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지만 확실한 공부법 - 똑같이 공부하고 더 많이 인정받는 어른의 공부 전략
가바사와 시온 지음, 정지영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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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공부하면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는 사람은 예외 없이 헛된 공부를 하고 있다. 한 달에 수십 시간을 헛된 공부에 소모하는 일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이다. 공부한 내용이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는 쓸모없는 공부법으로는 지식이 기억에 남지 않는 것은 물론, 일과 생활에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정말 안타까운 사실은 성실하고 뭐든지 꾸준히 하는 성향의 사람일수록 요령 없고 비효율적인 헛된 공부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머리말' 중에서

 

 

공부법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책의 저자 가바사와 시온은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이며, 일본 인터넷과 SNS에서 최강의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다. 1991년 삿포로 의과대학교 졸업 후, 세계적 명성의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정신과에서 연구활동을 했으며 2007년 귀국 후에는 '가바사와 심리학연구소'를 설립했다. 현재는 환자를 진료하면서 저술, 방송, 인터넷 등을 통해 정신의학, 심리학 지식을 일반인에게 쉽게 전달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 최대 규모의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로 페이스북의 '좋아요' 수는 약 14만, 트위터 팔로워는 약 12만 명에 달한다. 또한 <영화로 보는 정신의학>, <비즈니스 심리학> 등 여섯 가지 메일을 15만 부 이상 발행해 4년 연속으로 일본 최대 규모의 메일 매거진 '마구마구' 부문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나는 한 번 읽은 책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 <달콤한 성공심리학>, <괴로움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7가지 방법> 등이 있다.

 

그는 50년 동안 스스로 해온 공부와 30년 동안 사람들을 가르쳐온 경험에 뇌과학적 근거를 더해 '자기 성장을 이루어주는 공부법'을 정리했다. 그리고 8년 동안 자신이 운영하는 '웹 심리 학원'과 '가바사와 학원'의 멤버 1,000여 명에게 공부법을 실천하도록 했다. 총 7개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실천하면 반드시 성과가 나오는 방법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써 내려간 결과물로, 이론과 경험, 실험을 통해 입증된 확실한 공부법이다.

 

 

 

 

사회인의 공부엔 교과서가 없다

 

사회인의 세계에는 반드시 성과가 나오는 정해진 공부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업무 기술을 갈고닦자! 공부하자!’라고 생각해도 무엇을 교재로 삼고 어떻게 공부해야 좋을지 알쏭달쏭한 것이다. 결국 잘못된 교재를 골라 공부하다가 시간을 낭비하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다시 공부와 담을 쌓기도 한다.


교과서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인의 공부는 어떤 발상으로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그것은 성과와 자기 성장으로 연결되는 최단 거리를 찾는 방법이고, 이 책의 중요한 주제이며, 지금까지 나온 공부법 관련 책에서 그다지 거론되지 않았던 중요한 핵심이다.

 

 

공부법을 공부하라

공부법이란 공부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다. 공부를 개시하기 전의 전략이다. 그리고 그 전략이 잘못되었다면 오랜 시간을 투자해도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지금까지 자신의 성적이 나빴거나 기대한 성과를 얻지 못한 것은 타고난 머리가 나쁜 탓이 아니다. 공부나 학문에 재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노력을 지속하지 못하는 무능한 인간이기에 그런 것도 아니다. 그저 공부법을 몰랐을 뿐이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올바르게 시작하면 이미 반 정도는 완수되었다는 의미이다. 마찬가지다. 공부의 첫걸음도 공부법을 배우는 일이다. 즉 '공부법을 공부하는 일'이야말로 공부의 시작이다. 공부를 시작하긷 전에 성과는 미리 90% 정해지는 셈이다.

 

 

즐거움은 액셀, 괴로움은 브레이크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도파민이라는 신경 물질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즐거울 때 분비되는 행복물질로 알려져 잇다. 이는 집중력을 높이고, 기억력을 높이며, 학습 효율을 대폭 상승시켜 주는 학습물질이기도 하다. 반면에 싫어하는 일, 괴로운 일을 하게 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기억에 관여하는 해마는 코르티솔이 분비되면 그 작용이 저하된다고 알려져 있다.


즐거움은 액셀, 괴로움은 브레이크로 바꿔 말할 수 있다. 즐거워하면서 공부하면 도파민이 분비되어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이고 액셀을 밟듯이 빠른 속도로 학습한다. 반면에 마지못해서 공부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어 해마의 활동을 방해하고, 기억력이 떨어진다. 뇌에 브레이크를 거는 셈이다. 같은 시간, 같은 내용을 공부해도 즐겁게 하는 아이는 빠짐없이 기억하고, 괴롭게 하는 아이는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것은 어른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다. 

