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걸음이 정말 빠르다. 가끔 출근길에 직장동료가 뒤에서 날 발견하고 쫓아오다 지쳐 나 아까 너 봤었는데 뭘 그렇게 빨리 걸어? 라고 말할 정도로! 빠른 걸음 속도에 자부심도 있다. 그런 내 걸음이 유일하게 느려지는 공간이 있다. 퇴근길에 지나가는 아파트 단지 속의 미니 정원이다. 정원이라 하기도 무색할 만큼 작은 공간이지만 유일하게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서울은 참 눈부시다. 그리고 시끄럽다. 고요한 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집에서 모든 소리를 낮추고 눈을 감고 있다보면 경적 소리, 사이렌 소리… 가끔은 지나가는 비행기 소리까지! 서울에서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정녕 없는 것인가? 또 빠르기도 하다. 길을 걷다 멈추면 ‘길막’ 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다들 어디를 가길래 그렇게 앞만 보며 빨리 걷는지! (빠른 걸음속도에 자부심을 가지면서 이런 말을 하다니 모순이긴 하다.) 그런 서울에서 (내게) 유일하게 고요하고,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느낌을 주는 곳이 그 아파트의 정원이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구경하는 일도 참 즐겁다. 겨울에는 메마른 나무와 쌓인 눈만이 나를 반겼는데 봄이 되면 흩날리는 벚꽃잎이~ 참 예쁘고, 무더운 여름이지만 그늘을 만들어주는 초록잎들도 참 반갑다. 지나간 사람 없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걸으면 왜 그리 아등바등 하루를 살아야 하나 싶어 눈물이 찔끔 날 때도 있다. 아무래도 이건 가을을 탔던 게 분명해보이지만… 유독 지치고 이유없이 눈물이 차오르는 날이 많아진다면 가까운 정원을 찾아보길 바란다. 의외로 주변에 우리가 모르는 정원이 참 많다. 옥상정원, 미니정원, 담 너머로 바라보는 누군가의 마당일지라도! 아무리 둘러봐도 정원을 찾을 수 없어 위로를 받을 수 없다면 또 좋은 방법이 있다. <정원의 책>을 읽는 것이다. 읽고 있으면 마음이 진정이 된다. 문학 작품에서 등장하는 정원을 보며 나의 정원을 상상해볼 수도 있다. 또 정원의 숨은 의미를 같이 찾다보면 일상의 문제는 잠시 뒤로 미뤄둘 수 있다. 긴 비가 그치고 나면 또 다른 정원을 찾아 그 곳의 고요함을 누리고 와야겠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