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모르는 남자들의 심리 - 사랑이 서툰 너에게
이성현 지음, 차상미 그림 / 21세기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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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모르는 남자들의 심리>는 연애를 하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공감했을, 연인 사이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배려를 남자의 관점에서 조금 더 솔직하게 그리고 담백하게 적은 책입니다. "남자들 입장이 이러하니 여자들이 고쳐라!"가 아니라 남자들의 이런 부분은 배려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연인 간의 협의와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연인들의 건전한 교제를 위한 조언

 

저자 이성현은 시청자들과 긍정의 에너지를 나누고 싶은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로, 친구들의 고민 상담과 연애 코치를 해주던 경험을 살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제작하기 시작한 영상 '여모남심'이 10~20대 팔로워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현재 '난쟁이성현'이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인 유튜브와 페이스북 팔로워 수가 각각 55만과 100만 명을 돌파하며 최다 SNS 팔로워를 보유한 최연소 크리에이터에 이름을 올렸다.

고등학생, 대학생은 물론 사춘기 중학생, 20대 직장인 등, ‘난쟁이성현’의 유머러스하고 발랄한 입담과 속 시원한 조언에 매료당한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채널로 몰려든다. 분야와 장르의 한계가 없는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보여주는 크리에이터가 되고자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특히, '여모남심'은 그가 3년 전인 고등학교 2학년 때 시작했기에 또래 친구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져 있다. 

 

책은 '두근두근 썸남의 마음이 궁금해!', '내 남친아, 널 이해하고 싶어', '이젠 전 남친이 되어버린 그놈의 심리', '도대체 남자들은 왜 그러는 걸까?' 등 총 4장에 걸쳐 37개의 에피소드를 담아서 저자는 솔직하고 흡인력 있는 말로 조근조근 얘기하고 있다. 즉 첫 만남의 두근거림, 풋풋하고 달콤한 사랑, 이별의 상처와 후회 등 사랑 때문에 울고 웃고, 사랑에 서툴기만 한 연인들의 더 나은 관계를 만들기 위한 조언, 그리고 상처를 안아줄 따뜻한 조언을 담았다.

 

 

 

 

남자들의 '귀엽다'는 무슨 의미?

 

대부분의 남자는 아무 이유 없이 칭찬하지 않아요. 남자들은 칭찬하는 것을 되게 어색해하고 부끄러워하는데 그 칭찬을 이성인 여자한테 한다? 그럼 마음이 있을 확률이 높아요. 근데 그중에서 '예쁘다'도, '못생겼다'도 아닌 '귀엽다'라고 말하는 의미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는 바로... 

 

예쁘다고 대놓고 칭찬하기에는 사귀지도 않는 사이라서 괜히 부담스러워할까 봐, 못생겼다고 장난치기에는 기분이 나쁠까 봐. 그래서 애매한 표현인 ‘귀엽다’라는 말을 사용하는 거예요.


오늘따라 너는 너무 예쁘고 그래서 칭찬은 하고 싶은데, 사귀는 사이는 아니고 애매모호한 사이라 대놓고 칭찬하기에는 부담스러워할까 봐. 혹은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 '귀엽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해요.

 

 

썸타는 남자가 절대로 고백을 안 하는 이유는?

첫째, 고백했는데 거절당할까 봐. 내가 만약 고백했는데 거절당하면 '다시 못 만나니까'라는 생각 때문에 고백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카톡을 못 하고, 같이 영화도 못 보고, 같이 밥조차도 먹지 못하고, 아는 척하기도 힘든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리니까 망설이게 됩니다.


둘째, 자격지심을 느낄 때. 나랑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이 나하고는 어울리지 않게 되게 예쁘거나 다른 이성들에게 인기가 정말 많은 경우 다가가는 것조차 어려워합니다. 

 

 

남자가 돈 없으면 데이트를 못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남자는 단순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자존심이 세기도 해요. 지나가다가 펀치 기계를 친다든가, 누군가에게 시비가 붙으면 같이 싸운다든가, 평소에는 무시했을 상황을 화내면서 악화시킨다든가, 이런 행동들은 다 자존심이 세서 그러는 거예요. 이처럼 자존심이 센 남자는 어디서 들은 건지 모르겠는데, 어디서 배운 건지 모르겠는데.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내야 한다'라는 인식이 박혀 있어요.

그것이 당연하다 여기고, 그것이 자신의 자존심을 살린다고 생각하는 거죠.

 
'밥값은 내가 내야 해'

'영화 값은 내가 내야 해'

'커피 값은 내가 내야 해'

'데이트 비용은 내가 내야 해'

 

이처럼 더치페이를 자존심 상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내 여자친구를 책임진다는 것은 혼자 외롭지 않게 끙끙 앓지 않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게, 기쁜 일도 슬픈 일도 같이 함께 해주고 사랑하는 것인데 무조건 돈으로 무언가를 해주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남자들은 돈이 없으면 데이트를 못 한다고 거절을 자주 하게 돼요. 