 

 

어른을 위한 공부 전략

 

1. 단점은 극복하고 장점은 살려라

2. 목적과 목표를 상세하게 결정하라

3. 내 안에 있는 비법을 깨닫자

4. 나의 진짜 단계를 확인하라

 

 

단점은 극복하고 장점은 살려라

사람이 성장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장점을 살리는 일과 단점을 극복하는 일이다. 자신의 특기 분야와 능력을 한층 기르는 것은 장점을 살리는 일이다. 자신이 미숙한 분야, 서툰 부분을 보완하는 것은 단점을 극복하는 일이다. 공부법도 마찬가지다.

 

어른의 공부는 자신이 이제부터 무엇을 공부해야 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그래서 장점을 살리거나 단점을 극복하는 두 가지 축은 우리에게 커다란 방향성을 부여해준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간파하기만 해도 본인이 해야 할 공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이 무언가를 공부하려고 할때 항상 그것이 장점을 살리는 일인지, 단점을 극복하는 일인지 의식해야 한다.  71

 

 

긴장감이 성장을 촉진한다

뇌는 '약간 어려움'을 좋아한다. 자기보다 유능한 사람, 다양한 지식이나 경험, 성공 체험이 풍부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많이 접할 수 있으므로 자기 성장으로 이어진다. 심리학에 '유사성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인간은 자신과 공통점을 지닌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연다. 즉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 자신과 같은 수준의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안심하고 마음을 내려놓는다. 반면 자기보다 성공한 사람들과 술자리나 모임을 가지면 긴장된다. 그러나 그 긴장감이 자극을 주어 성장을 촉진한다. p. 110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전체를 먼저 훑어보라

우리 뇌는 정보를 네트워크로 기억한다. 즉 관련성이 있는 것은 간단하게 기억하지만, 관련성이 없는 것을 기억하기란 지극히 어렵다. 정보를 기억하려고 하는 경우 관련성, 즉 전후의 맥락이나 전체적인 위치를 확실히 파악하면서 공부하는 편이 무작위로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머릿속에 잘 들어온다.

 

그러므로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전체 모습을 훑어보자. 새의 눈이 되어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다. 하늘에서 새가 내려다보듯이 파악하면 지금 전체 중 어느 부분을 공부하고 있는지 전후 관련성을 쉽게 알 수 있어 머릿속에 깊게 새겨진다. 이는 책을 읽기 전에 먼저 목차를 살펴보면 그 책의 내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독서에 나설 수 있는 것과 같다. 

 

 

명확한 관심사를 설정하라

구글 검색 창에 ‘재밌는 정보’라고 입력하고 검색해보자. 재밌는 정보가 나왔는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막연한 키워드로 검색하면 막연한 정보가 표시될 뿐이다. 뇌는 안테나를 펼치지 않는 한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하는 정보를 명확히 의식하면 자신이 원하는 정보가 계속 모인다. 자신이 흥미 있는 키워드를 떠올리기만 해도 트위터의 타임라인,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야후 뉴스의 토픽 등 방대한 정보의 장에서 원하는 정보를 한눈에 골라낼 수 있다.

 

인간의 뇌는 매우 감수성이 높은 필터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평소에 관심 있는 키워드를 의식하기만 해도 중요한 정보를 놓치지 않게 된다. '뭔가 재밌는 정보는 없을까?'라는 막연한 태도로 인풋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특정 키워드를 의식하고, 평소 자신의 흥미, 관심 영역을 명확히 해두어야 비로소 유익한 정보를 잡아낼 수 있다.

 

 

1개월과 3개월의 관문을 넘어라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있는 듯한 불안감은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터널의 길이를 알고 있으면 된다. 한없이 이어져 있을 듯한 긴 터널이라도 길이가 1,000미터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 900미터까지 와 있는 단계에서 되돌아갈 사람은 없을 것이다. 900미터를 되돌아가는 것보다 남은 100미터를 참고 나아가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터널의 길이만 알고 있으면 앞이 보이지 않아 괴로운 터널이라고 해도 출구까지 계속 걷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공부, 연습, 배움 등 어떤 일을 시작할 때는 두 가지 터널(관문)이 존재한다. 그것은 한 달째와 석 달째다. 그 두 가지 관문을 넘어설 수 있다면 12개월까지 어떻게든 지속할 수 있다.

