽 정치를 오랫동안 대표한, 개인 권리 존중과 국민자치의 독특한 조합인 자유민주주의는 분리되고 있다. 대신 새로운 형태의 두 가지 체제가 부상하고 있다. 권리 보장 없는 민주주의라고 할 반자유주의적 민주주의, 그리고 민주주의 없는 권리 보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 비민주주의적 자유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장차 21세기의 역사에 관해 쓰게 될 때는, 자유민주주의가 이 두 개의 체제로 분리된 것이 중심이 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의 실적이 미흡하다

 

왜 시민들은 자신들이 속한 정치제제에 충성심을 가질까? 이는 근본적인 원리원칙 때문이 아니라 그 체제가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해주고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지금껏 자유민주주의가 패권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이와 관련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물론 이 판단이 전적으로 옳다고 보기엔 우려스럽다.   

 

아무튼 그 판단이 맞다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대중들의 애착은 고매한 지지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얄팍하고 깨어지기 쉬울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이상론은 지금의 위기를 설명하기에 벅찰 것이다. 실상은 자유민주주의가 시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효율이 떨어져서 벌어지는, 심각한 '실적 위기'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고조되는 포퓰리즘 운동은 이 위기를 최대한 활용하여 우리 체제의 핵심 요소들을 파괴하려 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양차 세계전쟁 이후 급속한 경제 발전은 자유민주주의에 많은 정당성을 부여했다. 이 제도가 기능을 발휘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편에 서 있다고 기꺼이 믿었다. 하지만 오늘날엔 정치인들을 믿어줘야 할 이유가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더 이상 정치 기구가 자신들 편일거라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것이다.

 

하급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이 상급 중산층으로 상승하기를 꿈꾸는 사람들은 가난하게 태어나 빈곤한 삶을 지낸 사람들 못지 않게 경제적으로 향상되지 못한다는 좌절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거나 이웃의 사정이 더 악화되는 걸 목격하다 보니 비교적 잘 사는 시민들도 자신들의 경제적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다고 여기게 된다. 따라서 이들도 극빈자들과 마찬가지로 포퓰리스트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트럼프에 대한 쏠림을 연구한 결과 '실업률이 더 높고, 일자리 증가가 느리고 수익이 더 낮은 곳에서' 훨싼 더 강력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경제 불안은 현재에 초점을 둔 게 아니라 미래에 관한 것이다. 또 자동화 대상이 되는 직업의 비율이 높은 지역이, 즉 22개 주 중 21개주가 트럼프에게 표를 던졋고, 반대로 가장 낮은 15개 주 모두는 힐러리에게 표를 던진 걸로 파악되었다.      

 

경제적 성과와 정치적 안정성 간의 관계가 종종 예상보다 다소 더 복잡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꼭 사회의 가장 빈곤한 구성원들이 정치체제에 등을 돌리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정부 혜택에 많이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또한 개인적으로 경제적 재난을 겪은 사람들이라고 반드시 반체제적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물질적으로 편안하게 사는 편이지만, 미래가 그들에게 가혹해질까봐 두려워하는 그룹들이 가장 불만이 크다. 

 

 

계층 하강의 문제

 

에이브러햄 매슬로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계층구조에 따라 움직인다. 가장 기본적이고 긴급한 욕구는 안전이며, 인간은 이를 위해 식량, 피난처, 육체적 공격으로부터의 보호 등을 포함한 재화를 원한다. 이런 기본적 욕구가 충족될 때, 사람들은 더욱 희소한 욕구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사랑과 소속감을 추구하고 존경받기를 갈망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자아실현'이라고 명명한 욕구를 성취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성장이 정체되면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불안감이 커지면서 인구의 대다수가 자아실현의 가치에 집중하지 않게 된다. 대신, 유권자들은 다시 한 번 매슬로가 말하는 하위 계층 욕구에 관심을 돌린다. 백인들은 자신들의 생계유지에 대해 걱정하면서 자원의 집단적 배분을 주장하는 이민자와 소수인종에 대해 더욱 분개한다. 그리고 세계화와 테러리즘의 통제할 수 없는 힘에 더욱 위협을 느끼며 소수민족과 종교적 소수자에 대해 덜 관대한 관점으로 되돌아가 버린다.

 

이제 물질주의 가치의 귀환이 우리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자신의 안전과 생계유지를 걱정하는 유권자들은 단순한 경제적 해결책을 제시하고 우리의 모든 문제에 대해 외부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포퓰리스트들의 호소에 훨씬 더 솔깃해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일

 

우리는 수상한 시대에 살고 있다. 정치 영역에서 큰 위험이 실재한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결정적 순간에 옳은 일을 하려면, 기꺼이 희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 우리가 포퓰리스트들과의 다음 전투에서 패배한다면, 전쟁은 너무 빨리 끝날 것이다.

 

어쩌면 모든 단계에서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고, 지구상에서 사라진 세계 질서가 나타나는 경천동지할 변화가 생길지도 모른다. 누구도 행복한 결말을 약속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의 가치와 제도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은 결과와 상관없이 신념을 위해 싸울 결심을 해야 한다. 노력의 열매가 불분명할지라도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완성은 진행형이다

 

인터넷과 SNS가 가짜뉴스와 혐오적 발언의 온상이 되면서 극단적인 편가르기를 넘어 과격한 선동을 서슴없이 펼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민주주의는 살아있다. 포퓰리즘적인 지도자나 정당에 대해선 단호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내면서 뭉쳐야만 민주주의가 절대 폐기되지 않는다. 더불어 이런 저항만으로 부족하므로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한 정치, 경제, 사회적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세제를 개선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일자리의 창출로 빈부격차를 줄여 나가면서 번영과 풍요를 함께 나누는 그런 체제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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