 

 

남자가 눈치 없는 이유는?

남자는 여자와 달리 감성보다는 이성적이고 복잡하기보다는 단순하고 직설적이에요. 말 그대로를 믿고, 행동 그대로를 믿어요. 말과 행동에 의미 부여를 잘 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서 싸우면 여자가 연락하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남자는 진짜 연락을 안 해요. 왜?

 

화났는데 연락하면 더 화날까 봐. 괜히 하지 말란 짓 하면 더 화날까 봐. 나 때문에 화가 났으니까 내가 없으면 화가 더 빨리 풀릴까 봐. 미안해서 여자가 원하는 대로 하는 거예요. 정확히 말하면 여자가 말한 그대로를 실천하는 거예요. 

 

 

남자와 여자는 변했다는 기준이 다르다

보통 여자들은 남자의 변화를 연락 속도에서 많이 느껴요. 처음에는 남자가 연락이 빨랐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느려지니까 변했다고 느껴요. 하지만 남자 관점에서는 마음이 변해서 연락이 느려진 것이 아니라 여자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는 할 말이 많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할 말이 사라지는 거예요.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좋아하는 이상형은 무엇인지, 좋아하는 영화 장르는 무엇인지, 무슨 취미를 가졌는지 등 여자친구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으니까 할 말도 많고 그로 인해서 카톡도 자주 하게 되는 것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여자친구에 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으니까 할 말이 줄어들고 카톡도 줄어들게 되는 것이에요. 

 

 

남자들이 시간을 갖자고 하는 이유는?

"시간을 갖자"라고 말하는 게 사귀는 동안 잠깐 만나지 말자는 뜻일 때도 있지만, 남자는 화가 났거나 싸웠을 때도 잠깐 시간을 갖자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때는 헤어지기 위해 시간을 갖자고 하는 게 아니에요.

 

내가 지금 화가 났는데 이 사람과 계속 마주하고 있으면 혹여나 이성적인 판단을 못 하고 홧김에 심한 말을 할까 봐. 지금 이 짧은 시간 안에 무언가를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머리가 너무 복잡하니까. 시간이 좀 지나서 화가 좀 가라앉거나 상황에서 벗어나 마음이 좀 가라앉게 되면 좀 더 이성적이고 좋은 판단을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시간을 갖자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남자들은 첫사랑을 못 잊는다?

'첫사랑을 잊기 힘들다’는 것은 헤어지고 난 뒤에도 다시 만나고 싶다는 감정이 아니라 그냥 기억 속에서 잊기 힘들다는 것이에요. 강렬한 인상을 남긴 사람을 못 잊는 건 연애뿐만이 아니라 다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죽하면 남자들의 첫사랑은 결혼할 때 잊힌다는 말도 있잖아요?


하지만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전 여자친구처럼 자나 깨나 생각이 난다는 것이 아니에요. 그냥 한 번씩 생각나는 정도예요. 무심코 흘러나오는 음악이 첫사랑과 함께 들었던 음악이라면, 무심코 걸었던 길이 첫사랑과 함께 걸었던 길이라면, 무심코 먹었던 음식이 첫사랑과 함께 먹었던 음식이라면, 가끔 생각나는 정도예요.

 

 

완벽한 연애는 없다, 행동으로 보여줘라

 

책의 저자가 특출하게 연애에 소질이 있어서 이 책을 쓴 게 결코 아니다. 저자가 우리들에게 전하려는 메세지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사랑을 '행동'으로 실천해라"는 것이다. 알고 있는 지식이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고, 머리에 그냥 머물고 있다면 '죽은 지식'이라고 말하듯이,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랑과 배려가 최고의 연애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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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원작소설, 개정판
노희경.이성숙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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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996년 MBC 창사 특집 드라마로 방영되었던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원작으로, 며느리, 아내, 그리고 어머니의 이름으로 가족을 위해 삶을 희생한 한 여자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2013년도 7월 12일에 시행된 고3 전국모의고사 언어영역에서 스토리 후반부 일부가 독해 지문으로 출제되어 '고3 학생들 울린 지문'으로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또 2011년에 영화로 제작, 개봉되었다.

 

"피곤해" 병원 일에만 신경 쓰는 가장 정철(김갑수)
"밥 줘, 밥" 어린애가 되어버린 할머니(김지영)
"알아서 할게요" 언제나 바쁜 큰 딸 연수(박하선)
"됐어요" 여자친구밖에 모르는 삼수생 아들 정수(류덕환)
"돈 좀 줘" 툭 하면 사고치는 백수 외삼촌 부부(유준상&서영희)
그리고.. 꿈 많고 할 일도 많은 엄마 김인희(배종옥)


영원히 반복될 것만 같았던 일상에 찾아온 이별의 순간. 그날 이후… 이들은 진짜 '가족'이 되었다. 그렇다. 우리 모두 늘 곁에 있는 행복은 당연시하고 가볍게 여기는 경향에 많다. 매일 얼굴을 맞대는 가족의 경우엔 특히 더욱 그러하다. 흔히 항상 사용하던 물건이 갑자기 없어졌을 때 그 물건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그런 깨달음처럼 가족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있을 때 잘해라"란 말이 떠오른다.   