 

 

10년을 지속하라, 그러면 그 꿈이 이루어진다

 

지금까지 노력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노력한 만큼 반드시 효과가 나온다는 저자의 공부법, 즉 '아웃풋 중심 공부법'을 알아보았다. 아무리 책을 읽어도 효과가 없다거나 공부를 해도 효과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도 이는 공부를 지속했던 기간이 짧아서일 것이다. 적어도 10년간 지속한다면 확실히 그 효과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공부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의 필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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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 - 최악의 의사결정을 반복하는 한국의 관료들
최동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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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가 이토록 엉망진창이 된 것은 수십 년에 걸쳐 수많은 요소들이 얽혀 이루어 낸 결과입니다. 대통령이 바뀐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어느 하나만의 원인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간과 조직을 반성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가치관, 사회와 문화를 제도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통찰력, 나아가 올바른 가치관에 기초한 통찰력을 기를 수 있는 '생각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생각하는 힘을 연마해야 어느 정도 치유의 실마리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최악의 의사결정이 왜 이렇게 반복될까?

 

저자 최동석은 독일 기센대학교에서 경영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은행에서 20년간 일한 후, 2001년부터 지금까지 크고 작은 조직에서 경영자, 경영학자 그리고 경영컨설턴트로 일해 오고 있다. 2006년부터 서강대학교 MBA 과정에서 리더십개발론을 가르치고 있으며 2014년부터 '최동석인사조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인간과 조직에 관한 철학적·심리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성과관리, 역량관리, 조직시스템설계, 리더십개발, 교육훈련 분야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저서로는 <4차 산업혁명과 제조업의 귀환>(공저),  <다시 쓰는 경영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인재전쟁>, <셈코 스토리>, <성공적인 팀의 5가지 조건>등이 있다.

 

우리나라 관료 사회에는 일제시대부터 내려 온 군국주의적 조직문화가 아직도 남아 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 상명하복의 규율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 사건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문화를 바로잡으려면 관료 조직의 시스템적 개혁이 필요하고,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제언을 이 책에 담았다.

 

세월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는 데도 불구하고 관료사회의 의사결정 시스템은 전혀 변하지 않는 소위 '철밥통'이다. 즉 고위직에 오를수록 권한과 권력이 많아지지만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인간과 조직을 어떻게 볼 것인가?', '무엇이 조직을 병들게 하는가?', 이렇게 총2부로 구성된 이 책은 관료사회의 문제점을 짚어내면서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관료 사회의 구성원들은 각자 자신의 고유한 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직무의 사유화'라는 말을 통해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판단과 주체적인 업무 수행 권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셈이다. 둘째, '국민에 의한 평가 방식 도입'이다. 공공서비스를 제공받는 주체는 국민이므로 공무원 조직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의 만족도 증대로 귀결되어야 함에도 공무원들의 인사고과는 윗사람의 평가로 이루어지기에 소위 '눈치 보기' 문화가 개선되기 어렵다는 현실적 애로점을 내세운다. 셋째, '선발의 객관화'다. 즉 내부 승진을 줄이고, 똑똑한 인물을 공개적으로 기용해야만 조직에 미래가 있다는 설명이다.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보듬는 게 민주주의다

 

세월호 유가족에게 달려간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들의 행태를 살펴보라. 그들은 비서진을 데리고 현장에 도착해서 한결같이 뭔가를 보여 주려고 애를 쓰고 있다. 사진을 찍어서 시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보여 주려고 한다. 심지어 동영상이나 사진을 위해 연출하거나 조작하기도 한다. 보여 주어야 한다는 자본주의 이념에 깊이 물들어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이념을 생활화하는 정치인이나 공직자라면 유가족 앞에서 무릎을 꿇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듣는 행위는 타인의 고통을 함께 나누어 갖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타인의 아픔에 깊이 공감할 때 비로소 들을 수 있다. 공감이 없으면 보여주기 식의 들리는 척만 할 뿐이지 절대로 들리지 않는다. 

 

 

구호성 처방만 난무한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공감의 리더십을 기르자, 소통 능력을 기르자, 허리띠를 졸라매고 스펙을 쌓자, 창의성을 길러야 한다, 인성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등 다양한 구호성 처방만이 팽배해 있다. 물론 이런 접근 방식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대증對症요법일 뿐 근원적 치유책이 될 수 없다. 더구나 이러한 구호성 대증요법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대개의 경우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라는 데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런데, 이런 인사들이 그동안 잘못된 제도적 장치에 의해 사회적 혜택을 톡톡히 보아 왔다는 사실을 우리들은 알아야 한다.

