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지음, 신복룡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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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일전에 레포트를 쓰며 참고할 일이 생겨 알게 되었다. 당시에는 필요한 자료만 검색한 후 책을 덮었는데 언젠가는 완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다른 이유보다도 '영웅전'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영웅'이라는 단어가 어색하다가도 가끔 궁금해지는 건 그들의 업적 때문일 것이다. '영웅'은 하나의 칭호를 넘어선 거대한 무게를 지닌다. 어째서 세상은 누군가를 영웅이라고 부를까. 적어도 플루타르코스 개인이 평가하기에 영웅이었던 그들은 어떤 공을 세웠을까. 마침 을유문화사에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의 새로운 완역본이 출간되어 서평단을 신청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세계적으로 수많은 역본이 존재하는 만큼 작가보다는 역자의 말에 초점을 맞추며 읽었다. 하나의 고전을 번역하는 데에는 많은 노고가 든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하나가 아닌 여러 판본을 비교했던 작업의 과정, 그 안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의 이름까지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꼼꼼히 읽었다. 특히 눈에 띄었던 건 역자에게 신구약 성경을 윤문하고픈 소망이 있다는 점이다. 실상 성경을 읽을 때마다 번역 자체가 새로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순간이 많았는데 윤문이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새로 다듬어질지 무척 궁금해진다. (역자님 만수무강하소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글의 구성이다. 이 책은 연대기나 일대기처럼 각 영웅의 인생을 일렬로 나열하지 않고 그들을 유사한 두 명씩 묶어 소개한다. 두 사람의 삶이 제시된 후, 그에 대해 짧은 비교 대조가 이루어지고 영웅의 공과 과에 대한 저자의 평이 이어진다. 그리스와 로마의 정치, 철학자를 방대하게 조사, 논평한 이 저술은 그 자체가 새로운 하나의 전설이라고 불릴 만하다.

고전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문장의 힘을 잃지 않은 것이다. 여전히 유효한 글이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도 다수 있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시라쿠사이의 격언, "권력은 가장 아름다운 수의이다"를 빼더라도 솔론의 말, "독재자의 자리가 마음 끌리기는 하지만, 그곳에는 내려오는 길이 없다". 로마의 '대(大)카토'가 고위 관직에 욕심을 내는 이들에게 했던 말, "길을 잃지 않으려고 늘 시종(lictor)들을 데리고 다녀야 하다니, 길을 모르는 사람들인 듯하다" 등이 인상적이다.

영웅들의 삶이 담긴 글이라고 해서 첨예한 정치 다툼과 권력의 세계만 그려진 건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그들의 가족사가 큰 분량을 차지한다. 또한 오래된 책이라고 해서 저자가 혐오나 차별에 몹시 둔감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여성들의 공동체가 있던 섬 레스보스(lesbos)나 스파르타의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 동성을 사랑했던 여러 철학자들의 소개가 생각보다 훨씬 무심히 쓰인 지점도 많았다. (물론 다수의 정치, 철학자들이 소수자에게 혐오적인 정책과 발언을 펼치기도 했다)

오히려 지금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획기적인 사회 개혁을 이루어낸 이도 있었다. 입법자 리쿠르고스는 금화와 은화의 유통을 전면 중단하고 가치가 없는 엽전을 유통함으로써 금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했다. 최근 '돈'으로 인한 여러 폐단을 보며 물물교환의 시대를 돌아본 경험이 있었다. 사회의 흐름이 물가를 요동치게 하는 지금보다 개인의 상황에 따라 물건의 가치가 정해지던 시대가 더 평등하지 않았을까 짐작만 했는데 실제 이런 개혁을 시도한 이의 이야기를 볼 수 있어 뜻깊은 경험이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처음 읽을 때는 '영웅'이라는 말에 집중했다. 그러나 당대의 인물을 알아갈수록 놀라울 정도로 지금 우리의 사회와 비슷했다. 그들은 우리가 고민하는 것을 고민했고,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했으며, 우리가 슬퍼하는 일에 슬퍼했다. 반면, 감상에 '오히려'라는 말을 많이 쓰게 되기도 한다. '오히려' 그들은 지금보다 권력에 신중했고 더 가치있는 것을 추구했다. '오히려' 영웅이라는 말이 충실히 기능할 수 있던 시대. 그 단면을 살필 수 있어 즐거웠다. 아마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의 전권을 읽는다면 깨닫는 바가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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