 

작가 노희경은 "사람이 전부다"라는 인생철학을 20년간 변함없이 드라마에 투영해오며 독보적인 작가 세계를 구축했다. 삶의 진정성, 사람을 향한 뜨거운 애정, 완성도 높은 대본 등으로 일반 대중은 물론 함께 일하는 동료들로부터 언제나 최고로 평가받아온 그녀는 1995년 드라마 공모전에 <세리와 수지>가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듬해 단편 <엄마의 치자꽃>으로 방송 데뷔를 했고 2개월 뒤 자신의 데뷔작 <세리와 수지>도 전파를 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과 <거짓말> 등을 통해 마니아층을 거느린 젊은 작가로 급부상한 뒤 <내가 사는 이유>, <바보 같은 사랑>, <꽃보다 아름다워>, <굿바이 솔로>, <그들이 사는 세상>,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 박동 소리>,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드> 등 거의 매년 굵직굵직한 작품을 발표했다. 

에세이집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를 펴냈으며, 대본 <그들이 사는 세상>, <거짓말>, <굿바이 솔로>,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로 '읽는 드라마'라는 장르를 개척했다. "글을 쓰는 일은 다른 어떤 노동과 다를 바 없다"고 여기기 때문에 20년을 한결같이 매일 8시간 이상 글을 쓰는 성실함과 "글과 삶이 따로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기부와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는 그녀는 책을 펴낼 때마다 인세의 전액 또는 일부를 기부하고 있다.

 

 

 

 

엄마 인희의 죽음을 예고하다

 

"분명히 말하지만, 가능성이 있는데 손을 놓는 게 아니야. 엄마의 고통을 줄이는 방법으로 포기하는 길을 택한 거야. 이제 우리가 엄마한테 해줄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야"

 

이는 당혹스러움에 어안이 막힌 연수에게 윤 박사가 한 말이다. 자신에게 남아 있는 게 고작 엄마를 포기하는 일뿐이라니…. 연수는 누군가 심장을 쥐어짜기라도 하는 것처럼 쓰라렸다. 아버지 말대로 집에 와선 손 하나 까딱 않고, 그것도 모자라 늘상 바깥일 힘들다고 짜증이나 내던 딸이, 마지막으로 엄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엄마를 포기하는 일뿐이다.


"...전요, 아줌마, 전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사람은 다, 한 번은 다 죽는데, 우리 엄마가 죽게 될 줄은 정말 몰랐고, 딸들은 다 도둑년이라는데 제가 이렇게 나쁜 년인지 전 몰랐어요. 지금 이 순간두 난 엄마가 얼마나 아플까보다는 엄마가 안 계시면 난 어쩌나, 그 생각밖에 안 들어요. 엄마가 없는데 어떻게 살까, 어떻게 살까, 그 생각밖에 안 들어요. 나, 어떡해요, 아줌마?” 연수는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리고 오열한다.

 

"나 어떡해요, 이제 난 어떡해!"

 

 

 

홀로 남겨질 할머니에 대한 엄마의 애통함

 

엄마는 이불을 끌어올려 할머니의 목까지 덮어주었다. 그러다, 한순간 흠칫 숨을 멈추었다.


목숨이 무엇이관데, 사는 게 무엇이관데 죽을 날 가까운 노모가 아들한테 방문 못질을 당하고, 손주놈한테 모진 소리를 들어야 하나. 이제 내 한 몸 죽어지면 끈 떨어진 갓처럼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고 구박이나 당하며 사실 텐데…. 나 간 뒤에도, 이 노인네 투정 부리며 밥 잘 드실까. 기세 좋게 심통 부리며 이년, 저년 욕도 잘하실까. 아니, 아니지….


갑자기 엄마의 눈에서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한참을 소리 없이 울어대던 엄마의 슬픈 눈에 돌연 비장한 빛이 떠올랐다.


엄마는 이불자락을 잡아채더니 머리끝까지 할머니를 덮어 씌웠다. 잠결에 숨이 막힌 시어머니가 이불 속에서 발버둥을 쳤다. 엄마는 눈을 꾹 감은 채 팔에 힘을 주었다. 온 힘을 다해 이불을 누르고 있는 엄마의 얼굴에 뭔지 모를 비애와 독한 기운이 퍼지고 있었다. 이미 엄마의 이마와 볼은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어머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아. 나 살았을 때 어머니가 죽어야 어머니도 편하고, 그래야 나도 편히 눈을 감지. 이제 금방 만날 거야, 어머니. 저승에 가서 내가 백 배, 천 배 더 효도할게…'

 

 

 

엄마와 아빠의 이별 장면

 

"나, 보고 싶을 거는 같애?"
아버지는 엄마를 더 이상 마주보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여주었다.
엄마가 또 묻는다.
"언제? 어느 때?"
"… 다"
"다 언제?"
"아침에 출근하려고 넥타이 맬 때"
"… 또?"
"맛없는 된장국 먹을 때"
"또?"
"맛있는 된장국 먹을 때"
"또?"