 

이들의 주장은 선동적이어서 매우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일시적 붐을 형성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시 잘못된 제도, 즉 사회적 정의에 반히는 제도의 반사적 이익을 향유하게 되는 것이다.

 

 

품의제도, 오히려 의사결정을 방해한다

해난사고 발생 시 해경이 긴급한 구조명령을 내리는 것처럼 의사결정이란 본시 문제해결을 위한 결단을 말한다. 의사결정이란 현 상태에서 떼어내어 다른 상태로 만들려는 개인의 인격적 의지형성을 의미한다. 의지형성意志形成은 본능이 아닌 인격을 갖춘 인격체에게만 가능하며, 비인격적 존재는 의지형성이 불가능하다. 결단은 인간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이 의사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조직은 인간의 의사결정을 위한 보조적 수단에 불과하다. 그러나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인격체가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비인격체인 조직이 결정하는 것처럼 의제擬制되어 있다. 어떤 개인이 그 의사결정에 대하여 책임지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조직 전체가 책임지도록 의사결정체계를 만들어 놓았다. 이것이 바로 품의제도이며 총체적 부패를 감싸고 있는 핵심적 체계의 하나이다.

 

소위 관피아 문제를 비롯해 보고서 위주 문화, 의전 중시 문화 등이 행정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러한 지적 중에 공무원 조직의 의사결정시스템이 근본적인 문제점이라는 주장이 있다. 품의에 의한 의사결정방식에서는 장관이 어떤 부하에게 업무지시를 내리면 업무지시를 받은 관료는 자신의 직속부하에게 동일한 업무지시를 내리고, 그 부하는 다시 자신의 부하에게 동일한 과정으로 맨 말단 공무원에게로 업무지시가 전달된다. 아래 사진을 참조하면 이해가 쉬울것이다. 

 

 

 

인재 선발의 공정화 및 객관화

인재 선발의 공정화 및 객관화야말로 조직의 사회적 효과성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여기서의 객관화라는 용어는 인사고과를 점수화하라는 말이 아니다. 객관화란 누가 봐도 그 사람이 그 자리의 적임자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한 직장에서 몇 년을 같이 일해 보면, 그 사람의 실력, 인격, 가치관을 훤히 알게 된다. 바로 그런 주관적 판단들이 모여 서로 합의를 이룸으로써 유능한 인재를 발탁하게 된다.

 

 

시스템의 전면적 개혁이 요구된다

 

관료들에게 자신들이 섬겨야 할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오직 자신에게 은혜를 베풀어 줄 우두머리에게만 잘 보이면 되기 때문이다. 일반 직장사회에서도 권한이 전혀 분산되지 않은 채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도록 제도화돼 있기 때문에, 오로지 승리와 승진의 이데올로기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을 뿐이다.


불법적으로라도 일단 올라서고 보자는 생각이 팽배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회에서 관료들이 오로지 위만 쳐다보며 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부정직하고 불합리한 사람은 이익을 보지만, 정직한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그런 사회가 된 것이다. 더욱 높은 윤리와 도덕, 청렴성, 그리고 국민들을 위한 공복이 강조되는 관료 사회로의 변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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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의 진심, 살아남은 자의 비밀
란즈커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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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풍도로부터 배울 수 있는 삶의 지혜 외에도 풍도와는 다르게 난세의 소용돌이에 빠져 살아남지 못한 인긴 군상, 특히 당시의 황제와 권신의 이야기도 함께 실려 있습니다. 이들 모두는 풍도와 비교하며 반면고사로 삼을 만한 경우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번 더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풍도의 '처세의 기술'이 아니라 '처세의 철학'입니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풍도로부터 배우는 '처세의 기술'

 

이 책의 저자 란즈커는 중국의 역사연구가이자 심리학자다. 기록이 미처 담지 못한 역사 인물의 심리학적인 측면을 분석하는 글로 주목받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30여 년 동안 흔들림 없이 다섯 왕조, 열한 명의 황제를 섬긴 처세의 대가 풍도의 일대기를 담은 <참모의 진심, 살아남은 자의 비밀> 외에 <미시 독일사微史德國>, <몽진의 거울一面蒙塵的鏡子> 등이 있다.