묻는 엄마도, 대답하는 아버지도 점차 목소리가 잦아들고 있었다. 아버지는 엄마를 보지 않은 채 마음속에 빗장처럼 걸려 있던 말들을 하나씩 하나씩 뱉어냈다.


"술 먹을 때, 술 깰 때, 잠자리 볼 때, 잔소리 듣고 싶을 때, 어머니 망령 부릴 때, 연수 시집갈 때, 정수 대학 갈 때, 그놈 졸업할 때, 설날 지짐이 부칠 때, 추석날 송편 빚을 때, 아플 때, 외로울 때…"


아버지의 고백이 이어지는 동안 엄마는 물기를 가득 머금은 눈으로 괜한 손톱만 물어뜯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엄마도 차마 아버지의 얼굴을 마주 보지 못할 만큼 감정의 진폭이 커지고 있었다.


"당신 빨리 와. 나 심심하지 않게"


기어이 엄마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아버지는 엄마를 와락 껴안았다. 그리고 더 이상 눌러둘 수 없는 슬픔을 꺽꺽 토해냈다. 엄마가 젖은 눈을 들어 수줍게 웃으며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여보, 나 이쁘면 뽀뽀나 한번 해주라" 아버지는 엄마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쥐고 길고 오랜 영혼의 입맞춤을 했다.


"인희야… 정말… 고마웠다…"

 

 

누구에게도 찾아올 수 있는 이별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면 없던 철이 든다고 말한다. 희노애락을 함께 하며 살아가는 모든 가족들에게 이 소설은 곁에 누군가가 살아 있을 때 한껏 사랑하라는 메세지를 던진다. 죽고 나면 사랑하고 싶어도 더 이상 이를 실천할 방도가 없다. 고작 제사상을 준비하고 지난 일을 돌이켜보는 게 전부일 뿐이다. 그러니, 아침에 눈을 떠서도 그리고 잠자리에 들어 눈을 감을 때에도 한없이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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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 - 성공하면 크게 얻고 실패해도 손해가 없는 단도투자
모니시 파브라이 지음, 김인정 옮김 / 이레미디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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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체 인구 중 인도인은 약 300만 명으로 1퍼센트를 차지한다. 이 300만 명 가운데 상대적으로 소수만이 인도 구자라트Gujarat출신이다. 구자라트는 마하트마 간디의 출생지이기도 하다. 구자라트 남부 작은 지역에서 출발한 '파텔Patel' 성을 가진 사람들은 구자라트 출신 중에서도 극히 소수다. 파텔은 미국인 500명 가운데 1명도 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미국 내 모텔의 절반 이상을 파텔이 소유하고 운영한다는 사실은 꽤 놀랍다. - '파파 파텔, 모텔 사업을 시작하다' 중에서

 

 

위험은 최소화, 이익은 극대화

 

책의 저자 모니시 파브라이는 1950년대 워런 버핏이 설립한 버핏 파트너십을 모델로 설립한 투자 그룹 파브라이 인베스트먼트 펀드의 공동대표다. 파브라이 펀드는 1999년 설정 이후 연평균 28퍼센트 이상의 수익률(투자자 순수익률 기 준)을 달성하고 있다. <포브스>와 <바론즈>에 소개되었고 CNBC와 블룸버그 TV 및 라디오 등에 출연했다.

 

그는 워런 버핏의 열렬한 추종자이며, 버핏의 가치투자 방식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단도투자' 법칙으로 '위험은 최소화하면서 이익을 최대화하는 방법'을 실제로 입증한 인물이다. 일반투자자뿐만 아니라 투자를 시작하는 모든 사람은 이 책 <투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통해 富부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배우고, 그의 투자 핵심원칙과 아이디어를 따라 할 수 있다.

 

단도(Dhandho)는 인도 구자라트 말로 이를 직역하면 '부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뜻이다. 파브라이는 한 예로 인도의 정통한 사업가인 파텔들이 실천하는 단도식 자본 배분 원칙을 소개하고, 일반투자자들이 이를 주식시장에 어떻게 성공적으로 적용하고 복제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1970년대 초 난민으로 미국에 들어온 소수민족 출신 파텔들이 좋은 본보기다.

 

이들은 교육수준이 낮고 자본도 없었지만, 현재 미국 내 모텔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이 성공적으로 일군 사업 방식을 통해 자본이라는 작은 눈덩이를 굴려 큰 부를 일구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이처럼 파브라이는 전설적인 투자자들의 지혜를 자신의 감각과 결합해 일반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단도투자 원칙을 우리들에게 제시한다.

 

일반 투자자들은 대체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으로 인해 흥분, 좌절, 초조함 등 복잡한 감정에 휩싸여 쉽게 일희일비一喜一悲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워라밸 즉, 일과 삶의 밸런스가 무너져 결코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창의력을 활용하는 능력이 떨어져 결국 자포자기함에 따라 투자가 아닌 투기로 이어지고 만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간단하다. 투자를 잘하는 사람을 직접 따라 하는 것이다. 즉, 워렌 버핏 같은 현인에게 투자 조언을 구하거나 통찰력을 얻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스승이 쉽게 주변에 있을리 없다. 결국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투자 명인의 지혜가 담긴 좋은책을 읽는 것이다.

 

 

 

 

단도투자의 9가지 원칙

 

새로운 사업보다 기존 사업에 투자하라

 

주식투자란 적은 자본으로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기존의 기업체를 사들이는 방법이다. 물론 좋아하기만 해서 쉽게 투자에 나서면 실패하기 쉽다. 투자의 결과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려면 확률이 크게 유리할 경우에만 투자에 나서야 한다.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하라

 

회사의 내재가치내재가치를 간단히 산출할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 즉 단순한 기업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단순한 기업이란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를 가리킨다. 과거의 매출과 현금흐름 등을 이용해 미래의 현금흐름과 비용을 쉽게 추산할 수 있는 기업을 말한다. 

 

 

침체된 업종의 침체된 사업에 투자하라

 

얼핏 들으면 이상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투자란 저가에 매입해서 고가에 파는 행위이므로 이 원칙의 의미를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침체가 극도에 달하면 자산가격은 내재가치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찰리 멍거의 조언을 본받는 것인데, 사고파는 행위가 아니라 기다림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에 IMF 한파가 들이닥쳤을 때 주식, 부동산 등을 저가로 매수해 큰 돈을 번 사례들이 이를 증명한다.

 

 

견고한 경쟁우위, 해자垓子를 갖춘 사업에 투자하라

 

해자란 적敵이 성내로 쉽게 침략해 올 수 없도록 성 주위에 인공적으로 깊게 파서 만든 연못이나 수로를 말한다. 유럽 여행을 떠나 본 사람들은 이런 성들을 쉽게 만나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기업체의 해자는 재무제표에 숨겨져 있다. 즉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등을 이용해 투입 자본과 그 자본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확인해 본다. 견고한 해자를 갖추었다면 당연히 수익이 높을 수밖에 없다. 대체로 독점내지는 준독점일 테니까.

 

 

확률이 높을 땐 가끔씩, 큰 규모로, 집중 투자하라

 

데이트레이딩을 즐기는 투자자가 종종 실수하는 대목이 바로 집중 투자이다. 왜냐하면 잦은 투자 횟수와 당일 청산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큰 돈을 벌기 어렵다. 투자의 횟수를 줄이고, 일단 투자를 시작했을 때 규모를 키우는 게 바로 집중 투자 방식이다. 이렇게 하려면 우선 저평가된 투자종목을 발굴하고, 성공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판단될 때 과감하게 지르는 것이다. 

 

 

차익거래 기회에 집중하라

 

이는 사실상 위험이 전혀 없어면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다. 워렌 버핏이 이런 거래로 크게 성공한 인물이다. 차별적 우위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진다면 충분히 이를 활용할 수 있다. 한 예로 현재가격이 4000원인 실물주식을 매도하고 그 돈으로 즉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가격이 3000원인 같은 회사의 CB를 매수한다면 이는 분명 차익이 발생하는 거래인 셈이다.   

 

 

항상 안전마진을 추구하라

 

안전마진이 크다면 시장이 하락하더라도 큰 손실을 피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나아가 향후 시장이 회복될 때 주가가 탄력적으로 내재가치에 수렴하므로 높은 숭수을 기대할 수 있다.

 

 

위험은 적고 불확실성은 큰 사업에 투자하라

 

주식시장은 위험과 불확실성이 공존한다. 월스트리트는 불확실성을 혐오하고, 혐오는 해당 기업의 주가를 하락시키는 방식으로 표출된다. 이처럼 월가는 위험과 불확실성을 혼동한다. 따라서 위험은 적고 불확실성은 높은 투자대상을 모색, 주식시장의 약점을 공략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조합

 

고위험, 저불확실성

고위험, 고불확실성

저위험, 고불확실성

 

 

혁신 사업이 아닌 모방 사업에 투자하라

 

투자자들이 종종 착각하는 부분이 바로 독창성을 강조하는 경우다. 사실 투자는 독창성을 경쟁하는 게임이 아니다. 맥도날드와 마이크로소프트도 차용과 확장을 거듭하면서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모텔업의 가능성을 최초로 발견한 몇몇 파텔들은 개혁가였다. 이후 수만 명의 파텔들이 이 사업모델을 모방했다. 이는 혁신이 아니었다. 그저 입증된 아이디어를 가져와 확장한 것일 뿐이다.