 

당나라 멸망 후 송나라 건국까지 약 70년 동안을 '5대 10국五代十國'의 시기라고 한다. 이 때는 중국의 최대 난세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당시에는 천하를 호령하는 군주조차 하루아침에 몰락하고 또 다른 권력자가 탄생하는 일이 수시로 일어나는 엄청난 혼란기였다. 이런 격변기에는 제 아무리 뛰어난 자라도 한 번의 실수로 3대가 멸하는 비참한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다. 이런 시기에 다섯 왕조에 걸쳐 열한 명의 황제를 보필하면서 결코 험난함 없이 오래토록 즐거움을 누려, 스스로를 '장락長樂 선생'이라 칭하던 인물이 있었다. 30여 년을 고위관리로, 그중 20여 년을 재상으로 지낸 '풍도'라는 사람이다.

 

이 책은 풍도가 관리로 발탁되어 열한 명의 황제를 섬기기까지 걸었던 길을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에피소드를 활용해 이야기한다. 즉 풍도가 주변에 적을 만들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갈 수 있었던 방법, 난세에서도 자신과 가족을 지키고 편안함을 누린 비결은 위를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주변, 그리고 아래를 살필 줄 아는 철학에 있었음을 우리들에게 전한다.

 

 

 

 

제 때에 분노를 해소한다

 

사람의 분노란 제 때에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홍수처럼 범람할 수 있다. 대우大禹가 치수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물길을 내어 물이 잘 흐르게 한 것이고, 그의 아버지가 치수에 실패한 이유는 덮어놓고 제방을 쌓은 결과 둑이 무너진 것이었다. 총명한 사람은 분노를 발산할 줄 안다. 자신이든 타인이든 분노가 사라지면 모두에게 좋다. 왜냐하면 분노에서 나온 결정은 흔히 잘못되기 때문이다. 

 

 

풍도의 처세 원칙

풍도의 처세 원칙은 "하늘에 순응하고, 시기에 따르고, 사람을 봐야 한다順天,應時,因人"는 것이었다. 아무리 높은 관리도 황제의 일꾼일 뿐이고, 능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바꿀 수 없는 일은 절대로 강요하지 않고, 부득이할 때 자신을 희생시킬 수는 있어도 다른 사람까지 끌어들여 죽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사람이라야 군주든, 동료든, 아랫사람이든 모두가 안심한다. 

 

 

집착을 버리고 지나치게 요구하지 않는다

 

풍도가 벼슬을 하면서 온갖 지혜를 동원해 '넘어지지 않기'를 추구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관리라는 생각에 집착하지 않고 담담히 할 일만을 했다. 풍도의 입장에서 보면 관리나 백성이나 단지 일하는 곳이 다를 뿐 어떤 차이도 없었다. 이러한 담담함이 있었기에 그는 관료사회의 거친 파도 속에서도 항상 침몰하지 않았다. 그와 달리 자신을 관리라고 여긴 자는 오히려 한 사람씩 차례로 가라앉고 더는 위로 올라오지 못했다. 

 

 

'아량'의 원칙을 받들다

풍도는 여러 차례 몸을 보전하며 관료 사회에 나갔다가 물러났는데, 줄곧 '아량'의 원칙을 받들었다. 아량은 참는 것이며, 마음의 안정이며, 침착함이다[雅量者,忍也,定也,靜也]. 참으면 스스로 편안하고, 마음이 안정되면 자중하고, 침착하면 주동적이 된다. 이런 원칙을 따라 그는 거만하지도 비굴하지도 않게 기개를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원망은 털어버렸고 이로부터 분풀이와 거리를 둘 수 있었다

 

 

잃을 것도 보아애 한다

"버릴 수 있어야 얻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 똑같이 어떤 것을 얻으면 왕왕 무언가를 잃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잃어버린 것은 때로는 겉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먼저 얻는 것을 더 원하고 무언가 대가를 지불하는 것에 대해서는 항상 소홀히 여긴다. 풍도는 줄곧 억지로 돈을 모으려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밥을 굶지는 않았다.

 

반면 곳곳에서 부정하게 돈을 모은 사람이 종국에 그 돈을 써보지도 못할 운명을 맞이한 것은 이후에 무엇을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지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풍도는 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그는 지위를 이용해 공짜를 바라지 않았고 명리를 추구하지 않았으며 이미 얻은 이익을 잃어버린 것 때문에 화를 내거나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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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달리는 완벽한 방법 - 보통의 행복, 보통의 자유를 향해 달린 어느 페미니스트의 기록
카트리나 멘지스 파이크 지음, 정미화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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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돌아가시고 10년이 지나서 달리기 시작했다. 생각햇던 것만큼 어렵지 않았다. 마침내 내가 진정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움직임이 해방이면서 동시에 변화라는 걸 느꼈다. 두 다리가 튼튼해졌고, 도시 곳곳을 뛰면서 누리는 온갖 즐거움은 온전히 내 것이었다. 새로운 풍경이 나를 감쌌다. - '들어가며' 중에서

 

 

마라톤을 즐기는 어느 여성의 이야기

 

이 책의 저자 카트리나 멘지스 파이크는 온라인 문학 비평 저널 <시드니 리뷰 오브 북스>의 편집장이다. 디지털 미디어 분야에서 10년간 몸담고 있으면서 페미니즘, 문화, 정치에 관한 기사와 에세이를 곳곳에 발표했다. 시드니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딴 후 2001년부터 대학생들에게 영화, 문학, 저널리즘, 문화 연구를 가르쳤다. 2008년 처음으로 하프 마라톤에 도전했고, 이후 풀코스 마라톤은 다섯 차례, 하프 마라톤은 수십 차례 참가했다. 지금도 달리기를 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달리는 여성에게 '세상'이 보내왔던 협박과 경고의 메시지를 유쾌하면서도 단호하게 부인하며 여자들이 얼마나 자유롭고 즐겁게 달리는지, 직접 온몸으로, 자신의 삶으로 보여준다. 페미니즘 이론과 문학 이론, 문화 비평을 감동적인 개인사와 함께 엮어 달리기가 여성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흥미롭고 재치 있게 풀어냄으로써 달리기를 통해 세상을 새롭게 규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1988년, 평범한 스무 살을 보내던 그녀에게 비보가 날라든다. 지인들과 여행을 떠난 부모님이 비행기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연락이었다. 세상에 무서울 것 없는 치기로 청춘을 만끽하던 그녀는 어린 동생들과 자신의 미래를 짊어진 채 갑작스럽게 '어른의 세상'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긴 여행을 다녀보기도 하고 미친 듯이 공부에 집중해보기도 했지만 기나긴 우울의 터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10년이란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어느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허름한 헬스장의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기'라는 것을 시작한다. 그렇게 한두 번 가벼운 마라톤에 참가하던 그녀는 1960년대까지 남성들의 영역이었던 장거리 달리기에서 '달리기를 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겪으며 수 세기 동안 억압되어 왔던 여자의 위치에 대해 들여다보게 된다.

 

 

 

 

마라톤에서 처음으로 여자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은 1896년 근대 올림픽이 열리기 한 달 전이다.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이 그리스 여성에 대한 세 가지 버전의 이야기가 떠돌지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달리는 여성'을 거부하는 남성들의 모습이다. 1960년대 이전까지 마라톤에 도전장을 내놓았던 여성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짜깁기식으로 기록이 되어 있고, 당시 여성 참가자들은 심한 야유를 받거나 돌 세례를 받기도 했다. 달리는 여성에 대해서는 여자답지 못하다, 보기에 경박하다, 임신과 출산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며 경멸했고, 그런 여자들을 혐오하는 '숙녀'들도 많았다. 당연히 그녀들이 왜 달리는지, 들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나이키의 '쉬 런 더 나이트'

 

'쉬 런 더 나이트'라는 이번 행사의 타이틀은 '밤을 되찾자'Reclaim the Night(1970년대 영국에서 여성 폭력에 맞서 시작된 운동)' 운동과 미국에서 일어난 비슷한 성격의 '밤을 돌려받자Take Back the Night (1977년 미국에서 밤거리를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여성의 권리를 주장한 운동)' 운동과 아주 유사해 보인다. 페미니스트 성향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이런 행사에서도 나이에 관계없이 수많은 여성들이 어두워진 뒤 공공장소에 함께 나서지만, 공원 주위를 달리는 대신 여성의 안전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거리를 행진한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 저자가 참가했던 여러 행사에서는 야광봉이 아닌 촛불을 들었다.

 

 

여자답게 달린다는 것

 

"지난 8월 어느 토요일,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오클랜드 교외 마누레와에 거주하는 밀리 샘슨은 새벽 1시까지 춤을 췄다. 다음 날에는 11인분의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중간에 마라톤 경기에 참가해서 3시간 19분 33초에 완주했다"

 

이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에 실린 두 번째 세계 기록 경신 기사의 내용이다. 1964년 여자 마라톤 세계 최고 기록은 두 번이나 깨졌다. 실제 밀리 샘슨은 비혼非婚이었고 당연히 자녀도 없었다. 게다가 그녀가 기록을 8분이나 단축했다는 사실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넘어갔다. 기사의 대부분은 뉴질랜드 중거리 육상선수 피터 스넬이 다가오는 세계 선수권대회 준비 과정을 소개하는 데 할애되었다.