 

 

한국 시장은 여전히 저평가된 주식이 많다

 

책의 저자는 현재의 한국 시장은 저평가된 주식을 찾아 담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곳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남 30년 동안 많은 긍정적 변화와 개혁을 이루어냈고, 사회의 부패 정도도 수십년 간 최저 수준이며, 강력한 자유 언론은 정부의 긴장을 유발하고, 노동자들의 훈련과 교육 수준이 사상 최고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힌다. 우리도 단도투자 원칙을 적용해 투자에 나선다면 풍요로운 10년 후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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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 심플 - 인생이 한결 편안해지는 미니멀 사고
스즈키 에이치 지음, 이아랑 옮김 / 더퀘스트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과거에 집착하는 것은 창의적 사고에 방해가 된다. 정리를 잘하는 사람은 과거에 집착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 물건이 다시 필요해져서 후회를 한다 해도, 후회할 시간에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 데 몰두한다. 반대로 정리를 잘 못하는 사람들은 물건을 버렸을 때의 두려움이 너무나 크다. 이는 문제를 단순화하지 못하고 계속 끌어안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 '추천의 글' 중에서

 

 

미니멀 사고로 나쁜 습관을 개선하라

 

저자 스즈키 에이치는 주식회사 커리어 서포트 세미나의 고문 강사이자 로지컬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다. 주로 기업 연수나 비즈니스 세미나에서 논리적 말하기, 글쓰기, 토론하는 법을 지도한다. 1969년 아오모리 현에서 태어났으며, 도호쿠 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인지심리학을 전공했다.


그는 대형 수능학원 강사로 일하던 시절, 논술 시험이 ‘문장 표현 능력이 아닌 문제 해결 능력을 보는 것’이라는 새로운 정의로 가르치던 학생들의 합격률을 배로 늘렸다. 그때 1만 5천 명 이상의 사례를 연구하며 ‘미니멀 사고’라는 독자적인 문제 해결법을 개발했다. 그 노하우를 정리한 수험 참고서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는 사람을 위한 논술의 규칙 55>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총 5개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1만 5천 명이 넘는 사례를 통해 '나쁜 사고 습관'의 패턴을 밝히고 해결법을 제시한다. 즉  남들보다 생각이 많은 섬세한 사람들이 머릿속의 잡동사니와 낭비를 없애고 유리창을 맑게 닦아놓은 것처럼 명쾌한 사고를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미니멀 사고법을 심플하게 정리해 놓았다. 총 43가지의 구체적인 훈련을 통해 누구나 인생이 한결 편안해지는 미니멀 사고법을 쉽게 익힐 수 있다.

 

 

 

'나쁜 사고 습관'의 패턴을 밝히고 해결법을 제시하다

 

 

미니멀 사고로 복잡해 보이는 문제를 해결한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어찌 되든 상관없는 일''생각해봐야 소용없는 일'이 수없이 많다. 이런 잡동사니에 사로잡혀 헛된 논의 끝에 역효과를 초래하는 대응을 되풀이한다. 그 결과 시간과 돈, 에너지를 계속해서 소모한다. 이것이 평범한 사람의 습관, '뒤죽박죽 사고'다. 만약 머릿속에서 그런 잡동사니를 제거하고, 남은 최소한의 '생각해야 할 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말할 것도 없이 더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먼지 낀 뇌의 유리창을 말끔하게 닦는 '미니멀 사고'다.

 

 

미니멀 사고와 뒤죽박죽 사고

실제로 빛나는 아이디어일수록 논리가 더 잘 통한다. 직관적인 사람의 대표자 격인 예술가들이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을 해설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세상에는 '논리적인 사람''직관적인 사람'이 나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논리와 직관이 양립하는 미니멀 사고를 하는 사람''논리에 사로잡힌 뒤죽박죽 사고를 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미니멀 사고를 향한 첫걸음 

세상에서 제기되는 온갖 문제에는 '누군가가 실제로 해를 입는 일''사실은 아무도 해를 입지 않는 일'이 뒤섞여 있다. 피해자가 없는데도 '해결하자'며 논의하는 것은 쓸데없는 참견이며 시간 낭비다. 그러니 '실제로 피해가 있는 일''실제 피해가 없는 일'을 구분하자. 이것이 미니멀 사고를 향한 첫걸음이다.

'사실'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어쩌면 그것은 실제 피해가 아니라 단순한 억측이나 편견일지도 모른다. '불쾌하다, 화가 난다, 싫다, 시끄럽다, 기분 나쁘다, 재미없다, 욱하다, 짜증난다' 같이 기분을 표현하는 것을 피하고 사실을 근거로 설명하는 습관을 들이자. 예컨대, "이 디자인은 촌스러운 것 같다"는 기분이다. "이 디자인으로 바꿨더니 매출이 15퍼센트 줄었다", "설문 조사 결과, 이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고 응답한 사람은 100명 중 25명이었다" 이렇게 설명하면 객관적인 사실이기에 설득력을 가진다.