 

 

달리는 여성은 안전한가?

 

가부장 사회를 전혀 해치지 않고 여성들이 마라톤을 할 수 있음을 입증한지 수십 년이 지났건만, 달리는 여성에 대한 견해는 여전히 비뚤어져 있었다. 달리는 여성이 너무 말랐다거나 너무 뚱뚱하다거나 지나치게 남성적이라거나 너무 근육질이라는 말을 내뱉었다. 또 얼굴이 너무 여의고 몸은 너무 그을린 것 같고, 여성스러움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쉽게 내렸다. 

 

달리기를 하는 대부분의 여성이 '남자들이 강인한 여성한테 위협을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남자들의 주목을 받으려고 달리는 게 아니라고 해도 이런 잣대를 피하기는 힘들다. 도덕주의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왜 밖에서 저렇게 혼자 있는 겁니까? 위험하다는 걸 모르는 겁니까?" 천변지이설(하늘과 땅에서 큰 변동이 몇 차례 반복되었고 그때마다 생물군이 거의 사라지고 살아남은 종이 번식하여지구상에 분포하게 되었다는 학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걱정한다.

 

"자기 자신한테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는 겁니까?” 바보 멍청이들은 이런 주장을 한다. "왜 뚫어지게 쳐다보지 말아야 하는데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에 저렇게 나와 있잖아요. 저 여자가 아주 좋아한다니까요"

 

심지어 달리기 하는 여성의 불쌍한 운명에 관해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야기들이 아직까지도 여러 문화권에 남아 있다. 현대 서구사회에서 달리기 하는 여성이 겪는 생생한 경험과 그 고통을 묘사한 내용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 달리기를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종착지는 변화와 탈출 그리고 회복이다. 달리기 하는 여성 대다수는 위험에 빠지지 않는다.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일부는 분노나 상처 또는 절망 때문에 달리기를 시작했을지 모르지만, 달리기를 통해 그 고통은 지속되기보다는 중단된다. 소설가이자 마라토너인 조이스 캐롤 오츠는 이렇게 썼다. "마라톤보다 행복하고, 기분 좋고, 상상력을 키우는 활동이 있을지 생각조차 할 수 없다"라고 말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누군가 말하고 싶은 슬픈 이야기가 있다고 하면 저자는 귀를 기울인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이야기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없기 때문이다. 풀이 죽어 있는 사람이 조언을 구한다면 달리기가 자신의 마음을 움직였고 다시 활력을 되찾게 했다고 말할 것이다. 달리기를 할 때 그녀의 인생은 바뀔 수 있고 습관은 깨질 수 있으며, 몸을 움직이는 일은 비유가 될 수 있고 동시에 행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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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제목을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로 했다고 하자, 아내가 묻는다.
"당신, 진짜로 나와 결혼한 걸 후회해?"
나는 약간 주저하다 대답했다. "응, 가끔…."
아내는 잠시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바로 몸을 내 쪽으로 향하며 이렇게 말했다.

"난, 만족하는데…."
내가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쭈뼛거리는데, 아내의 나지막한 한마디가 내 가슴을 깔끔하고도 깊숙하게 찌른다. “아주, 가끔….” - '프롤로그' 중에서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책의 저자 김정운은 일과 삶의 조화를 중요시 하는 '휴테크' 전도사이며, '존재가 의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의식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문화심리학자로, 문화심리학의 실용적 통합영역으로 여가학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한국 최초로 여가학석사(MLS) 과정인 여가정보학과를 개설한 바 있는 개척자이기도 하다. 

1962년 생으로,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으며, 13년 동안 학위 따기가 어렵다는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으로 유학을 떠난 그는 처음에는 '비판심리학'을 공부하려고 그곳을 선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독일 통일을 현지에서 경험하면서 생각이 바뀌어 '존재가 의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의식을 결정'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베를린 자유대학 심리학과에서 문화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의 전임강사로 초빙되어 강의와 더불어 발달심리학, 문화심리학과 관련된 여러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때 문화심리학의 세계적 석학들과 함께 <문화심리학kultur in der Psychologie>이라는 책을 책임집필하기도 했다. 이후 문화심리학의 실용적 통합영역으로 여가학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2000년 귀국해 명지대학교 기록대학과학원에 국내 최초의 여가학석사(MLS) 과정인 여가정보학과를 개설했다.

 

 

 

 

행복과 돈은 상관없다(?)

 

근엄한 사람들은 '행복'과 '돈'은 상관이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일정 수준까지는 이 둘이 매우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다니엘 카네만 교수는 '연봉이 9만 달러 이상인 사람'은 '연봉 2만 달러 미만인 사람'에 비해 두 배 이상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사실을 연구 과정에서 알아냈다. 그러나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이 둘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따라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는 수입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단 그 한도를 넘어서면 돈과 행복은 별 상관이 없다'

 

 

어느 날, 아내가 밥을 해주지 않는다

 

아침이면 행복한 식사를 준비해주던 아내의 머리에 종양이 생겼다. 다행스럽게 뇌종양은 양성이었다. 독일 최고 의사가 꼬박 아홉 시간에 걸쳐 수술을 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후유증도 없었다. 그러나 위험한 뇌를 건드렸기 때문에 한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만 했다. 그래서 풍성한 아침식사가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다.

 

리투얼은 일상에서 반복되는 일정한 행동패턴을 의미한다. 외견상 습관과 리투얼은 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 둘 사이엔 중요한 심리적 차이가 존재한다. 즉 '습관'에는 '의미부여'라는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 쉽게말해서 우리들의 습관이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채 그저 반복되는 행동패턴을 말하는 것이다.

 

반면 리추얼에는 반복되는 행동패턴과 더불어 일정한 정서적 반응과 의미부여의 과정이 동반된다. '사랑 받는다는 느낌', '가슴 설레는 느낌' 등등. 저자의 아침식사 장면에서는 아내가 따뜻한 빵을 그의 앞에 놓음과 동시에 어깨를 두드리며 맛있게 먹으라고 한다. 이때, 뭔가 가슴 뿌듯한 느낌이 동반되면 그 행동은 '리추얼'이다. 그러나 그런 행동이 있었음에도 이후 전혀 기억에 없다면, 그것은 단지 습관일 따름이다. 사랑이 식으면 그렇게 된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상사의 잔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오늘 점심은 뭘로 할까 생각하며 딴청 피우는 '회의 리추얼', 폭탄주와 삼겹살로 시작해서 넥타이를 머리에 묶고 탁자에 올라가 노래방 쇼로 마감하는 '회식 리추얼'이 무한반복된다. 지쳐 집에 돌아오면 젊은 얼짱 탤런트가 나오는 연속극에 빠져 있던 아내가 그저 힐끔 돌아볼 뿐이다. 아이들은 제 방에 처박혀 나올 생각도 하지 않는다. 신문을 펼쳐보며 좀 한가하게 있으려면 옆에서 아내는 '아주 간단한 집안문제를 아주 어렵고 복잡하게' 설명한다. 이 또한 매번 반복되는 부부의 리추얼이다. 이 부부의 밤엔 에로틱한 리투얼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남자들, 자신의 행복 챙기기엔 비겁해진다

 

너 나 할 것 없이 술이 들어가면 남자들은 지구를 지킨다. 대통령도 풀지 못하는 산적한 국내의 문제들을 목에 핏대를 세우며 쉽게 해결책을 낸다. 정부의 경제 정책이나 풀이 죽은 주가의 부양 등 어느 전문가보다 자신 있게 진단과 대안을 내놓는다. 어디 이뿐인가? 일본과의 독도 문제나 위안부 협상 등을 포함해 지구온난화와 쓰레기 해양 투척 등 국제적인 문제가지 척척 답안을 제시하며 지구를 지킨다.

 

'나는 일주일 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다. 주말에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갑자기 맛있는 스테이크가 먹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 때, 우아한 레스토랑을 찾아 들어가 스테이크와 레드와인을 시켜, 혼자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 어렵다. 허름한 순댓국밥집에 혼자 들어가 배를 채우는 일은 할 수 있어도,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혼자 즐기는 일은 대부분 힘들어한다. 이처럼 지구를 지킬 듯이 용감한 정신이 정작 나 자신의 행복 챙기기엔 왜 이리 비겁해질까?

 

 

재미 없는 상사와 일하면, 죽고 싶다

 

'아니, 왜 내 밑에서 나 같은 놈 하나 없단 말인가.

나 같은 놈 하나만 있다면 세상을 바꿀 텐데…'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한번 생각해보자. 도대체 '나 같은 놈'이 흔한가? 10년 이상의 내 경험과 노하우를 제쳐놓고 젊은 연구원들이 나와 똑같이 일하기를 요구하는 것이 도대체 정상인가? 절대 정상이 아니다. 또라이다. 이런 오류는 자신이 똑똑하다고 여기는 사람들 대부분이 범한다. 이를 바로 '리더십의 위기'라고 하는 것이다. 재미없는 리더를 모시는 일처럼 불행한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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