 

이상주의자보다 현실주의자


'반드시 그래야 한다'라는 단정은 거기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을 배제하고 만다. 또한 그 외의 아이디어를 배제하고 만다. 한편, 현실주의자는 '세상은 이렇다'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그들은 돼먹지 못한 사람도, 악한 사람도, 자신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도 모두 인정한 뒤 '이제 어떻게 할까'를 생각한다. 물론 살아가는 방식은 각자의 자유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합한 것은 도량이 넓은 현실주의자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 민족은 민족성이 나쁘다'라는 결론이 나온다 해도 민족 전체의 의식을 바꿀 수는 없다.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가 농사를 짓지 못하게 할 수도 없다. 세상에는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이 있다. 바꿀 수 없는 것의 대표적인 예가 인간의 마음과 과거의 사실이다. 이 두 가지에서 원인을 찾으려 해봐야 '이제 와서 어떡하라고?'라는 무의미한 논쟁에 빠질 뿐이다. --- p. 91

 

 

한가지 아이디어만 고집하지 않는다

문제 제기와 문제 분석이 핵심을 꿰뚫었다면 해결책도 자동으로 도출되리라고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몇 가지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그때 처음 떠오른 아이디어가 꼭 최선은 아니다. 모처럼 떠오른 아이디어를 소중히 여기고 싶고 실현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효과가 더 크고, 더 확실하고, 비용이 더 적게 드는 방법을 발견할 수도 있다. 한 가지 아이디어만 고집하지 않는 것도 미니멀 사고다. 

 

 

머릿속 잡동사니를 없애자

우리 인생에는 시간제한이 있다. 다만 그 끝은 누구도 모른다. 몇십 년 후일 수도 있고, 당장 내일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누구에게나 마지막은 찾아오는 법이다. 게다가 그것은 의외로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그 남은 시간 동안 ‘어찌 되든 상관없는 일’에 분노하고 고민하고, ‘생각해봐야 소용없는 일’에 불평하다가 생을 마치고 싶은가? 아니면 ‘해결할 가치가 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멋지게 해결할 아이디어’를 낳는 인생을 살고 싶은가?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하라

 

문제가 생겼을 때 호들갑 떨지 않고 간단하게 해결하는 사람, 단번에 핵심을 파악하는 사람, 스트레스에 강하고 쿨하게 사는 사람 등 이런 사람을 보면 그저 부럽기만 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머릿속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므로 복잡한 두뇌를 가진 게 아닐까? 아니다. 정반대다. 이들은 최소한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배어 있어서다. 바로 미니멀 사고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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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 - 생명의 온기 가득한 우리 숲 풀과 나무 이야기
이유미 지음 / 지오북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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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철이 피고 지는 식물들. 그리고 그 속에 감추어진 식물들의 이야기를 엮어보자고 했습니다. 그냥 문화적인 이야기나 식물학적인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늘 곁에 있어 사소하거나 흔하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식물들의 이야기 말입니다. 마음을 열고 귀 기울이가 보면 저절로 그 속에 숨어있는 과학과 삶의 진실을 발견하는 이야기. - '시작하며' 중에서

 

 

식물의 생존전략을 배운다

 

광릉 숲 국립수목원의 생물표본연구실장으로 일하는 저자가 진달래 산천이라고 하던 우리 산에 진달래가 점점 줄어드는 이유, 키 큰 옥수수가 쓰러져도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서는 이유, 호밀의 뿌리털의 표면적이 테니스코트 2개 넓이라는 사실 등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재미난 식물의 세계에 관해 쓴 책이다. 또한 이 책은 한국일보에 매주 1회 2년 동안 연재한 95편의 편지글을 모아 다듬고 사진을 보태어 만든 것이다.

 

저자 이유미박사는 조선 초기부터 지금까지 500여 년 동안 잘 보존되어 생물다양성의 보고라고 알려진 경기도 포천 광릉 숲에 자리한 국립수목원의 연구관으로 산림생물표본관 실장을 맡고 있다. 일제감점기와 6.25동란 이후 십수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온 나라의 산이 붉은 민둥산 투성이이던 시절 서울에서 태어났다.

 

녹화사업과 나무심기운동으로 우리 숲이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갈 무렵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식물분류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숲은 제 모습을 찾아가지만 일반인의 숲에 대한 인식이 지금처럼 폭넓지 않았을 때부터 우리나라의 산과 들, 도서벽지를 찾아다니며 나무와 풀에 관해 연구를 했다. 특히 사라져 가는 식물의 보전 같은 식물분류학을 기저로 한 국가 차원의 연구에 주력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많은 글과 책을 써냈다. 또한 봄철 우리 땅에 자라는 키 작은 풀처럼 차분히 겨울을 준비하는 키 큰 나무처럼 나직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강의와 글로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백목련은 왜 북쪽을 향해 필까?

 

봄은 하얀 꽃이 아름다운 백목련의 계절이다. 그런데 백목련은 왜 북쪽을 향해 꽃이 피었을까? 이는 바로 햇빛 때문이다. 봄 햇살을 잘 받을 수 있는 남쪽 방향으로 향한 겨울눈의 생장호르몬이 더 왕성하게 분비되어 더욱 빨리 자라므로 자연스레 꽃봉우리가 북쪽을 향해 굽는 것이다. 그래서 옛사람들도 이를 '북향화'라고 불렀으며, 임금님이 계신 북쪽을 바라보는 '충정의 꽃'이라고도 했단다. 이제 봄에 핀 백목련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꽃봉우리의 방향을 점검해보는 재미를 느껴보자.

 

 

개나리 열매를 보셨나요? 

 

봄엔 온 거리가 노란 칠을 한 듯 샛노란 개나리의 물결로 넘실거린다. 이에 자연스레 우리들의 마음도 출렁거린다. 특히, 젊은 선남선녀들의 가슴엔 춘흥春興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예로부터 봄엔 꽃구경 나들이가 많았다. 그런데 그렇게 지천에 널려있던 개나리꽃이 지고 난 후 열매를 맺는 걸 본 사람은 드물다. 왜 그럴까?

 

우리 주변에 피는 개나리는 주로 암술이 퇴화해서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수꽃이기 때문이다. 줄기를 잘라 흙에 꽂아서 뿌리를 내리는 꺾꽂이로 대량 복제를 한탓에 아버지와 똑같은 자식들만 생산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열매를 맺을 기회가 점차 사라진 셈이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개나리가 싫증나서 더 이상 심지 않게 된다면 순식간에 사라질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 스스로 열매를 만들어 씨앗을 퍼뜨리지 않는, 즉 조물주의 법칙을 어긴 댓가치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 인간의 복제도 이와 유사할 것이다.

 

 

식물이 동물보다 한 수 위다

 

가을의 명절은 추석이다. 추석하면 떠오르는 게 보름달과 송편 아닐까 싶다. 송편은 바로 소나무와 연관되어 있다. 즉 떡을 찔 때에 솔잎을 깔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송편'이다. 그렇다면 굳이 왜 솔잎을 깔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옛 선인들은 솔잎을 깔고 찌면 떡이 잘 상하지 않음을 알았던 것이었다. 이는 솔잎에서 나오는 성분 때문이다. 사실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 솔잎 성분을 연구하는 이들이 무척 많다.

 

최근에는 천연물질에서 획득한 성분으로 질병을 고치는 약의 개발이 트렌드다. 그런데, 동물에서보다 식물에서 그 원료를 찾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사람이나 각종 제도가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 이를 두고 '식물인간'이니 '식물국회'니 하면서 식물들을 폄하하고 있다. 과학적으로도 스스로 행동하고 조절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에 관여하는 DNA도 식물에게 훨씬 많다.

 

 

열매가 붉은 이유는?

 

가을이 무르익으면 만산萬山이 홍엽紅葉이다. 이뿐이랴. 단풍이 만들어내는 고운 색깔의 향연만큼이나 고운 빛깔의 열매들도 많다. 백당나무 열매는 이미 오래 전에 색깔을 노출했고 보라색 좀작살나무, 자줏빛과 까만 열매가 멋지게 어우러진 누리장나무 등의 열매 빛깔은 독특하다. 그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붉은 열매들이다. 아마도 붉은색이 새의 눈에 잘 띄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나무 열매들의 빛깔이 고와도 새 외에는 아무도 먹지 않는다. 왜냐하면 열매엔 양분과 수분이 적어서 맛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무들은 왜 붉은 열매를 만들어 새들을 유혹할까?  이에 대해 열매를 보기 좋게 하고 맛과 영양가가 있도록 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소요되므로, 겉모습만 번듯한 열매를 만들어 눈속임을 하려는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좀더 유력한 다른 가설로 생산 원가를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의적으로 맛없는 열매를 만든다는 것이다. 보기도 좋고 맛까지 좋으면 새들은 열매가 익기도 전에 한꺼번에 몰려들어 먹어치우고, 비슷한 시간과 장소에 많은 양을 배설하게 되므로 열매 속의 씨앗이 골고루 넓게 퍼져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새들의 눈에 잘 띄게 유혹한 다음 새들이 먹어 보고 맛이 없어 기피하다가 먹이가 부족한 겨울까지 두고두고 먹게 해서 씨앗이 널리널리 퍼져나가게 하려는 생존의 전략인 셈이다.

 

 

존재의 아름다움을 깨닫는다

 

식물을 연구하는 학자라할지라도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식물의 삶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오랫동안 이를 관찰하면서 관련된 학술지나 연구 결과 등의 공부를 병행하면서 저자 나름의 결론을 한 권의 책에 담아냄으로써 우리들은 식물의 삶에 대해 더욱 귀 기울일 수 있고 나아가 존재의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다. 풀과 나무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 있는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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